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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29
게시물ID : soda_68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84
조회수 : 8378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23/09/14 1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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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전 글도 베오베로 갔네요^^ 힘이 납니다!!

조금 귀찮으시겠지만 앞으로도 가능하시면....베스트 게시판에 추천을....굽신굽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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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뭐 최종 보스의 등장인가요? ㅋㅋㅋ


R대리: 그런듯요..;; ㅋㅋ


나: 근데 왜 걱정이 안되지? ㅋㅋㅋ


R대리: 그건...주임님이 더 미O놈 이라서?


나: ㅋㅋㅋㅋ 그건 아니구요. 오히려 안심이 된달까?


R대리: ?


나: 제정신 아닌 또O인데 실력을 갖추긴 쉽지않죠. 거기다가 성격도 장난아니라고 남들한테 평가될 정도면 절대로 좋은 성격은 아니란 거거든요?

그런 성격에 실력있다라고 인정받는 사람이면...ㅎㅎ 저한테는 강력한 아군이 오고있는걸로 판단이 되는데요? ㅋㅋㅋ


R대리: ...일리 있네...


그렇게 다음날. 이제부터 벌어질 최종보스전을 기대하며 벤더룸으로 들어갔음.

근데 새로 추가된 인원이 없네!? 일단 우리 자리로 가서 최종 보스를 기다렸음.

가자마자 한바탕 할 걸 예상한 본인으로서는 약간 조바심이 나는 상태....


아...이건가. 간류섬(巌流島)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기다리며 건곤일척의 대결을 앞두고 조바심 내던 검호 사사키 코지로의 마음..!?

침착하자...조바심 내다가는 적의 술수에 말리는거야... 

그렇게 20분 가량...벤더룸의 침묵속....벌컥! 문이 열리며 어두운 벤더룸에 햇 빛이 쏘아져 들어왔음.

왔다...미야모토 무사시....!!!


일단 인상이 강했음. 구릿빛 피부에 키는 180 초반 대. 근육질. 강인한 눈빛. 인생 독고다이로 수많은 전장을 헤쳐나온 느낌이 풀풀났음.

그리고 오전에 메일 받고 그날 항공권 끊어서 출발한거 보면 보통 다혈질이 아닌모양. 완전 날잡고 왔구만.


사람들: (자리에서 벌떡!) 오셨습니까! OOO차장님!!


똥꼬: 어!! 차장님 오셨어요~~~!


최종보스 무사시: ............


나: ............


(침착하자...승부는 일도(一刀)... 자토이치 영화에서도 한번의 발도(㧞刀)로 방어와 동시에 적의 허를 찌르지 않았던가...)


무사시: (들고온 무진복 주머니와 공구 가방을 벗어 올리며 옆으로 걸침).....


나: ...(상단? 아니...중단 자세!!...마우스를 역수로 잡으며...)


무사시:  안녕하십니까! (꾸벅)


(헉!?...거합 무쌍직전영신류.....인사하며 발도하기!?....내 자세가 더 낮아야 한다..!!)


나: (벌떡!) 안녕하십니까! (90도 배꼽인사!!)


무사시: ...!? 저...아니..그렇게 예의 안차리셔도 됩니다...;;


나: (아싸 방어 성공..)...ㅎㅎㅎ


똥꼬: (본인의 깍듯한 태도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자. 일단 여기 테이블에 다 앉으시죠?


첫인상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그리고 첫 인사도...


..........


똥꼬: 일단 차장님도 아시다시피, 오늘은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


무사시: ........


나: 뭐. 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자리가 될 수 도 있겠죠? ㅋ  (나랑 싸울거야? 굳이 서로 피흘리자고?)


무사시: 그쵸. 뭐든 하기 나름이죠. (일단 너 하는거 좀 보고..?)


(음. 일단 상대도 완전히 싸우려고 온건 아니구만..)


똥꼬: ..........


나: 일단 편하네요. 다 아시고 오셨다니 얘기가 빠르겠어요. 일단, 차장님 자기 소개가 늦었습니다. 

OO사 소프트웨어를 맡고있는 OOO 주임입니다. 반갑습니다.


무사시: 네. 반갑습니다. 조립 & 제어 총괄 OOO차장 입니다.


나: 되게 우락부락 하신분이 오실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고 멋있는 분께서 오셨네요. 왠지 얘기가 잘 될거같은 기분이 듭니다^^.


무사시: ㅎㅎㅎ 저도 뭔가 강한 인상의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되게 착하고 순하게 생기셨네요 ㅎㅎㅎ 이런 분이 왜 그러셨을까~?


똥꼬: 일단, 이 OO주임이 어제 나한테 뭘 했냐면..


나: 왜 그랬는지 궁금하시면,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어제 있었던 일을 녹음해 뒀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무사시: 네. 그게 제일 펙트죠. 녹음 하신거 보니까 단단히 준비하셨나보네요? 무서워라 ㅋㅋㅋ


나: ㅋㅋㅋㅋ 앞뒤 안가리고 들이 받는 성격은 아니 거든요? 


R대리: ......진짜?...


그렇게 어제의 벤더룸 대화가 흘러나오고.........

무사시는 처음엔 여유있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내용을 듣고있다가 이제는 슬슬 심각하게 인상쓰고 팔짱을 끼고 있었음.

그렇게 2차전 내용까지 심각하게 듣고는 말했음.


음.....어째 제가 알던 내용하고는 좀..하하...(푸들푸들...)

하하...이거 원....쪽 팔려서.......하하 ㅎㅎㅎ....ㅅㅂ...ㅎㅎㅎㅎ

피싯...피싯.....아 진짜...ㅋㅋ


나: .....(뭐야...아저씨 무서워 질라그래...)


무사시: (본인을 보며...) 야.


나: ??!?


무사시: 야. 일로와.


본인 뒤에 서있던 조립팀 선임자가 빛과 같이 튀어갔음. 휴...ㅋㅋㅋㅋㅋㅋ


무사시: 야. 너네 뭐 정치하냐?


조립팀: 네? ....


무사시: 저 상황에 니가 거기 왜 껴드냐고? 뭐 제 식구 감싸기냐?


조립팀: .......;;


무사시: 야. 엔지니어면 엔지니어 답게 니 분야만 열심히 해라. 벌써부터 줄다리기 하지말고. 아니면 일하기 싫어서 그러냐?


조립팀: 아...죄송합니다..


무사시: 팀장님.


똥꼬: 네?


무사시: 저 친구 하는 말이 하나도 틀린데가 없네요?


똥꼬: ;;;;;


무사시: 이거는....아무리 꼬투리를 잡을라고 해도 잡을 명분이 없어요. 백번 싸우면 백번 다 진다고...! 이래놓고 나를 불렀어요?


나: (여윽시!)....


똥꼬: 아니. 자초지종을 떠나서!! 내가 나이가 몇인데 새파란 사람이 나보고 당신 당신!!!


무사시: 이런 씨O!!


똥꼬: ....;;;


무사시: 지금 자초지종 때문에 이런일이 벌어졌는데 뭔 자초지종을 떠나요!?!? 뭐하잔 겁니까!!!

사람이...!! 좀!! 상식적으로!!!! 대화를....!!! 좀!!! 해야지!!!!!!! 여기 무슨 유치원생들 입니까!!!!


(그래..싸움 잘하는 사람은 자초지종부터 따지는 법이지!!! 그걸 다 따져야 제대로 강력한 한방을 맥일 수 있으니까.)


사람들: ......;;


무사시: 니들 다!!!!! 무슨 편갈라먹기 하고있냐!!!!! 이래가지고!! 이렇게 기술력 있는 협력사가 앞으로 우리랑 일 하고 싶겠냐고오오!!!!!!!

검사 니들이 할꺼야!!!?


R대리: 오오오.....!!


나: 오올.....!


무사시: 긴말 할 필요 없어! OO주임님. 여기 인원들을 대표해서 사과 드립니다.


나: 네. 그 사과 받겠습니다.


무사시: 그리고. 말씀하신 피해복구도 만족할 만큼 하도록 하겠습니다. OO팀장님. 노트북 가져오세요.


똥꼬: 아니...나는...내일 한국 복귀인데...


무사시: 사과 메일 쓰시라고.


똥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강력한 아군이 오는거였어.


그렇게 본인과 무사시님의 감독 아래. 그리고 벤더룸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똥꼬 팀장은 눈물의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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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OOO사 여러분. OOOO사 총괄 팀장 OO입니다. 일전의 두 차례 무례한 메일을 보냈읍니다.(ㅠㅠ) 


이전 2건의 메일 내용들은 본래 사실이 아닙니다. 첫날부터 본사가 얼라인을 못맞추어 일정이 상당히 지연되었읍니다. (OTL)


그리고 감사하게도..OO주임이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어. 무사히 얼라인 품질이 나올 수 있었읍니다.(ㅠ-ㅠ)


불행히도, 이전의 얼라인 테스트를 하며 고객사에 불안감을 심어주게 되었고 그 결과 고객사가 테스트 시료를 더 제공해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여 다시 어려움에 처했었읍니다. 그 때도, OO주임이 중국 담당자를 설득하여 테스트 시료를 받아내어 주었고, 일정 지연없이


물류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읍니다...(ㅠ.ㅠ)


그렇게 물류 테스트를 진행하던 도중, 본사 장비에 문제가 있어 다시 물류가 맞지 않았고..그렇게 3일간 다시 일정이 지연 되었습니다. (ㅠㅠㅠㅠ)


이때도 귀 사의 R 대리님이 나서 주셔서 다행히 문제 파트를 수정할 수 있었고 어제 부로 물류 테스트를 완료 할 수 있었읍니다.


갑작스레 이러한 메일을 드린것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협력사에게 범한 무례를 사죄하기 위해서 입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읍니다......


현장에서 애써주신 귀사의 직원분들께 감사와 사죄의 말씀도 다시 한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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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무사시

각본: 나

배우: 똥꼬

엑스트라: R대리


경쟁사 도움으로 물류 문제를 해결한 부분은 무사시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언급하지 않기로 했음. 회사 차원의 명예라나... 그리고 본인이 원하던 내용은 

"치기어린 마음으로 협력사에게 좀 쎄보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였는데, 

이 글을 쓰면서 진짜 똥꼬 팀장이 울것 같아서 마음이 약해졌음. 마침 R대리도


R대리: 주임님...입장 바꿔서 굳이 저걸 언급할 필요는...


나: 아 왜요. 개인 취향인거지!!!


무사시: ;;;;;


나: 감독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사시: 개인 취향이시면....하아...하시죠....


나: ㅋㅋㅋㅋㅋ 마음에 드네요 ㅎㅎ 저도 그럼 더 장난 안치겠습니다. 똥꼬 팀장님. 지금 양보하는건 순전히 무사시 차장님 덕분이니까.

앞으로 차장님께 잘 하세요.


똥꼬: 하아...진짜....보냅니까..?


나: 네.


똥꼬: 주임님. 제가 다시 정식으로 사과 드립니다. 근데.. 꼭 이렇게 하셔야 합니까?


나: 그런 마음은 일전에 메일 두개 쓰실 때 하셨어야죠? 꼭 그렇게 하셨어야 했어요?


똥꼬: .......


무사시: ....보내세요.....


똥꼬: (아무말 없이 모니터만 응시 중.....).....


R대리: 주임님....


무사시: ..........


미묘한 침묵속....이때 똥꼬 팀장과 무사시 차장의 미묘한 감정을 느꼈음...

전쟁중에는 전방의 적만 바라볼게 아니라 내부 혹은 내 뒤의 아군, 옆의 동맹군도 방심하지 말고 살펴야함.


기만술....


예전 에피소드를 쓰면서 몇몇 독자 분들이 말했음. 


"왜 회장님은 님이 그렇게 일 열심히 하는데 월급을 올려주지 않으셨을까요?"


그런 댓글을 볼때마다 한번씩 가슴속에 꿈틀. 꿈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음. 태연한 척 답글을 달았지만 사실 악플들 보다 

독자들의 그 팩트가 본인에게는 더 쓰게 다가왔음. 원래 좋은약이 쓴법이니까...


회사를 다닐 당시, 그리고 에피소드를 쓰는 순간에도 뭐랄까 본인은 젊은 패기로 아냐! 아직은 돈보단 내 실력과 기술을 쌓는데 전념해야해!

내가 마음껏 패기를 부리도록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회장님의 태도만으로 충분해! 라고 생각을 했었음.


그러나 에피소드를 완결내고..다시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와 공부하고 일하며 곰곰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음.

내가 거절을 했다 하더라도...그래도...올려 줄 수 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남은것은 무엇인가...물론 회사 덕분에 중국에서 일했고, 덕분에 중국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

그러나 중국어를 가르쳐 준건 아님.. 프로그램 역시 가르쳐 준것도 아니고..


회사 덕분에 그 1년 3개월 남짓한 시간 굶지 않고 먹고 자고 생활했음. 고마운 일이지만, 회사도 내 덕분에 내 연봉의 몇배 만큼의 이득을본건

사실임.(검사기에 한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본인 손에 남은건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중국에서 사업을 한번 해볼만한 큰 돈이 남은것도 아니었음.

혼자 열심히 익힌 중국어와 부모님이 주신 몸뚱아리 하나 뿐.


그리고 회장님의 연락은 1년도 안되서 끊어졌음.. 멀리가지 마라고 하시더니...


회장님의 의도야 당사자 말고는 알 수가 없으니 단정할순 없지만...본인은 기만을 당했다고 생각을 했음.

멍청하게 패기있게 큰소리 치며 싸워왔지만, 그저 뒤에서 그래 니가 옳아. 니가 하는게 맞아! 인정한다! 소리만 쳤지

실제 본인에겐 달라질게 하나 없는..그렇게 돈 많으신 분이... 자기 조카들은 신입에 과장연봉 받고 다녔는데...


그뒤로 하나더 익히게 된게, 옆에서 지지를 해주던, 응원을하던 간에 거기에 감정적인 편승하지않고 

더 확실히 내 실리에 집중하는 감이 생겼음.


무사시 차장.. 지금 나를 지지하고 내 화가 가라앉을때까지 계속 같은편인척 하지만...글쎄...

지금 막상 메일을 보내는 순간이 오니 방금까지 보여줬던 추진력은 보이지 않고 본인 눈치만 슬슬 보고있었음.

그래. 이쯤하면 본인도 "아휴..여기까지 하죠 그럼.." 해주길 유도하고 있는거 아닌가.

고작 마우스 왼쪽 클릭 하나인데 말이지...


기만술에는 기습이 최선.

본인은 재빠르게 똥꼬 팀장의 마우스를 인터셉트하여 보내기 버튼을 클릭!! 해버렸음.ㅋㅋㅋ


딸깍!!!! ...... 메일이 성공적으로 전송 되었습니다.


똥꼬: 아니..!!!!


무사시: !!!!!!!!!!


나: 혹시나 다들 마음 약해지실까봐요! 도움 드렸습니다. 이제 제대로된 사과 하셨으니 우리 관계는 다시 0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하하!!


(무사시님. 혹시나 이정도 액션 정도에서 기분이 풀어져 원래 목적을 망각할거라 생각하셨다면 오산 이십니다!! 절대 방심하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최종보스전은 끝이 났고, 똥꼬 팀장은 쓸쓸히 짐을 챙겨 한국으로 복귀했음. 

그리고 몇달 안가 똥꼬 팀장이 퇴사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음.

그리고 이 황당한 메일을 받은 본사의 어르신들은 


!? 뭐지? 또O인가...? 


하며 가볍게 넘어가셨음. 후에 이 메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

똥꼬 팀장은 생각보다 "기준"의 역치가 낮았던 모양. 그리고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을 많이 신경쓰며 살아왔나봄..

나같으면 회사 잘만 다녔겠구만.....ㅎㅎ


4kill......(학살 중입니다...)




그렇게 총괄 관리자가 바뀌자 거짓말처럼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음. 시원시원했고 말도 잘 통했음. 그러다보니 고객사 사정은 안중에 없이

우리 장비에 몰두 할 수 있었음. 그래. 일단 PLC로 모터 부터 다시 잡자!!


나: 부장님!


PLC부장: 네.


나: 저기 모터에 살짝 살짝 소리나는거 정상이 아닌거 같거든요? 튜닝좀 다시 해주실래요?


PLC부장: 네. 튜닝이야 간단하니까요~


거기까진 좋아. 근데...부장님...부장님? 왜 서보 드라이버에 머리를 박으시는....?


나: 부장님. 거기서 하지 마시고, 오토 튜닝하셔야죠.


PLC부장: 저는 오토 튜닝은 모르는데요? 이게 편해요.


나: .........


PLC부장: ..............


나: ....진심....?


PLC부장: ...(꿀꺽)


관상의 과학이랬던가....전 회사 PLC대리랑 너무 닮았다 했음. 저 우수에 잠긴 눈빛. 일견 강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깊이있게 들여다보면 보이는

여리여리한 감성...음... 이 비슷한 눈빛이 있다면 가수 Tei의 눈빛 이랄까?

지금 그 눈빛속의 여리여리한 감성이 흔들리고 있는게 보였음.


R대리:......경력자가 모를수도 있나요...?


나: ....일단 무사시 감독님께 좀 가봐야겠어요.


그렇게 무사시님에게 가서 말했음.


나: 감독님.ㅋ


무사시: 아니 왜자꾸 감독이라 불러요;; 이제 끝났잖아... 제발좀....독해 진짜...


나: 죄송합니다. ㅎㅎ 차장님!


무사시: 네!ㅋ


나: PLC 인원좀 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무사시: ?? 왜요??


나: 모터에서 자꾸 뭐가 갈리는 소리가 나서, 튜닝좀 하려구요.


무사시: 거기 PLC 있잖아요?


나: 뭔가 좀 이상해서요. 오토튜닝을 못하시는거 같아요.


무사시: 거기 OO아. 이리와봐라.


고객사 PLC: 네. 차장님.


무사시: 저기 OO사 장비가서 모터좀 잡아주고 와라.


PLC: 아니..차장님. 우리는 저 장비 제어쪽 봐줄 필요 없어요. 비용도 따로 가져 갔구요..!


무사시: ...쓰읍!


PLC: 알겠습니다....


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객사 PLC직원을 데려오니 PLC부장이 당황했음.


PLC부장: 아니...굳이 고객사 까지 데려올 필욘 없잖아요. 단순 튜닝일 뿐인데..


고객사PLC: 그러니까요...; 참....


나: 부장님 오토튜닝 모르신다면서요? 이분 하는거 보시면 부장님께도 도움되실꺼에요. 자!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고객사 PLC직원이 렌선을 받아서 이래저래 작업을 시작했음.


고객사PLC: ????


나: ......?


고객사PLC: 이상하다...!? ....!?!?!


나: 왜요?


고객사PLC: 프로그램에 모터가 안붙어요. 뭐지?


R대리: 어..혹시 모르니까 다른 케이블 들구 와볼께요.


그렇게 새로 가져온 케이블을 연결했는데...


고객사PLC: ......안붙네요....이상하네....이거 짭퉁인가?


R대리: ........잠시만요. 모터 뜯어서 일련번호 조회좀 해봐야겠어요.


PLC부장: ;;;;;;;;


그렇게 R대리는 모터하나를 뜯어서 일련번호를 종이에 적었음. 본인은 모터 구매 같은건 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이걸 가지고 정품, 가품을 확인해 볼 수 있었나봄.

그렇게 고객사 PLC직원의 말을 들은 무사시님도 내용을 듣고 다같이 벤더룸으로 향했음. R대리는 본사 K팀에도 연락을 돌렸고. 얼마안가 연락이 왔음.

일련번호가 조회가 안된다고......이 모터는 중국산 짭퉁 같다고......

그랬음. 이 시기에 PLC 인력이 귀해지기도 했지만, 모터도 구하기가 힘들어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시기였음. 

작금의 상황은 R대리나 본인이 어떻게 고객사와 얘기할 건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급히 K팀장에게 전화를 연결해 무사시 차장과 대화를 주선했음.


무사시: 이거 모터구매 어디서 진행했습니까? OO사(우리회사)에서 한겁니까. OO테크에서 한겁니까?


K팀장: 저희 영업부장이랑 OO테크에서 했습니다.


무사시: 이 장비에 모터 몇개 들어갔습니까?


R대리: 4개요.


무사시: K팀장님. 지금 상황이 심각한건 아시죠? 어떻게 할까요? 첫 거래인데 시작 부터 장난칩니까?


K팀장: $#!%$#%%!%@.....


무사시: 나도 이런일로 일 키우기는 싫은 사람입니다. 다행이 이거 발견한게 OO사 직원들이니까 이정도만 합니다.

돈이 얼마가 들던, 지금 최종 고객사 모르게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번주 안으로 다 원상복귀 시키세요. (뒈지기 싫으면..)


K팀장: $#$!#$!%#%!@.....


PLC부장:..........


무사시: 그쪽. 뭐 아시는거 있습니까?


PLC부장: 네? 아..아뇨..저도 몰랐습니다;;


무사시: 경력이 얼마나 됩니까?


PLC부장: 17년정도 됬습니다.


무사시: 그 경력에...오토 튜닝을 모른다....? 공교롭게도 지금 이런 상황에??


PLC부장: 제가...2년 정도 한국에서 PLC배우고...그 뒤로는 중국에서 계속 일하고 살았기 때문에...진짭니다. 저는 아니에요..


(중국산 PLC 인가...)


무사시: 뭐. 나중에 가보면 알겠지요. 킁.


R대리: 팀장님..그...죄송합니다. 이 부분은 최대한 빠르게 내부적으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사시: .....네. 그럼 그렇게 하시고, 엔지니어들 잘못은 아니니까 제 눈치 보지 마시고. 하시던 업무에만 집중 해주세요.


R대리: 네. 감사합니다.


나: 허...참....이거 내가 잘한일이야....못 한 일이야....;;


무사시: 참 신기하네요. 살면서 그런얘기 못들어봤어요? 주임님 엮이면 뭐가 계속 터진다는 소리?


나: 이벤트 많다고는 얘기듣긴 했죠..;;


무사시: 신기하게도.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나봐요. 일하면서 사람들이랑 이래저래 부딪히고. 이런식으로 비리에...사건 터지고..

그러면서도 다 깨부수면서 일해나가는...이런게 그걸 까요? 반골기질?ㅋㅋ


나: 그냥 역적의 상이죠. ㅋㅋㅋㅋㅋ 일단 저는 오늘 누군가에게 역적이 된거니까....ㅋㅋㅋ


무사시: 혹시...짤리거든...나한테 와요..ㅎ 


나: 엇. 공개적인 스카웃!? 영광입니다.


무사시: ㅎㅎㅎㅎㅎ. 아무튼 그건 그때가서 보는걸로 하고..일단 일 잘 마무리 합시다! 두 분다 당황하셨을 텐데 현장 책임자로서는 고맙고. 

계속 이렇게 신경써서 열심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R대리 & 나: 감사합니다!


그날 저녁....R대리는 분노의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음. 국내 셋업 때 부터 있었던 하루 일당 60만원짜리 연기자 부터하여 

중국에서의 말도 안되게 책정된 인건비 90만원 + 영업부장이 본인에게 적대적인 욕설을 뱉어낸 내용 + 짭퉁 중국 모터 + PLC부장의 수상한 태도 + 어떻게든 PLC를 출근시키고자 노력했던 영업부장의 메일 인터셉트 사건까지 하여,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다음날 본사 영업부는 다시한번 뒤집어 졌고.. 얼핏 듣기론...짭퉁 모터는 40~60만원짜리 였으나 실제 구매비용으로 책정된 모터값은 360만원 선 이었음.

영업부장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악을 했으나.. 애초에 모터의 구매 건에 대해서 OO테크에 구매를 일임시킨 책임을 회피할 순 없었음.

그리고 각종 수상스러운 정황. 결과적으로는 OO테크나 영업부장에게 고소 고발이나 조사가 이루어지진 않았으나, 자진 퇴사로 이 일은 마무리가 되었음.

물론 업계에 소문이 나서...딴데 가기 좀 힘들었을 거임...




5kill........(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다음편으로 이번 상해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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