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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
게시물ID : soda_67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35
조회수 : 10721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23/08/08 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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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여유가 있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여 예전 경험담 이후에 겪었던 얘기도 한번 써볼까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고, 지금은 회사에서 프로그램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에 걸맞진 않지만... 글쓰기 편하게 짧게 짧게 쓰겠습니다.

예전같은 대단한 사이다는 없지만..그냥 추억을 기록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조용히 글한번 써보네요.. ㅎㅎ

 

 예전 가족같은 회사를 관두고, 1년정도 중국에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발품 팔며 중국어 회화공부겸 

그동안 일하느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중국을 여행했었음. 부모님은 28살이면 적지않은 나이인데 직장 생활하지않고

뜬금없이 중국에 가고싶다는 의견에 걱정도 하셨지만, 딱 1년만 하고싶은거 해보고 다시 취직해서 생활해 보겠다는 내 약속에

허락해 주셨음. 당시 1년 3개월 정도 일하며 모은돈이 2100만원 정도였는데

1년간 생활하다 보니 딱 1500만원이 남았음. 중국에서 한국옷도 팔아보고 오뎅 장사도 해보고, 중국에서 산 물건 한국에다가 팔아도 보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딱 입에 풀칠할 정도고(중국 물가로..) 예전 가족같은 회사에서 적게받는다고 느껴졌던 170만원 정도의 월급만큼

의 벌이가 오히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살기가 빠듯했음. 결국 부모님과 약속한 1년이 다 되어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구직 활동을 했음.

 

2015년도 다시 장비업계에 발을 들이며, 그래도 1년간 쌓았던 중국어가 구직활동에서는 그래도 꽤 도움이 되었음.

중소기업 바닥이 사실 일이 힘들어서 사람뽑기가 힘든 덕이 상당이 큰...

일단 중국어 회화가 능통한 부분 때문에 면접보는 회사마다 합격을 시켜주었고, 기왕이면 조건이 괜찮은 회사로 가고자 여러군데

지원을 많이 했음. (당연히 이 업계는 나이 젊고, 힘든 해외출장 줄창 나가주는 인원이면 스펙 관계없이 뽑는 느낌이라..)

나도 이전 회사에서 프로그램 적으로는 아무런 스펙도 쌓지 못했기에 해외출장 부분을 주로 어필했었고..

 

면접본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대략 연봉을 2600~2700만원 사이로 대부분 제안을 해왔었음. 그러다가 한 헤드헌터가 소개해준

경기도에 있는 검사기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3300만원을 제시한다는 내용을 듣고, 회사도 상장회사라 이곳으로 취직하기로 결정

했음. (정확한 지명을 말하면 바로 어떤 회사인지 알아버릴 만큼 한때 이쪽업계에선 유명했었기 때문에 자세한 위치는 생략)

 

이 회사 면접볼때 부사장님과, 연구소장님, 프로그램 팀장님 이렇게 세 분이서 면접을 봤는데.. 이력서에도 썼지만.. 프로그램 적인 부분은

많이 약하니, 대신 해외출장 전담으로 하면서 최대한 회사에 도움이 되겠다는 내용을 주로 피력했는데, 프로그램 팀장님은 

느낌상 프로그램도 거의 안해본 몸빵용 아바타 인력을 뽑는게 심히 불편한 기색이었음.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자신감 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이전에 그 지옥같은 회사도 1년 3개월 다녔다 라는 자부심 반, 

설마 이런 회사에서 나 같은 인력을 설마 뽑아주겠어? 하는 포기 반. 심정으로 면접을 보았음.

 

부사장님: 음..oo씨 지금 거주하는 곳을 보니 홍대입구에 살고있는데, 차 없이 지하철로 여기 출퇴근은 어려울듯 한데. 지각하지 않고

잘 다닐 수 있겠어요?

 

나: 제가 시간 약속을 어기는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요구하는건 아니구요. 제가 싫은걸 남에게

겪게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에 남을 기다리게 하는걸 대단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미리 집에서 회사까지 3일정도 사전에 출퇴근 예행 연습을

해봤어요. 편도로 1시간 40분 정도 걸리던데, 조만간 회사 근처로 새로 방 잡기 전까지는 지각없이 다닐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부사장님: 오~ 3일이나 미리 왔다갔다 했다구요? (웃음)

 

연구소장님: oo씨. 어차피 신입이나 마찬가지니까 어려운거 물어보진 않을께요. 예전 회사에서 검사기 셋업하면서 I/O는 어떤거 써봤어요?

 

나: 아진보드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연구소장님: 4k 라인스캔 카메라는 1라인 픽셀 개수가 몇 픽셀이죠?

 

나: 음...오래되서 가물가물한데...4096 픽셀 입니다. 

 

연구소장님:  우리도 업계 특성상 해외출장이 잦은 편인데, oo씨 중국어 점수가 꽤 예전꺼라서 어느정도 수준인지 알수가 없네요.

 

나: 아.. 그러시면 혹시 회사내에 중국인이 있나요?

 

연구소장님: 중국인은 없고 중국어를 잘하시는 영업 부장님은 있지요.

 

나: 음...실례가 안된다면 그 부장님 통해서 검증을 해 보셔도 될것같고...수준으로 따진다면 지금까지 저희가 나눈 대화는 다 중국어로

가능합니다.

 

연구소장님: 오. 자신감. ㅋㅋㅋ 좋네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부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 두분다 친절하셨고 그분들 기준에 그래도 나쁘지 않은 대답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문제는 초반부터 불편해 보이는 프로그램 팀장이 문제였음.

 

프로그램 팀장: oo씨 프로그램 이라는건 기초가 탄탄해야 하는거에요. 님 생각대로 현장에서 이래저래 구르면서 익히는데는 한계가

있지요. 프로그램은 학문이지 현장에서 대충대충 익혀질만한 그런 분야가 아니란 말이죠.

 

나: 네 제가 기초가 부족한건 압니다. 그래도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부를 나왔고, 이전 회사 다니면서 실력이 없어 아무것도 못해본

경험 때문에  대학시절 열심히 안했던걸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뽑아주시면 밤잠 안자고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프로그램 팀장: 공부는 학교에서 해야죠. 여긴 회산데. 적성이 안맞으면 다른 분야를 알아 볼수도 있을거에요.

 

나: 장비 업계에 짧지만 2년 가까이 일해보면서 단순히 프로그램만 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닌 상황을 많이 겪었습니다.

프로그램 코드 외에 하드웨어와 유기적인 연동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뭐든지 코드로 해결하겠다고 쉽게 끝날일을 몇주씩 

잡아먹는 프로그래머들도 많이 봤구요. 현장 사람들은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 싶은데, 고집센 프로그래머들은 모르면서도 

모른다고 말 안하고 세월네월 시간만 깎아먹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일은 안할 수 있습니다.

 

부사장님, 연구소장님: 오. 옳소~ 그런거 많지~

 

프로그램 팀장: ......

 

뭐랄까 프로그램팀장은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상당히 기분나빠하는 태도였음.

 

프로그램 팀장: oo씨. 아무리 기초가 없더라도. 최소한의 기초는 있어야 하는거에요. 혹시 C++과 MFC의 차이를 알고있나요?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쉬운 내용이지만... 당시엔 응? 이양반이 왜 이런걸 물어보지? 무슨 의도지? 하는 생각에 선뜻 대답을

못했음.

 

나: 어...음...죄송합니다만, 어떤 의도로 질문을 하신건지 제가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다만 아는데 까지 대답을 한다면...

학교에서 C언어 배운 뒤에 C++을 배웠구요. 그 후에 C++을 사용하는  MFC 수업을 들었었습니다...

 

프로그램 팀장: 에효;;; oo씨 보세요. C++은 언어이고, MFC는 도구 입니다. 기초가 이렇게나 안되서야....ㅉㅉㅉ

 

이때 아 아무래도 이 회사에는 합격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프로그램 팀장 태도에 삔또가 상하는건 어쩔수 없었음.

 

나: 연구소장님! 혹시 연구소장님도 프로그램 하시나요?

 

연구소장님: 어? 음. 당연히 하지요.

 

나: C++을 할수 있으면 MFC도 할수 있는거 아닙니까?

 

연구소장님: 그렇죠. 할수 있죠.

 

나: 그러면 MFC가 도구이고, C++은 언어이다 뭐 이런 개념이 장비 프로그램과 현장일하는데 하등의 도움이 됩니까?

 

연구소장님: 아니. 그렇진 않지. 우린 일만 잘하면 되지요. ㅎㅎ

 

나: 그렇다고 하십니다 .팀장님. (에라 나도 모르겠다 ㅋㅋ)

 

프로그램 팀장 얼굴이 벌게져서 가관이었음. 나는 속으로 뽑기 싫으면 뽑지를 말지 왜 사람 면전에서 자꾸 무시를하고 ㅈ.ㄹ이야 하면서

이 회사를 포기했음.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일주일 뒤, 합격 통보를 받음.

 

그렇게 또다시 첫 단추를 잘못낀채로 참 말도많고 사연많은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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