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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이 문제인가, 내 성격이 문제인가 - 2
게시물ID : soda_59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씨씨아가페
추천 : 18
조회수 : 262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8/02 09: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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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1편에 이어 2편 바로 씀.(퇴근시간 다되어 저장했다 담날 아침에 다시쓰게됨)
 
1편 댓글을 보면 2편을 쓸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 음슴체.

이 글도 층간 소음으로 더러운 성격 확인할 이야기임.
그래도 사이다 마시고 있으니 사이다 게시판으로 바꾸게 됨.

1편 이후 몇개월 뒤 와이프 가게를 접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오게됨.
접고 싶어서 접은게 아니라 망해서 수중에 남은 돈이 없어 여차저차 전에 비해서 많이 허름한 맨션으로 전셋집 구해서 이사함.

이 동네에 처음 이사와서는 번화가에 살던때랑 너무달라서 한동안 멍했음.
그래도 부산 1호선 지하철 역에서 걸어서 20분/차로 1~2분 정도 거리인데 30대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 동네임.
아침에 출근할 때 술에 쩔어있는 20대를 보다가 이제는 출근 시간에 집앞 텃밭에 물을 주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게 됨.
저녁 8시가 되었는데 우리집 빼고는 근처에 불켜진 집이 안보임.
한동안 티비 소리도 못키우고 와이프랑 얘기도 크게 못함.
4년째가 된 지금도 평일에 배달음식을 시키는 집은 우리집 밖에 없는 것 같음.
주말에는 그나마 자식들이 손주들 데리고 와서 그런지 북적되긴 함.
여튼 사설이 길지만 이런 동네로 이사와서 살게됨.

이사온 맨션에는 총 6세대인데 우리만 전세에대 젋은 부부이고 3층 두 세대는 상주하지는 않음.
이사와서 6개월 정도는 그간 장사한다고 못간 여행다니고 양가 부모님께 밀린 효도한답시고 얼굴 보여드리며 지낸다고
주말이 바빠서 2층에 사는 사람의 무서움을 잘 몰랐음.
평일에는 정말 조용했으니까.

처음 와서 떡돌리고 할 때는 그냥 참견하기 좋아하는 할머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동네 사람을 다 적으로 생각하는 쌈닭이었음.
A할머니한테 B할머니 욕하고, B할머니한테 가서 C할머니 욕하고...
그래도 어차피 마주칠 일이 적은 저는 신경안쓰고 살았는데, 또 그놈의 층간 소음이 시발점이 되었음.

그래도 시간이 좀 난다고 와이프랑 알콩달콩 지냈더니 아이가 생김.
이때부터 주말에도 집에 있는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2층 할머니의 아들딸이 3명인 줄 알게되었음.
애들은 몇명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한 6명에서 7명 정도 되는 것 같음.
금요일 저녁에 아들 부부가 손주들 데리고 와서 자고 가면 토요일에는 딸부부가 손주들 데리고 와서 자고감.
그냥 자고 가는게 아니라 운동회를 염.
집이 거실에서 주방까지 복도식을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거기서 뛰어다니며 놈.
3~6세 아이들은 밤 11시 이전에 잘생각이 없고, 부모들은 새벽 1~2시까지 술먹음.
한달에 한 번은 크게 싸움도 함.
역시 처음에는 신사답게 부탁드림.
주말마다 아이들이 오니 바닥에 매트라도 사서 까는 게 어떻겠는냐고 말해도 무시함.
우리도 애기가 있는 부부니 이해하려고 노력함.
와이프한테 등짝을 맞아가며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참고 또 참음.
그런데 진짜 한주도 안빠지고 3달을 반복함.

그리고 어느 주말 저녁 아이가 잠들었다가 윗층 아이들 뛰는 소리에 우리 아이가 경기하듯이 깨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걸 보고
윗층 문을 두드림.
주말마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 할머니와 아들인지 사위인지가 나와서 한다는 말이
"일주일에 딱 하루 그러는 것 가지고 너무 이해심이 없는 것 아니냐?"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여태 참았던 것인가 자책하게 되며, 그래도 큰 싸움은 안하고 일단 넘어갔음.
이날도 와이프한테 등짝을 맞음.
그래도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인걸 확인했으니 나도 똑같이 배려따윈 개나 줘야겠다고 다짐하고 기회를 노림.
혼자 작은 방에서 층간소음 대응할 때 주로 쓴다는 스피커며 음악 선곡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
그래도 스피커 설치하면 애들까지 힘들 것 같아서 실행하지는 않았음.

그렇게 한달은 조용히 지나갔음.
2주간은 안오고, 2주간은 조용히 놀다가서 이제 정신 좀 차렸구나 했음.

그런데 동네 할머니들께 이상한 소리를 들음.
평소 인사성 밝은 젊은 부부가 왔다고 그나마 욕은 안듣고 살았는데
2층 할머니랑 무슨일이 있었길래 온동네에 예의없는 미칀 놈이라고 욕을 하고 다니냐고~
ㅎㅎ 그간 참았던 내가 바보 같았구나 싶었음.
와이프가 동네 부끄럽다고 제대로 풀고 넘어가라고 또 등짝을 ㅜㅜ.
불쌍한 내등짝...
얼마 후 또 다시 시작된 주말 저녁 운동회에 2층 문을 두드림.
이날은 사위가 나와서 말싸움이 시작되고 서로 양보안하고 대치하는 중에 문제의 할머니가 소리지르며 등장.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한번 질러주고 2층에 있는 사람들 다 조용히 만든 다음 얘기함.
"그간 동네에 욕하고 다닌 거 다 들었다. 한번만 더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면 진짜 미칀 놈이 되어드리겠다.
어차피 동네 어르신들 보기 부끄러워서 여기서 오래 못살겠다. 진짜 마지막으로 얘기하니 무시하지 마라."
그렇게 얘기하고 돌아서 내려옴.
뒤에서 딸하고 할머니하고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바로 애들 데리고 돌아감.
 
역시 등짝에는 와이프 손자국이 남았지만 나중에는 잘했다고 칭찬들음.
1층 옆집 할아버지도 조용해졌다고 좋아하심. 2층 다른 세대 할머니께도 칭찬듣고 기분 좋아짐.
진짜 버릇없는 놈으로 찍힐까봐 걱정했는데 동네 다른 분들은 텃밭에서 나오는 것들도 나눠주시고 과일도 나눠먹으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음.
이후 2년 정도 별일 없이 조용하게 보내고 있음.
 
멘붕게에 1편 쓰고 사이다게에 2편 쓰고, 경험에서 느낀 점은
화가 쌓이기 전에 해결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참으면 병된다.
개념없는 사람들 대할 때에는 그 사람에 대한 배려따윈 없애야한다.
이 정도임.
 
층간소음이란 걸 겪어보니 진짜 사람이 왜 그렇게 순간적으로 난폭해지는 지 알것 같음.
너무 참지말고 빨리 대처하고 방법을 찾아가시는 게 좋다고 생각함.
출처 부끄럽지만 내 기억 속에서 사이다를 찾아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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