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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야기 130306] 아동학대, 적극적인 신고 필요하다
게시물ID : medical_4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칙과정의
추천 : 8
조회수 : 54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7/26 11:19:26

반갑습니다 ^^ 응급의학과 의사로 한달에 한번정도 칼럼을 쓰고 있는데


오유 의료게시판에서 의료현장 이야기를 공유하고파 글 올립니다


글 읽어주시는 분들 많으면 종종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의협신문 4월 8일자 37면 청진기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013

 

 

수 년 전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중환자실 주치의를 맡고 있던 중 다른 과의 흉관 삽관 의뢰를 받고 외과계 중환자실에 갔다가 놀랐던 적이 있다.



 

아직 채 10kg 도 되어 보이지 않는 영아가 심하게 다쳐 기관삽관 상태에 온갖 기구를 치렁치렁 달고 의식없이 누워있는 것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다쳤기에 저렇게 어린 아이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나 싶어 기록을 봤던 적이 있다.


아동학대 피해자였는데 채 한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욕실에서 집어던져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다발성 갈비뼈 골절,


그 외 여러 골절로 입원, 중환자실 치료를 받게 된 것이었다.




처음 그 상황을 보고 든 생각은 분노였다.


도대체 한 살도 되지 않은 영아가 우는 것 말고 무슨 잘못을 했기에 저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키울 자신이 없으면 낳질 말던가...” 속으로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오늘 응급실 진료 도중, 예전 아픈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환자를 진료하게 되어 기록을 남긴다.


119를 통해 7세 남아가 머리 뒷 쪽에 생긴 상처를 주소로 엄마, 누나와 함께 내원했다.


엄마는 TV 리모컨을 던졌다가 아이 머리에 맞았다고 진술했으나 진술과 맞지 않게 아이의 상처는


찔린듯한 상처 두 개와 2cm 크기의 혈종이 있어 이상하다 싶었다.


마침 따로 얘기할 게 있다는 119 대원이 진술한 바로는 이송 차량에 탑승 당시 엄마는 아이가 칼에 찔렸다고 진술했다 하였다.




진술이 바뀐 점과 상처 양상이 병원에서 얘기한 진술과 맞지 않는 점, 그리고 얼굴에도 작은 멍과 긁힌 상처가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아동학대를 의심하게 되었고 몇 가지 더 질문하였으나 다른 정보는 얻을 수 없는 상태로 당직실로 가서 조용히 경찰에 연락하였다.




이후 엄마와 두 자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 이상했다.


남루한 행색의 엄마는 환아의 누나와는 대화하고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면서도


환아에게는 별로 산만한 행동이 보이지 않아도 가만히 있으라며 윽박지르고 있었다.


자세한 집안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뭔가 다른 이유로 엄마가 환아를 억압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후 경찰이 응급실에 도착했고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안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너희들 모두 고소하겠다며 난리가 났고 한참을 소란을 피우다 경찰과 함께 조사를 위해 응급실 밖으로 나갔다.


이후 경찰을 통해 아동복지센터에 연결되어 밤늦은 시간, 시설 담당자가 방문하기로 했고 아이는 응급실에서 임시로 관찰하기로 했다.


아이는 응급실 뒷 쪽에서 다른 직원들과 잘 놀았고 그러던 중 새벽에야 아빠가 도착했다.




알고보니 아빠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으로 엄마와 결혼한 지 1년 반 된 새 아빠였다.


아빠는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가 대처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빠와 아이가 대화하던 중 아동복지센터 관장님과 담당자가 도착하여 자세한 아이와의 면담이 이뤄졌고


아침에 임시보호를 위해 이동하기로 결정되었다.


 


밝고 건강하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키워져야 할 어린이가 일부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통받고


병원에 방문하게 된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나라에선 집안 일이라면 일단 남의 일로 받아들이고 깊숙이 개입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부부간 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보건복지부 사업의 일환으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어린이의 권익보호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2년 10월 발표된 자료인 2011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에 의하면 한 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건수는 8,325건으로


이중 응급성이 있는 신고는 958건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704건,


그중에 의료인에 의한 신고는 88건으로 조사되었다.


법적 의무를 가지는 신고의무자인 의사로서의 신고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신고만 있다면


피해아동이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초진 과정에서 세심한 관찰로 아동학대 피해자가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하겠다.




부디 폭력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빨리 발견되고 적절히 보호되어 장애없이 성장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길 기대한다.


 


130328 최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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