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한국경제 | 입력 2014.04.02. 03:31
신데렐라 하면 떠오르는 게 계모, 금발, 유리구두, 밤 12시 그리고 왕자다. 그러나 본래 북유럽의 구전민담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환상동화가 아니었다. 외려 성인 잔혹·에로물에 가까웠다. 신데렐라가 계모를 죽이고, 언니들은 구두에 맞추려고 발을 잘랐을 정도다.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동화는 1697년 샤를 페로가 민담을 동화로 순화한 '상드리옹, 혹은 작은 유리신'에서 유래했다. 디즈니가 이를 토대로 1950년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여 지금의 신데렐라 이미지가 각인된 것이다. 상드리옹이 영어로 신데렐라가 됐고, 19세기 초 독일 그림형제가 채집한 이야기에선 '아센푸텔'로 불렸다. 재투성이 아이란 뜻이다.
놀라운 점은 조금씩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1000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 '센드라외울라', 러시아 '부레누슈카', 이라크 '가난한 소녀와 암소', 베트남 '카종과 할록' 등도 모두 고난 끝에 행복해진 이야기다. 우리나라 '콩쥐팥쥐'는 콩쥐와 신데렐라, 팥쥐와 언니들, 꽃신과 유리구두 등 신데렐라와 거의 1 대 1로 매칭된다.(주경철,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서양이 아니라 중국 당나라 사람 단성식(?~863년)의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등장한다. 먼 옛날 계모의 학대를 받던 오씨의 딸 섭한(葉限)이 물고기신령의 도움으로 마을축제에 갔다가 황금신 한짝을 잃었지만 끝내 왕비가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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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분포지역을 토대로 중국의 설화가 실크로드를 타고 서역으로 전래됐다고 본다. 삼국유사에서 신라 경문왕의 당나귀 귀도 그리스신화에서 아폴로신이 귀를 잡아 늘렸다는 미다스왕 이야기를 빼닮았다.
신데렐라가 1200년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것은 보편적으로 공감할 스토리의 원형(archetype)이기 때문이다. 고난과 신분상승은 늘 흥미롭다. TV드라마의 가장 흔한 설정이 가난한 여주인공과 재벌2세이고, 여자 팔자는 남자에게 달렸다는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아니던가. 또한 재혼가정이 흔한데 계모는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을 심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최근 영국에서 이른바 신데렐라법이 화제다. 자녀에 대한 신체적 학대는 물론 부모가 사랑을 베풀지 않는 심리적 학대도 최장 10년 징역에 처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아동 보호는 당연히 강화해야 하지만, 심리적 학대로 감옥에 갈 부모를 국가가 어떻게 가려낼지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