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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고나면 발표네요..
게시물ID : science_283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브이
추천 : 3
조회수 : 5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13 05:03:19
안녕하세요 과게 여러분!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쓰네요~!
 
전 지방국립대 화공과 졸업을 앞두고..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될 학생입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때 문과를 나오고.. 맘에도 없는 화공과를 아버지 권유로 오게 되었어요.
 
결국 전공에 하나도 적응 못하고 2학년까지 놀기만 하다가 군대도 뒤늦게 가게 됬죠..
 
군생활은 나름 적성에 맞았는데, 병장때 행보관님 권유로 전문하사 테크를 타게 되었어요.
 
사실 임관하고 바로 부사관 전환 신청하려고 서류까지 다 만들었었어요ㅎ
 
전공도 너무 어려웠고, 군생활도 나름 재밌으니 뼈를 묻으려 했죠...ㅋㅋㅋ
 
하지만 결국 부모님 반대로 그냥 전역을 선택하게 됬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꼭 파파보이 같네요ㅎㅎ 그때 당시 천안함 + 연평도 크리로 걱정도 겅정이셨겠지만,,
 
집에 더이상 손벌리기 싫다는 제 주장보다, 앞으로 2학년밖에 안남았는데 아버지가 아무리 늙었어도 그정도 더 못해주겠냐고 하시는게
 
너무 완고하셔서 설득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전역하고 나서는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썽만 피우던 못난아들 철든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하고 나왔죠
 
복학 후에는 바닥쳤던 학점을 어떻게든 올려보겠다고.. 사실 정말 중요한 전공과목을 어려울것 같다고 다 빼버렸어요
 
바보같이 지레 겁먹은거죠 뭐..
 
어찌됬건 학점은 목표한만큼은 못했지만 근접하게나마 올리긴 했어요
 
그렇게 3학년을 보내고..
 
정말 뜬금없었지만 화공기사하고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무턱대고 휴학을 해버렸어요..ㅎㅎ
 
그 결정이 휴학하고 기사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무모했는지 몰랐어요ㅎㅎ
 
5과목중 단위조작 한과목 안에 포함된 분리공정 빼고는 하나도 안배운거드라구요...
 
화공을 전공하신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건지 아실거에요.. 열역학, 반응공학, 유체역학, 열전달 등등...
 
그래도 뭐 무라도 썰어야겠다 하고 독학대신 학원에 등록을 했어요
 
그렇게 강의를 들으면서.. 부끄럽지만 주기율표부터 단위환산하는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제 수준은 비전공자나 다름 없었죠 뭐ㅋㅋ.. 그래도 나름 독기품고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어요
 
살면서 공책을 다써본것도 처음이였고, 공부 시작하면서 산 펜이 잉크가 다 닳은것도 신기한 경험이였죠ㅎㅎ
 
그렇게 세달 준비하고 나름 자신만만하게 시험을 봤는데,, 아쉽게도 네문제 차이로 불합격이었어요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다시 준비했죠. 가능성은 봤잖아요ㅋㅋㅋ
 
세달을 더 준비하고 두번째 시험을 봤어요.
 
가채점을 해보니 평균 60점으로 완전 턱걸이로 합격이 나오더라구요!
 
너무 기뻐서 가족이고 여자친구고 친구들한테도 다 자랑했어요ㅎㅎ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저는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필기합격날 불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다시 보니까 한문제 가채점을 잘못했는지 틀렸더라구요.
 
그때의 기분이란........ㅋㅋㅋㅋ
 
나름 괜찮은 멘탈이라 자부했었는데ㅋㅋ 와장창 무너져 내렸어요
 
자랑했던 사람들.. 학교에도 소문이 다 나있었는데 결국 떨어졌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아무한테두요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서 휴학 1년을 성과없이 보내고 학교로 돌아가게 됬어요.
 
복학 후에도 학점만 유지한 채 어영부영 보냈어요..
 
올해 1회차 2회차 기사시험은 신청만 하고 보러도 안갔어요.. 실기시험기간에는 대충 학교공부때문에 방학때 본다고 둘러대고
 
방학 후에도.. 실기시험때 집에다가 시험보러간다고 거짓말하고 혼자 피시방에 갔어요..
 
멍때리고 앉아있는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비참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그래서 남은 방학동안 여자친구까지 도서관 데리고 나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개강하고 나서도 계속 몰래 공부했어요.. 과 사람들 안보이는 곳에서..
 
그렇게 올해 9월에 있었던 마지막 필기시험에서 결국 합격했어요.
 
피시방 가서 몰래 채점해보고 혹시 몰라서 세번이나 다시 해보고.. 30분동안 시험지만 보면서 미친놈처럼 실실 웃다가
 
여자친구를 비롯해서 친한 친구들에게 고백했어요.
 
1년동안 속여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다들 축하한다고, 괜찮다고 위로해 주더라구요..ㅎㅎ 고마운 친구들.. 그리고 힘들었던 슬럼프 기간동안
 
버팀목이 되준 여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그때부터 자신감도 되찾게 되었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조금 떳떳해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
 
해뜨고 나면 실기 최종합격자 발표에요..
 
실기 준비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이제 자고나면 결과가 나오는데.. 긴장되서 잠이 잘 안오네요ㅎㅎ
 
누구한테는 너무나 쉬운 화공기사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거든요
 
만약 떨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을거에요 이번엔
 
그래도 오유 여러분들 응원해 주셨으면 좋을거 같아요ㅎㅎ
 
그리고 이번에 평소 존경하고 있던 교수님께서 좋은 조건으로 대학원 입학을 권유해 주셨어요. 뜬금없이 결정한 일이지만
 
이게 제 인생에 또다른 전환점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구요!
 
지금의 목표는 석사생활 하면서 더 공부해서 가스안전공사에 입사하는 거에요.
 
잘 할수 있겠죠??!
 
할 수 있어요!
 
혹시나 지금 좌절해서 방황하시는 분들도 하실 수 있어요!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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