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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신에게는 아직 1개의 프로그램이 남아있습니다...!!
일동: ......
S사 담당자: 그건...혹시 어떤분이 수정하신 건데요..?
나: 국내 셋업때 보셨죠? 무쌍 주임이 한겁니다.
S사 담당자: 그분 잘하셨죠...그치만...주임이잖아요?
나: 국내에서 해당 현상을 캐치할 수 있던것도, 무쌍 주임이 한겁니다. 팀장이나 소장님이 하신게 아니라요..
저는 왠지 그 친구가 뭔가를 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S사 담당자: ....우리 잘 생각해 봅시다...지금도 새벽 2시인데..내일 다시 출근하려면 빨리 가서 쉬어야해요...적어도 테스트하면
2시간은 날아갈텐데...다른 사람들도 힘들거에요..
나: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건 문제를 해결못하는거지, 그까짓 몸이 피곤한 정도야 감수할 수 있죠? 우리 장비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쵸?
비전팀원들: 맞아요. 혹시 모르니 한번 해보시죠.
S사 담당자: 알겠습니다.. 그럼 1000장....가보죠...
그렇게 다시 무쌍주임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고, 테스트가 진행되었음. 물론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다들 조용히
판정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음.
100개....150개...200개....300개....600개....700개.....800개....900개....990개.....1000개....
침묵속...... 사람들은 저마다의 불안한 고민에 빠져있었음...
S사 담당자: 어....음....1000개만 더 태워볼까요?
일동: 네.
다시...1100개....1300개....1500개....이때부터 라인에서는 조용히 카운팅을 읊조리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함..
사람들: 1600개...1700개...1800개..!! 1900개!!!! 2000개!!!!
S사 담당자: 저기. 우리 좀 라인 속도를 높여서 완전 양산 조건으로 다시 가 봅시다!
사람들: 넵!!!
다시 2100개!!! 2500개!!!!2800개!!!!...
사람들: 어...랏? 이거 왠지 진짜 되는거 같은데요!? 아직 양품으로 잡힌게 하나도 안나왔어요!!
S사 담당자: 음.....그러면...중간에 양품 시료도 한번 넣어봅시다! 지금이요!
비전팀 과장이 후다닥 달려가서 양품시료를 투입구에 끼워 넣었음. 그리고 곧 양품으로 해당 시료가 배출이 되었음.
S사 담당자: 진짜 되는거 같아!!!!
사람들: 오오옷!!!!!
S사 담당자: (시계를 보며...) 지금 4시가 거의 다 되어가거든요? 우리 딱 5000개 까지만 해봅시다!!!
사람들: 5000개든 10000개든 하시죠!!!!!
S사 담당자: 갑시다!!!!
그렇게 다시 처음부터 5000개 카운팅이 시작 되었음. 사람들은 기운이 펄펄나서 힘든줄도 몰랐음.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투입구
트레이에 불량품 쌓는 인원들...뒤로 달려가서 불량 트레이에서 불량품 수거해서 다시 투입구로 나르는 인원들..
그와중에 열심히 카운트 복창하고 있는 S사 담당자...!!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장비 업계에 일하면서 손꼽을 만큼 뜨거운 현장 분위기였음.
그리고 결국 프로그램에는 5000개의 불량 카운팅이 찍히고...
사람들은 무진복이 땀에 절어서 멍하니 서로를 응시했음.
비전팀: 허억...허억....죠?...이거....된 거죠? 된거 같은데?
S사 담당자: ........(아무말 없이 있었으나, 얼굴은 함박 미소였음.)
S사 담당자: 주임님.
나: 네.
S사 담당자: 그분....무쌍 주임이라는 분... 주임 인거죠?
나: 네. 저한텐 우리 회사에서 제일 믿을만한 주임입니다!!
S사 담당자: 그분 전화번호 좀 저장해 두게...번호좀 알려주시겠어요? 연구소장도 못하는걸 해내는 주임이라니.. 대박이네요..
이분 꽉 잡고 안놓으렵니다...!
나: 네. 여깄습니다.
S사 담당자: oo회사 많이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밑에서 이런 친구들이 커오고 있었다니..! 아직 그 회사는 10년 이상은 더 성장 가능
하겠어요. ㅎㅎ 여러분 진짜 고생많으셨구요.!! 약속대로 우리 내일은...아니지 이제 오늘이지... 오늘은 다들 쉽시다!!!!
일동: 감사합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S사 담당자: 원래 우리는 업체랑 같이 술마시면 안되는데...오늘 같은날은 한잔 하고 싶은 날이네요. 혹시 생각 있으신분 있으십니까?
일동: 네!! 저도 맥주가 땡깁니다!!! 저두요!! 저두요!!!
나: 그럼 다들 시원하게 한잔들 하십시오!! 저는 술을 못해서, 먼저 가서 쉬겠습니다!!
S사 당당자: 아니...주임님! 술 잘 먹게 생기셔 가지고....술을 못해요?
나: 네...ㅋㅋ 저는 2잔 정도만 먹어도 뻗어버리는 주량이라....ㅎㅎ
S사 당당자: 그래도 주임님 진짜 고생하셨는데...!! 저도 주임님 믿고 그래도 여기까지 탈 없이 왔는데..! 공신이 시잖아요!!
나: ㅎㅎ 진짜 공신은 한국에 있죠. 그럼 먼저들 들어 가십시오~!!
공장 앞에서 택시를 타려는데 저 멀리 석양이 밝아 오고 있었음. 하늘에 박서준 닮은 무쌍 주임이 나에게 엄지를 척!!
하고있는 상상을 하며....
"oo씨. 혼자 가시는 거지만, 항상 제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딱 이거 하나만은 약속 드릴께요!
oo씨를 제가 책임지고 꼭 별탈없이 복귀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래...넌 진짜 멋지게 약속 지켰어.
그렇게 다같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음. 술마시러 갈 사람들은 방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다시 로비에서 서로를 기다렸고,
본인은 조용히 호텔방에서 샤워하고 나와서 생각했음. 같은 주임이지만, 나보다 1살 어리기까지한 친구도 이정도인데..
방에서 조용히 무쌍주임의 메일을 열었음. 프로그램 실행 파일 뿐만이 아니라, 코드도 함께 보내왔었기 때문에 무쌍주임이 어떤 코드를
수정한걸까 궁금해 미칠것 같았음.
그리고 코드 확인결과,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음. 단 두 줄의 코드가 추가되어 있을 뿐..
일전에 설명 했지만, 이 장비는 카메라에서 한 프레임 이미지를 복사해 오고, 그 한 프레임을 검사하고, 다시 카메라에서 한 프레임을
복사, 그리고 검사.. 이런식으로 매우 큰 검사 대상을 스캔과 동시에 검사해 내려오는 방식..
무쌍주임의 코드 내용을 글로 풀어 설명하자면,
카메라에서 한 프레임 이미지를 가져온다
이미지를 가져왔다면 검사한다
그러나 만약 이미지를 다 가져오지 않았을때는 검사하지 않고 대기한다. -> 이 부분이 추가 되어 있었음.
나는 내 코드의 로그를 확인했음.. 1, 2, 3, 4, 5, 6...... 1, 2, 3, 4, 6, 5.......
그랬음. 5는 카메라 이미지 복사 파트에 로그였고, 6은 가져온 이미지를 검사하는 파트의 로그였음...
그랬구나....가져오고, 검사하고, 가져 오고 검사하고 하다가 간혹 검사 먼저하고 가져오는 식으로 플로우가 꼬인거였음.
그랬다면 근본적인 원인은, 쓰레드 동작간에 제대로된 인터락이 없이 타이밍에만 의존하여 코드를 짠 이 회사코드의
위험성. 무쌍주임이 처리한 방식은 조건문을 넣어 반드시 이미지 복사 후에 검사가 되도록 강제하는 조건문을 추가한 것이었음.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쓰레드간의 동작에 적절한 인터락을 걸어 흐름을 제어해야 했지만, 아마 무쌍주임은 당장에 이걸
생각하진 못했던것 같았음...
그리고 나도 답을 알고나서야 보이는 저 로그가....나 자신이 한심했음..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 쉽게 잠을 잘수가 없었음.
지금까지는 수학공부하고, 검사 알고리즘만 잡으면 이회사 잡아먹겠다 생각해왔지만, 그건 아직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닌걸 느꼈음.
대단한 사람을 보면 일단 모방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무쌍주임이 대단한게 뭘까? 생각해보면 단연 제일 대단한건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이었음. 코드 분석이 정말 빠르다고 할까?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코드만 넣어두는 날카로움.
우선적으로 무쌍주임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날카로운 코드 분석력을 먼저 익히기로 다짐하며 잠을 청했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무쌍주임에 대한 고마움, 이제 홀가분히 복귀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꿀잠을 잘 수 있었음.
그렇게 꿀잠 후 일어나보니 시간이 오후 2시 정도 되어있었음. 일어나서 노트북을 열고, 회사 메일과 그룹웨어를 확인해 보니
메가통 팀장은 오늘 저녁 7시쯤 호텔 도착 예정이었음. 그리고 나는 원래 일정대로 내일 오전 귀국.. 휴... 꿈이 아니었구나..! ㅎㅎ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간만에 옷좀 차려입고 향수도 좀 뿌려보고 밖으로 나가보았음. 호텔 근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중국의 흘러가는 일상을 보며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 하나 사서 길가에 걸터앉아 사람들 사는걸 지켜보았음.
그리고 주변 로컬 식당을 둘러보며 먹을만한게 없나 어슬렁 거렸고, 란저우 라면집에서 계조면을 하나 시켜 먹었음.
아 평화롭다.... 그러던 와중 조선족 짜거형한테서 위챗 전화가 걸려왔음.
짜거: 주임님. 혹시 내일 복귀하시나요?
나: 네.
짜거: 음..가시기 전에 드릴 말도 있고..같이 저녁이나 하시지 않겠습니까?
나: .....(왜. ㅋㅋㅋ 이제 슬슬 너가 해오던 일이 불안해지냐? ㅋㅋㅋㅋ)
딱히 나랑 다른 나라에서 다른 세상사는 사람인데...뭐 택시비 조금 먹은거 꼰지를 생각도 관심도 없었지만...
또 이대로 가버리면 이사람은 몇날 며칠을 불안에 떨겠지.. 그리고 사람이 불안한걸 없애고자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애초에 친해져서
잘 풀던가.. 아니면 저놈도 나처럼 더러워요 하고 같이 죽자로 엉기던가, 아에 불안 요소를 제거 하던가. (퇴사 하거나 퇴사 시키거나..)
내가 봐온 사람들은 다 그랬기 때문에, 굳이 이 사람 마음에 불안을 남겨두고 싶진 않았음.
나: 그러시죠. 대신 곰돌이 푸우도 같이 불러서 봅시다.
짜거: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은 어떻게?
나: 7시에 팀장님 호텔 오시면, 만나서 프로그램 진행상황이랑 남은 잔건 인계해 드리려면 1시간 이상은 걸릴거 거든요.
9시에 보시죠?
짜거: 그럼 9시에 짜르에서 뵙겠습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팀장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7시 전에 호텔에 당도했음.
팀장: oo이 별일 없었지?
나: ... 별일 있다가 없어졌죠. 오시면서 불편한건 없었죠? (새퀴야. 니가 할말은 아니지...)
팀장: 뭐... 해외니까 다 불편하지 뭐~ 말 하나도 안통하는데~ oo이는 편했겠어. 중국어 잘하니까~
(이새퀴가....)
나: 지금 여기 식사시간이니까, 식당 가시면 호텔음식 드실 수 있을거에요. 체크인은 제가 해드릴께요.
팀장: 어...난 중국음식 별로 안좋아해서....라면이랑 김이랑 참치, 햇반 들고왔어. 그리고 공항에서 먹고왔고.
바로 방으로 가자.
(그래 꼭 어설프게 드문드문 해외출장 다니는 사람들이 김치랑 햇반, 라면 들고 뎅기더라. 현지화 단계 수준은 아니구만...
이것만 봐도, 이 팀장이 해외 현장 경험이 거의 없다는걸 추측 가능했음. 해외에 있으나 그 나라와 벽쌓고 나는 한국인이야!
하는 마인드랄까? 이래 가지고는 그나라를 제대로 즐길수 없음. 그리고 즐기지 못하면 힘든 기억만 남는법. 이래놓고 남들한테는
해외출장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소설 쓰겠지...)
나: 여기 팀장님이 못먹는 중식 이런게 아니에요. 그냥 뷔페 식이고 우리 나라랑 비슷하던데요. 저녁은 앞으로 여기서 드세요.
그렇게 로비로 가서 팀장 체크인을 하고 팀장 짐들고 팀장의 방으로 갔음.
1명이 쓰는데. 방 3개에 거실 딸린 특실이었음. (이새퀴 미쳤나....;; 일하러 출장와서 이게 뭔 돈 ㅈㄹ....)
나: 어...음...혼자 쓰기엔 방이 좀 많이 크네요...?
팀장: 어? 기왕 와서 고생하는데 잠이라도 편히 자야지~
이회사는 참 팀장한테 관대한 회사였음. 일단 특이하게 팀장급 한테는 회사차를 제공해줬고, 유류비는 회사에 청구하면 되었음.
그리고 팀장마다 법카가 나왔었고. 이런 해외 출장에 있어서 어떤 방을 쓰든 큰 제재가 없었음.
저 맛에 팀장 하는걸까? 팀장 다운게 1도 없었지만 참 세상 타이밍 운빨이라고 어떻게 팀장으로 여기까지 와있네 싶었음.
뒷통수를 한대 쎄려주고 싶었지만 일단 짐을 풀고 인수인계부터 준비했음. 더이상 얼굴보기 싫다 진짜....
본인이 있던 7일동안 대부분의 이슈들이 해결 되었기 때문에, 팀장에게 떨어진건 딱 2가지 였음.
UI에 중국어로 변환 덜된 몇글자 중문으로 바꿔주기, 패턴매칭 후에 패턴이 간혹 매칭률이 떨어져 패턴을 불량으로 잡는 문제 하나.
팀장: 이건 뭐.. 별거 없네.
나: 네 별거없죠. 별거는 다 처리해버렸으니까요.
팀장: 그러게. 이럴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나왔어야 했는데, 이번엔 좀 일이 빨리 진행되버렸네...하하...
나: .... 뭐 이쪽 일이 늘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으니까요....그럼 남은기간 보중하시구요. 저는 내일 일찍 출발해서 아마 출발때 못보고
갈꺼 같습니다.
팀장: 어~ 그래. 고생했어.
그렇게 나와서 시간을 보니 8시 반 정도... 미리 짜르광장에가서 아저씨 아줌마들 태극권 하는거나 구경해야겠다.. 하면서 짜르로
향했음. 한참을 앉아서 사람들 춤추는거 보고있는데 곰돌이 푸우가 왔음.
푸우: 형. 내일 복귀니까 마지막 만찬이네.
나: 뭐..원래 이 설비 담당자는 팀장이니까. 자주 보진 못하겠지. ㅎㅎ
푸우: 아쉽네. 근데 들어보니까. 우리도 여기 사이트만 일하는게 아니고, 중국에 있는 일이면 상해든, 남경이든, 광주든 출장 갈수있다고
하더라고. 형이 중국쪽 일만 맡으면 다시 볼 확률이 높아!
나: 그건 좋은 소식이네 ㅎㅎ
그렇게 이야기 하는중 짜거가 왔음. 그렇게 간단히 한식 고깃집에 가서 고기 구워먹고 짜거가 권해주는 맥주 1잔 매너상 받았음.
짜거: 그...혹시 제가 실수한게 좀 있을텐데...
나: 어떤거요? 아~ 택시?
짜거: ....
나: 근데 형만 그러는게 아니잖아요. 나 예전 회사 있을때도 중국 직원들중에 그런 사람들 있었어서..
그리고 내가 광저우 다닐때도 거기 기차역 가면, 기차표 혼자 막 10개씩 사가지고 사람들한테 2원씩 더 얹어 파는 사람들 많았고.
내가 잘 모르지만, 뭐 그런 문화가 있다던데? 중국사람들한텐? 기회가 있다면 작게작게라도 이득을 취한다는?
짜거: 그...그렇지. 이제보니 주임님은 중국문화를 잘 아네요~
(응... 그런거야 진짜 하루벌어 먹고살기 힘든 최하층민 사람들 2원짜리 옥수수라도 사먹을라고 하는거지. 니 얘긴 아니잖아...)
나: 어차피 그쪽 문화인거니 내가 뭐라할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뭐 큰돈 먹는것도 아니고.
짜거: 그치. 큰돈 먹는거 아닌데.
(그러니 큰돈 먹는것도 아닌데 그런거 하지 말란 말이야 이 아저씨야...)
나: 그래도 한국문화는 달라요. 만약에 잘못 걸리면 잘리는수가 있어요. 여긴 중국이지만, 형이 입사한건 한국 회사잖아요?
당연히 중국회사 보다 임금도 더 받을텐데, 안하는게 좋아요.
짜거: 네. 안해야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임님!
나: 그리고 우리 푸우한테 잘 해주세요. 내가 다른건 상관안해도, 형 한국말 가능하다고 푸우한테 장난같은거 치는거 내가 알게되면
그때는 내가 나설수밖에 없어요. 아셨죠? 예를들어서 한국에서 너한테 이거 하라던데? 하면서 힘든일 짬시키거나 하는거.
짜거: .....뭐 안그러겠지만...그래도 나는 관리도 맡은 입장 인데..그리고 내가 나이도 많고..
나: 형.
짜거: 응?
나: 형은 우리가 한 민족이라고 생각해요? 동포 같은거?
짜거: 음.. 그죠. 동포!
나: 혹시 박혁거세나, 주몽, 김유신 , 계백 이분들 누군지 아세요?
짜거: 음...난 한국 역사는 잘...
나: 그럼 동포 아닌데?? 형 중국인이잖아요. 중국에 나이가 어딨고 관리자 그런게 어딨어요? 똑같이 하는거지.
조선족들은 형동생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푸우는 중국인이잖아요. 왜 중국인이 한국 서열 문화 같은걸 따져요?
지금 내가 무슨말 하는지 아시죠?
짜거: ....네. 알겠습니다.
나: 그렇다고 동포 아니다 뭐 이런거에 상처받지 마시구요. 저한테는 그냥 중국의 100개가 넘는 소수민족 중에 하나일 뿐이고,
중국에서 뭐 한복이 자기들 문화다 뭐 이런거도 신경안쓰구요. 그쪽 입장에선 조선족이 중국사람이니 소수민족 전통도 자기꺼다
하는거겠죠. 소수민족들 마다 자기 민족어가 있는거고, 조선족은 그 민족어가 공교롭게도 우리 한국어일 뿐인거니까요.
내가 알던 조선족 아줌마들은 동포라 그러면 치를 떨던데!! ㅋㅋ 형도 괜히 그런거 신경쓰지 마시라구요. ㅎㅎ
짜거: 되게 쿨하네요...ㅎ 아 그리고...제가 KTV도 하나 잡아놨는데.. 가시죠..?
나: 에? 돈만 날리게 그런데 뭐하러 가요. 안가요.
푸우: 나는 안가. 결혼할 여자친구도 있는데 아가씨들 나오는 그런데 갈순 없어.
짜거: 아가씨랑 안놀면 되지.
푸우: 형은 갈꺼야?
나: 너 안가면 안가지. 그리고 나도 아가씨 안불러.
푸우: 그럼...한번 가볼까?
짜거: 그럼.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갑시다.
그렇게 우리는 KTV로 갔음. 실로 오랫만의 KTV구나. 이곳은 과거 동관같은 화려함은 없었으나 화려하긴 했음.
짜거: 진짜 아가씨 안부를거에요?
나: 저는 과거 동관에서도 KTV에서 가장 기피하는 고객이었죠. 술도 안마셔, 아가씨도 안불러. 노래만 8시간 쳐부르고 나가는
진상 고객. ㅋㅋㅋㅋ
짜거: 그럼 저는 한명 불러 놀겠습니다.
나: 네. 맘대로 하셔요. 저는 푸우 델꼬 놀면 됩니다.
잠시후, 야시시한 복장의 아가씨들이 우르르 들어왔고, 짜거는 한명의 아가씨를 불러다 자기 옆에 앉혔음.
마담: 나머지는 안불러?
짜거: 어. 남자들 끼리 논데.
마담: 뭐야. 뭐 동성애 그런거 아니지? ㅋㅋ
짜거: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남자셋에 아가씨 하나. 아가씨는 뻘쭘했는지 얼른 상차림 후 술을 따르는데...
나: 아. 나랑 푸우는 술도 안마셔. 그러니 님들 둘이 마시고 놀아.
아가씨: (뭐지 얘들은...하는 눈빛으로...) 근데 파트너 오빠. 뭐하는 사람들이야?
짜거: 아. 저기 저 친구는 같이 일하는 동료 푸우고, 저 오빠 보이지. 한국사람이야.
아가씨: 한궈런!? 한궈 오빠~~!!? 신기하다~~
어..더 신기한거 보여줄께.
그렇게 간만에 목좀 풀겸. 선곡을 했음. 푸우야. 내가 옛날에 광저우에서 옷팔때 지하세계 형님들하고 노래방가서 뭘 하고 놀았는지
보여주마...
그리고 선곡한 海阔天空。
"깜틴 오이~~~혼예로이엣 쎗 삐유궈~~...."
중국인 3명: .........
아가씨: 한국사람 맞아? 왜 광동어로 노래를....?
짜거: 나도...광동어는 못하는데....;;
푸우: 형....뭐야....무서워......
이어서 부르는 비욘드 퍼레이드. 어머니의 은혜를 찬양하는 真的爱你 쩐딕오이니,
넬슨 만델라를 기념하며 만든 光辉岁月... 중국인들은 한국인이 부르는 광동어 노래에 더 재미가 있는듯
이거알아? 저거 알아? 하면서 좋아했음. 푸우는 신이 났는지 빠이주를 들이키기 시작했는데, 녹차에 빠이주를 섞으면 참 오묘한
청량함과 맛이 일품이라. 연거푸 마시기 시작했음. 노래는 별로 안좋아 한다더니 한번씩 자기도 부르기 시작했음. 오...술취해도 귀여워.
짜거: 어...좋다. 주임님. 그거 불러보쇼 그거.
나: ?
짜거: 요즘 한국노래 신촌을 못가 있잖아요. 중국에서도 사람들 좋아하던데. 나랑 같이 부릅시다.
나: 헐? 그래요? 뭐 못부를건 없져. (내가 이사람아. 우리 대학교 가요제 2회 우승자야.)
그렇게 신촌에서의 애절한 그리움을 표현하니 푸우와 아가씨는 손을 모으고 감동했음.
나: 니들 중국인 이니까. 악비 장군 알지?
중국인들: 알지. 당연히.
나: 그럼 우리 악비장군도 한번 찬양해볼까?
그리고 선곡된 尽忠报国。중국 애들도 도대체 이게 뭔 노래여!? 하는 반응...ㅋㅋㅋ
악비장군. 남송 시대의 중국 명장으로, 금나라를 막아낸 구국의 영웅.
악비 장군의 어머니는 전장에 나가는 아들의 등에 항상 "忠" 자를 써주었다고 함. 그래서 그런지 뮤직 비디오에도 건장한 남성이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할머니는 그 남자의 등에 글자를 써주는 파트가 나옴.
나는 그게 나올 타이밍에 짜거 형의 웃퉁을 벗기고 손가락에 빠이주를 찍어 그 살찐 등에 충!!! 자를 휘갈겨 썼음.ㅋㅋㅋㅋㅋㅋ
아가씨& 푸우: 와아아아!!!! 멋지다!!!!!!!!!
이거 옛날 광저우 행님들이 하던 퍼포먼스야!!!! 그때 다른 형님들 다 무릎꿇고!!!
이게 KTV에서 퍼포먼스로 쓰이는걸 알면 악비장군 어머님도 땅을치고 후회할것이다! 그렇게 나는 우리껄 자꾸 자기들꺼라고 우기는
중국의 전설을 농락했음. 전 중화가 분노할 일을 저질렀으나...
그런걸 알리없는 세명은 광적으로 좋아했음.
푸우: 형. 형. 그거 알아 그노래. 好兄弟。
나: 야. 그건 코삐뚤어지게 취한뒤에 헤어지기 전에 울면서 진상떨면서 불러야 맛인거야. 지금은 아냐!
푸우: 와! 아는구나. ㅋㅋ 그럼 마지막에 같이 불러!!
나: 야 그거부르자 그거. 황제의딸 주제곡 当.
아가씨: 혹시 전생에 중국인이었어요...?
그렇게 타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소수민족의 애환을 담은 天堂,神奇的九寨.가 나올때쯤엔 그들에게 나는 중국인이었음.
그렇게 다 놀고 나왔을때. 중국인 3명은 내 광팬이 되어있었음. 짜거도 더이상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안들었는지
옆에 팔짱끼고 붙어서 따라다녔음.
푸우: 형. 우리 다음에 만나면 또 KTV가자.
짜거: 갑시다. 또 갑시다! 그때는 다른사람들도 다 불러서. 이건 나만 볼순 없어요!
아가씨: 여기 내 번혼데. 그때는 나도 불러줘 오빠 ㅠㅠ 이걸 동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떼돈 벌었을텐데..!!
나: 어허. 앞으론 이렇게 놀일 없어!
그리고 이후...아몬드 주임이나, 다른 직원들도 중국출장을 나갈일이 있을때 마다 곰돌이 푸우는 그들을 데리고
KTV를 다녔다고 함. 내가 순진한 중국 청년 하나를 제대로 망친거임..
그렇게 중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불태운 뒤 다음날 아침일찍 상해로 다시 출발.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었음.
그리고 하루를 쉬고, 다시 본사 사무실로 출근..!
무쌍 주임이 너무 보고싶어서, 출근하는길 내내 가슴이 설레었음. 원래 공항에서 선물을 사가려 했으나, 무쌍 주임은
담배도, 술도 안하기 때문에, 따로 사갈만한게 없었음. 차라리 맛있는걸 사주는게 나은.... 본인도 줄창 출장만 나다니다 보니
선물 센스가 없어서....
그렇게 출근하자 마자 사무실로 뛰어들어가니, 사무실 입구만 뚫어지게 보고있던 무쌍주임이 달려나왔음.
무쌍주임: oo씨!!!!
나: 무쌍주임!!!!
그렇게 뛰어가 무쌍주임에게 안겼음. 과연 187cm에 떡 벌어진 어께의 남성에게 폭하니 안기는 기분이 나쁘진 않았음.
그렇게 얼싸안고 재회의 회포를 푸는데.... 갑자기 연구소장님이 심각한 얼굴로 조심스레 우리에게 다가 오셨음..
그리고 심각한 표정의 비전팀 팀장도 옆에 조용히 서있었음.
연구소장님: 저...oo아. 복귀하자마자 이런말 해서 정말 미안한데...바로 다시 짐싸서 중국으로....가야할것...같다...
뭐야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