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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이번주는 내용들이 좀 지루한 한 주가 될거 같습니다.
사건보다는 배경 설명이 필요할때 지루해지는거 같아요.
따라서 이번주는 내일도 한편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운데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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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투페이스 주임. 좋겠네?
투페이스: 네?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나: 내가 그대의 ADN 후발주자야^^.
투페이스: 아.......죄송합니다.
나: 아니 아니 ㅋㅋ 왜 죄송해. 내가 맡았으니 뒷 처리 걱정하지 말고 홀가분히 가라고^^ 비꼬는거 아니다!?
투페이스: .....코드는..github OOOOO 주소에 있습니다.
나: 오키. 땡큐^^
일단 코드를 내려받고 고민했음. 진짜 죽어도 6.0으로는 못해먹겠다고...귀차니즘이 샘솟았음.
그래. 이번참에 나도 마이그레이션을 한번 해보자. 그렇다고 6.0에서 한번에 2015나 2017로 올리는건 위험해 보였음.
따라서 우리 회사에서 가장 흔한 2010으로....
일단 visual studio 2010을 실행하고, 6.0코드를 불러왔음. 그리고 버전을 올리겠냐는 질문. YES.
그러면 이놈이 알아서 츄르릅~~ 완료! 하고 떠 주었음.
그리고 빌드 및 실행. 출력창에 엄청난 에러 메세지가 올라오기 시작했음.
1000개 이상의 에러 메세지...다시 귀차니즘이 샘솟았음.
자 계산을 해보자. 앞으로 6.0을 가지고 현장에가서 담당자들과 부대끼며 겪을 귀차니즘이 나를 힘들게 할것인가.
당장 눈앞의 1000개 에러 메세지를 처리하는 귀차니즘이 힘들것인가.?
더 말할 것 없이 전자였음.
자...이제부터 이 1000개 가까이 나온 에러를 하나씩 고쳐 나간다..!!
(가끔 강력한 귀차니즘은 업무 효율에 도움을 줌)
나중에 알게 된게 당시 우리 회사에서 6.0코드를 2010으로 업그레이드한 사람이
웃기게도 본인이 '유일'했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할만한데..왜 그랬을까.
그건 당사자인 본인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음. 일단 사내에 경험자가 없어서 그 누구도 '야. 그거 생각보다 별거 아냐.'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없었음. 대신 '할려면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시간이 다들 없었어.' 라는 말은 많이 들었음.
이 말인즉,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 그러면 그 말을 들은 후임자 프로그래머는 남들 몰래 마이그레이션에 도전을 해봄.
그리고 본인이 직면한 상황과 같은 엄청난 에러 메세지들..
이거 괜히 한다고 나섰다가 못하면 나만 못하는 인간이 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포기를 함.
뭐든지 첫 걸음을 딛는다는건 '용기'가 필요한 법. 이 회사의 프로그래머들은 '용기'를 나누어 주기 보다는
'두려움', '망설임'을 전염시키는 사람들 이었음.
일단 출력창에 뜨는 1000개 가까운 에러메세지들..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전에 이미 '아....망했다...' 하며
겁부터 집어먹게 됨. 그러나 본인에게 이런 에러 메세지들은 매우 익숙했음.
본인이 프로그램 훈련을 했던 과정 중, 'warnning 메세지 없애기'가 있었음.
어떻게 하면 좀더 프로그램 고수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유투브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
'포프'라는 프로그래머 분이 계셨음.
이분은 기술적인 얘기도 하시지만 딱딱하게 코드로 다루진 않음.
약간 '썰' 형식으로 자신의 회사 생활과 프로그램에 대한 시각, 개념 같은 얘기를 하는데.
후배 프로그래머로써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썰을 많이 풀어주심. 그분이 어디선가 언급한 warnning.
잘짜는 프로그래머는 애초에 warnning을 만들지 않는다고.. 자기들 회사에선 저런거 보이면 '저질'(코드몽키)취급한다고 ㅋㅋㅋ
그 말을 듣고 우리 회사 프로그램을 빌드해 보았더니 warnning 메세지가 4500개가 넘어갔음 ㅋㅋㅋㅋㅋ
아...우리 회사는 '저질 집합소' 였구나. 감히 이런 코드에 순응하고 기생해서 월급 받아먹는 본인의 입장에서
이 '포프'라는 분에게
"나는 '코드몽키'가 아닌 프로그래머로서 당신의 썰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여겼음.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한땀 한땀 warnning 메세지를 찾아서
정상적인 코드로 바꾸는 '도전'을 해 보았음. 이 4500개의 '경고'메세지를 모두 처리한 뒤 댓글을 달겠다..! 다짐하며..ㅋ
그리고 짬짬히 도전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음.
[포프님. '용기'를 제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4500개 이상의 경고 메세지들을 모두 처리해본 경험은 2010으로 업그레이드 한 ADN 코드의 1000개 에러 메세지를
두렵지 않게 만들어주었음.
'까짓거 해본다. 다 경험이지.'
그리고 막상 하나씩 처리해 나가다 보니 하루만에 처리가 가능했음. 에러 메세지들이 서로 물리고 물리는 애들도 많아서
하나를 고치면 나머지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고..
그리고 에러 메세지 중, 도대체 말이 안되는 코드들도 있었음. 완전히 문법에 어긋난.. 도대체 이게 왜 돌아갔던거지!?
분명 6.0에서는 빌드와 실행이 되는 코드가, 2010에서는 말도 안되는 문법이라고 강하게 에러 메세지를 띄워주었음.
컴파일러가 똑똑해진거임. 멍청한 6.0은 차마 알아차리지 못한 문법 오류를 2010은 그래도 밥 값 좀 한다고
개발자에게 지적질을 해 준거였음. 그리고 친절했음.
아...왜 ADN 장비가 자잘한 문제가 많았는지 이해가 갔음..이런 코드가 중간 중간 암덩어리처럼 잠복해있으니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할 수 밖에..
역시 소름이 돋았음. 6.0이었으면 본인도 미처 보지 못했을 암덩어리를 '귀차니즘'덕분에 알게된 것 아닌가!
그렇게 보무 당당하게 본인 노트북에 깔끔히 실행된 ADN 프로그램을 보며 미소를 지었음.
그리고 이전 '전공정'에서 적용했던 프로그램 구조를 스리슬쩍 밀어넣었음. 본인이 생각해도 편리한 기능이니까.
[디버깅만 할 수 있다면 못고칠 문제...그 무엇인가!!]
본인이 그런 작업을 하는 동안 투페이스 주임은 D사를 열심히 다녔음.
나: 저넘은 막판에 왜저리 열심히 하는지 원~ ㅋㅋㅋ 이제 천상계로 오르기 전에 하계 즐기기 같은건가..ㅋㅋ
그리고 호카게가 찾아왔음.
호카게: OO씨. 오늘이 투페이스 주임 마지막 날이에요.
나: 네!? 벌써 그렇게 됬나요? 아...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에 D사 가는건데..;;
호카게: 그래서 OO씨가 지금 후공정으로 가서 설비 인계 받아야 해요.
나: 아이고오~ 투페이스는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보내나요? ㅎㅎ 좀 불쌍한데...
호카게: 자업자득이죠.
나: 그래도 좀..그렇네요. 인간적으루다가..뭐 맛난거라도 하나 사줘야 하는건데..
호카게: 그 친구는 그럴 자격없어요. 세상이 만만했나본데..큰코 다치게 될거에요.
나: ...........(지대루 찍혔네ㅡㅡ)
그렇게 오후 급하게 후공정을 보기위해 D사로 갔음.
히야...D사 퇴출자 명예의 전당에 두번이나 이름을 올리고도 다시 D사 앞에 있는 나..
불사조라도 된 기분이었음. ㅋㅋㅋㅋ
고객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잠시후 후공정 담당자가 나왔음. '사원'이었는데
동글동글하니 성격도 둥글어 보이는 친구였음. 말투가 로보트 같았으니 로보트라고 부르겠음.
로보트: 혹.시.O.O.O 대리님 이십니까?
나: 네. 맞아요. 반갑습니다. OOO 대리입니다.
로보트: 안녕하세요. 로보트 사원입니다. 전설은 익히 많이 들어왔습니다 대리님.
나: ?? 무슨 전설이요?
로보트: 산군 선배가 얘기 안해주시던가요? ㅋㅋㅋ 대리님 저희 회사에서 유명하신데요 ㅋㅋ
나: 허헛.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네요 ㅋㅋ 업무적으로 유명해야 하는데 어째...;;
로보트: 대리님은 두가지 다 갖추셨어요. 업무적으로도, 성격 적으로도.....ㅋㅋ
나: 뭐. 그런거 다 아시면서 저를 부른건 거기 철중이 형님이십니다? 후회하시면 안되요?
로보트: 같은 D사 직원으로서 이런말은 좀 뭣하지만...사실 전공정 선배들은..도가 지나치긴 했죠..
나: 오?
로보트: 그래도 미워하진 마세요. 사실 대리님께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겠지만..산군 선배는 대리님 위해서
목사님이랑도 자주 다투시곤 하셨어요. 일 잘하는데 왜 굳이 사람을 건드리냐고..
나: ..........
로보트: 산군 선배가 목사님이랑 큰소리 내는게 저희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선배가 알게 모르게 몇번이나
대리님 지켜주셨습니다..그리고 목사님도...저희 회의 석상에서는 대리님 대단히 인정하고 계셨어요..츤데레 같은 분이셨지만..
일찍이 철중이형이 대리님 데려 가려고 했는데, 목사님이 절대 안 보내 주셨거든요.
나: 음...시작이 잘못되서 그래요. 콩과장이란 쓰레기가 하나 있어서...ㅎㅎ 뭐 어쩌겠습니까. 저도 그분들께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로보트: 그래서 말인데 대리님! 저희 후공정은 다릅니다! 저희는 일 잘하시는 분이 최고인 곳입니다.
절대 대리님이랑 소모적인 일로 갈등 생길 일이 없을겁니다!
나: 오호. 그거 참 잘됬네요~ 저도 싸움 같은거 좋아하는 사람 아닙니다. 성의껏 협조하겠습니다^^
로보트: 네! 그럼 들어 가실까요~?
와....무슨 전공정이랑 후공정이...담당자들부터가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나...뭔가 느긋했음.
하긴..뻗으면 ㅈ 되는 전공정이랑 다르게 여기 후공정은 뻗으면 다시 살리면 되는 곳이니까. 애초에 '긴장도'가 달랐음.
그러나 나중에 후공정에 투입된 인원들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음. 결국은 이전 '전공정'에서 쌓아온
명성 수치의 덕을 본것인데..이때는 단순히 '전공정'과 '후공정'의 설비 특성 차이로 치부했음.
로보트: 대리님 여기서 부터는 혼자 가실 수 있으시죠? 제가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모시러 나온거라..다시 올라가봐야 될거 같아요.
나: 아. 네. 고객사만 괜찮으면 저도 혼자 갈 수 있습니다. 대충 어딘지는 예전에도 봐뒀어요.
로보트: 들어가시면 아마 투페이스 주임님 계실겁니다. 거기서 같이 계시면 제가 다시 내려 가겠습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나: 아아..제가 명함을 안들고 다녀서. 죄송합니다. 그럼 특이사항 있으면 여기 번호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로보트: 넵!
그렇게 '전공정'일하며 늘 지나다니는 라인 내부 루트를 따라 이동하는데..참 기분이 낯설었음. 1년남짓 다니던 통로인데
전공정 프로그래머였던 때와 후공정 프로그래머인 지금의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고 할까.
'오작교'를 건너기 전이 후공정 파트이기에 '전공정'보다는 동선이 짧았음. 저 오작교 너머로 전공정 장비가 보였음.
아..통풍이가 바라보던 시점이 이랬겠구나~ ㅎㅎㅎ
전공정 장비는 거대했기 때문에 후공정에서 바라보니 압도적인 광경이었음. 뭔가 대단한 장비하는것 처럼 느껴졌음.
괜히 전공정이 전설적인게 아니었음. ㅎㅎ 이제 저 전설도 곧 끝나겠지만..
나: ADN이라...ADN....아 저기네.
장비마다 이름표가 있었기에 하나 하나 찾다보니 ADN 장비가 보였음. 그리고 그 옆에 바닥에 비닐을 깔아놓고..
그 위에 데스크탑 PC, 그리고 KVM이 연결된 모니터를 양반다리 한 채로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 투페이스 주임을 발견할 수 있었음.
당장 내일부터 안나오는 직원의 뒷모습이 아니라. 딱 그 모습만 보더라도 얼마나 진지하게 프로그램을 보고있는지
느껴졌음. 저 새퀴는 알다가도 모르겠네. 막판에 왜 저러는거여 ㅡㅡ;
나: 어이! 투페이스 주임.
투페이스: 앗 대리님! 오셨습니까! (꾸벅)
나: 와..또또!! 내가 배꼽인사 하지 말랬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며? 이제 그냥 형이라고 불러. 말도 편하게 해.
투페이스: 갑자기 그러는게 더 어렵습니다만..?
나: ㅋㅋㅋ 편할대로 해라. 그래도 형 마음이 조금 짠...하네. 마지막날 까지 여기 쭈그리고 있어야 한다니...
투페이스: 죄송합니다...
나: 엉? 왜?
투페이스: 대리님께 인계 하기전에 정말...최대한 많이 해결을 하고 싶었습니다..이렇게 신경써 주셨던 분인데..제가 갚을꺼라곤 이것 밖에..
나: 엥? 뭔소리하냐. 뭘 신경써. 눈치밥만 줬지. 괜찮아 괜찮아. 내가 이래뵈도 우리회사 No.2야. 다 형 혼자 처리할 수 있어.ㅋㅋ
투페이스: 저 여기 혼자 오게 됬을때..대리님께서 싸워주시지 않았습니까? 팀장님이랑.
나: 아? ㅋㅋ 답답해서 그렇지. 가서 털릴게 뻔한데 꼭 터진뒤에 수습하는거 같아서. 무슨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ㅎㅎ
왜 일을 두번 하려는지 원;;
투페이스: .............
나: 그래 대충 어느정도야? 현재 상황은?
투페이스: 처리할 목록이...20개가 넘어갑니다...그리고 아직 더 많은 버그가 있는데 파악도 안됩니다..20개 중에 2주 동안 고작 3개밖에 처리 못했습니다..
나: ㅎㅎㅎㅎ 이 친구야. 그건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나라도 어려워. 내가 이번에 ADN 버전을 6.0에서 2010으로 올려서 왔거든?
투페이스: !?!?
나: 2010으로 올리니까 컴파일러가 제법 많은걸 알려주더라고. 한번 볼래? 너가 왜 파악이 안되는지? ㅋㅋ
그리고 6.0에서는 잡아내지 못한 문법 오류 코드들을 보여주었음.
나: 봐봐. 나도 이거 버전 올리기 전엔 이쪽은 있는지도 몰랐거든. 근데 이게 6.0에선 돌아가고 있더란 말이야. 이게 말이 되냐!? ㅋㅋ
투페이스: 와아....이런게 가능한 거군요...도대체 어떻게 실행이 된거지...;;
나: 것봐라. 너가 못난게 아니라니까? 회사가 못난거지 ㅋㅋ 다행히 '우리'가 발견하게 된거라고.
투페이스: 대단하십니다..다들 말로만 말하고 시간 없어서 안한다고 하던 일인데..역시 대리님은 그걸 하시는 분이군요.
나: 나는 그냥 귀찮아서 해온거야.;; 어차피 현장은 니가 있으니까.
투페이스: 마지막에 좋은걸 배웠습니다. 대리님.
나: 그래...
일단 투페이스가 작업하던 코드를 쭉 살펴봤음. 일단 기존코드와 다르게 코드의 배치들이 정돈 되어 있었고
기능별로 서로 묶여 있었음. 아서라...그렇게 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주석으로 코드의 의도나 특이사항 같은것들이 적혀있었음.
기존 코드에 없던 수많은 주석들..
나: 뭐여. 왠 주석이 이렇게 많아;;
투페이스: 제가 해결은 못하더라도...분석한 내용들...나중에 대리님 보시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해놨습니다.
나: ................
투페이스: 물론..대리님 이시면 이런거 전혀 필요 없으신거 압니다. 제가 분석할 정도면 대리님은 더 빨리 하시겠죠..;;
나: 음...내가 말이야. 첨에는 너가 다른데 가더라도 너의 '특이한' 무언가 때문에 같이 일하기 참 어려울거라고 생각했거든?
투페이스: 네?
나: 근데 이제는 다른데 가도 잘 할거 같네.^^ 고맙다.
투페이스: ??
['협업'이란건 일단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투페이스가 열심히 해놓은건 고맙지만, 불행히도 본인은 2010으로 버전업 해온 코드를 써야 했기에
그의 노력을 활용해 주진 못했음. 장비를 세우고 본인의 코드를 다시 업로드 했음.
나: 어? 근데 너 고객사 장비 Run / Stop 하는걸 어떻게 배웠냐? 나도 모르는걸?
투페이스: 오신다는 얘기듣고 알려달라고 해서 배웠습니다.
나: 허허...하지마라. 개 ㅈ밥으로 기억되야 퇴사해도 아쉬움이 없지. 잘해버리면 내가 아쉬운 마음이 들잖아 ㅋㅋ
투페이스: ㅋㅋㅋㅋㅋㅋ
나: 잘하겠네 진짜. ㅋ
그렇게 프로그램을 바꾼 후 다시 테스트 가동을 했음.
나: 어떤거 같냐?
투페이스: 오...아까부터 이상하게 튀던 값들이 이제는 안튀네요. 여전히 버그는 있지만 대충 뭔지 알거같아요.
나: 어. ㅋㅋ 이만하면 너두 내 걱정은 안해도 될거 같은데? 그보다 너가 2주 동안 봤던 설비 설명이나 듣자.
투페이스: 네!
나: 뭐 굳이 오늘 뭘 다 할 필욘 없잖아? 나가서 해장국이나 먹으면서 얘기해 내가 사줄께. 오늘은 조기 퇴근하자. 너도 마지막날인데
정시 퇴근하면 너무 슬프잖아 ㅋㅋ
투페이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보트 사원에게 대략적인 내용을 얘기했음. 당연히 '네~ 가시겠다면 가셔야죠~~충성충성 앞으로 잘부탁 드립니다.'였음.
그리고 '대리님은 D사 자율 출근 이십니다. 그냥 편하게 도착하시기 20분전에 연락주시면 모시러 가겠습니다.' 였음.
확실히 '명성작'은 해 둘 필요가 있음. ㅋㅋㅋ
그러나 본인에게 '자율'이란 말은 족쇄 같은거였음. 그뒤로 9시에 꼬박꼬박 출근하는 본인을 목격할 수 있었으니...
막상 위에서 풀어주면 스스로 조이는 성격이라....청개구리 습성이었음.
해장국을 먹으며, 설비에 대한 내용을 듣고 히스토리도 좀 알아보려 했으나 호카게는 투페이스에게
많은걸 알려주진 않았음. 결국 큰 도움 될 만한 정보는 없었고 그렇게 투페이스 주임과 마지막 인사를 해야했음.
특이한 친구였지만... OOO톡으로 싸구려 넥타이 하나를 입사 기념으로 보내주었음.
그렇게 다음날. 다시 D사로 출근.
로보트: 아니;; 대리님. 뭐하러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저는 분명 천천히 오라는 뜻으로...
나: 아..네. 그냥 일찍 오고 싶었어요^^;; 장비를 보니 호기심이 생겨서 ㅎㅎㅎ
로보트: 네에..;;
나: 일단 업무 처리할 목록좀 보시죠. 이것도 D사 '미비사항' 입니까? ㅋㅋㅋㅋ 앞으로 쭉 그냥 '미비사항'??
로보트: 하하^^; 전공정이나 그랬지 저흰 안그래요 ㅋㅋㅋ '추가 요청 사항'으로 하실까요?
나: 와아~ 그래! 처음부터 이랬어야지! 이래야 사람이 일 하는 맛이 나지요!!
로보트: 잘못된 방식이긴 하죠...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건데...하하..괜히 죄송스럽네요..
나: 아니요. 10년묵은 체증이 다 내려갑니다. 가실까요!
그렇게 그날오전. 20가지의 수정사항에서 10가지의 문제를 해결했음. 디버깅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 ㅋㅋㅋ
로보트: 와아...이건...뭐.....
나: 곧 점심 시간이네요. 나머진 점심먹고 할까요?
로보트: 대리님..그냥 퇴근 하시면 안될까요?
나: 네? 왜요?
로보트: 아니...이건 좀...너무 빨라요....;;
나: 빠르면 좋은거 아녜요?
로보트: 그랬구나...목사님이...그래서 그러셨구나....
나: ??
로보트: 대리님. 오해말고 들으세요. 보통은요 호카게님이 이 일을 맡아 주신다 하면 20가지 정도면 1달 반에서 2달정도 일정을 잡아요.
나: 네!?!?
로보트: 아니..호카게님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늘 그래 왔어요. 예외적으로 통풍대리님이 계셨구요.
나: 네. 그래서요.?
로보트: 저희 일이라는게 빨리한다고 좋은게 아니에요. 물론 저희 한텐 좋죠. 근데 대리님께는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나: ............
로보트: 통풍대리님은 빠르셨죠..빠르셨기에...원래 하던일 끝나면 곧바로 다른일 또 받아서 하셨죠..
그런 식으로 릴레이 하듯이 달리는 겁니다.
저희도 그분 그렇게 떠나보내고 밑에 담당자들끼리 후회 했었죠..잘하시는 분들 관리를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고..
나: 아;;;;
로보트: 근데 대리님은 통풍 대리님보다 더 빨라요..목사님이 좋아하셨던건 그런 부분 이었죠..계속 시키게 되는거죠.
나: 적당히...일정을 좀 늘려야 겠네요?
로보트: 네. 그게 저희도, 대리님도 오래오래 같이 일할 수 있는 방법 같아요.
나: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10개 한거, 보고는 3개로 하시죠. 그동안 저는 이 프로그램 좀 더 괜찮은 구조로, 그외 개선할 점은 없는지 살피겠습니다.
로보트: 네. 알겠습니다.
[통풍이의 선물..]
그렇게 참으로 오랫만에 손발이 맞는 업무 환경이 갖추어 졌음.
학사 페밀리와 어울리던 2016~2017년이 가장 즐겁게 회사를 다녔던 시절이라 한다면..
후공정을 맡은 2018년 이후는 가장 업무적으로 안정된 시절 이었다고 생각이 됨.
당시엔 몰랐지만 지나고 보면 이때도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음.
그리고 그 행복했던 시절의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