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이후에는 사실상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았네요. 그냥 5년만 꾸욱 참자라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안철수, 김한길, 당내 궁물파들이 탈당 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거 정말 가관이네. 나 한사람이라도 힘을 좀 보태야되겠다"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정말 모처럼 대외 행사에 참여한 날입니다. 더불어 컨퍼런스. 저는 아직 당원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하기에 용기내어 다녀온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하는 일 외에도 곧잘 관심을 갖고 미군 탱크에 깔려 억울한 죽임을 당한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에 곧잘 다녀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조차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나가게 되더군요. 아마도 저와 같은 사람들도 꽤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 죽음을 잊어서는 안될 효순이, 미선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출마했던 그 때에 30대 중반의 열정으로 열심히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도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제 나이 51살. 점점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기성세대에 편입한지도 꽤 되었고, 그 시절 70% 이상 압도적으로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제 연배의 사람들이 이제 50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여론조사에서 50대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이 압도적이라는 얘기가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나이가 먹으면서 약간 보수화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본성이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아 민정당 - 민자당 - 신한국당 -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의 후예들, 기득권의 대변자들을 지지 하지 않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지지를 확하게 된다는 것이 참 의아했습니다.
물론 일부는 그럴 수 있지만,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을 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이후의 우리의 삶이란 것이 더 나아진 것이 없는데 그저 나이 몇 살 더먹었다고 상식과 변화와 개혁을 지지하던 사람이 기득권을 옹호하고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몰상식 집단인 새누리당을 더 그렇게 지지할 수 있을까요?
제 기억이 맞다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선거 당시에 70% 가까이 노무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30대 중반 ~ 40대 초반 사람들이 지금은 50대초중반이 되었는데 지금 나이가 50대가 되어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물론 일부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일부는 생활이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보다 그렇게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50대초중반의 우리들은 그냥 관심이 없어졌을 뿐이고, 귀찮야졌을 뿐입니다. 예전에 20대의 열정으로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정부를 수립하고자 했던 열망. 그렇게 싸우고 또 싸워서 쟁취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그리고 꿈만 같았던 역사적인 2000년의 6.15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10.4 공동성명.
그것을 해냈던 그 승리의 기억과 보람이 있었기에 효순이 미선이 촛불 집회에도 나갈 수 있었고, 어린 남여학생들이 광우병 소고기를 반대한다는 그 집회에 아저씨들의 힘이라도 조금 더 보태려고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2012년 12월19일의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조차 이겼다고 했는데 개표에서 뒤집힌 것을 보고 억울하고, 분하고, 화도 나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절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저 놈들을 당해낼 수가 없구나"라는 패배주의가 어느 순간부터 은근히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바로 최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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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쉽게 어디 가지 않습니다. 다만 억눌려있었을 뿐이지요. 뭔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우리 후대들에게만큼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남겨주고 싶었던 기성세대인 저를 자극했던 것은 뚜렷한 잘못도 없는 문재인 대표를 터무니없는 모함과 억지를 써가며 반대하다가 결국 탈당을 한 안철수, 김한길, 문병호 등등 이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당원은 아니지만 먼 발치로 소심하게나마 응원을 했던 문재인 대표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나라도 한 힘 보태자. 그래서 한동안 전혀 하지 않았던 뉴스에 댓글을 달고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잘될 수 있도록 소극적이나마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정말 오랜만에 내 일이 아닌 대외적인 일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장례식 이후에 모처럼만에 참여한 것이 바로 어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민주당의 더불어 컨퍼런스였습니다.
일요일 아침, 남들처럼 더 쉬고 싶었던 그 때에 여의도로 향해 달렸습니다. 어제는 마침 오후 2시에 부산에서 지인이 서울에 와서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해서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 컨퍼런스를 "인터넷 생중계로 보고 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조금 귀찮아도 뭔가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선약 때문에 늦게까지는 못있었도 잠깐이라도 현장의 생생한 그 느낌을 가슴에 담아오려고 간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컨텐츠 였습니다. 그냥 사람들 모아놓고 으쌰으쌰 하는 단합대회가 아닌 이번에 새로 영입한 전문가들이 각자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제가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것은 김정우 교수와 양향자 상무님의 강연이었는데 그 둘다 좋았습니다. 특히 김정우 교수님의 조세 민주주의, 재정 민주주의에 대한 강연 정말 좋았습니다.
김정우 교수의 조세민주주의, 재정민주주의에 대한 강연
요약하자면 "정부에서 세금을 거두어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고 그 법에 근거하기에 가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조세에도 불구하고 그 근거가 명확하고 투명하지만, 그렇게 해서 거두어들인 수백조의 세금을 지출하는 것에서는 정말 몇 사람의 응큼한 생각만으로도 수조, 수십조가 낭비될 수도 있다는 그 말씀이 정말 공감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쓰면서도 제대로 된 자주국방하나 하지 못하는 방위산업비리로 인한 세금 낭비, 수십조원을 쓸데없는 강바닥에 퍼부어 소수의 이익집단만이 혜택을 봤던 4대강 비리 등.
그리고 선진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거둘 때도 투명한 것처럼 쓰일 때도 국민의 세금인만큼 정당하게 쓰일 수 있도록 감시제도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조세 민주주의, 재정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 감시위원회와 같이 세금의 지출을 감시 감독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그 말씀" 정말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선약 때문에 현장에서 모든 분들의 강연을 다 듣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 다시 검색해서 봤는데 이번에 더불어 컨퍼런스는 정말 좋았고, 앞으로 지방으로도 순회하면서 컨퍼런스를 한다고 하는데 대박 예감입니다. 어떤 대박 예감이냐하면 이번 더불어 컨퍼런스를 통해 저처럼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다시한 번 힘을 모아줄 그런 잠재적 지지자들의 야성이 다시 깨어날 것 이라는 측면입니다. 그것도 단순히 감정적으로 흥분해서가 아닌 내실있는 컨텐츠를 기반으로 해서 확실한 지식과 이해로 무장해서 지지할 것입니다.
양향사 상무의 강연 때 강연장 외부에서는 양상무에 대한 프로필을 LCD TV로 소개.
이번에 새로 영입한 분들의 면면이 단순히 국회의원 한 번 해먹자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의 입당 회견문을 보면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소신이 있고, 또 그것을 이 사회를 개혁하고 바꾸는 것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다는 계획이 뚜렷합니다. 그것을 컨텐츠화해서 프리젠테이션 해주는 이번 더불어 컨퍼런스는 정말 멋진 기획입니다.
아마도 이 기획은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에서 똑같은 포맷을 차용한다고 하더라도 해내기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컨텐츠를 담보할 수 있는 질적인 수준에서 더불어 민주당에서 새로 영입하신 분들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더불어 컨퍼런스는 틀림없이 40대 ~ 50대의 지지도를 끌어오는데 굉장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 컨퍼런스를 계기로 해서 더불어 민주당은 내실있는 컨텐츠가 있는 정당.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정당으로 점차 이미지 메이킹될 것이 확실합니다.
저는 어제 강연중에 저와 동년배인 표창원 교수의 강연도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표 교수님은 정말 온전하게 자기 자신을 내던진 분이시더군요. "자신을 밟고 디디고 올라서라. 자신을 도구로 써라. 그리고 그 불가능한 벽을 깨뜨릴 수 있도록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겠다."
이런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입니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직 선거 후보자가 되고 싶을 텐데, 표창원 교수님은 그런 것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문재인 대표를 도와 승리를 하고 싶은 그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용기와 컨텐츠가 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역사 :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10.4 공동성명.
컨퍼런스장 입구에 설치된 더불어민주당의 역사를 사진으로 정리한 판넬.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함을 갖춘 표창원 교수, 자신의 성공을 당신들이 본받아라는 꼰대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벼랑에서 떨어져도 살 수 있는 안전망을 쳐주고 싶다는 김병관 의장, 여성들도 이 사회의 절반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성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하는 양향자 상무, 그리고 조세와 재정 민주주의를 통해 투명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김정우 교수, 국제통상, 특히 중국과의 통상법률전문가 오기형 변호사,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재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군사작전지휘권을 찾아와서 자주국방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수혁 6자회담 수석 대표와 하정열 안보통일연구원장, 그리고 박희승 수석판사, 그리고 정치를 새롭고 아름답게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젊은 감각의 김빈 디자이너.
이런 분들이 만들어나가는 컨텐츠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30분짜리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생을 함께 한 강연이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고자 하는 용기가 깃들어있는 강연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짧은 글이 대세인 시대에 글이 좀 길었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불어 컨퍼런스의 지방 순회 강연 정말 기대됩니다. 수도권에서 한 번 더 열릴 계획이 있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서 모두 다 현장에서 보고 싶네요. 아주 좋은 컨퍼런스였습니다. 100점 만점에 적어도 90점 정도는 주고 싶네요.
다시 뵙고 싶은 노무현 대통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