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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32
게시물ID : soda_68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51
조회수 : 8436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23/09/21 09: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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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글도 베오베에 갔습니다^^ 독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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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후 우리팀 대리들끼리 커피를 마시러 왔음.


앙드레대리: ...이번 프로젝트요. 혹시 기존 장비 아시는분 계세요?


무쌍대리: 이전에 했던 대형이랑 같은 방식이니까 저나 OO씨는 잘 알죠.


나: 뭐 모르시는거 있으시면 저희가 알려드릴께요.


앙드레: 뭐 코드야 제가 다 분석하면 되는거니까요. 다만, 제가 중국을 한번도 안가봐서...


무쌍대리: 아. 그런건 걱정마세요. 혹시나 혼자서 길잃고 미아가 되셔도 ㅋㅋ 여기 OO대리님 한테 연결해 주시면 

무사 복귀 가능합니다. 중국어 마스터 시거든요.


앙드레: 아. 그러시면 중국 나가시는거에 거부감이 없으시겠네요?


나: 아뇨. 아주아주 거북합니다. ㅋㅋㅋ 그런말씀 어디가서 하지 마셔요. 


(어딜 틈을 노리고 있어!?)


무쌍대리: ㅋㅋㅋㅋㅋ 중국말 잘하는거하고 해외출장 나가는건 별개죠 ㅋㅋㅋ


아몬드대리: ㅋㅋㅋㅋㅋㅋ


앙드레: ........


무쌍이나, 아몬드는 늘 쿨하게 자기들 일만 했기 때문에, 그리고 앙드레 대리는 워낙 평소에 프로그램 고수 포스를 풍기는 말을 해왔기 때문에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태도로 앙드레 대리를 대했음. 

 

그러나 본인은 좀 달랐음. 딱봐도 입으로만 먹고사는 스타일이니까...벌써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모색하는 태도로 밖에 안보였음.

그리고 당사자가 없으면 나랏님도 욕한다고, 맨날 팀장이랑 둘이 무슨얘기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니까. 애매하게 팀장을 자극해서 

본인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넘기지 않을거란 보장이 없었음. 과거 전 회사에서 해외출장을 앞두면 꼭 아버지가 편찮으시거나,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의 이별통보를 받거나, 아버지 사업이 흔들려서 가세가 기우는 일들이 자주 생겼음. 느낌이 쎄~~~하다.

 

선을 그어줘야지.


나: 아시다시피. 우리 메가통 팀장. 허수아비죠 허수아비. ㅋㅋ 그 양반 안짤리고 다니는게 용하지.


무쌍대리: ㅋㅋㅋ 저나 OO씨가 제대로 맘먹으면 날려버릴 수 있죠! ㅋㅋㅋ


아몬드대리: 아마도 꽤 높은 확률일껄요? ㅋㅋ


앙드레: .......;


나: ㅋㅋㅋ....(봤지? 혹여나 팀장 위세 믿고 실수하지 말라고 미리 상황 알려주는거야! 장난치면 재미없어!?)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간 후, 드디어 앙드레 대리는 프로그램 코드를 받아 일을 하기 시작했음. 그래도 대리급이라고 자존심이 있는지

몇주간 코드보는 내내 질문 같은건 하지 않았음. 

 

아...이사람...일 못하겠다;;

 

본인 경험상. 일 잘하는 프로그래머라면 질문을 안할 수가 없음. 그렇다고 코드 하나하나 질문하는건 하수임.

우리 티리엘 팀장님 처럼! 일류 프로그래머는..


"이 장비 컨셉이 뭡니까? 대략 어떤 흐름으로 시퀀스가 도나요? 통신 방식은 뭐고, 제어는 뭘로 하나요?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이렇게 큰 틀의 질문을 하고 업무에 착수함.

그리고 앙드레 대리.. 팀장에게 일을 받으면서 따로 미팅을 하긴 했으나...

몇주간 프로그램을 보면서 질문 1도 안한다..!? 그럼 딱 하나임. 남한테 겁나게 잘해 보이려는 자존심이 엄청 강한거임. 

근데 현장일은 자존심으로 하는게 아니거든. 

때로는 자기를 낮춰서 상대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할때도 있고, 때로는 내 실수를 오픈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때도있음. 

내 능력으로 하기 어려운건 빠르게 주변에 알려야함.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여긴 회사니까. 

현장에서는 더 다이나믹 하겠구만....


그렇게 하루하루 관찰해보니 베르사유의 장미가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음. 

걍 던져둘까 하다가.. 그래 이 사람도 이번 기회에 직접 일을해보고

자신감이 붙으면 우리팀에 든든한 한 팔을 거들어 줄 좋은 동료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음.


나: 앙드레 대리님. 코드 많이 보셨나요?


앙드레: 아...네..보고 있습니다.


나: 이제 기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어느정도 보셨습니까? 


앙드레: 뭐...거의 80%  파악 했습니다.


(오!? 빠른데?)


나: 제가 얼핏 보니 매번 같은 프로젝트 솔루션만 보고 계시더라구요. 혹시 이 프로그램 팀장님하고 같이 하세요?


앙드레: 아뇨. 일단 저 혼자인데요?


나: 근데 왜 서버 프로그램만 보고 계시는지...?


앙드레: !? 네?


나: 팀장님! 앙드레 대리한테 소스 다 주신거 맞아요?


메가통 팀장: 어. 줬지. 다 줬어.


앙드레 대리는 자기 메일함을 열어보았음. 그리고 서버 프로그램 코드와 그 밑에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코드를 확인했음.


앙드레: 아....;;;;$#$!%1;;


나: 설마 여테까지 서버 프로그램만 보고 계셨던 거에요...?


앙드레: ...........


이 상황을 듣고있던 무쌍 대리가 나섰음.


무쌍대리: 아니; 팀장님! 뭐하십니까? 똑바로 인계한거 맞아요??


메가통: 아니; 내가 뭘; 나는 다 보내 줬어!!


무쌍: 앙드레 대리님. 일단 클라이언트 코드 받아서 열어보세요.!!


앙드레: ..네..네네..(멘붕)


나: 혹시 서버 프로그램 실행해본적 있으세요?


앙드레: 네. 근데 에러 뜨면서 실행이 안되더라구요.


나: 그....에러에 필요한 dll 이나 OCX 파일이 없다고 떴을 텐데....요?


앙드레: 네.


나: 그럼 필요한 파일들 찾아서 설치하시고 프로그램 돌려 보셔야죠;;


앙드레: 아니..그거야 그때 가서 해봐도 될 일이니까요...;


(와...사람 속도 편하다...나 같으면 답답해서 그날 다 해치웠을 텐데......이걸 실행도 안해보고 몇주 동안 눈코딩만 했다니;;;)


나: 비전팀에는 가보셨어요?


앙드레: 아뇨? 왜요?


아...이사람아....적어도 앞으로 같이 중국에 나가서 밥먹고, 같이 출퇴근하고. 현장에서 서로 의지해야 할 파트너인데.....

인사 정도는 하지...? 몇 걸음만 가면 비전팀 사무실인데...? 아..이건 좀 꼰대 마인드인가..


나: 아니...이제 같이 나갈 파트너인데 얼굴 정돈 익혀둬야죠. 잘 부탁 한다고...;


무쌍: 에이~ 뭐하러 그래요. 걔네들이야 암것도 모르는 애들인데.. 

(무쌍이가 실제로 설비 조립/세팅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건 아니었고, 그쪽 팀 과장들이랑 하도 많이 싸워서 그 팀을 아주아주 싫어했음)


나: 허어...실망이네 무쌍대리. 언제부터 제대로 모르면서 함부로 사람 무시했나?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데?


무쌍: 에이....그냥 그쪽 팀이 싫은거죠. 말이 헛나왔네요...;; 앙드레 대리님. 그러시면 가서 인사라도 한번 해보세요;;;


앙드레: 아...저는 일단...클라이언트 코드좀 먼저 보겠습니다..;


에효...갈 길이 구만리다....


................................


무쌍대리: 앙드레 대리님. 클라이언트(검사 프로그램) 보니까 어때요?


앙드레: ....하아....솔직히 하나도 모르겠네요...제가 검사 알고리즘 같은건 전혀 몰라서....


여기서도 좀 재밌는게... 

앙드레 대리는 본인과 아몬드 대리에게는 고수 포스를 풀풀 풍기며 알아듣지 못할 프로그램 지식과 용어들을 남발하며

쎈척을 했지만...이상하게 무쌍대리와 통풍 대리에게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음...ㅋㅋ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차별과, 이상한 생물을 대하는 위화감이랄까...

아마 본인이 물어봤다면 전혀 모른다 이런 얘기는 죽어도 안했을 듯..

기술적인 용어가 나오면 한번씩 그게 뭐에요? 하고 물어보니까 좀 자기보다 아래에 둔 듯한...ㅎㅎ


무쌍: 팀장님! 앙드레 대리 아직 회사온지 몇달 안됬고, 장비도 잘 모르시는거 같으니. 검사파트는 팀장님이 봐주시죠?


메가통 팀장: 내..내가!? 어..어.. 왜!?


무쌍: 지금 제대로 알려 주시지도 않고, 시간만 낭비한 상황이잖아요. 책임지세요.


메가통: 아니. 나는 다 알려줬다고! 앙드레 대리. 내가 안알려 준거야!?


앙드레: ....아뇨..제가...실수한거죠..


메가통: 거봐!


무쌍: 허참....대리님.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문제있으면 검사쪽은 제가 봐드릴 수 있어요.


앙드레: 아....진짜...진짜 고맙습니다. 무쌍 대리님. ㅠㅠ 사실 계속 고민했는데....대리님 덕분에 살았어요..


나: ..........


아몬드 대리: 저..감사 인사는 OO대리님 한테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지금 완전 ㅈ될뻔한 상황 파악해준건 대리님 같은데...;;


나: 냅둬요. 많이 급했나 보지....


무쌍: 나만 믿어요!!! 핫핫핫!!!!!


(괜히 나섰나...)



그날부터 해서 무쌍대리는 앙드레 대리 옆자리로 임시 자리이동을 하여 일과시간 내내 옆에서 코드를 봐주었음.

나의 무쌍이를 뺐겼다...ㅠㅠ


본인은 비전팀 사무실로 건너갔음. 


나: 혹시 이번 중국 모바일 검사기 담당하시는분 계십니까?


??: 네? 전데요?


나: 안녕하세요. 소프트웨어 OO대리입니다.


??: 네 저는 비전 J팀 OO 주임 입니다. (쌈좀 하게 생겼으므로 쌈장 주임이라 부르겠음)


나: ㅎㅎㅎ 반갑습니다. 혹시 담배 피세요?


쌈장주임: 네. 핍니다. 그럼....가실까요..?


(그렇게 흡연장....)


나: 좀 뜬금 없으시겠지만...ㅎ 이번에 저희 앙드레 대리님이랑 중국 프로젝트 나가시는걸 들었어요.


쌈장: 아...네. 


쌈장 주임은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본인 눈치를 살피며 은근슬쩍 반팔 옷소매를 끌어 내렸음.

자세히 보니 옷소매 끝의 피부에 문신 끄트머리가 살짝 보였음.


아하..문신 콤플렉스. 

보통 패기로 어릴때 문신을 크게 넣었지만, 철이들고 사회생활 하면서 이게 돌이킬 수 없어진걸 알게된 자들이 보일만한 행동.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좋아함. 적어도 이 사람들은 무언가를 저질렀을 때, 그게 돌이킬 수 없다는 후회라는걸 뼈저리게 해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사에 신중할 것이며, 조심하고 살것이기 때문.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고작 몇십만원으로 10억의 가치를 배운사람들 이라고 해주고 싶음...

남에게 해를 끼치고 얻은 배움이 아니니까.

왜 10억인가...재미있게도, 몇년 후 쌈장 주임은 경기도 역세권에 브랜드 아파트가 청약 당첨되어, 가진돈에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5억을 마련했고, 1년도 안되어 그 아파트는 15억이 되었음.

그리고 바로 욕심내지 않고 아파트를 팔아서 딱 10억을 벌어서 퇴사했음. 그래서 10억임. ㅋㅋㅋ


나: 우리 앙드레 대리님이 회사에 오신지 얼마 안되서. 아직 회사 시스템도, 사람들도 잘 몰라요. 

그러다보니 따로 인사를 못하신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대신 인사차 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쌈장: 그렇군요..


나: 제가 알아본 바로는 주임님은 이 회사 5년정도 다니신걸로 아는데? 알만하신 분이시면 먼저 가서 통성명 해도 되었을 것을...ㅎㅎ


쌈장: 뭐...틀린 말씀은 아니네요..근데 아시잖아요. 무쌍 대리......


나: ? 왜요? 우리 무쌍 대리가 왜?


쌈장: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 매번 저희 과장님들 무시하는것도 보이고. 콧대 높게 행동하는게 마음에 안드네요. 그러다보니 그쪽 팀 자체가 싫어지구요.


나: ㅎㅎㅎ 우리 무쌍 대리가 실수를 많이 했구먼~. 죄송합니다. 알고보면 진짜 괜찮은 친구인데. 뭔가 첫 단추가 안맞았나봐요 ㅎㅎ

저는 어때요? 저도 마이너스인가요? ㅋㅋ


쌈장: 음...소문 대로의 사람은 아닌거 같다 정도...ㅎㅎ 아니 꽤 괜찮으신분 같기도..?


나: 아니 제 소문이 왜...!? ㅋㅋㅋ


쌈장: 한번씩 윗분들 들이 받으신다고.....


나: 아아......ㅠㅠ 이렇게 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들추게 되는구나.....부끄럽기 그지 없네요.


쌈장: 아니 근데. 제가 지금 눈으로 보는 대리님은 좋은 분 같아요. ㅎㅎ


나: 사람마다 각자의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가 있죠. (니 문신처럼.) 그리고 사람마다 감추고있는 역린이 있는거구요. 

그 분들은....그 역린을 건드린 만큼의 대가를 치룬거 뿐이에요.

제가 잘못한거라면, 아마도 저는 짤리지 않았을 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 회사에 있다는건. 그분들이 실수 하셨다는 거구요.


쌈장: 그...쵸? 네. 맞아요.


나: 시원시원 하구먼~ ㅎㅎ 적어도 우리 둘은^^ 그 사람을 들리는대로(소문 않좋은 나 처럼) 보이는대로(니 문신 처럼) 판단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지내는 사이가 됩시다^^ ㅎㅎ


쌈장: 네 ㅎㅎㅎㅎ


나: 저한테 전화번호 좀 찍어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중국 출장 나가게 되면. 곤란한일 있을 때 꼭 나한테 연락해요. 

제가 중국어는 제법 잘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관련해서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괜히 감정싸움 하지말고, 저한테 연락주시면 도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쌈장: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름 협력 할 타 팀원과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음.

무쌍이는 한번 도와주면 팍팍 밀어주는 스타일이라, 금방금방 속도가 붙기 시작했음. 

일단 다행인건 검사파트(클라이언트)프로그램은 정말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코드를 손댈 필요가 없을 만큼 기존 장비컨셉과 일치했고. 

 

실제 앙드레 대리가 해야할 부분은 검사파트 프로그램에서 넘어오는 검사 결과와 데이터를 사용자가 보기좋게

서버 프로그램에 표현해 주는것과, 모델관리 정도? 생각보다 너무 싱거운 일이였음.


그렇게 약속된 날짜에 본사내에서 간단한 셋업을 하고, 프로그램 테스트 후 장비는 중국에 나가게 되었음.

워낙에 간단한 장비이다 보니, 셋업 및 검수 기간도 3일~5일 정도밖에 안되었음. 속전속결로 팔아먹고 빠지면 되는 프로젝트.

 

그리고 첫날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더니. 둘째날 부터 기구부 셋업이 완료된 모양인지

이런 저런 버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음. 무쌍대리는 열심히 보이스톡을 하며 앙드레대리와 전화 통화를 했고..


무쌍대리: 대리님. 지금 발생하는 현상 좀 말씀해주세요.


앙드레대리: 어. 제품 검사중에 서버에서 모델체인지 버튼을 누르면 죽어요.


무쌍대리: 어디 프로그램이 죽는데요?


앙드레대리: 서버요.


무쌍대리: 모델 레시피 변경을 누르면 서버에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으로 패킷을 보내잖아요? 

그 패킷 전송 전에 죽습니까 전송 후에 죽습니까?


앙드레대리: 그건 디버깅 포인트를 찍어봐야 알거같은데요..


무쌍대리: 아니..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 레시피가 변경 되었는지 아닌지 확인해보면 유추 가능 하잖아요?


앙드레대리: 아...서버 죽길래 클라이언트 리셋해버렸는데요...


무쌍대리: 아...


본인은 옆에서 들으며..아 무쌍이 피곤하겠네....하면서 쌈장 주임에게 문자를 보내보았음.


나: 쌈장주임. 어때요? 현장 상황은?


쌈장: 일단 중국 담당자가 옆에 서있는데, 앙드레 대리가 눈치를 좀 많이 보네요.


나: 담당자야 어차피 봐도 모르는데 뭐하러 눈치를? ㅎㅎ 그럼 쌈장 주임은 뭐하고 있어요?


쌈장: 저야 해결될때 까지 무한 대기죠 뭐..ㅋ


나: 그러시면 앙드레 대리 마음이라도 편하게, 중국 담당자 옆에가서 말이라도 섞어주시고 다른데로 위치 이동좀 시켜줘요 ㅋㅋㅋ


본인의 예상대로 모두가 퇴근할때도, 무쌍 대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음. 한결 같이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서주는구나 무쌍아...

그러면서도 좀 위화감이 들었던게...항상 남에 일을 열심히 도와주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는 건이 없다는것.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너무 본인의 실리를 못챙기고 있는건 아닌가 싶었음. 물론 무쌍이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리고 그날 새벽 12시쯤 쌈장 주임에게서 문자가 와있었음.


쌈장주임: 이제서야 퇴근합니다..그리고 또다른 문제가 터져서..제품 카운팅이 안맞아요..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위기네요...;;


그렇게 다음날.

git hub에서 앙드레 대리가 보고있는 프로그램 코드를 다운받았음. 그리고 제품 카운팅쪽 관련 코드를 분석해 보았음. 

아주아주 조잡한 스파게티코드였음...토나온다....

상해 프로젝트에서 깔끔하게 정리된 새 코드를 다루다가 다시 예전 구닥다리 코드를 열어보자니

왜이렇게 부족한게 많은지...그리고 관련 없는 코드는 좀 지우자...제발...

 

이 회사에 소프트 인원이 몇명인데 어째 한놈도 코드 정리할 생각을 안하는지.... 

무쌍대리도 어제 늦게까지 해서 그런지 피곤한 기색으로 코드를 보고 있었음. 


오전시간...


나: OO씨. 나도 코드 받아서 한번 쭉 봤거든요?


무쌍대리: 네.


나: 근데 코드가 조잡하긴 해도. 잘못된 부분이 없어요.


무쌍대리: 음...그렇게 단정 짓기는 어려울거 같은데요..제가 볼땐...코드에 문제가 있어보여서..좀더 분석해 봐야겠지만..


나: 흠...제 판단에는 코드보다는 그 외의 장비 조건이나 하드웨어 쪽으로 알아봐야 할듯요. 센서의 오동작일 수도 있어요.


무쌍대리: ㅎㅎㅎ..그건 말이 안되요. 센서의 오동작이면 PC랑 PLC의 카운팅이 달라질 수 없는 코드에요. ㅎㅎ


당시 카운팅하는 방식이 장비 가장 뒤쪽에 판정 센서가 있고, 이 판정센서가 PLC와 서버 프로그램이 동시에 물려있어 센싱에 따라서 PLC와 PC 프로그램이 동시에 카운팅이 오르는

이상한 방식을 따르고 있었음. 

 

카운팅이 안맞다는건 PLC와 서버 프로그램의 카운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상이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PLC코드를 의심하거나 프로그램 코드를 의심하는 2가지 밖에 생각을 못하고 있었음.


그리고 오후...

무쌍대리는 이 장비의 PLC프로그램을 짠 업체 사람의 연락처로 연락해 PLC 동작을 물어보는 등 프로그램 & PLC 문제를 확인하는 중이었고..

그렇게 결론은 PLC의 카운팅을 PC가 받아서 개수를 서로 일치 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음. 

 

뭔가 프로그램 코드에 문제가 있는거 같은데, 워낙에 코드가 조잡하고 스파게티라서

이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PLC는 믿을 수 있으니까.

그리 된다면 그날 당장 PLC 프로그래머를 불러오지 못하기 때문에, 항공권을 연장하고 출장 기간을 더 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음. 고객사 역시도 상당히 잔소리를 할 상황이었고..


본인은 쌈장 주임에게 연락을 해 보았음.


나: 혹시 거기 라인 환경이 어떻게 됩니까?


쌈장주임: 음..여긴 마치 우리가 평소에 보던 공장내부 느낌이 아니에요. 마치 사무실 같달까?


나: 그럼 장비는 바닥에 잘 고정되어 있나요? 사무실이면 혹시 창문 같은거도 있어요?


쌈장주임: 네.


나: 뭐 설마 아니겠지만...혹시 바람 같은게 들어오거나 하는 조건은 아니죠? 


쌈장주임: ㅋㅋ 그정돈 아닙니다 ㅋㅋㅋ


.....................


나: 혹시 거기 판정 센서는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게 되있나요?


쌈장주임: 음...일단 레이저 센서 같은 종류인데, 센싱 값을 조절할 수 있어요. 

어두운게 올라 왔을 때 입력한 센싱 값보다 어두울때 인식을 해요.


나: 그렇다면 그 값이 간당간당 한다면..동시에 두번 센싱이 될 수도 있겠네요?


쌈장주임: 그렇죠. 근데 그렇게 두번 센싱이 된다면 PC프로그램이나 PLC프로그램이 동시에 두번 카운팅이 되는거니까 개수가 서로 다를 순 없을 텐데요?


나: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PLC라는건 첫스텝에서 마지막 스텝까지 순차적으로 도는 프로그램이라고 들었거든요. 

반드시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고. 

근데 PC 프로그램은 달라요. 멀티 스레드로, 각각의 역할을 따로 돌도록 만들 수 있어요. 그렇게 스레드 한놈을 계속 카운팅만 하도록 그놈만 계속 돌릴수가 있거든요. 

둘다 고속의 프로그램이겠지만..짜기에 따라서는 PLC보다 PC프로그램이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거죠. 만약 그 센서라는 놈이 아주아주 순식간에 두번 따닥! 했는데 하필 PC타이밍엔 맞지만 PLC타이밍 보다는 빠른 상황이 된다면..?


쌈장주임: 그런거 까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카운팅이 안맞더라도 PLC보다 PC프로그램이 카운팅이 하나 더 많아지게 되겠죠. 

반드시 PC쪽이 카운트가 하나 더 많게 될거에요. 그렇게 누적되어 올라가는 식이 될거에요.


쌈장주임: .....!! 맞아요. 대리님 말씀대로 일단 카운팅이 달라지면 PC프로그램이 더 카운팅이 많아요.


나: 그러시면..쌈장 주임. 저 센서 감도를 좀더 하드하게 잡아 줄 수 있겠어요?


쌈장주임: 넵!


그리고 얼마 안있어 쌈장 주임에게서 문자가 왔음. 해결 되었다고!! 오...설마설마 했는데 맞았던 거야? 

그 순간 무쌍 대리에게도 앙드레 대리가 전화가 왔음.


앙드레 대리: $@#$@%@%@....


무쌍 대리: 아! 그래요? 아~~~놔!! 이럴줄 알았어 이 비전팀 O끼들. 일을 똑바로 하는게 없어!!! 센서 감도도 하나 못 맞춰가지고 말이야! 기본중에 기본 아냐!?


나: 왜요? 센서 문제래요? (무쌍아. 아까 오전에 내가 말했던 센서 문제가 맞았지!? 이제 나도 너한테 도움되는 동료가 될 수 있을것 같아!! 축하해줘!!)


무쌍대리: 하아..네. 아무튼 저 새O들은 제대로 일을 하는게 없어. 다 조져야대.


나: .......(기대 기대~~~)


무쌍대리: 아휴 저 망할 밥버러지들.....


나: .........(아... 오전일을 잊어 버렸구나....)


그렇게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고, 퇴근전에 고객사의 검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음. 그렇게 모바일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정상적인 복귀를 하였음.

뭔가 내심 원했던 믿음직한 동료의 격려를 받진 못했지만..그날은 기분이 좋아서 잠이 잘 오지 않았음. 

저 무쌍이가. 저 대단한 무쌍이가 잡지 못한 현상을 내가 드디어 잡아냈다!!! 꺄오!!!! 

나도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히 나아갈 수 있을거 같다 하면서...ㅎㅎ


그렇게 윗분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약간 다른 소프트웨어팀과 비전팀의 보고가 올라갔음.



소프트팀 앙드레 대리: 팀장님 도움 아래 문제 없이 잘 끝났지만...비전팀이 센서를 잘 못 맞춰가지고...고생좀 했습니다.


비전팀 쌈장 주임: 프로그램 버그 때문에 대기 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다행히 OO대리가 센서 문제를 찾아주어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무쌍아........너...헛 고생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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