동·서 냉전동안 전세계에서 약 50개의 핵폭탄이 분실됐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14일 보도했다.`범대서양 안보를 위한 베를린 정보센터'의 오트프리트 나사우어 소장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미국 국방부가 잃어버렸다고 확인한 핵폭탄만 11개"라면서 "냉전동안 전세계에서 약 50개가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슈피겔은 1989년 4월 러시아 핵잠수함 콤소몰레츠 호에서 발생한 화재로 잠수함과 어뢰 2기, 그리고 핵탄두 2기가 1천700m 심해로 모습을 감췄고 1968년 5월 핵탄두 2기를 싣고 있던 미국 핵잠수함 USS 스콜피온 호도 포르투갈 인근 아조레스 제도에서 남쪽으로 320해리 떨어진 바다에서 침몰해 3천300m 깊이의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등 상당수의 분실 핵폭탄들이 해저로 사라졌다고 밝혔다.나사우어 소장은 "해저에 있는 폭탄들은 폭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나 지상에서 분실한 폭탄들은 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그러나 이런 폭탄이 저절로 터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폭탄이 폭발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으며 폭탄의 부식으로 방사능이 수십년동안 누출될 위험은 큰 것으로 분석됐다.핵폭탄 분실은 주로 비행기 사고 때문에 발생했다. 핵전문가인 나사우어 소장은 "냉전 초기에는 군용기들이 중간급유 없이 대서양을 건널 수 없었다"면서 "어떤 폭격기들은 상공에서 공중급유기와 충돌했고 다른 것들은 공중급유기를 지나치는 바람에 연료부족으로 바다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1950년대말에서 1960년대초 미국은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를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공중에 띄어 놓았다. 그들의 주요 비행경로는 그린란드, 스페인과 지중해, 일본, 알래스카 등이었다.가장 어처구니없는 '부러진 화살(broken arrow. 핵무기 관련 사고를 일컫는 미국 암호명)' 사고는 1965년 12월5일 베트남에서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로 향하던 항공모함 USS 티콘데로가 호에서 발생했다. 비행기가 거대한 엘리베이터에 의해 배 아래쪽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올라오는 순간 조종사, 핵폭탄과 함께 바닷속으로 고꾸라져 5천m 아래 해저로 사라졌다.1981년에야 공개된 이 사건으로 미국이 베트남에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사실, 또 미국이 일본내로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겠다는 미-일 협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1966년 1월17일 스페인 남동부 해변의 9천m 상공에서 발생한 미군 폭격기와 공중급유기와의 충돌은 냉전중 최악의 핵무기 사고로 기록됐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보다 1천배 이상의 위력을 지닌 수소폭탄 4개가 탑재돼 있던 B-52 폭격기가 충돌 직후 폭발한 것이다.그중 1개는 폭발시 비상탈출장치를 통해 무사히 토마토 농장으로 내려앉았으나 폭탄 2개는 비핵 신관이 폭발하면서 폭탄파편과 플루토늄 분진이 이 지역에 쏟아져 내렸다. 사고 후 이 지역은 완전 봉쇄됐으며 미군은 수십 척의 군함을 동원해 해상까지 봉쇄했다. 미국은 이 지역의 오염된 흙 1천400t을 분리해 미국으로 싣고 갔다. 바다에 빠진 나머지 핵폭탄은 사고 81일후 800m 해저에서 회수됐다.
미국은 외국에서만 '극도로 위험한 장난감'을 무심하게 다룬 것은 아니었다. 미국이 공식 인정한 11개의 분실 핵폭탄중 7개는 미국에 있다.
1961년 1월24일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B52 폭격기 폭발사고 때는 수소폭탄 1개가 비상탈출 후 낙하산을 매달려 나무 위로 떨어졌고 다른 하나는 깊이 50m 정도인 늪지 속으로 사라졌다. 늪지로 떨어진 폭탄은 아직까지 회수하지 못하고 있고 이 지역은 지금도 군사통제지역으로 남아 있다.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나무에 걸린 수소폭탄을 조사한 결과 폭발을 예방하는 6개의 퓨즈중 5개가 망가져 있었다. 이 사건후 미국은 핵무기 안전시스템을 전면 재편하는 한편 소련에도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슈피겔은 분실 핵폭탄이 테러세력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나사우어 소장은 그동안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분실 핵폭탄을 찾아내거나 회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면서 상당수는 사실상 현대 과학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