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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61
게시물ID : soda_68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68
조회수 : 7464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23/12/22 09: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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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즐거운 금요일 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이라

이번주는 어떻게...썰을 마구마구 풀어내는 한 주가 되었네요.

 

에피소드 한번더 갑니다!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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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한참 전공정에서 달리던 시절. 아마 2018년도 여름 8월 중순 무렵이었을듯..

오늘도 새롭게 창조되는 D사의 미비사항.....


산군: 대리님. 이번에 J과장님께서 새로 지적하신 파트가 있습니다.


나: .....네. 받아적겠습니다.


산군: 서버에 불량점이 표시 될 때요. 한번씩 불량의 이미지가 누락이 되고 있습니다.


나: ...언제부터 발생 되던거죠?


산군: 이 장비 처음 만들때 부터요.


나: !?!? 네??


산군: 지금까지는 다른 큰 문제가 많았으니, 크게 지적하진 않았습니다만 이제 왠만한건 정리가 되었고

큰 문제가 없으니 이제는 이쪽도 손을 봐야죠.


나: 아 그럼 더 큰 문제가 생기면 다시 안고쳐도 되는거네요? ㅋㅋ


산군: 아니;;;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나: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려 5~6년 가까이 묵은 똥을 꺼내지도 않고 있다가, 이제 저한테 고쳐내라니!?

애초에 제가 이 장비를 받을 때, '미비사항' 목록에 존재해 왔다면 모르겠는데! 이제와서 이걸 꺼내들면 우리 본사에서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제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생각 안하겠어요!? 


산군: .....실은...J과장님(목사님) 지시라..


나: ㅎㅎ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그냥 안고치고 이 장비 안할랍니다. 그게 저한텐 편한거 같은데.


산군: ................


나: 저 이 장비 안해도, 회사 안짤립니다? 이런식으로 고객이 더티 플레이하는데 제가 뭐하러 이 장비 하냐고요.


산군: 알죠. 다들 알죠. 대리님 그런거 신경 안쓰시는거. 그리고 일하는 스타일도 막힘 없으시고..


나: ........(묘하게 기분 나쁘네? ㅋㅋ)


산군: 저도 콩과장님께 들어서 이 문제는 못고치는거 알아요.


나: 콩과장이 뭐라하던가요?


산군: 프로그램 통신에는 TCP랑 UDP라는게 있데요. 근데 이 장비는 UDP를 쓰기 때문에...


나: ............


산군: 불량 데이터들이 서버에 UDP 패킷을 다발적으로? 많이 쏘면 데이터가 하나씩 빠질 수 있데요. UDP라는게 원래 데이터가 빠질 수 있는 통신이래요.


나: ....뭐...이론적으로는 UDP라는게 빠질 수 있다고는 합니다만...흠.


산군: 그냥 J과장님이 대리님 기를 좀...꺾고 싶으신 가봐요..당장 보세요. 대리님만 11시 이후에 출근하시는데..지금이라도 9시로...


나: (안듣고있음) 지금 이 장비 검사 클라이언트가 32개죠. 한 프레임에 100msec이고 1초에 발생되는 UDP 패킷이라 해봐야 320개 밖에 안됩니다.

고작 이정도 트레픽에 UDP 패킷이 빠질 수 있다!? 제 판단엔 코드의 문제가 있다라고 밖에 안보이네요. 그리고 이미지의 누락이지, 데이터는 남잖아요?

UDP 패킷이 빠졌다면 데이터도 없어야죠.


산군: ....그런가요...?


나: 우리가 흔히들 쓰는 채팅 어플만 봐봐요. 지금 이 순간 1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 트레픽이 생길까요? 320개보단 많을껄요? 근데 생각해봐요.

우리가 진짜 특별한일 없는이상 전송한 채팅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던가요? 채팅 어플이 UDP를 쓰는진 모르겠지만, 최소 그정도 트래픽은 있어야

빠진다 아니다 얘기할 수 있을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장비는 1초에 고작 320개란 말이죠. UDP라는게 비신뢰적인

통신 방식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이정도로 그게 발생할거 같진 않군요.


산군: ...............


나: 코드한번 볼테니...시간을 좀 주세요.


그렇게 코드를 확인해 보았음. 서버에서 UDP 패킷을 받아 처리하는 파트..

받은 패킷은 그냥 라이브로 바로 처리 해버리고 끝나는 코드였음. 어떤 패킷이 먼저 들어올 지 순서도 없고 

관리도 없는 생짜 처리 코드 뿐이었음.


패킷이 불량의 타입, 좌표, 이미지 경로, 그리고 이미지 데이터를 담고 있었음. 그리고 패킷을 처리하는 코드안에

이미지 데이터를 이미지 파일로(.BMP)따로 저장하는 코드도 있었음. 패킷에서 받은 이미지 경로 위치로 이미지 파일을 생성하고

그 경로의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 사용자가 볼 수 있게 만들고 있었음. 


문제는 이미지 생성 코드.이게 짧은 시간에 거의 동시에 같이 물리면

비정상 적으로 동작 할 수도 있겠다 싶었음.


이 아스팔트도 깔리지 않은 산악 지형에 아무래도 아스팔트 도로와 신호등을 만들어 줘야겠다 생각했음.

Queue(아스팔트 도로)에다가 순서 없이 들어오는 패킷 데이터를 1줄로 줄을 세우고, Queue에 들어온 이상 데이터의 보존이 되니

순차적으로 나가면서 자기 일을 처리하면 굳이 데이터끼리 서로 충돌할 이유도, 손실될 이유도 없어짐.


그렇다고 줄을 세움으로 해서 약간 느려질 순 있는데, 너무나 경미하기에 장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음.

안되면 원복하면 되니깐.



그렇게 판단, 30분 정도 코드 수정 및 확인을 거친 후..


나: 수정 했습니다. 될 지 안될 진 모르겠는데. 한번 해보시죠.


산군: 벌써요!? 5년이나 안잡히던 버근데...!?


나: 양산 언제 끝납니까?


산군: 있다가 점심 시간에 잠깐 중지 될꺼에요.


나: 그럼 밥 미리나가서 먹고, 점심때 들어와서 업데이트 하시죠?


산군: 네.


그렇게 점심식사 후, 빈 라인에 산군 주임과 들어와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했음.

그렇게 점심시간 종료 후, 생산팀이 다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음.


나: 자. 이제 지켜보면서 이미지가 누락되는게 있나 보자구요.


산군: ..........


그리고 검사의 시작을 알리는 스타트 지점이 진행되었음. 필름과 필름사이에 어두운 테이프가 발려있는데

이 테이프가 바로 양산의 시작을 알리는 표시였음.


이 테이프가 감지되면 프로그램이 로트(LOT)의 아이디를 생성하고 검사를 진행함.

테이프가 검사 카메라 밑을 지나가기 시작하자 엄청난 양의 불량점이 잡혀들어왔음. 왜? 테이프에 이런저런 기포 같은 것들이

껴있으니까. 물론 이 파트는 스킵임. 제품이 아니니까.


검사기에서는 이걸 불량으로 잡고 서버 프로그램으로 이 정보들을 다발로 전송함.

기존엔 데이터가 몰리다 보니 불량 이미지들이 많이 누락되어 검은 바탕의 빈 이미지들이 올라왔음.


그리고 업데이트 후, 지금까지 누락되던 모든 이미지들이 쫙- 올라왔음.


산군: 엇!?


나: 역시!!


오. 오늘도 한건 했구만? 5년묵은 버그라...? 

역시나 이 회사 고인물들은 검사에만 올인했지 기본적인 프로그램 운용도 모르는구만?


근데 산군 얘는 표정이 왜이래?


산군: ................


나: ?


산군: 대리님.


나: 네?


산군: 지금까지 OO회사는...저희를 속이고 있었던 겁니까?


나: 네!?


산군: 지금까지는 UDP 패킷이 빠질 수도 있다고 저희들 설득 해놓고...이게 뭐냐구요.


나: 제가 설득한건 아닌데요;


산군: 대리님도 OO회사 직원이 시잖아요.


나: 그래서요? 제가 뭐 죄송하다 할 일입니까? 저는 고쳐 달라길래 나름 분석해서 옳다고 판단한 방향으로 수정했을 뿐인데?


산군: 그.....


나: 그런 말씀은 콩과장이 이 자리에 있을 때 하셔야 상식적이죠. 문제를 만들고, 그걸 못고친다고 한건 그 사람이니까. 

저는 문제를 해결 해준 사람인데 왜 저한테 그런 얘길 하시는지??


산군: 뭔가 이상해서 그러는 겁니다.


나: 뭐가 이상한데요?


산군: 솔직히 대리님 잘 하시는건 저도 느끼지만..이건 좀...심하잖아요. 5년동안 저희 J과장님도 한번씩 이 문제를 거론 하셨지만...

콩과장님이나 호카게님은 이건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하신 문제고...연구소장님도 마찬가지 셨구요..


나: 연구소장님이야 자세한 현장 조건을 모르셨으니 그렇다치고, 결국은 현장에서 판단한건 콩과장이니까요. 

호카게님도 이 장비는 잘 몰라요. 저도 딴건 모르겠고, 그냥 제 판단하에 수정해 본거지. 

거기에 누가 누굴 속고 속이냐 얘기 나올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산군: 어쨌든 확실한건 OO회사가 저희를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고, 앞으로 저희는 프로그래머분들을 신뢰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이죠.


나: 하-! 어이가 없네. 산군 주임님. 고쳐달래서 고쳐줬더니 이제는 프로그래머를 못믿겠다고요?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고칠수 없는 일인 줄 알고 저한테 고쳐 내라고 했다가 ㅋㅋ 막상 고쳐 내니까 우리가 거짓말 해왔다고 저한테 따지시는겁니까? ㅋㅋㅋ


산군: ...........


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장비 안하면 저야 편하다니까요? ㅋㅋㅋㅋ 

우리 회사에 이 장비보다 어려운 장비는 없다니깐? 딴데가면 여기 투자할 노력에 반에 반만 투자해도 

편하게 일 할 수 있는데 제가 뭐하러 여기서 이런 취급받고 일합니까? 아직도 D사는 단단히 착각 하시는거 같은데.

여기는 회사 명령으로 오는게 아니라, 회사가 저한테 부탁해서 온거에요.


산군: ;;;;;;;;;


나: 막말로 산군주임님이나 목사님이 우리 회사에 제발 저 좀 잘라 달라고 메일을 써도 저 안잘려요. 모르겠어요? 상황을? ㅋㅋㅋ


산군: 죄송합니다. 제가 화를 낼 방향을 잘못 잡았네요. 저도 순간 너무 황당해서;; 5년이나 안되던걸 고작 30분만에 해결해 버리니까..

순간 그동안 당연히 안되던 걸로 생각 해왔던 우리가 바보취급 당한거 같아서요..


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겁니다. 콩과장이 고객사를 바보 취급해서 해줄 수 있는데 안해줬겠어요? 

프로그래머도 사람입니다. 자기가 해줄 수 있는데 안 해주진 않아요. 

자기가 가진 지식에서는 UDP 통신의 비신뢰적 데이터 전송이라는 속성에 현 상황을 끼워 맞췄을 뿐인거죠. 

그렇게 믿고 문제를 보니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 되버린거죠. 그 사람이 거짓말 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산군:  한가지 확실한건...대리님이 OO회사의 어떤 분들보다 확실하게 업무 하시는 분이시라는건 알겠네요..


나: 흠흠..; 그렇다기 보단 매번 운좋게 문제가 보이는 거라고 해두죠. 서로 그만 열내고 일만 합시다 주임님.


산군: 네..어쨌든...감사합니다. 매번 오실 때마다 저희를 만족 시켜주시네요..



명성 수치가 +50 증가 합니다...


명성 수치가 +20 증가 합니다...


명성 수치가 +16 증가 합니다...


..................

...............

............

.........


그렇게 챗바퀴마냥 반복되는 회사 일상에 새로운 임무가 하나 내려왔음.


호카게: OO씨~


나: 네.


호카게: 이제는 OO씨도 Roll to roll이라는 장비에 상당한 이해력을 갖추었잖아요?


나: 아 왜요. 뭘 또 짬시키시려고!?


호카게: 어허...짬이라니...부탁. 부탁이라고 합시다^^.


나: ㅋㅋㅋㅋㅋㅋ 와 뻔뻔하셔라. 뉘예뉘예 우리 팀장님 부탁이신데 감히 제가 거절 하겠습니까!


호카게: 땡큐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상해에 좀 다녀와 줘야 겠어요.


나: !? 왠 상해?


호카게: 상해에 D사 중국 지사가 있어요. 거기에 내가 관리하던 후공정 장비들이 있는데. 저번달에 거기서 프로그램 수정 요청을 받았거든요.


나: 네. 그래서요?


호카게: 내가 수정은 해두긴 했는데, 업데이트를 해야해요.


나: 아...그건가? 지들이 직접 업데이트는 겁이나고, 프로그래머가 직접 와서 해달라?


호카게: ......ㅋㅋ 그렇...죠?


나: 그런 꿀 같은 업무를 왜 굳이 저한테 주려고 하실까아~~~?


호카게: 아...그때쯤 내가 개인 사정이좀 있어서 집을 비우면 안될거 같거든요. 딸내미 때문에..


나: 음..따님 때문이면 까방권인데 ㅋㅋ 유부남이 이럴땐 불편하긴하죠. 오케이. 업데이트만 해주면 됩니까?


호카게: 네^^


나: 일정은 언제입니까?


호카게: 3일 후^^ 출장 기간은 5일.


ㅅ.ㅂ......


나: 이 양반ㅋㅋㅋ!!! 당장 코드 내놔욧 ㅋㅋㅋ!!


호카게: 허허허허~~~역시 OO씨네 ㅋㅋ 못하겠다는 말은 절대 안해!! 나한테 어쩌다 이런 팀원이 들어왔을까~~~허허허허!!


나: 죽을래요?


호카게: 허허허허~~ 이래서 내가 OO씨한테 믿음이 가. 출장가 있는 동안 전공정은 내가 봐줄께요~~


나: 이것저것 만지다 고장내지 말아요. 그리고 시간 되시면 그놈에 '미비사항' 1~2개라도 쳐내 주시던가.. 


호카게: OO씨. 고마워.


나: .....(쳇...딸이 귀여워서 봐준다.)


그렇게 호카게의 긴급 임무를 짬 당했는데. 왜 촉박한 일정에 덜렁 일을 받았는가? 자신이 있어서?

그건 아니었음.


시간이 가며, 지켜본 결과 호카게는 불가능한 일을 막 던지진 않았음(콩과장 사건 제외).

또한 문제 발생시, 호카게의 타임 리프 스킬도 믿음이 갔음.


호카게가 딴건 몰라도 수습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으니까.

또 한 가지, 2년안에 후공정을 파악하겠다는 목적. 호카게를 말려 죽이겠다는 '은원'이 남았음.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한 '향수'.


D사의 전공정을 벗어나, 제 2의 고향같은 중국에서 간만에 코에 바람을 좀 넣고 싶었음.

중국의 거리를 거닐때 들리던 테크토닉한 비트가 그리웠음. 비트의 나라 중국..


본인이 준비 할 부분은 만일의 예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3일안에 후공정 코드를 충분히 파악해 놓는것

외엔 없었음. 출장 전에는 함께 나갈 비전팀과 안면을 터야하기에 이번 출장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알아보았음. 


실세 비전K팀의 G과장. 

일단 그는 최소 110~120kg은 넘는 몸무게를 가졌음. 키는 170중반.

크지 않은 키에 그정도 몸무게를 찍으려면 대략 상상이 가실거임. 그리고 얼굴은 심술궂게 생겼음.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와 흡사했음. 이제부터 G과장은 투투라고 부르겠음.


투투 과장은 지금의 비전K팀이 실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싸워온 돌격대장 이었음.

그리고 말빨이 약한 여느 비전팀 인력과는 다르게 말싸움도 잘했음.

말싸움으로 져본적이 없으며, 우리 회사 말싸움 No.1의 타이틀을 가진 대단한 사람이었음.


설비 업계에서 말싸움 No.1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말을 잘해서는 이루어 지지 않음. 자기 스스로 빈틈이 없게

자기 관리를 해야하고, 기술적인 싸움에서 밀림이 없게 실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었음.

필요할 땐 티안나게 거짓말도 섞고, 얼굴에 철판을 뻔뻔하게 깔아야 가능한 말싸움 왕. ㅋㅋㅋ


그만큼 회사내에서도 입지가 단단한 인물이었고, 소프트웨어팀에 호카게가 있다면 비전팀에는 투투가 있었음.

그런 그와 본인이 드디어 합을 맞추어 출장을 가는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짐.

입 바람으로 황소도 날려 보낼 수 있는 아가.리 파이터들의 출장이었음.ㅋㅋㅋ


이미 이 사람에 대한 판단은 끝난 뒤였음. 투투 과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고길동과 같은 존재였음.

둘리가 불쌍해 보이면 아직 회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거고, 고길동이 불쌍해 보이면 회사 밥 좀 먹은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니.


투투 과장은 그만큼 고길동 마냥 여러 직원들을 자주 갈구는 사람이었음. 

문제는 따로 불러서 갈구는게 아니라, 사무실 한가운데서 직원들을 갈구었음. 일견 눈쌀 찌푸려지는 광경이었음.


그러다보니 입사 초기에는 투투 과장이 악역으로 느껴졌지만, 점점 회사를 다니면서 그가 왜 그렇게 직원들을

갈구어야 하는지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음. 나중에는 투투 과장이 참 불쌍하구나...느끼게 됨.


다만, 한가지 눈여겨 보이는 것은 '과시욕'.

그가 아무리 합당한 사유로 직원들을 갈구더라도,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할 일은 아니였음.

그리고 그가 사무실에서 큰소리를 낼때는 항상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 져야 했음.


1. 비전 총괄 상무

2. 비전 실세 K팀장

3. 중요 고객사의 높은 사람


반드시 이 세가지 중의 하나가 맞아 떨어져야 그가 큰소리를 냈음.

혼을 내더라도 좀 이상하게 혼을 냈음.


예를들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투투: 이봐요 OO대리. 내가 사전에 얘기했죠!? 케이블 체크 하고 보내라고!


OO대리: 죄..죄송합니다.


그러나 위의 1, 2, 3 번에 해당하는 존재들이 함께있는 상황이라면 투투의 갈굼은 달라졌음.ㅋㅋㅋ


투투: 이봐요 OO대리. 내가 사전에 얘기했죠? 시리얼 통신과 같이 RS-232 케이블을 사용할 때는

크로스 타입이냐 다이렉트 타입이냐 구분 하는게 중요하다고!! 


투투: (듣고있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크로스나 다이렉트 타입을 어떻게 구분하냐면

2, 3번핀이 교차되어 있으면 크로스고, 2번-2번 3번-3번이 연결되어 있으면 다이렉트 입니다!!

일반적인 테스터기의 저항 측정 방식으로 이 연결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이걸 못해요? 내가 알려줘야 아는거냐구요!!


OO대리: ........


사람들: 오...역시 투투 과장은 지식이 풍부하구만..!!

 

1.jpg

더욱-!! 칭찬해라!! 부들부들..



전형적인 남을 까며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식을 좋아했음. 

그리고 그게 너무 티가 났음. 눈치가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


이걸 보았을 때, 투투 과장의 특징은 몇가지로 추려낼 수 있었음.


1. 눈치없음

2.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함

3. 나서길 좋아함(자기 어필 해야하니까. 호승심이 강함.)

4. 단순함


1번. 눈치 없음은 본인을 포함하여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투투 과장이 상대를 혼내는것 처럼 보이지만 그 목표는 이 상황을 듣고있는 윗 사람들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어필하려 하는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것. ㅋㅋㅋㅋ 그에 따라 2번이 성립이됨. 

세상에 혼자 똑똑한거지...남들이 모를꺼라 생각하는 것.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3번. 어떻게든 나서서 자기 어필을 하고싶어하는 성격이라...그 충동을 이기질 못함. 

사람이 나서야 할때 나서면 멋있음. 그런데 굳이 안나서도 되는데 나서면 그냥 귀찮아짐. 

그런 상황 판단을 못한다는 점에서 4번. 단순한 성격인게 성립이 됨.


눈치 없고 단순한 사람이면 이용해 먹기 가장 좋은 소스임. ㅋㅋㅋㅋㅋ 

그리고 스스로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원하는지 오픈하고 다니는건 본인 같은 사람에게는 

하이에나 무리에 둘러 쌓인 채로 '고환'이 노출 된 물소나 마찬가지 였음. 


본인이 뒤에서 앙~하고 물어 버리면 음머어~~하면서 주저 앉는...

바로 황천길-요단강-ㅋㅋㅋ


어쨌든 본인은 이번 출장을 투투 과장과 함께 진행해야 하기에 인사를 하러 갔음.


나: 투투 과장님. 안녕하세요. 소프트웨어 OOO대리입니다.


투투: 안녕하세요. 투투 입니다.


나: 예전부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비전 K팀에 에이스.


투투: (이미 기분이 좋음) 에이, 그런거 다 과장된 소리에요~~ 그냥 이것저것 터지는거 수습하고 다니다보니 그런 얘기가 생긴거죠.


(아..아니라는 겸양은 절대 떨지 않는구나..ㅋ)


나: 어쨌든 든든합니다. 남은 일정도 얼마 없는데 코드 볼 시간이 부족해서 좀 불안했거든요^^


투투: 흠흠...믿으실진 모르겠지만, 제가 과거엔 '소프트웨어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코드를 좀 볼 줄 알죠.

워낙에 업무환경이 나빠서 열이 받아 직종을 바꿔 버렸지만요~. 제가 코드쪽으로 도움을 좀 줄 순 있어요~


(역시...)


투투가 일은 잘하는걸로 유명하긴 했지만 우리 프로그램 팀에서는 다른 의미로 유명했음.

스스로를 자칭 '프로그래머 출신'이라고 표현했듯. 자주 프로그램 코드에 참견을 했음. ㅋㅋㅋ 어찌보면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 


근데 경험상 투투 같은 전직 '프로그래머 출신'들은 탈주 닌자들임. 일을 잘 했는데 업무 환경이 너무 나빠서 

자리를 옮긴 경우면, 직장의 이동은 생겨도 '분야'의 이동이 생기진 않음. 투투 과장 같이 애초에 '전공 분야'가 바뀌었다는 말은

결국 프로그램 전공으로는 다른 이들과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세계를 떠났다고 볼 수 있음. 


아예 떠났으면 '탈주'라는 불명예 스런 말이 붙지 않음. 


떠났으면 바라보지 않아야 하는데 또 조금 안다고 한번씩 '분야'를 넘어서는 참견을 하면 

아카츠키 마냥 닌자세계를 어지럽히는 '탈주닌자'가 됨. 해결은 못하고 혼란만 초래하는...


투투 과장아. 업무환경이 문제였다면 그에 못지않게 힘든 설비 업계에 비전팀으로 들어오진 않았겠지..ㅋ  

그래도 과거의 전공이 도움이 되는건 일반 비전팀 인원들과는 다르게 소프트웨어적인 용어나, 구동방식을 어느정도 이해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말빨'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것. 이것이 그가 '말싸움 No.1'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게된 추가적 배경이었음.


비전팀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래머와 말로 싸워 비길 수 있는 존재가 희소했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함. 말싸움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거짓 없는 진실'이라는 것. 

그리고 언제든 상대에게 사과할 수 있는 '여유'.


이 두가지만 탑제 된다면 본인의 경험상 100번 싸우면 90번은 이김. 

나머지 10번은? 여유있게 사과 함으로써 민망한 일은 없음.


말싸움에서 가장 배제해야 할 부분은 '자존심', '호승심', '과시욕', '거짓'. 

이미 투투 과장은 '호승심'과 '과시욕'은 확실히 탑제된 인물이었기에...


그렇기에 투투 과장은 본인에게는 그다지 신경 쓸 존재는 아니었음. 

너의 예쁜 사타구니가 보인다...

성향이 파악된 사람이라면 남은건 '이용'해 먹는것 뿐. 

남은건 3일이라는 시간안에 최대한 후공정 코드를 파악하는 일이었음.


3일간 야근을 하며 하루종일 코드만 팠음. 호카게 팀장이 수정한 코드를 기점으로 뻗어나가며 발생 가능한 예외들을 

상상하며 대비했고, 쉽게 확인 가능하도록 로그를 심어둘 위치도 주석으로 표시를 해 두었음.


자...이제 준비는 어느정도 되었다.. 이제 출장만이 남았다.


.......................

....................

.................


드디어 상해 출장 날. 인천 공항의 흡연 공간에서 열심히 쓰읍~ 후우~ 쓰읍~ 후우 하고 있는데

장비 쟁이의 눈에는 장비 쟁이들이 보임. 지금 눈앞에서 담배피는 아저씨들의 색깔이 달라보임.


마치 관광가는것 마냥 선글라스에 프리한 옷을 입고있지만 느낄 수 있음.


'저 사람...장비 냄새가 솔솔~~~~난다..'


40대 중반에, 카카O 스토리에 낚시 다니는 사진이 많으며, 인천공항에서 구릿빛 피부에  선글라스를 쓰고있고

케리어나 등에 맨 가방에 노트북이나, 렌치 끄트머리라도 삐져나와 있으면 90% PLC 엔지니어..!! 

노총각일 확률 40%..!!


가끔 겨울인데 인천공항에 반팔입고 돌아다니는 아저씨들...

그래...출장 갈 당시엔 여름이었겠지..일동 묵념!


나: 장비 출장 가시나봐요? ㅎㅎ


아저씨: !!!!!!


나: 어딥니까?


아저씨: 남경입니다. 그쪽은?


나: 상해요. 남경이시면..신제커우 가시면 볼거 많아요~ 1912도 가보면 재밌고 ㅎㅎ


아저씨: 오? 가보셨나봐요?


나: 예전에요..ㅎ 아..그리고 힐튼호텔 근처에 백종원 O가 식당 있으니, 거기서 저녁 드심 될거에요. 그 맞은편에 2층에 중국식당 있는데

거기선 드시지 마세요. 맛 더럽게 없습니다. 마라롱샤 시켰다가 본전도 못뽑았어요; 먼 향신료를 그리 부어놨는지;;


아저씨: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나: 아 그리고 거기 택시 기사들..외국인은 잘 안태워 주더라고요. 일본인일까봐. 남경 아닙니까! 한국인인 티를 팍팍 내야 해요 ㅋㅋ

판O쪽 일본애들 간혹 있거든요.


아저씨: 그...혹시 밤에 놀만한 곳도.....?


나: @$^&ㅃ*$*^@*&%. 이 빚은 살다가 현장에서 마주치면 갚으시죠? ㅋㅋ


아저씨: 굳^^ 얼굴 기억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면 꼭 빚은 갚겠습니다~!


아아..오늘도 한명의 노총각 엔지니어를 살렸다 생각하며 출국 수속을 밟았음. 

줄서는 시간이 지루해서 투투를 기다렸다 같이 들어갔는데

 

투투는 무슨 무천도사한테 천하제일 무술대회 수련이라도 받고 있는 듯. 등껍질을 등에 지고 왔음. 거대한 가방... 

그 외에는 너무나 허술한 작은 케리어.


나: 과장님. 케리어가 너무 작은거 아니에요?


투투: 뭐 속옷이랑 옷, 양말만 챙기면 되죠? 


와우...나는 순수 일만 조지다 복귀하겠다는 각오..!! BB 크림을 챙겨온 본인은 반성이 좀 되었음.


나: 근데 뒤에 등껍질은...?


투투: 아!? 이거요! 이걸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성능 좋은 노트북이 들었죠!! 제가 또 프로그래머 출신 아닙니까!

이정도 사양은 받쳐줘야 뭐라도 일 할 맛이 나거든요! 근데 크기가 제법 커서 ㅋㅋ 많이 무겁습니다.


나: ...........(재밌는 분이시구만...ㅋㅋ)


투투: 이놈만 있으면 왠만한건 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핫핫.


(코딩이라도 할라고?)


그렇게 같이 비행기를 타고 상해로 갔음.


비행기 안..


나: 저..투투 과장님? 이번에 들어보니 통역인 분이 한...


투투: Z....Z....Z....Z


와...이건 뭐 앉자마자 잠드냐...;; 정말 장비와 해외 출장에 특화된 그의 신체 사이클...!! 약간 소름이 돋았음.

심지어 밥도 먹지 않았음. 야 너 투투잖아!! ㅋㅋㅋㅋㅋㅋ

......................

.................

..............


나: 저어..과장님? 상해 도착했습니다.


투투: 음...음? 헛!? 벌써 도착했어요? 여윽시. 내 예상이 맞았어. 그냥 시간 순삭이네~


나: .......(대단한데..?)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가보니 투투 과장이 반갑게 외쳤음.


투투: 여~~~사~~~~님~~~~! 여깁니다!


나: .....(왠 여사님?)


그곳에는 아주 귀~~~~엽게 생긴 중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서 계셨음.

아..통역 분이시구나. 조선족 이라고 했던가? 또 어디서 듣보잡 통역 가라로 막 던지는거 아닐까?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하고 택시를 타는데, 통역인이 목적지를 호텔이 아닌 공장으로 부르는거임.


나: .......(와...이건 뭐...도착하자마자 일하겠다고!? 오랜만이네 이 기분...이 피곤함..!!)


투투: 여사님. 이번 일정은 5일 입니다. 즉 우리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4일 인거죠!


통역: 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새벽 택시는 제가 아는 번호가 있죠! 다 준비 해 놨습니다.


나: ....새벽;;;


통역: ??


여사님은 핸드백 외에 작은 가방을 들고있었는데 알고보니 무진가방이었음. 무진 가방에 바늘과 실로

자기 이름을 오바로크 해놓으셨는데 이야...이 아줌마도 제법 장비쟁이 냄새가 났음. 


보통의 통역들은 '혹시 언제 끝나나요?' 하는 글자가 얼굴에 써있는데. 

이번 통역 아줌마는 당연히 '철야'아니야? 장비업계 첨이야? 하는 눈이었음. 

맵다. 이분은 그냥 매운 생강이 아니다.. 


나: 저...여사님? 여사? ㅋㅋㅋ 아니 제가 뭐라고 불러야 되나요? ㅋㅋㅋ 여사님 소리 듣기엔 젊으신데 ㅋㅋㅋㅋ


투투: 아뇨. 그래도 우리 회사에선 '여사님' 이십니다! 그냥 여사님이라 부르시면 되요.


여사님: .........


나: 좀...나이 들어 보이지 않아요? ㅋㅋ 여사님? ㅋㅋㅋㅋㅋ 누나는 어때요?


여사님: 그냥 여사님으로 가시죠!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 근데 여사님. 여사님은 조선족이신데 왜 조선족 특유의 말투가 없죠? 신기허네요~


여사님: 에이ㅡ! 또 어디서 이상한 영화나 TV 봤나 보네요. 조선족들 말투가 얼마나 다양한데!! 나도 한번씩 개콘 보면 속이터져서..!!

거기 한국에 사는 조선족들은 그런거 항의 안하고 뭐하나 몰라요;; 우리집 애기도 개콘 안봐요 속상하다고!


투투: 대리님. 여사님으로 말씀드리자면! 3개국어 가능자 이십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이렇게 다 하세요! 그래서 여.사.님.이죠!!

우리 회사가 지금 D사랑 첫 만남 때부터 지금에 오기까지 모든 통역과 상황을 풀어주신 레전드 능력자십니다.


여사님: 중학교 졸업하고, 어떻게 살아보려다 보니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일본에서 취직하고 오랫동안 일하다가 남편 만나서

다시 동북으로 왔죠. 그러다보니 일본어를 잘 하게 된거에요..ㅎㅎ


나: 호오..!? 뭔가 멋진데요? 대 선배님 아니십니까? 여사님보다 '센빠이'는 어떠신지?


여사님: 그냥 여사님으로 가시죠!


나: 그럼 센세는요?


여사님: 여사님으로 가요.


나: 여신님.


여사님: 그만하죠..


..................................


여사님으로 호칭이 고정되어서 그런지...우리 여사님은 기품이 넘쳤음. 


호칭이 사람을 만든다고.. 대만에서 통역해 주시던 우리 이모님..

처음에는 뭔가 전문 통역인 포스가 넘쳤는데, 우리가 '이모~~~'하고 부르기 시작하자

정말로 주막집 이모가 되어버렸음. 꽃이라고 불러줄 것을...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여사님'도 호칭으로 인해 강제로 '여사'처럼 행동해야 했음 ㅋㅋㅋ


투투 과장은 워낙에 굵어서...중국의 빈약한 파랑 택시 앞 좌석에 타기엔 공간이 너무나 부족했음.

따라서 본인이 택시기사 옆자리에 앉고, 여사님과 투투 과장은 뒷 자리에 앉았음.


신호대기 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투투 과장은 자리가 불편했던 듯..으음..하며 잠깐 엉덩이를 땠다 붙였음.

그러자 택시가 덜컹하며 흔들렸음.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 동시에


택시기사: 哇靠!!! 什么情况!!!!!  와카오-!!! 션머 칭쾅!!!!


하면서 번개 같이 차에서 내리더니 갑자기 트렁크쪽으로 달려가서 멍하니 서있었음.

우리는 뭐지?! 하면서 벙 쪄있는데...


택시기사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며 출발했음.


택시기사: 好奇怪。。刚刚我感觉有个东西撞我的车。。하오 치과이...강강워간줴요거동시좡워더쳐..


나: (풉!!!).......

 

투투: 여사님? 무슨 상황이래요?


여사님: 아녜요..별거 아녜요.


투투: 뭔데요?


여사님: ...방금 뒤에 뭔가가..


투투: 엥!? 뒤에 아무것도 없는데??


나: ......(참자...참아야 하느니라...)


여사님: 그..풉..그러니까..큭...과장님이 방금...푸힛...히끅...


나: 여사님!! 뭡니까 그 헤픈 웃음은?!!


여사님: 네.(부릅!)


투투: (자리를 고쳐 앉으며) 아 뭐냐구요 사람 궁금하게!


그러자 다시 택시가 덜컹 했음.


택시기사: 他妈的..!!! 타마~~더!!!!


택시 기사가 다시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내리려다 잠깐 뒷자리를 응시했음....

그러더니 투투 과장과 한창 아이컨텍팅....

그러더니 뭔가를 깨달았는지 혼자 실실 웃으며 조용히 운전을 하기 시작했음.


투투: 아....뭔지 알겠다...하하하;;;; 제가 좀 무겁습니닷. 핫핫.


낄낄낄....참 중국에 오면 유쾌해지는구나 사람이 ㅋㅋㅋㅋㅋㅋ


투투 과장은 여느 직원들과는 다르게 본인이 중국어를 잘한다 뭐 이런 소리 자체를 입밖에 내지 않았음.

보통은 통역인 여사님께 


'OO 대리도 중국어 잘한데요~'


해줄법도 한데, 그냥 가만히 있었음. 경쟁심이 강한 스타일이라 상대방이 굳이 뭘 잘한다 추켜 세워주는

성격이 아니거든..대신 투투는 자신을 추켜세웠음.


투투: 제가 말이죠. 중국을 하도 다니다 보니까 왠만한 중국어는 이제 다 알아듣는 경지라니깐요?


여사님: 진짜 저도 지켜봤지만...ㅎㅎ 많이 느시는거 같아요~


나: 오..대단하십니다^^


그러다보니 여사님은 본인이 중국어를 하는지 몰랐고, 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얘길하면서 공장으로 향했음.

그리고 택시기사와 여사님의 대화는 여사님과는 거리가 멀었음 ㅋㅋㅋㅋㅋㅋ 

그놈의 여사님 호칭 때문에 아주머니도 참 힘드시겠어요~~


그들의 대화를 훔쳐 들으며 조금 새로운 부분은 이런거였음.


택시기사: 그쪽은 하는일이 뭐임? 여기 두사람은 한국사람 같구만.


여사님: 아. 나는 통역. 이 사람들은 한국 엔지니어.


택시기사: 아 그렇고만~ 근데 그쪽은 딱 봐도 조선족이네?


여사님: 응. 맞아. 너는?


택시기사: 나? 장족.


여사님: 오~


택시기사: 요즘은 어때? 조선족이라고 차별 같은거 안받아?!


여사님: 옛날이랑은 시대가 좀 변했잖아...그래도 우리 딸내미 학교 보낼때 고민은 좀 되더라고..


택시기사: 여기 상해는 좀 나아. 상해놈들 워낙에 콧대 높잖아. 걔네들은 한족끼리도 차별한다고 ㅋㅋㅋ 그럼 딸내미는 어디 사는데? 여기로 데려와!


여사님: 웃기시네. 한족도 차별하는데 조선족은 놔두겠냐? 그나마 동북이 나아!! 하얼빈에 할머니집에 있어. ㅋㅋ


택시기사: 그래도 하얼빈은 좀 낫지?


여사님: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지. 지금이야 안그렇지만 나 어릴땐 '중국놈들' 몰려와서 

길에다가 쭉 선 그어 놓고 까오리 빵즈들 넘어오지 말라고 돌던지고 그랬지....


택시기사: 아무튼 못 배워 먹어서 원...


여사님: 조선족 여자애들 하교 시간되면 조선족 오빠들이 삽이랑 몽둥이들고 우리들 데리러오곤 했지....

맞은편엔 중국놈들 몰려와있고...와...진짜 옛날이다...매일 매일이 전쟁이었지.. 


나: ........(뭔가 느낌이...)


삽과 몽둥이, 낫을 들고 있는 조선족 오빠들...

진짜 전쟁 얘길 듣는 기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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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성의 장졸들은 듣거라! 지난 세월동안 우린..!!

이곳 고려성을 지켜냈다!!


비록 작은 성에 불과하지만! 이 고려성이 있었기에 중원의 탁군 일대가!!

다~~~~~ 우리 고구려의 영토가 되었다!!


자손만대에!! 자랑할만한!! 대단한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우린 지금 이 성문을 열고나가 적들과 싸울 것이다.

고구려의 무장이!! 어찌 장소를 가려 죽겠는가!!!!!!


훗날..! 이 고려성을 지킨 최후의 무장으로 기억된다면..

그 어떤 죽음보다도.. 명예로운 죽음이 될것이다!!!!!!!


와아아아아!!!!!


2.jpg

(패싸움 얘길 듣는 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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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은 입이 매웠음. ㅋㅋ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과거 하얼빈에서의 '조선족'과 '한족'의 패싸움 썰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음. ㅋㅋㅋ


아무튼 시작부터 특이한 이벤트가 뻥뻥 터지는게 

이번 중국출장은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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