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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5
게시물ID : soda_68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51
조회수 : 7885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23/08/24 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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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계획은 휴재였으나, 여행온 호텔에 PC가 있어서...식구들은 일찍 잠들었고.. 하여 에피소드 하나정도는 더 쓸수있겠다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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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장님: 어쨌든, 그런 이유로 팀장을 자를순 없어. 회사라는건 그런게 아니야..

 

본인도 그런다고 팀장이 잘릴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음. 물론 무쌍주임도 마찬가지였을테고..

허나 연구소장님의 메가통 팀장에 대한 인식에 스크래치내는 정도만 해도 충분했음. 일단 신뢰도가 바닥을 칠테니까...

결국 이번 건은, 본인이 중국출장 나가는 얘기는 쏙 들어갔고, 결벽증 팀장이 한국에서 메가통 팀장을 지원하는 걸로 정리가 되었음.

노발대발하는 고객사는 연구소장님과 비전팀장이 겨우겨우 설득하여 마무리를 지었음.

 

그렇게 원래는 본인 7일, 팀장 7일. 총 2주의 출장계획은 팀장이 삽질을 하여 연장이 되었고 팀장은 2주를 중국에 있게 되었음.

그리고 그동안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던 결벽증 팀장과의 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했음.

 

결벽증 팀장: 아니...! 팀장님. 코드를 손대지 말라니까요;; 뭐하러 굳이 그걸 만져요!?

..............

 

결벽증 팀장: 팀장님. 그쪽은 이 버그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파트 아녜요? 거길 왜 건드려요!?

..................

 

결벽증 팀장: 아니...하아...미치겠네...!!

 

이런식의 전화 통화를 2주간 여러차례 사무실에서 큰소리내며 했었고, 그럴때마다 연구소장님은 얼굴이 굳어 그 옆에서 지켜보고

계셨음. 그렇게 겨우겨우 팀장은 한국 복귀를 했고, 라인에서 쫓겨 난 사건은 이미 회사 전체에 소문이 났고, "마이너스의 손" 이라는

별명을 얻어, 손만대면 고장내니, 절대 프로그램을 맡기지 말라는 비전팀들 간의 암묵적인 약속도 생김.

결국 더이상 회사에서 큰소리 치거나 웃고 다니지 못하는 입장이 되었음. 물론 결벽증 팀장과도 서로 밥도 안먹는 사이가....ㅎㅎ

 

그럼 이쯤에서 이 중국장비 프로젝트는 정리를 하고... 다음 얘기를 해 보겠음.

향후 사이다를 위해서 밑밥이 필요한데, 반드시 언급해야할 인물이 빠졌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 변화가 있던 시기 즉, 주임 전성시대의 서막이 열리던 시기에

우리팀 (본인 포함)주임3명과, 다른 팀의 통풍 주임은 항상 붙어 다녔음. 거기에 새로오신 과장님 한분까지 하여 뉴비 5명은

그렇게 무슨 파벌마냥 뭉쳐서, 결국에는 이 회사의 프로그램팀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은근히 나뉘게 되었음.

기존의 고인물 과장 4명 + 결벽팀장 1명 =  5명. 메가통 팀장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으나 박쥐처럼 여기저기 붙었기 땜에 중립.

 

그럼 우리 뉴비 그룹에 속한 과장은 누구냐.. 이분은 자칭 타락한 박사 출신이었는데, 입사 시기로는 본인이  입사하고 2~3달 정도

후였음.

(즉, 무쌍주임보다 먼저 들어와서 본인과 친하게 지내던 분이었음. 그러나 얼마안가 본인은 중국 대만을 왔다갔다 하며 거의 못본..)

 

  엄청난 꼴초 셨는데, 소프트 팀에 유일하게 흡연자였던 본인과 담배친구 사이였음. 담배피며 여러 얘길 했었는데, 이 분은

유명한 모 대학교 박사 출신이었고, 이 분과 같이 박사를 했던 동기들은 모두 높은 천상계에서 한자리씩 하는 분들이라고 하였음.

그리고 모종의 일로 본인은 이런 중소기업 하계로 추락한 입장이라 본인 스스로 나는 타락한 박사야...라고 하였기 때문에...

 

그치만 나에겐 천사의 축복과 같은 분이셨기 때문에, 마치 디아블로에 나오는 인간계로 내려온 천사 티리엘 같은 분이라 느껴.. 이제부턴

티리엘 과장이라고 부르겠음. (디아블로 모르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티리엘 과장의 입사 내용도 참 재밌음. 당시 신입이던 본인은 항상 공부하겠다고 늦게까지 야근을 했었던 그때, 어느날 결벽증 팀장과

그 밑의 과장 한명이 신규 프로젝트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음. 대략 어떤 프로젝트였냐면 대기업에 납품된 타사 장비들이 있는데

A사와 B사. 그 두 장비 사이에 PC랑 카메라 한대 우겨넣어서 A사 장비에서 빠져나온 제품이 B사 장비로 넘어가기 전에 검사를 하고

B사 제품이 무언가를 하기 전에 미리 양/불 결과를 알아서 불필요한 작업을 하지 않도록 하는 컨셉이었음.

 

이게 생각보다 골때리는게, 무언가를 검사하기 위해 카메라를 선정하고, 무엇보다 선정한 카메라가 최적의 영상을 찍을수 있도록

광학 환경을 구성해 주어야 하는데, 뭐 암실 같은 조건을 만들어주는것도 그런 환경을 맞춰주는거라고 할 수 있음. 외부 빛 같은게

우리 카메라에 영향을 주면 안되지 않겠음?  장비를 만들때 그런것들 감안해서 공간과 구성을 설계하고 장비가 나가는거임.

 

근데 저 프로젝트는 우리 장비는 없고, A사 장비와 B사 장비 사이에 잠깐 제품 물류가 진행되는 컨베어 위에다가 그냥 우리 카메라를

하나 달아서 검사를 하겠다는 거임. 그리고 B사장비에 뭔가를 전달 하려면 B사의 프로토콜 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준비해야하고,

A사 장비에서 나온 결과로는 상위 CIM통신(독자분 도움으로 수정)이라고 최종 고객사 쪽에 상위보고를 하는 일도 해야했음. 정리하자면 여기저기 회사들 입맛에 맞게 맞춰줘야하는...하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완전 개 호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거임.

 

그럼 영업이 이걸 왜 물어왔냐? 잘 몰라서....그치만 만약 성공하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어서...

당시 우리 회사 영업 이익률이 23%정도였음. 장비 회사에서 저 영업 이익이면 얼마나 돈을 많이 남겨먹는지 아는 분들은 아실거임.

근데 카메라에 PC하나, 그리고 순수 소프트웨어만으로 성공만하면 60대~ 80대를 내보낼 수 있는 장비라니... 그래서 미끼를 물 수 밖에

없었을 거임.

 

각설하고, 당연히 프로그램팀 입장에서는 그 누구도 하기 싫은 프로젝트였음. 그것 때문에 결벽팀장과 그 밑의 과장은 골머리를 썩을수

밖에.. 그 과장은 일단 C과장이라고 하겠음.

 

C과장: 팀장님. 이건 그냥 누구하나 나가 죽으라는 거잖아요? 그런걸 저한테 주시다뇨? 전 못합니다.

 

결벽증 팀장: 내가 지원을 해줘도 안될까?

 

C과장: 네. 솔직히 지원해 주신다고 해도, 현장에 오셔서 해주시진 못하실거 아녜요. 힘든건 분명 현장에서 다 터질건데. 그리고

안될 프로젝트를 할 의미도 없구요.

 

결벽증 팀장: 그렇다고 위에다가 안된다고 거절하기도 그래....;;;

 

그렇게 고민하던 중...

 

결벽증 팀장: C과장아 이건 어때? 사람을 하나 뽑는거야. 과장급으로.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맡기는거지. 프로젝트 실패하면...

아마 다시 나가지 않을까?

 

당시 신입 찌끄레기는 안중에도 없던 양반들은 구석에서 조용히 책보는척 듣고있는 본인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더러운 작당모의를

했었음. 그날이 결벽증 팀장에대해 인식을 확실히 했던 날이었음. 늙은 여우에 쓰레기 새퀴네.....

 

그리고 곧 뽑힌게 바로 티리엘 과장이었음. 그것도 박사 출신의... 와 희생 번트한번 칠라고 화려한 방망이를 가져 왔구만 싶었음.

그리고 웃긴게 석사출신 과장들이라 그런가, 박사출신 과장과는 또 섞이지 않았음. ㅋㅋㅋㅋ

그리고 이분은 약간 눈치없이 도도해서...뭐랄까 나는 니들 따위 안중에 없어...하는 아우라가 뿜뿜이라. 미움받기 좋은 스타일...ㅋㅋ

내가 볼땐, 단순한 성격에 솔직함 + 자신감이 섞여서 이런 태도가 나오는걸로 보였는데 남들눈엔 아니었나 봄.

왜냐면 본인 외엔 누구도 티리엘 과장에게 살갑게 다가간 사람이 없었으므로...향후의 주임들 마저도....

(특히 무쌍주임과 티리엘 과장은 절대로 가까워 지지 않았음. 단지 본인이 있기에 한 자리에 있었던 것 뿐..)

 

그렇게 당시 버려진 학사(본인)와 박사는 자연스레 흡연장에서 만났고.

프로그램 팀에 흡연자도 유일하게 둘 뿐이라(당시엔).. 열심히 책 보고있으면 뒤에서 누가 툭 치고...

뒤돌아 보면 티리엘 과장이 손가락 두개를 펴서 입술에 휙휙 털며 "담배피러 갑시다~~~" 신호를 주는 일이 하루의 유일한 낙이었음.

 

그리고 내가 티리엘 과장을 좋아하게 된건 당시 있던 링컨과장 덕분이기도 했음. 가끔 링컨과장이 본인을 집적이러 흡연장에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티리엘 과장이 옆에 있으면 간혹 재밌는 이벤트가 생기기도 했음.

 

링컨과장: oo씨. 그쪽 학사들도 논문같은거 쓰나?

 

나: 졸업작품 만들고, 그걸로 졸업논문 써서 제출하는건 있었죠. 물론 학사들 한테 뭐 대단한 논문을 바라는 사람은 없었겠지만...ㅎㅎ

 

링컨과장: 어. 그래도 알긴하네. 솔직히 요즘 대학들 학사 따위한테 졸업논문이니 뭐니 해가면서 바람이나 불어넣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개나 소나 논문썼다고 이력서에 써붙이더라고. oo씨도 그랬어?

 

나: 뭐 졸업작품에 대해 올렸으니, 졸업논문도 같이 썼다 썼죠 뭐...

 

링컨과장: 아~~! 그랬어? 아이고 이거 내가 oo씨 앞에서 실수했네 ㅎㅎㅎ

 

티리엘 과장: 거 옆에서 들어보니 링컨과장 재밌는 사람이구만? ㅋㅋㅋ

 

링컨과장: ????

 

티리엘 과장: 석사 출신이 논문가지고 거드름을 피운다? ㅋㅋㅋㅋ 재밌어 재밌어 ㅋㅋ

 

링컨과장: ........

 

티리엘 과장: 링컨 과장 혹시 석사 졸업논문 주제가 뭐였나요? 말해봐요 ㅎㅎ

 

링컨과장: oooo에 대한 논문입니다.

 

티리엘 과장: 와 난 또...뭐 러시아 ooo학회에 가서 전투기의 oooo 동작(명칭은 기억이 안나지만, 전투기가 앞으로 날다가 수직으로

딱 서서, 그 상태로 위로 솟아오르는 비행 동작이었음) 에대한 소프트웨어적 예측 보간 계산 방법 같은 그런 논문

쓰다 온 사람인줄 알았잖아~  패기가 엄청나네. (대략 내 기억엔 이런 비스무리한 내용같음)

 

링컨과장: 그럼 티리엘 과장님은 뭐 쓰셨는데요?

 

티리엘 과장: 방금 말한 전투기 그거. 물론 나혼자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ㅎ

 

링컨 과장: ........

 

티리엘 과장: 내가 링컨과장 위해서 말해두는데, 석사 급으로 어디가서 논문 주제로 패기 부리지 마시길 당부합니다. 웃음거리 되니까. ㅎㅎ

 

그때 나는 옆에서....우와....... 하고 있었음. 나한테는 최고의 사이다 였달까? ㅋㅋㅋㅋ

그 후로 링컨과장이 나름 복수를 할 생각이었던지, 사무실에서 갑자기

 

링컨과장: 티리엘 과장님. 혹시 oo-link 아세요?

 

하고 큰소리로 물어봤음. 아.....내가 저거 팀장한테 한번 물어봤다가 B과장이랑 같이 나 개쪽 줬던 그 주제.....;;;

 

티리엘 과장: ? 내가 그거 알아야 되요?

 

링컨과장: oo-link 몰라요? 장비업계 과장 직급이신데 이걸 모르신다구요!? (아주 큰소리로)

 

티리엘 과장: (네이버 검색을 하며..).... 음? 그냥 I/O 보드 인데?

 

링컨과장: 그죠. 그 흔한 보드를 모르신다구요? ㅋㅋㅋㅋ

 

티리엘 과장: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친구 의도를 모르겠네...ㅋㅋ 이봐요. 어차피 보드 돈주고 사면서 그 회사한테 라이브러리 받아다가

그걸로 컨트롤하는 정도 수준을 기억까지 할 만큼 공부를 해야한단 말이에요? ㅋㅋㅋ 아니면 남에 라이브러리 사용해서 그거 좀 제어해

봤다고 지금 나한테 부심 같은거 부리는거에요? ㅋㅋㅋㅋㅋ 그 I/O보드란 주제로? ㅋㅋㅋ

 

링컨과장: .............

 

그때 사무실 분위기 완전 싸.....해져서.... 이상하게 다른 과장들과 팀장들이 "남에 라이브러리 가져다 컨트롤 하는 수준" 이라는 뉘앙스에서 부터 뭔가 분위기가 나빠졌음. 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지켜보는 나는 얼마나 또 사이다였던지....

 

그랬던 티리엘 과장이, 희생 번트용으로 뽑힌 그가  번트로 홈런을 날린 얘기를 해볼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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