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인문 안에 있는 파성군의 집 앞에는 커다란 괴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어느 날 한밤중에 파성군의 사위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무사들이 나타나서 무예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려고 했더니 무례하다고 하여 무사들이 그를 꽁꽁 묵고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이었다.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었고 그 고통은 실로 참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아팠다. 거의 지쳐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사나이가 무사들 사이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이 사람은 나의 주인인데 어찌 이렇게 못살게 군단 말인가" 하고 크게 꾸짖으며 재빨리 포승을 풀고 부축하여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다.
그가 문에 들어서며 뒤돌아보니 그 대장부는 괴목 밑으로 달려가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그를 괴롭혔던 무사들은 귀신이었고 그를 도와준 사나이는 괴목의 정령이었다. 《청파극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