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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0
게시물ID : soda_6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44
조회수 : 850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23/08/17 11: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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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팀 사람들과 공장 건물로 달려가봤더니, 무쌍 주임이 씩씩 거리며 나오고 있었음. 

옆에 있던 아몬드 주임에게 물어보았음.

 

나: 아몬드씨. 아까 뭐 싸움났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래요?

 

아몬드: 그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음. 무쌍주임과 팀장. 그리고 아몬드 주임. 비전팀 이렇게 공장 사무실에서 휴식을 하던 중

예전 나를 면접 보았던 프로그램 팀장이 공장으로 찾아온거임. 이 양반은 프로그램 이론에 무슨 결벽증 처럼 깐깐한

양반 이므로 결벽증 팀장으로 부르겠음. (생긴건 말죽거리 잔혹사의 군복입은 지도선생 닮음)

 

결벽증 팀장: 오~ 메가통 팀장님. 들어보니 셋업 마무리 됬다고 들었어요~

 

메가통 팀장: 어. 왔어요? 뭐 그럭저럭 마무리 됬네요.

 

결벽증 팀장: 이거 중국 나가는 거죠? 어디에요?

 

메가통 팀장: O석으로 갈거 같아요.

 

결벽증 팀장: 아. 그런데 팀장인데 직접 출장 나갈꺼에요? 거기 걔 있잖아. 중국어 잘하는 애.

 

메가통 팀장: 어. 있지요.

 

결벽증 팀장: 걔 중국출장 나갈라고 뽑은 인원 아니에요? 걍 걔 보내면 될껄 뭐하러 팀장이 고생을해~

 

메가통 팀장: 하긴. 중국어 잘하니까 현장 대응도 잘 하겠네.

 

결벽증 팀장: 팀장님은 국내에서 프로그램해서 걔한테 보내주고, 걔가 테스트 하고 이렇게 작업하면 되지. 편하게 가요~

 

메가통 팀장: 오키오키.

 

그걸 옆에서 듣고있던 무쌍주임이 빠직! 한거임.

 

무쌍주임: ㅆㅂ 듣다보니 열받네. 저기요! oo씨가 무슨 팀장들 편하자고 부리는 인형이에요?

 

결벽증 팀장: 아니 뭐 그런건 아닌데..

 

무쌍주임: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만 하면되지. 중국어까지 잘하면 더 대단한거고. 이 회사에서 oo씨한테 중국어 잘하니까 돈 더주거나

하는거 아니잖아요? 상을 줘야지 왜 벌을 주고 ㅈㄹ입니까? 팀장님들 그나이 먹도록 장비회사 있으면서 중국어 할줄 알아요?

 

메가통 팀장: 좀 말이 심하다? 내가 팀장이고. 인원 결정 권한도 나한테 있는거지. 무쌍주임이 나설일이 아니지.

 

무쌍주임: 나한테 팀장이란건 실력 있을때 얘기요. 이번 장비 셋업때 팀장님이 기여한게 있어요? 고장이나 안내면 다행이었지.

그래놓고 oo씨 중국 보내서 본인 프로그램 테스트를 시키시겠다!? 손만 대면 버그 투성이 괴물 만드시는 분이!?

 

메가통 팀장: ........

 

결벽증 팀장: .......(뭐지 이 분위기는....)

 

무쌍주임: 어디서 실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위에서 바둑이나 두고 앉았어 !!!! 엉!? 팀장님 이번에 보니까 장비를 너무 모르시던데!

그 직급에 맞게 일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현장가서 공부하시고 실력 쌓아 오십쇼! 네!? 잘하고 있는사람 편한대로 부릴생각 하지말고!

 

메가통 팀장: 그럼 이렇게 할께. 일주일 oo이가 중국 가서 초기 세팅돕고, 나랑 교대해서 내가 마무리 짓고 올께.

 

무쌍주임: oo씨 가면. 나.도.갑.니.다. 

 

결벽증 팀장은 눈치 살살 보다가 다시 본사로 ㅌㅌㅌ

 

대략 전말은 이러 했다고 함. 

뭐 면접때 실력이 없으니 중국어를 강하게 어필하긴 했지만, 솔직히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좋은 국내 조건에서 내 프로그램

실력을 쌓고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음. 거기다 나랑 동년배의 주임들이 어떤 수준인지도 봐 버린 상태라 마음도 더 급했고. 

그래도 해놓은 말이 있는지라 중국 가라 그래도 딱히 할말은 없는 상황이었는데..

 

예전 가족회사 다니면서도 그랬고,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남들일에 나서서 싸운적은 많았지만, 나를 위해 싸워준 사람은  친한 친구

제외하고 사회에서는 없었음.

모든 사람이 딜러일수는 없는거니까. 뒤에서 조용히 서폿을 해주거나, 마음만은 내편이었던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그래서 너무 감동이었음. 

 

매번 내가 윗사람들과 부딪힐 각오를 할때는 이 후의 후폭풍을 다 감당하겠다는 큰 각오를 하고 부딪히는데, 무쌍 주임이라고 

안그랬겠음? 그것도 선임이나 책임급도 아닌 부장급들과 부딪히는건데.. 무쌍아...너어는....형도 박터지게 공부해서 

너 지켜줄께..각오를 다졌음.

 

나: 무쌍주임 나땜시 싸웠다면서요? 고마워요.

 

무쌍주임: 뭘요~ 그냥 내가 인정하는 분을 하수 취급하는게 아니꼬왔을 뿐.

 

허허참...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일주일 중국출장 가기로 결정이 되었음. (아니...근데...완전히 우리랑 관계없던 프로젝튼데 왜....)

장비를 포장해서 중국에 보내면 대략 2주정도의 시간이 걸렸음. 그동안 국내에서 코드 파악하고 출국 준비만 하면 되었음.

그렇게 출장 준비 기간이라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업무는 없었고, 그러다보니 좀 여유가 있어서 공부도 하고 주변 돌아가는상황을

좀 보았는데. 무쌍주임은 계속 바빴음. 왜냐... 팀장이 기존에 손대서 발생한 똥들. 대신 치워주고 있었음. 

물론 시작은 항상 가벼웠음. 

 

다른 팀에서 메가통 팀장을 찾아와서 

 

?? : 팀장님. 고객사에서 저번에 수정해주신 기능이 원하던 기능이 아니라서 이렇게 이렇게 바꿔달래요.

 

팀장: 아니..! 내가 말했잖아. 그건 구현이 불가능 하다고.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만들어준 거라고.

 

??: 진짜로 구현이 불가능 하다고요? 그런데 다른 업체들 보면 비슷한것들 많이 보이던데요.

 

팀장: 아니. 너네가 프로그래머야? 아니잖아? 

 

뭐 이런 실갱이가 발생하면, 가만히 보고있던 무쌍주임이..

 

무쌍주임: 들어보니까 구현 가능한거 같구만. 왜 안된다고 하는겁니까?

 

팀장: 어? 어...그런가..

 

무쌍주임: 코드한번 봅시다.

 

거의 대부분의 패턴이 이와 유사함. 이걸 보며 나는 속으로 팀장이 이런 무쌍주임 성격을 알고 일부러 저러는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나: 무쌍주임님. 나는 걱정입니다. 계속 팀장꺼를 무쌍주임이 봐주고 있는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안그렇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해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마음이 생기는데, 나중에 라도

이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혹은 내년 연봉 협상때는 좀 반영이 되겠지.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무쌍주임: 저도 회사생활 하면서 그런거 생각합니다.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꺼에요. 뭐 안되면 다 엎어버림 되죠!

 

나: ㅋㅋㅋㅋ 그죠. 엎어 버리면 되죠. 나도 항상 그랬으니까. 근데 이번 만큼은 걱정이 됩니다. 당신하고 더 오래 같이 다니고 싶거든요.

 

무쌍주임: .......

 

나: 우리는 참 성격이 닮았는데, 같은 딜러지만 특수기가 좀 다른거 같아요. 무쌍주임은 키도 크고, 육체적인 하드웨어가 받쳐주니

아마 살아오면서도 눌리거나 참아야만 하는 순간이 저보단 적었을거에요. 반면, 나는 애매한 사이즈라 시비도 더 많이 걸리고 

참아야만 하는 순간도 더 많았을거 같구요. 아마 잡다한 전투 개수는 내가 훨씬 많을 껄요? ㅋㅋㅋ 

 

무쌍주임: .....

 

나: 불의와 싸워서 꺾고, 시비터는놈 모가지 비틀고. 근데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멘탈이 약해져서 작은 자극만 줘도 펑 하고

터지더라구요. 뭐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초사이어인 모드가 되어 있달까? 그러다보면 내가 나를 지키질 못하더라구요.

첫 회사 퇴사 사유도...곰곰히 생각해보면...결과적으론 잘 나온게 맞지만...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부분이 컷다는 생각도 있어요.

내가 무쌍주임 걱정되는건 내가 무쌍주임 지켜줄려고 해도, 본인이 본인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이 올까봐 걱정하는 거에요. 

한번씩 릴렉스 해요. 필요하면 내가 대신 다 썰어줄테니까. ㅋㅋㅋㅋ

 

무쌍주임: 헤헷. 알았어요~

 

무쌍주임은 대답은 잘 했지만, 출장 준비기간 동안 팀장 똥싼걸 치워주는 일을 멈추진 않았음. 팀장에게 잘보이려고? 성과를 보여줄려고?

아니었음. 내가 판단한 무쌍주임은 타 비전팀 직원들이 실력도 안되는 팀장한테 굽실굽실 부탁하는 꼴을 차마 참지 못한거임.

그리고 프로그램에 관련된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도전 정신.

 

문제는 확실히 팀장이 이걸 철저히 이용하고 있었음. 더 큰 문제는 이용만 하면 되는데, 자꾸 본인도 오기가 생기는지 무쌍주임이

처리해놓은 일에 자꾸 살을 붙였음. 손만 대면 고장내는 양반이 남이 잘 짜놓은 코드에 자꾸 똥을 뭍히는거임. 나름 숟가락을

얹어 가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잘되던게 툭툭 터질때 마다 고객사는 노발대발했고, 무엇보다 무쌍주임이 극대노를 했음.

 

그렇게 2주간 준비 기간동안 사무실에서 극대노한 무쌍주임을 자주 보았고..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음.

무쌍주임이 병원에 입원해 버림.. 의사 말로는 귀의 이석이 떨어져서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빙빙 돈다고...

뭐 몇일 후에 바로 다시 회사에 출근했지만, 

 

의사 소견. "절대 비행기 같은거 타지 마세요."

 

무쌍주임은 본인에게 너무 미안해 했음. (괜찮아. 너만 건강하면 됨.) 

결국 비전팀 몇명과 나홀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했음. 무쌍 주임은 너무 미안했던지 새벽부터 전화가 왔음.

 

무쌍주임: "oo씨. 혼자 가시는 거지만, 항상 제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딱 이거 하나만은 약속 드릴께요!

oo씨를 제가 책임지고 꼭 별탈없이 복귀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앞으로 어떤일이 터질지... 당시엔 몰랐지만 ㅎㅎ 지금도 우리가 만나면 이때의 약속을 꼭 얘기할 만큼 추억이 어린 약속이었음.

짧게 말하면... 무쌍이는 그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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