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고3 7월 모평이었다는 소식을 아는 후배한테 들은 관계로 매우 늦었지만 수험 후기를 작성해봄.
난 고3 막 올라왔을 때까지도 세상물정을 전혀 몰랐음. 당시 내 성적이 1431(1,1) 이었는데, 난 이정도면 인서울은 거뜬할 줄 알았던 우물안 개구리 ㅋㅋㅋㅋㅋ 고3 모의고사부터는 그 배치표라는게 나오니까 내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 ㅋㅋㅋ
초딩 때 당시 유행하던 장르소설인 묵향과 이드를 아빠 서재에서 접하면서 난 드래곤라자를 비롯한 이영도 소설, 궁귀검신, 계절왕 같은 그때의 판타지 무협소설을 좋다고 읽기시작한 계기로 책과는 꽤 가까운 생활을 함. 덕분에 고1때부터 언어 1등급은 한번도 놓친적이 없었던 수재(레알 언어는 잘했음 믿어주셈...글은 더럽게 못쓰긴해도 읽는건 잘함)였음.
3월 모평 결과를 갖고 담임이랑 상담을 하는데, 담임이 나더러 언어랑 사탐 잘하는데 수리 외국어를 이렇게 못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면서 나더러 4월엔 수리 외국어를 1등급씩만 올려보자고 함.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가는건 레알 헬이어도 아랫동네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는건 쉽다며 날 자극하려하심...
그냥 어영부영 4월 모평이 다가오고, 그냥 운이 좋아서 몇개 더 찍은게 맞았더니 1321이 뜸. 담임이 부탁한대로 수리랑 외국어가 1등급씩 오른거임. 의도한게 아니었는데, 그때부터 담임의 시야에 내가 좀 들어왔던거같음.
수업중에도(영어쌤이었음) 자꾸 날 부르면서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시키고, 종례때 학원 안다니는 애들 손들어보라고 해서 손들었더니 종례뒤에 불러서 교사용 문제집을 잔뜩 주심 ㅋㅋ 필요한대로 쓰라고
이렇게 관심을 받으니까 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거임. 기분 좋았음 솔직히 ㅋㅋ 그래서 외국어 공부에 동기부여가 됬던거같음...평소에 쳐자기 바빴던 버스 안에서도 고딩 보카뷸러리 3000을 외우고, ebs 수능특강에 있는 지문도 나름 분석한다고 해설지 보면서 풀어보고 그랬음.
또 그때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건 야자 대신 반강제로 하는 거였음. 월목 화금 나눠서 한시간~두시간 정도를 매일매일 듣는거였는데, 난 그걸 둘 다 똑같은 수학쌤의 다른 수업을 신청함. 수학 영어 수업은 상중하 수준별로 나눠서 분반수업을 했는데, 내가 방과후를 신청했던 수업은 내가 속한 중반 쌤꺼였음.
그 수학쌤도 내가 자기랑 방과후 교실에서 매일 보는 사이니까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정규수업때도 내쪽을 보면서 수업을 하고, 어쨌든 나한테 신경을 써줌.
그렇게 나름 열심히 1학기를 보내면서 6월 모평을 쳤는데, 세상에 ㅋㅋㅋㅋ 4321이 뜬거임 ㅋㅋㅋㅋ
그때 레알 충격. 당시 6월 모평 언어가 레알 물이기는 했는데, 내가 한번도 1등급을 놓친적 없었던 언어가 단번에 4등급으로 떨어지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던거같음...더구나 지금까지 본건 교육청 모평이었고, 6월 9월 모평이 진짜 모평이잖슴....
그때가 진짜 제일 자극을 많이 받았던 때였고, 공부에 탄력이 무쟈게 붙음. 매일 학교끝나고 자진해서 남아서 야자를 10시까지 하다가(방과후 수업은 강제 야자는 자율) 집에 들어가고, 이러다가 방학전 7월 모평을 침.
1221
진짜 가채점하고 등급컷 확인할때 무진장 기뻤음 ㅋㅋㅋ 솔직히 이 성적이어도 문과는 인원이 정말 많기때문에 건동홍급. 더구나 재수생 반수생이 안껴있는 반쪽짜리 모의고사라서 그렇게 기뻐할일이 아니었던것 같기도 함.
어쨌든 성적이 올랐다는게 그때 큰 힘이 됬음 ㅋㅋㅋ 방학을 성실하게 보낼 수 있는 힘.
방학 시작하자마자 독서실을 끊고, 인강을 들으면서 공부함 ㅋㅋ 상위권 애들은 이제 새로운건 안배우고 문제풀이 위주로 돌리던데 난 그때까지 부족한게 너무 많았음. 그래서 박x동 신x범 인강을 듣고 외국어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에 있는 지문을 읽고 외우고 물고 핥고 하면서 방학을 보냄. 언어와 사탐은 자신있었기에 건들지 않았음.
그렇게 방학이 지나고 9월 모평...6월 모평의 악몽때문에 무지 긴장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풀리는거임. 어? 괜찮은데 이러면서 4교시까지 무사히 끝내고 (제2외국어는 안봄) 채점을 하는데 ㅋㅋㅋㅋ 레알 잘봄 ㅋㅋㅋ 진짜 레알 잘봄 ㅋㅋㅋㅋㅋㅋ
등급컷을 확인함 1111임. 레알 그 귀하다는 올1을 내가 맞은거임. 애들한테도 이새끼들이 안믿을까봐 그냥 잘봤다고 성적표 기대하라고 쉽새들아 ㅋㅋ 이러면서 두루뭉술 넘어가고 ㅋㅋㅋ 가채점표 본 담임이 응?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아무말없이 넘어가다가 딱 성적표가 나오는날. 담임이 "이번 9월 모의고사에 우리반에 성적이 오른 딱 3명이 있다." 이러더니 "XX(내이름)가 제일 많이 올랐네" 공개적으로 말하심.
그리고 받은 9월 성적은 진짜 1111...사탐 세과목 한국지리 경제 경제지리도 다 1이었음 ㅋㅋㅋ 사실 9월때 나보다 잘본 애가 우리반에도 두 명이 있었는데(일반 인문곈데 좀 공부에 극성맞은 동네라) 난 그냥 중간정도였던 쩌리가 상위권으로 도약한거라 애들이 진짜 놀랐던거같음.
거품이다 운이다 별별 소리 장난인듯 뼈있는 소리를 들으면서 10월 모평을 쳤고 1211을 받음. 솔직히 9월 모평을 보고 자만심을 가졌던건 맞는듯. 그때부터 레알 하루종일 수만휘에 들어가서 자게질이나 하고 배치표 보면서 내가 갈수있는데는 어딘가 행복한 고민이나 하고...레알 개미련곰퉁이같았던 시간.
어쨌든 수능까지는 이제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버닝하다가 결국 수능 전날이 됨 ㅋㅋ
딱 기출문제 틀렸던거 다시 복기하고, 영어 지문 어려운거 읽어본 다음에 밤 10시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는데 정말 잠이 안옴...진짜 잠이 너무 안오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상태가 새벽 2시까지 지속됨...4시간을 마냥 침대에 누워서 뒤척거리다가 아 이렇게 잠을 못자서 수능 망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눈물까지 흘리다가 어느새 잠듬 ㅋㅋㅋ
일어나니까 생각보다 몸이 상쾌. 아침밥 먹고, 황금빛 모닝똥을 싸고 전날 가봤던 시험장에 감.
수능을 침.
수능성적은 언수외합 4에 사탐1.5 떴음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해변가의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건 알지만, 난 이 결과에 만족하고 부족하지만 우리학교 후배 한명을 튜터링하고 있음 ㅋㅋ
걔도 이번에 꽤 오른거같다며 가채점결과를 알려주던데, 괜시리 나도 뿌듯해지고 과외알바를 해봐야하나 하는 생각도 듬 ㅋㅋ 지금은 무보수로 내가 좋아서 하는중
어쨌든 지금 수험생들 모두 힘내서 좋은 결과 받았으면 좋겠음. 물론 모든 수험생이 잘보면 안되니까 오유하는 수험생들만! .......근데 수험생이 오유해도 되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