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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티리엘 과장 입사 후 2주정도 지났을때, C과장과 결벽증 팀장이 티리엘 과장에게 접근했음.
그리고 새로 나온 프로젝트가 있고, 그걸 진행해 줬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C과장이 옆에서 회사코드 설명과 해당 프로젝트의
컨셉을 알려줄거라고 했음.
티리엘 과장은 회사 바로 근처가 집이었는지 항상 도보로 출퇴근을 했음. 그러다보니 좀 늦게 퇴근하더라도 남들보다 일찍
집에 갔기 때문에, 퇴근을 서두르지도 않았고 자리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보거나 웹서핑 같은걸 하면서 느긋하게 퇴근했음.
그러다보니 항상 남아서 책을 보고있는 본인에게 관심을 보였음. 같은팀이 아니었음에도...
티리엘 과장: oo씨는 항상 늦게까지 공부하네?
나: 당연히 해야죠. 동년배들 다 프로그램 하면서 걸어올때, 저만 기구 셋업하면서 시간 날렸으니까여. 기초가 부족하다고
지적도 많이 받았고..
티리엘 과장: 음. 근데 지금 보는 책은 너무 기초 아냐? ㅋㅋ oo씨가 int, float, double, char 이런거 모르진 않을거고,
변수 표현의 값 범위를 모르지도 않을거고, 함수도 당연히 쓸줄알테고...ㅎㅎ 클래스 개념도 있을거 아냐. 스레드쪽이야
일 하면서 점점 능숙해져 갈테고.
그랬음. 항상 책을 보면서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그리고 이미 아는 내용을 훓어보는 기분이라 집중이 제대로 되지않았음.
그러나 기초, 기초 하던 결벽증 팀장과 B과장 등등의 인물들의 지적 때문에 계속 기초 파트를 파고있었음. 공부할 방향을 잃어있는상태.
티리엘과장: 이 회사 코드 보니까, 이상하더라고. C++인데 C++이 아니야. 뭐 말하자면 C 스타일이랄까? 뭐든지 한큐에 다 때려박아서
끝내려는 경향이 있어. 그리고 아무도 STL(Standard Template Library)을 안쓰더라?
나: 그게 뭐에요? STL?
티리엘과장: oo씨. 자료구조는 알지?
나: 네. 2학년때 배웠어요. 큐나, 리스트 같은거 교수님이 직접 구현하도록 수업하시곤 하셨죠.
티리엘 과장: 그래. STL 익혀두면 그런것들 굳이 직접 구현하지 않아도 쉽게 자료구조들을 사용할 수 있어. 물론 직접 구현하는것도
좋겠지만, 과연 직접 구현한게 STL보다 최적화 되어있다 할 수 있을까? 뭐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껄? 자료구조 자체에
개념이 없다면 모를까, 개념이 있는 사람이면 왜 굳이 좋은길 놔두고 멀리 돌아가려고해?
나: .... 예전부터 나쁜 습관이 있었죠...아집이랄까...뭔가 내가 직접 구현하지 않으면 내것이 아닌거 같달까? 뭐든 라이브러리 가져다
쓰면 반드시 직접 코드로 구현을 해봐야겠다는...
티리엘과장: oo씨 말에는 오류가 있어. 그럼 출퇴근 할때 타는 지하철은? 본인이 직접 만든건가? 자동차는? 음식은? 당장 당신이 개발중인
프로그램 언어는? 과거 똑똑하신 분들이 이런것들을 만들어 둔건 편하게 쓰라고 만든거야.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oo씨 생각을 올바로 정리한다고 하면, 아무 생각없이 가져다 쓰지말고, 가져다 쓰되 그 원리를 잘 공부하고 가져다 쓰자. 라고 하는게 옳지.
나: 맞네요. 과장님 말씀이 맞아요.
이런식으로 티리엘 과장이 한번씩 옆에서 툭툭 건드려주면 방향이 잡혔고, 키워드를 툭툭 던져 말해주면 그게 가지를 쳐서 내가 몰랐던
영역들을 공부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었음. 그래서 본인에겐 천사 티리엘이었음. 좁은 우물안에서 개구리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뭘 더 공부했겠음? 근데 이분은 그 우물을 계속 넓혀주었음.
제법 시간이 흘러 이제는 본인 스스로 우물을 넓힐 수 있겠다 생각되던때, 티리엘 과장에게 물어본적이 있었음.
나: 과장님. 다른 분들은 본인들이 아는거, 절대로 안알려주시고 힌트도 안주시던데... 과장님은 왜이렇게 저한테 알려주시는거에요?
티리엘과장: 응? 내가 뭘 알려줘? 나는 던져본거고, 공부는 그쪽이 다 했지. 이제는 알아서 다 하잖아?
나: 보통은 이런 경우를 겪어본적이 없어서요. 적지않은 선임자들을 만났지만...
티리엘과장: 뭐 사람 심리 아니겠어? ㅋㅋ 잠재적인 밥그릇 싸움이랄까? 아니면 내가 고생 고생해서 익힌걸 남에게
쉽게 줄때의 박탈감? 내가 어렵게 어렵게 고생해서 해결한 일을, 내가 알려준 후임자는 쉽게 가버리면 혹여나 다른사람들이 볼때
쟤가 더 나은거 같은데? 오해할까봐? 아니면 머리 검은 짐승은 키우지 않는거? 다양하겠지. ㅎㅎ
나: 뭐 사람인 이상 이해 못할 일은 아니네요. 근데 과장님은 너무 신경안쓰시는거 아녜요?
그러다가 저한테 따라잡히시면 어쩌시려구요? ㅎㅎ
티리엘과장: 응. 그럴일은 앞으로도 없을거야. 왜냐면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부하고 있거든. 우리 둘이 절대치는 커질지 몰라도
격차가 좁혀지는 일은 없을꺼라고 봐. 만약 좁혀진다면 그건 oo씨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는거니까 그런 사람이라면 평생두고
함께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인거지.
멋진분. 듣기에 따라서는 도도해 보일수도 있는데, 본인에겐 멋짐으로 다가왔음. 이런식으로 머리 검은 짐승인지 적당히 손절
할지 판별해 내는 방법도 있구나... 이 방식은 후에 본인이 팀장이 되었을때 아주 유용한 방법이었음. 그것도 후임자들을 잘
이끌어준다는 평판도 따랐지만, 계속 데리고 갈 친구와 적당히 거리를 둘 친구들을 솎아내기 좋았음. 그리고 재밌는건 생각보다
사람들 마음이 다 같지 않아서, 길을 알려주면 따라오는 사람보다는 순간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금방 다 까먹어버리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음.
더 퍼줘도 결국은 난 놈들만 퍼먹지, 아닌 친구들은 그냥 그자리에 멈춰있다는거...
얘기가 산으로 샜음. 어쨌든 퇴근 후에는 공부도 했지만 자주 티리엘 과장님 옆에 앉아서 그분이 하시는 일을 옆에서 같이 봤음.
어떤 코드를 만드시는가, 어떤 고민을 하시는가, 코드는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는가.. 티리엘 과장은 옆에서 누가 있건 신경쓰지않고
자기 할일을 했음. 이후에 무쌍주임을 따라 코드분석력을 키우는데 목표를 두었지만, 나에게 최종 목표는 티리엘 과장 이었음.
근무시간에는 C과장과 코드를 얘기했고, 퇴근후 에는 본인을 옆에두고 자기 일을 했음. 그렇게 몇일이 지났을까.
사무실에서 큰소리가 났음.
C과장: 아니. 본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티리엘 과장: (태평하게...) 무슨소리죠? 내가 뭘 어쨌다고?
C과장: 본인이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이 코드를 안쓰겠다니?!
티리엘 과장: 내가 이 코드를 안쓰는게 왜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이 내 밑이 되는거에요? 이상한 발상이네...
C과장: 이상한 발상? 이봐요 과장님. 이 코드를 안쓰겠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요? 문제가 발생했을때,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전제가 깔리게 되는거에요.
티리엘 과장: 우리 직급이 과장인데...문제 생기면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이 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심??
(이때도 사무실 과장들은 분위기가 안좋았음. 왜냐면 여기 과장들은 심심하면 사장님 연구소장님 찾아가서 헬프 요청하기 때문에..)
C과장: .....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장비업계 초출이신 분이 간이 크시네요. 이 코드 안쓰시면 저도 더는 못도와드립니다.
티리엘과장: ....뭐 그러시던지..
C과장: 후회하실겁니다.
그리고 퇴근시간, 빈 사무실에 티리엘 과장과 본인만 남았음. 슬쩍 눈치보며 공부하고 있는데 티리엘 과장이 와서 툭 쳤음.
손가락 두개 들고 입술 앞에서 휙휙~
그렇게 흡연구역에 가서..
나: 과장님.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진실을 말씀드려야 할것 같네요.
그리고 본인이 염탐(?)하며 알게된 티리엘 과장의 입사 관련 진실을 얘기해주었음.
티리엘 과장: 어쩐지...과장급 치고는 돈을 많이 준다 싶더라고~ ㅎㅎ
당시 이 회사 과장급들은 연봉 6천이 안되었음. 본인 짐작이지만... 왜냐하면 이후 고인물 과장들중 가장 회사를 오래 다닌 과장이
팀장이 되었을때, 주변 사람들이 오~ 드디어 6천의 벽을 깼구만!? 하고 축하해 줬기 때문.
나중에 인사/재무팀 직원들과 친해지며 알게 되었지만, 이 당시 티리엘 과장은 연봉 6500 이었음. 어차피 몇달하고 버릴 인원이니
일단 다 오케이 하고 입사시킨듯...
티리엘 과장: 그런거라면, 더더욱 이 회사 코드를 쓰면 안되겠지! 일단은 구조 자체가 안맞아. 그리고 애초에 코드 스타일이 수정하기가
어렵게 되있어. C++이 왜 C++이야? 객체지향 아니겠어? 근데 이 회사 코드는 C++이 아니야. 프로그래머가 문제 있을때 마다 한땀 한땀
찾아가며 수정을 해야되. 손이 두개고 발이 두갠데, C++ 대로라면 손 하나만 수정하면 나머지 손도 같이 수정이 되야하잖아? 근데 여긴
왼손, 오른손 코드가 따로야. 이래가지곤 이사람 저사람 요청대로 수정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게임이 되는거지.
이때의 본인은 이전 회사에서도 그랬고, 이 회사에서도 그렇고 보던 코드가 다 비슷했기 때문에 티리엘 과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음.
대학교때 배우며 자주 듣던 객체지향.. 하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고(왜냐면 내가 공부를 안했으니...) 항상 본인의 코드나 다른 비슷한
친구들 과제 코드를 보며, 도대체 어디가 객체 지향인거지!? 생각했었고, 회사 코드를 보면서도 음? 어디에 객체지향이...?
했었음. 그리고 캡슐화, 은닉성 이런 개념들도 실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본적도 없었고 사용한 적도 없었음. 왜냐면 모든 코드들이
public이었기 때문. 전역적이라는 뜻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만든 자동차(변수)를 영희도 탈수있고, 철수도 탈수있고, 브레드도
탈수있고 쵸코도 탈수있다는거임.(요즘 아들내미랑 브레드 이발소를 보느라....)
왠만한 장비라는게 이런걸 무시하고 진행해도 크게 햇갈리거나 실수 할일이 없을만큼 소규모 프로젝트라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 지기에 발생한 장비업계의 폐해라고 볼 수 있음. 괜히 private 변수를 만들면 생각을 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쉽게 코드로
동작이 보이도록 직관적으로 짜버릇하다보니 코드를 보면 동작이 바로 보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아주 긴~~~코드가 만들어
지게 됨. 그리고 그 안에 전역적인 변수들을 여기저기서 가져다 쓰는데 적어도 이정도 규모안에서는 사람의 기억력으로 이놈은 이놈이고
저놈은 저놈이야 기억하기 쉬웠음. 아니면 주석을 달아두거나..
그러나 규모가 커진다면...? 그리고 그 장비가 5년~6년 여러사람 손을 타며 유지보수되던 장비라면? 갑작스러운 퇴사로 히스토리가
날아가버린 프로젝트라면?
사람의 기억력이란 그렇게 좋지않음. 관리되지 않고 커진 프로그램은 결국 프랑캔슈타인이 되어 버리는거임.
이런식으로 초창기에 반짝 떴다가 세월이 가며 점점 관리와 대응이 안되어 업계에서 사라지는 많은 업체들을 보았음.
현재 극판검사로 유명한 N사가 망해 없어질 위기도 이와 같음. 거기 다니는 친구 통해서 코드를 한번 봤는데...
1개의 구조체가 500줄을 넘어갔음. 이걸 사람이 다 기억할 수 있나...? 도대체 관리자는 이걸 보고 뭘 한건가...?
각설하고, 당시엔 알아듣지 못했으나 티리엘 과장도 이런 생태를 몰랐겠지만, 이 프로젝트의 컨셉으로 보았을때,
A사, B사, 고객사 3개 회사한테 물어뜯길 호구 프로그램이란걸 감지했던것 같음. 그래서 애초에 구조적으로 수정이 용이하고
컨트롤하기 좋게 디자인 패턴도 적절히 섞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음. 아마 장비 프로그램에서 디자인패턴을 본건
이때가 최초였던거 같음. 그 이후로도 아직까지 본적은 없지만...어딘가는 있겠지...
이때쯤, 본인이 느끼게 된게 결벽증 팀장이 티리엘 과장을 뽑은 이유를 연구소장님도 알고계셨던거 같음. 그래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한번씩
연구소장실에서 나와 티리엘 과장을 훔쳐보고 있거나, 퇴근시간에 남아계시며 한번씩 티리엘 과장에게 말을 건다거나 하면서
상황을 살피셨음.
그러다 한번씩 티리엘 과장이 본인에게 무언가를 알려줄때 옆에와서 같이 듣고있고는 하셨는데, 아마 소장님도 한번씩 충격을 먹으신듯
했음. 그리고 어느날부터는 빈 사무실에 티리엘 과장 옆에는 본인, 본인 옆에는 연구소장님 이렇게 항상 셋이 앉아서 티리엘 과장의
작업을 지켜보거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음. 티리엘 과장은 대단했던게 연구소장님이 짠 영상처리 알고리즘
도 쉽게쉽게 파악하고, 문제점도 지적했는데 그럴때마다 연구소장님은 배꼽에 손 모으고 공손하게 옆에서 수긍하셨음. 결국 연구소장님도
티리엘 과장의 빠순이가 되어버림.
어느날에는 사무실에서 다른 프로그래머들 다 듣는앞에
"내가 드디어 프로그램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고 배울만한..백아가 종자기를 만났다..!" 하시며 기뻐하셨음.
본인은 속으로 "아니..그런말은 그냥 속으로 하셔야지..!" 하던 찰나.. 역시나 프로그래머들의 표정이 나빴음.
이 회사의 고인물 과장들은 아마도 이 회사가 첫 회사였을거임. 그리고 초창기부터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 밑에서 일을 배우며
지금까지 올라온 사장님, 연구소장님의 자식이나 마찬가지 였음.
사장님이야 워낙 깐깐하고 선이 확실하신 분이라 가까워진건 오우거 과장밖에 없었지만, 소장님은 달랐음. 평화주의자에 사람이 유했음.
정도 많고. 그래서 이 회사의 모든 프로그래머들은 사장님보다는 연구소장님을 믿고 의지했음.
그리고 소장님께 듣는 최고의 찬사는 "역시 oo이 밖에 없어. 믿고 맡길수 있는 사람은 oo이 뿐이야.!" 였음.
그리고 오늘 과장들은 연구소장님이 자신과 동급 이상으로 인정한다는 대 찬사를 직접 목도했음. 결벽증 팀장부터 해서 과장들은
그날부로 나름? 더 차갑게 티리엘 과장을 대했지만, 뭐 티리엘 과장이 그런거 신경이나 쓰는 사람인가....
그렇게 2달정도의 개발 기간이 있었는데, 본인은 항상 1등으로 출근을 하는데, 이 2달동안은 항상 2등이었음. 왜냐면 티리엘 과장은
늘 저녁 12시까지 남아서 개발을 했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조깅하고, 6시 반에 회사와서 샤워하고 7시에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자기 자리에 앉아서 일했기 때문에...
문제는 2달정도 되어갈때부터 티리엘과장 눈이 붉게 충혈되어서 마치 미생의 오상식 과장이랑 똑같아졌음. 입술도 부르트고..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닌가 걱정도 많이 되었음. 한편으로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실된 모습을 아는것도 본인 뿐이지 않을까
싶었음. 말그대로 근면, 성실, 노력파였음.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즐겼음. 키보드도 따로 본인이 구매해서 (청축 키보드) 자판
하나하나 색깔 별로 사들고, 아침에 키보드 자판 색상 맞추면서 오늘은 무슨 색깔로 해볼까~ 고민하는 모습도 자주 보았고,
마치 음악 감상하듯이 키보드 다각다각 소리 들으며 좋아할때도 있었음. ㅋㅋㅋㅋ
그렇게 장비 셋업이 시작되었고, 첫날 비전팀과 티리엘 과장님은 공장에가서 시운전을 했음. 원래 첫 셋업때는 당연히 야근이 따르는
법인데, 왠걸 비전팀이나 티리엘 과장님은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다시 본사로 올라왔음. 그때 임시로 같이 갔던 비전팀 인원중에 본인의 중학교 선배도 있었고, 그래서 물어보았음. (대만~한국 왔다갔다 하던 시기)
나: 행님. 오늘 셋업 첫날 아니에요? 왜 벌써와요?
선배: oo아. 저분 누고?
나: 티리엘 과장님요?
선배: 어차피 우리장비야 없는거나 마찬가지니까. 우리 일이야 금방 끝나지. 문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 그냥 넣고 돌리니까
바로 되더라?
나: 에? 그정도? 근데 바로 될수는 없을텐데? 원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거기 3개 회사가 이래저래 요청하는게
많았을텐데요? 그리고 프로그램도 뻗을수도 있고. 모든게 예상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선배: 물론 그런게 없진 않았지. 근데 이 양반은 프로그램을 안보더라고. 그냥 로그 남은거만 툭 띄워보는데 로그에 왜 죽었는지,
뭐가 안맞았는지 다 적혀 나오더라니까? 프로그램이 그럴수도 있나?
나: 예상을 한다면 가능하긴 하죠...저는 못하지만....
선배: 그렇게 몇개 수정하고, 요청사항도 그냥 잠깐 있으면 다 됬다고 해버리니까. A사,B사,고객사 다 벙 쪄서.ㅋㅋㅋ
근데 지들끼리 합이 안맞는지, A사 요청사항대로 하면 B사랑 충돌나고 B사 요청대로하면 고객사랑 안맞고 해서
자기들끼리 다시 정리할꺼니까 우리보고 그냥 가라더라 ㅋㅋㅋㅋ 이래 편하게 일한적이 첨이다 행님은. ㅋㅋ
나: 우리 티리엘 과장님 대단하죠? ㅋㅋ
선배: 어. 내가 볼땐 사장님, 연구소장님하고도 급이 다른거 같다. 저분을 우리 팀 전담 프로그래머로 추진해볼라꼬 행님이. ㅎㅎ
나: 욕심 많으시네 ㅎㅎㅎ
그랬음. 한명 나가 죽으라고 여겨지던 프로젝트가 첫날에 이미 끝이 보이고 있었음. 개 호구 프로그램이 나머지 회사들을 이끄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린거임. 특히나 고객사 담당자는 티리엘과장한테 반해서, 앞으로는 몸소 오시지 말고 아랫사람 보내시라고...
뭐 기타 잔건들이야 현장에서 파악만 하면 되는데 굳이 오셔서 시간낭비 하지 마시라고....
그뒤로 아랫사람으로 현장에 대신 나가게 된건 C과장 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장을 그리 싫어하더니....
티리엘 과장은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받고, "로그 보내봐요." 이 말만 반복...
어느날은 이성을 잃은 C과장이 사무실에서 연구소장님께 큰소리를 쳤음.
C과장: 아니. 제가 아랫사람이 아닌데 왜 가야 하냐구요!!
연구소장님: 아랫사람이라서 가는게 아니라니까? 어차피 이 프로젝트 C과장이 했어야 했던거 아닌가? 서포트 하기로 했었잖아?
C과장: 아니. 저도 과장인데. 서포트를 할거면 사원이나 주임급을 시키시면 되지. 왜 제가 가야 하냐구요.!!
연구소장님: 지금 우리 회사에 사원 1명 oo이 밖에 없는데, 쟤는 대만꺼 하고 있잖아.
나: (이 새퀴가 나를 걸고 넘어지네...)
연구소장님: 어쨌든, 티리엘 과장이 굳이 현장에 갈 필욘 없잖아. C과장은 가서 확인만 하고와. 프로그램 관련해서 비전팀이 확인하는데는
한계가 있잖아.
그렇게 C과장은 사무실 밖을 나가며 일갈했음.
C과장: 내가...내가..!! 남에 똥이나 치우는 사람이냐고!!!!
뭐지. 뭔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그것도 연구소장님 다 들리게 저러는게 이해가 안갔음. C과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음. 그래서
일요일은 교회가야 해서 해외출장은 절대 안나간다고 난리쳐서 항상 국내 출장만 다니는 분이었음. 내 입장에서 보면 빌런인데,
워낙 독실한 신자라 그런지 항상 차분했고... 아 그냥 착하긴 한데 개념이 없구나. 그냥 나사 2개정도 빠진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저 행동을 보니, 아마도 가슴에 야망이 있는 또라이였구나... 싶었음.
티리엘 과장: 소장님.. 혹시 쟤... 약간 이상한 애 였어요?
그랬음. C과장은 티리엘 과장, 연구소장 면전에서 저 ㅈㄹ을 하고 나간거였음. 나라면 쪽팔려서 안하겠는데....
소장님: 티리엘 과장이 이해해줘.... 약간 그런게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식 인정 또라이 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지켜보던 결벽증 팀장도 아무말 못했음.
그렇게 해당 프로젝트는 60대 까지 순탄하게 마무리 되었고, 너무 마음에든 고객사가 추가 주문으로 80대를 더 요청해서,
티리엘 과장 입사 4달도 안되어 회사에 단독 매출 45~50억이라는 기록을 남겼음. 원 자재는 카메라1개, PC1개 뿐인....
그리고 머지않아 티리엘 과장은 팀장이 되었음. 티리엘 과장 밑으로 팀을 만들고 사람을 더 뽑기로...
이제는 그를 따돌리던 과장들과 진짜 급이 달라진거임. 아마 이런걸 봐서 그런지, 메가통 팀장에게 더 믿음이 가지 않았던건지도...
나도...저분 밑에 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소원하며, 시간은 흐르고 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무쌍주임들이 합류하고...
중국에서 역사를 쓰고....주임 전성시대가 시작되고....
우리 뉴비 그룹은 그렇게 함께 뭉치기 시작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