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종씨(62)는 2015년 안산 세월호 분향소 옆 공간에서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동안에는 괴로운 생각도 잠시 멈췄다. 분향소가 사라지고 2019년 5월에 자리를 옮기며 세월호 엄마·아빠가 주축이 된 ‘4·16희망목공협동조합’이 꾸려졌다. 그는 안산의 버려진 나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목공 체험 교육을 다닌다.
"우리는 정말로 미지가 집안의 자랑이라고 생각하며 키웠어요. 우리 집안의 유일한 딸이라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죠. 2학년에는 1반 반장이 됐어요. 수학여행 가면 반장 대회가 있대요. 10개 반에서 꼭 1등을 해야 한다면서 수학여행 전날 잠을 안자고 연습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미지가 생전에 팔베개하고 누워서 나중에 엄마 아빠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걔가 그 약속을 지켰어. 일찍 발견된 애들은 앰뷸런스를 타고 갔어요. 그런데 미지는 늦게 발견되다 보니까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왔어요. 내가 그 헬리콥터를 타고 가면서 ‘아, 자식이 죽어서 그 약속을 지켰구나’ 싶은 거예요.
우리가 초기에는 10주기 안에 모든 것을 끝내자며 서로 다짐도 해보고 그랬어요. 근데 지금까지 완결된 게 없잖아요. 제대로 밝혀진 것도 없고 책임자를 처벌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10주기라는 의미 때문인지 솔직히 자식에게도 더 미안하고 그래요.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08/0000034198?sid=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