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6단계와 사후세계
문명 구분법이라는 게 있다.
천문학자 카르다세프가 제안했다. 문명 1단계는 한 행성의 에너지를 모두 쓸 수 있다. 문명 2단계는 한 태양계의 에너지를 모두 쓸 수 있다. 문명 3단계는 한 은하계의 에너지를 모두 쓸 수 있다. 여기에 세계적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문명 4, 5, 6단계를 추가했다. 문명 4단계는 한 우주, 문명 5단계는 여러 평행 우주들의 에너지까지 모조리 쓸 수 있다. 문명 6단계로 가면 개개인이 전지전능하다고 한다. 현재 2015년 인류 사회는 문명 0.7 정도다.
만약 가능한 것이라면 문명 6단계 혹은 그 이하 수준에서도 자신들의 조상 내지 비슷한 수준의 의식 가진 생물들에게 사후세계를 보장해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사후세계를 보장해줄 수 있는 문명은 그 자신이 의지만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사후세계만 보장된다면 되는 거 아닐까. 사후세계를 보장해준다면 신이라 불러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이 같은 과학적 신을 훗날 가능케 할 수 있는 능력과, 사후세계를 만들고 잘 운영하고픈 도덕적 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은 것이 아닐까. 사후세계를 만들어주는 문명이라면 악할 가능성은 적다고 난 생각한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문명이라면 애초에 남의 사후세계를 대신 만들어주는 낭비를 할 리가 없다.
사후세계가 설령 우리가 사는 우주의 물리 법칙에서 허용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가 느끼는 세상은 분명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하는데, 따지고 보면 무가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 가장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그러하다면 물리 법칙 너머의 어떤 의지가 사후세계를 가능케 할 거라 상상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최근 무신론을 논파한 논리 가운데서는, 물리 법칙을 논하는 과학을 규정하는 논리는 수학인데 이 수학이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로 인해 완전할 수 없으므로 과학 또한 완전할 수 없다는 게 있다. 그런 이상 사후세계를 가능케하는 물리 법칙 너머의 신을 상상해도 괜찮다. 그 신은 문명 6 이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