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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4
게시물ID : soda_6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38
조회수 : 8088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23/08/11 11: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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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팀에서 제일 바빴다는 사수얘기를 하겠음.

첫 만남부터 바빠보였던게, 현장에 들어가는 무진가방 매고 숨을 헉헉 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온 모습이 기억에 선명함.

음.. 뚱뚱한건 아니지만 통뼈같이 덩치가 컷음. 특히 팔도 다리도 굵고. 얼굴은 일반인이지만 뭔가 오우거의 포스랄까.

그래서 이분을 오우거 과장이라 칭하겠음. 

 

근데 오우거 포스와는 다르게 말투가 되게 똑 부러졌으며, 전형적인 서울사람 마냥 높낮이가 확실하고 상냥하고 애교있는

나긋나긋한 말투였음. 엄할때는 엄청 차가운 느낌이었던거 같음.

처음 사무실 들어왔을때 부터 뭐랄까 사람들이 개선장군 바라보듯이 우르르 몰려와서 같이 커피한잔 하자. 

술약속 잡자 하면서, 딱 봐도 이 회사의 인기쟁이 였음. 그도 그럴게 프로그램하면서 기구 조립이나 비전세팅 인원들과

거리두고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분은 그분들한테도 특유의 상냥한 말투로 나긋나긋 했고, 그런걸 다 떠나서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능력이 좋아서 다들 많이 의지하는 느낌이었음.

 

첫인사 할때도 "얘기는 들었어요. 우리 같이 잘 지내봐요~~" 하면서 싹싹하게 말해주었음.

회사생활 1년넘게 하고나서 들은 히스토리들이 있는데. 

이 회사는 사장님, 연구소장님 두분이 핵심 프로그래머 들이었고 영업은 부사장님, 거의 이 세 사람이서 회사를 키웠다고 볼 수 있었음.

예전 회사에서는 검사 알고리즘이 필요할때는 Mil 이나 Cognex 라이센스키를 구매해서 유료 라이브러리를 가져와서 사용했는데,

이곳은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직접 구현한 검사 알고리즘을 사용했음.

 

우리 오우거 과장은 그런 사장님, 부사장님이 한창 달리시던 시절에 사장님 부사수로 같이 여기저기 많이 굴러온 고인물이었음.

이 회사는 또 특이한게 사장님이 짠 프로그램 스타일과, 연구소장님이 짠 프로그램 스타일이 다르다는 거임.

그러다 보니 사장님 프로그램 잘 다루는 인력들과 연구소장님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인력들이 따로 구분되었음.

(뭐 물론 어차피 프로그램이라는게 스타일 다르다고 못다루는건 아니지만, 어느 회사든 베이스 프로그램에서 여러 장비를 

재탕 삼탕 우려먹으며 장비가 나가기 때문에, 이미 한쪽 스타일이 익숙한 사람은 처음 다루는 사람보다는 코드 분석 속도에 있어

이미 60~70%는 먹고 들어가는 의미임)

 

아무튼 오우거 과장은 사장님 스타일 고인물.. 그리고 사장님은 해외쪽을 많이 납품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우거 과장은 해외출장을

거의 전담하듯이 이리저리 다니게 된거 같음. 그리고 이분 덕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사장님도 볼 수 있었음. 두사람이 얼마나

오래 같이 일했던지, 사장님이 슥 지나가니까 오우거 과장이 사장님 어께동무를 떡! 하면서 

사장님~ 오늘 왠지 회식이 하고싶은데 법카가 없네요!? 보니까 새차 좋은거 뽑으셨더만~ 차산 기념으로 어떻게 카드좀 빌려주시죠?

그러니까 사장님이 허허.. 웃으면서 슬쩍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시는거임.

법카는 안되고, 내 개인카드니까 맛있는거 사먹어. 하면서....ㅎㅎㅎ

 

이벤트가 많이 발생하는 NPC같은 분인데, 내가 대만 프로젝트 지원하게 되었을때도, 국내 셋업때, 같이 공장에 가겠다고 나를 데리고 회사나와서 갑자기 지하철역 앞에 차를 딱 대면서

 

오우거과장:  내려.

 

나: 네?

 

오우거 과장: 내리라고.

 

나: 왜요?

 

오우거 과장: 나 와이프랑 영화보러 갈꺼야. 그러니까 너도 내려서 집에 가라고.

 

나: 아니 지금 업무 시간인데...

 

오우거 과장: 업무 니가하냐? 형이 하잖아. 다 해놨으니까 걱정말고 집가. 여긴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괜히 다시 회사가지마라. 그럼 나 땡땡이 친거 걸리잖아. 공부 할꺼면 집가서해.

 

그렇게 오우거 과장이 있을 무렵엔 이렇게 일과 땡땡이 치는 이벤트가 가끔씩 발생했음. 

항상 보면 와이프 와이프 거리는데 진짜 와이프 바라기였음. 전화통화 하는거 보면 목소리에서 꿀이 뚝뚝떨어지는데

보면서도 와~ 금슬 좋다. 라는 말이 그냥 나옴.

 

잘 챙겨주셨고, 같이 있는동안 참 재미있었음. 하나 아쉬운건 프로그램적으로 무언가 이끌어 주시진 않았음.

좀 심도있는 영역으로 질문을 하면, 날로먹지말고 공부해라. 하면서 선을 딱 그어버리는 스타일이라. 그래도 그런 부분 외엔 

참 좋은 사수였음.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이 때쯤 오우거 과장님 와이프 분이 임신 중이셨고, 조만간 출산예정 이었음.

항상 해외출장만 정신없이 다니다가, 팀장님께 다짐을 한 상태였음. 내 새끼 태어나는건 꼭 옆에서 보겠다고.

그런 상황에 대만에 나가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팀장은 나를 붙여서 오우거 과장대신 대만에서 프로그램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거임. 당연히 오우거 과장 입장에선 내가 못하면 결국 자기도 골치아파 지는거고, 챙기면서 키울만한 가치는 있는

인물인 거임.

필요에 의한것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사람이 괜찮았음. 

 

대만 출장이 코앞까지 닥쳐온 어느날.....

우리팀에 중국으로 출장가야 하는 프로젝트가 신규로 나오게 됨. 당연히 팀장 앞으로 내려온거고, 팀장이 진행하는걸로

얘기가 되었는데. 팀장이 나를 서포트로 쓰겠다고 하는거임.

 

오우거 과장은 많이 황당해 했고. 회식자리에서 팀장님께 조심스레 얘기했음. 

(이분은 또 보기 좋은게, 윗사람한테 과하리 만큼 깍듯했음.)

 

오우거 과장: 팀장님. 업무 관련해서 팀장님께 여쭈어봐도 될까요? 약간 제 입장에선 아쉬운 소리이긴 한데...

 

팀장: 응. 그래. 해봐.

 

B 과장: oo씨. 나가요.

 

나: 네? 저요?

 

B 과장: 당신 낄 자리 아니니까 나가 있으라고요.

 

나: (뭐지 이새끼는....?)...아 네. 제가 들을 얘기가 아닌가보네요.

 

오우거 과장: B과장님. oo이도 우리 팀원인데 왜 그렇게 말합니까? 

 

B 과장: 네?

 

오우거 과장: 아무리 우리보다 어려도, 그렇게 얘기하면 되냐구요. 입장바꿔서 기분 안나쁘겠어요?

 

B 과장: 알았어요...oo씨 미안해요.

 

오우거 과장: oo아. 너도 우리 팀원이니까 나가지 말고 들어.

 

그리고 하는 얘기가 위에서 말한 그 얘기임. 분명 애기 태어나는거 볼수있도록 약속하고, 자기가 여태까지 팀장꺼도 출장 나가주면서

개처럼 일해왔는데, 왜 이제와서 나를 팀장이 데려가려고 하느냐. 그럼 대만에는 누가 나갈거냐. 이건 아니지않냐.

 

메가통 팀장은 엄청 단호하게. 내가 팀장이야. 팀장 결정이라고. 그말 뿐이었음.

그냥 지도 중국 나가기 싫으니까 나를 뺐어가는거라고 말하지 그래...

 

오우거 과장: 제가 팀장님보다 이 회사 더 오래 다녔고,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요, 정든 회사지만 저한테는 가족이 더 중요합니다.

일생에 한번뿐인 첫 딸내미 출산인데, 이때 같이 못있어주면 평생 후회하겠죠. 회사는 다른데 다녀도 됩니다 저는.

 

B 과장: 팀장님...다시한번 재고해 주세요....(히잉히잉...이새끼 말투가 좀 비음 섞여서 앵앵거림)

 

팀장: 아니 안바꿔줘. 못바꿔줘.

 

그리고 오우거 과장은 뒤도 안돌아 보고 담날 바로 사직서 내버림. 회사 나가면서 나를 따로 불러서 말했음.

 

오우거 과장: oo아. 갑작스레 너한테 미안하게 됬다. 그래도 프로그램 그동안 많이 봤으니까 간단한것 정도는 너도 수정할 수 있지?

 

나: 못하더라도 해야죠. 과장님 결정 이해 합니다.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저야 감사할 뿐이죠.

 

오우거 과장: 영상처리 검사 알고리즘쪽은 너한테는 아직 무리겠지만, 내가 어느정도 다 해놨고. 아마 그 부분은 팀장님이나

다른 과장들, 아니면 사장님, 연구소장님이 지원할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너가 할수있는 일만 하면된다.

 

나: 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회사앞까지 배웅해 드리고 사무실에 오니 B 과장이 머리를 움켜쥐고 자기 자리에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음.

보니까, 팀장이 앞으로 오우거 과장이 하던것들 너가 받아서 해야겠다 한거 같음.

이회사 다니면서 보통 프로그래머 한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프로젝트를 1~2개 정도 하는걸 봤음. 당시 B과장은 2개 정도.

A선임도 2개. 오우거 과장은 5개. 팀장 0개. ㅋㅋㅋㅋ 

 

근데 너무 길어서 생략했지만, 이 시점에 이미 A선임은 퇴사해버린 상태라 A선임의 2개가 오우거 과장에게 넘어갔고, 

오우거 과장이 7개가 되었는데, 오우거 과장은 대만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 4개는 거의 안정화를 시킨 마무리 단계였고.

팀장은 오우거 과장의 안정화된 4개는 자기가 낼름 넘겨 받고, 연구소장님한테 새로 지시받은 중국 프로젝트 1개.

시작 단계인 대만 프로젝트는 B 과장에게 옛다~ 하고 준 상태였음.

A선임의 2개는 다른 프로그램팀에 지원요청해서 그쪽으로 넘겨버렸고. 

 

솔직히 내가 봐도 오우거 과장 혼자서 너무 구르긴 했음. 

B과장은 대만 프로젝트를 받은 이후로 나에게 짜증내는 일이 많아졌음.

너가 제대로된 인력이었으면 이런 사단이 났겠냐는 말을 항상 들리게 혼잣말로 하였음. 

 

오우거 과장과 팀장의 대화가 오가던 회식때 전에 나는 링컨 과장때문에 리미트를 해제 해 버린 상태였는데...

이제 팀에 팀장, B과장, 나 셋밖에 안남았고 내가 의지하던 오우거 형도 없어졌음. 아...마음에 안드네...

 

살생부에 B과장과 팀장을 조용히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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