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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악마와 영혼을 거래해 세계적인 천재 기타리스트가 되다.
게시물ID :
mystery_6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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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천왕동하루키
추천 :
21
조회수 :
8548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06/03 01:54:00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2UqIU
아직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의 조용한 카페. 한 마른 체형의 흑인이 자신의 낡은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천천히 관중을 훑어보던 그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손가락을 기타 위에 놀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놀란다. 첫째로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음악적 기교를 사용하는 듯 보일 정도로 기타를 자유 자재로 놀렸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가 불과 1-2년 전만 해도 너무 연주 실력이 형편 없어 야유 끝에 무대에서 쫓겨나곤 했던 실패한 음악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존슨. 델타 블루스-흑인들의 노동요에서 유래된 블루스의 원형-의 제왕이자 악마에게 영혼을 판 기타리스트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말은 그에게서 유래됐다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사람들이 그의 연주에서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할 줄 아는 악기라고는 하모니카밖에 없던 인물이 갑자기 기타를 들고 오더니 세계 초일류급의 연주 실력을 뽐내니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1911년 가난한 농장에서 태어났던 로버트 존슨은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음악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음알음 선배 가수들의 어깨 너머로 음악을 익혀 나갔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가히 천부적으로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지독했다. 늦은 밤 부모 몰래 극장식당에 가서 당시 유명 블루스 가수 선 하우스와 윌리 브라운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구경한 로버트는 가수들이 쉬는 시간이 되어 자리를 뜨면 그들 연주를 흉내 내며 연습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가수들 사이에 시간이 비면 막간을 이용해 자신의 연주들을 들려줬는데, 어찌나 형편 없었던지 취객으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고 내쫓김을 당한 일화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음악에 미쳐 있지만 잘 하지는 못하는 얼간이 정도로 여겼다. 그저 하모니카나 조금 불 줄 아는..
그런데 로버트는 어느 날 부터 갑자기 기타를 선 하우스와 윌리 브라운보다 더 잘치고 노래도 더 잘 불러 식당 측과 손님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의 뛰어난 음악 실력은 곧 소문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 미시시피를 찾았다.
"로버트 존슨이 천재가 된 까닭은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기 때문이다!"
시골 미시시피 사람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미국 남부에는 자정이 되는 시각에 아무도 없는 길에 나가 검은 고양이 뼈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면 마귀가 나타난다는 부두 전설이 전해온다. 전설에 따르면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뒤에서 마귀가 콧노래를 부르며 나타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마귀가 기타를 달라고 한 뒤 조율을 하고 돌려준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로버트 존슨은 부두교에 심취해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일화는 이렇다. 늘 그렇듯 극장식당에서 공연하다 쫓겨난 로버트 존슨은 상심한 마음을 다잡으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자정 가까운 시간이 되자 미시시피 작은 깡촌은 완전한 어둠에 뒤덮였고, 슬픈 마음으로 가득 차 있던 로버트 존슨은 교차로 중앙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에서 어떤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섰음을 느꼈다. 이 그림자는 기타를 달라고 한 뒤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그가 원하는 세상의 어떤 노래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기타로 조율해 주는 대신 로버트의 영혼을 언제라도 가져가기를 요구했다. 로버트 존슨은 승낙했고 이 그림자로부터 아름다운 노래 목소리도 함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의 그는 지독한 음치에다 박치로 유명했다.)
이러한 소문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로버트 존슨은 자신이 오래 산다는 것을 생각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계약한 대로 악마에 끌려가기라도 한듯, 27살이었던 1938년에 이유 모를 원인으로 독살된다.
그의 공연 방식은 굉장히 독특했는데 항상 관객에게 등을 보이고 연주를 했다. 연주를 하는 중간에 까닭 없이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개성 있는 뮤지션이 적었던 시절이었던 만큼 그의 돌출 행동에 시골 사람들은 "역시 악마와 거래했다"며 두려워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허나 이러한 말들과는 별개로 로버트 존슨은 블루스의 원형 체계를 정립한 인물이다. 에릭 클랩튼이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이며 롤링 스톤즈의 키스 리처드는 로버트 존슨의 음악을 듣고 "몇 명이서 같이 치고 있는건가?"라고 물어볼 정도로(그런데 왠지 섬뜩하다) 각종 화음을 통해 깊이와 입체감이 있는 연주를 보여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악마에 관한 전설을 그 당시의 인종차별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당시에 흑인들의 블루스나 다른 문화들이 조금씩 백인 젊은층에 스며들면서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이에 탐탁치 않게 여기던 보수 기독교의 백인들은 흑인들이 젊은 사람들의 정서를 해친다며 "로버트 존슨이 악마와 거래했다."고 적극적으로 소문을 낸 것이다. 그렇다보니 지역 사회에서 블루스 혹은 락음악=악마의 음악 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이런 모든 주장들과 소문들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늘 내쫓김을 당했던 절망 가득했던 뮤지션이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세계 초일류 뮤지션으로 거듭나 블루스의 원형을 정립할 정도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누구도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는 못 하고 있다. 로버트 존슨을 둘러싼 소문처럼 그 이면에는 과연 악마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능케 했던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연습과 고통과 발전의 날들이 있었던 것일까..?
+ 참고)
만화 <20세기 소년>에 나오는 그의 일화 中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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