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었어요. 여름에 저녁부터 비가 내리더니 그 다음날에 눈을 떴을때도 계속 비가 그치지 않고 오고 있었어요. 솨아~솨아~ 하면서 비가와서 기분도 좋고, 마음도 시원해서 기분좋게 학교에 가려고 나갔어요.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와서 우산이 빗물에 흥건히 젖었어요. 왜, 다들 아실거에요. 비가 조금오면 우산에서 빗방울이 또르르륵~ 떨어지는데, 상당히 비가 많이오면 우산이 짙은 '무거움'을 느끼고 있는거 말예요.
저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는데, 버스는 한사람씩 좌석이 준비되어 있어서, 우산을 어디 둬야할 지 고민하지 않는데, 지하철은 여러명이 함께 앉기 때문에 상대방의 옷에 내 우산의 빗물이 묻지 않게 조심해야 하잖아요. 또는 사람이 많이 타는 시간대에는 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한손으로는 손잡이를 붙잡고, 한손으로는 물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잡고 있어야 하잖아요.
서 있을때 옆 사람 옷에 빗물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저는 복잡한 시간대에는 우산을 끈으로 감고는 지하철을 탄답니다.
(왜, 우산풀어지지 말라고 끈 달려 있잖아요.. 그 끈이요. 똑딱 끈)
근데, 그 날따라 너무 비가 많이 와서 우산을 묶어도 사람들 옷에 물이 묻을거 같아요. 그래서 그 똑딱 끈으로 꽉 묶고는 손으로 쥐고 있었어요. 몇 구간 지나서 자리가 생겨서 앉았어요. 근데, 조그마한 소리가 들려요.
'아파.. 풀어줘.. 답답해...'
저는 눈을 감고 쉬려고 했는데, 이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에요. 그러면서 켁켁... 거리는 소리도 들렸어요.
무시하고 그냥 자려다가 너무 애원하는 목소리에 누가 말하는 지 궁금해서 눈을 떴어요. 근데, 거의가 자고 있고, 지하철은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한산했어요. 다시 눈을 감았는데, 또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차가워.. 몸을 말리고 싶어.....'
그 순간, '아차차! 아차차!!!!'
우산이 내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허둥지둥 똑딱 끈을 풀고는 손으로 우산을 조금 털어 줬어요.
그러자 '아~ 시원해... 너무 시원해~' 그러는거 있죠.
저는 기분이 좋아서 우산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러는거에요.
'몸을 말리고 싶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흥건이 젖어있던 우산은 몸이 찝찝했나봐요.
몸이 빗물에 흠뻑 젖었는데, 묶어까지 놨으니 오죽이나 답답했겠어요..
그래서, 지하철 의자밑에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 우산을 놨어요. 조금씩 조금씩 여기저기 다 마르라고 위치도 바꿔주고, 우산도 털어주고 그랬어요.
몇분이 지나자 잠잠해 지더라구요.
(혹시 영화 '어린왕자 '보셨어요? 거기서 보면 장미가 어린왕자에게 요구사항이 많잖아요. 이거저거 다 시키고 물어보고 부탁하고... 앵~앵~ 거리는 코소리로... 군소리 없이 어린왕자가장미를 도와주고 나면 장미는 잠에 들어버리죠. 그러면서 다시 조용해 지죠.. 잠이 든거죠... 마치 그 장미처럼 이것저것 실컷 혼자 얘기하다가 제가 끈도 풀어주고 바람도 쐬 주니까 기분이 좋은지 잠이 들었나봐요. 아무소리도 없더군요.....)
그 후로 웬만큼 사람이 주변에 없거나 혹은 우산이 비에 많이 젖지 않은 날이면, 우산은 가급적 안 묶어요.
옆에 있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우산도 중요하잖아요. 우산의 마음도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