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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26
게시물ID : soda_6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36
조회수 : 8203회
댓글수 : 63개
등록시간 : 2024/05/23 09: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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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대망의 마지막 해가 왔습니다. ㅎㅎ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지만요^^ 오늘도 즐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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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21년. 

나는 드디어 우리 회사에 '변혁'을 가져다 줄 나만의 플랫폼으로 Roll to roll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성공했음. 1월초에 아내는 대만으로 건너갔음. 이제 배가 부풀어오르는 시기였고

대만에는 장모님과 처제, 처남이 다 한동네에 살았기에 산후조리에도 대만이 더 낫다는 생각이었음.


가장 걱정되던것이, 이 장비업계는 언제 해외 출장을 갈지 모르는 것이고

급할때 아내를 챙길 수 없다는 부분...


그렇다고 내 개인사정을 핑계로 내 직무를 남에게 떠 넘기는게 싫었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해외출장 안가는 팀장들을 얼마나 극혐 했던가....

극혐을 했다면 그 댓가도 내가 치뤄야 할 일...내 사정이 같아졌다고 타협할 순 없는 일이었음.



초음파 확인결과 아이는 '아들' 이었음.

아주 크고 늠름하니. 후후...요녀석!



***



이 상황은 나에게는 더욱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었고.. 

나는 나에게 현경의 경지를 보여준 동생과, 대학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대형 벽걸이 TV에 노트북을 연결하고 그들에게 내 프로그램을 발표했음.


친구들은


 "와...이거 MFC맞아!? 무슨 안드로이드 어플같은 디자인이야."


 "예쁘다...!!"


 "이건 애니메이션 기능이야? MFC가 이게 되나!? ㅋㅋㅋ"


나: 뭐. 보기좋은 떡이 먹기 좋겠지? ㅋㅋ 티리엘 과장이라고 디자인과 테마에 목숨건 선임자 덕분이지. ㅋㅋ

이건 겉모습일 뿐이고. 내가 원하는건 우리나라 굴지의 개발회사 직원에 코드 리뷰를 듣고싶다!


동생: 뭐 ㅋ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


나: 일단 기존의 회사 코드를 보여줄께.


....................

...................


동생: ..........음.....


나: 어때 회사코드?


동생: ..........허어....이렇게 코드 짜고도 돈 벌 수 있구나....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찾아져요?


나: 음...찾는 사람도 있고, 못 찾는 사람도 있지....


동생: 나는 못 찾을거 같은데 ㅡㅡ; 이건 무슨 고행 수련하는거 같아요...ㅋㅋㅋ

 

나: 그러냐 ㅋㅋㅋㅋㅋ 그럼 다음으로 내 코드!!!


동생: ...........오올...익숙해....그래...이게 정상이지....


나: ..............


동생: 음. 마음에 드네요. 한가지 아쉬운건 키워드 부분이 좀 모자라는게 있네. 형. 

상속을 했으면 override 키워드를 붙여줘야죠.

noexcept 키워드 알아요? 이거도 불필요해 보이겠지만 넣어두면 좋아요. 실제 있으나 없으나 다를건 없지만. 

타 개발자들이 봤을 때 명시적으로 기능을 알 수 있고. 컴파일러도 코드 최적화하고 컴파일 속도 올리는데 좋아요.


나: 오. 알았어 공부해서 넣어둘께.


동생: 그리고 포인터 형 변환에 있어서 저희는 reinterpret_cast 를 쓰거든요? 

이게 제대로 형이 안맞을 때는 nullptr를 반환해 주기 때문에 실수를 방지할 수 있고요.


나: 오...역시 다르구만..!! 달라!!!


동생: 그런데 뭐...우리 같이 깐깐한 개발 회사들이나 그렇지. 

아무도 코드리뷰 안하고 현장에서 막굴리는 장비업계에서 이정도 하신거면

진짜 열심히 하신거에요. 이건뭐 잡초밭에서 꽃이 핀거같네. 인정합니다!


나: 다 니 덕분이지...^^



[나는 준비가 되었다. 이제 내 식구들 먹여살릴 연봉 준비만...!!]




 ***




1월 회사 시무식. 올해도 우리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음. 재작년에 도 거의 -90억 넘었지 않았나?

2020년의 결과는 -120억 이었음.


상장 회사가 3년을 연속 적자보면 상폐된다고 하여 회사 분위기는 좋지 않았음. 

(그리고 이런저런 재무관련 인물들이나, 회계사들이 회사를 들락거리며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했음.)


원래 시무식은 비전팀들에게는 훈장 수여식 같은 자리였음. 


우리가 작년에 이만큼 열심히 했고 그 결과로 60억의 매출을 올렸다!

6개의 팀이 골고루 40억, 70억, 60억 이런식으로 자신들의 매출을 자랑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었던 40억 팀은 투지를 다지는...!


올해부터는 달랐음. 6개 팀장들은 왜 자기들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는지 해명하는 자리가 되었고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상황. 그나마 사장님의 매제인 1팀장만이 어께를 당당히 펴고 말했음.


"모두가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우리는 70억의 매출을 달성 했습니다. 이대로 올해 목표는 120억을 잡고 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괜찮으나...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 가지고 가는 인센티브는 

실제 매출에 공헌한 인원들에게 돌아가는 양이 작습니다.

이제부터는 팀별로..!! 더 확실히 결과에 맞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가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 말이 떨어지자 비전 1팀 사람들의 어께가 당당하게 펴짐과 동시에 

나머지 5개 비전팀들은 짜증과 분노가 일어났음.



[니네가 잘해서 적자를 안봤냐? L사가 일을 많이 준 덕분에 현상유지 된거지...]




***





나: 사장님 매제나 된다는 놈이. 분위기 파악을 이리도 못하나!?


창희: 그러게나 말이에요. 지금 자기들 인센티브 얘기하고 있을때냐고;;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

최소한 비전팀들 끼리는 뭉쳐야지. 지들끼리 기싸움하고 자빠졌네..


램쥐: 저희 올해도 적자면 상폐각인데요. 


램쥐는 주식에 관심이 많음. 따로 열심히 주식 공부를 하는데, 투자 관련으로도 공부를 하는듯 했음.

그럴 시간에 프로그램 공부나 더 하라고 잔소리 하고 싶긴하지만...그러지 못했음.


동석이를 보았을 때. 사람이 기술이 늘어나는 시기는 '시운'도 한 몫을 함. 

결국은 누구나 성장을 하는것이고 내 욕심과 잔소리가 더 해진다해서 아랫사람이 몇년만에 만렙을 찍을 순 없었음. 

그리고 머리에 입력 가능한 양은 한정 되있기에 더 본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것도 없고.


또다른 이유로는 램쥐 세대 아이들은 회사 생활과 퇴근 후의 생활이 

우리 때 보다 더 완벽하게 분리 되어있었음. 퇴근 후의 내 '생활'이라는 울타리가 더 높아졌다고 할까?

눈치보는 개념이 달라졌음.


예전 동석이의 경우, 이 울타리가 조금 애매했음. 주말에 열심히 축구를 했지만 

선임자들에게 자기가 주말에 뭐하고 놀았는지 말을 못했음. 간섭을 받을테니까.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하는 ㅋㅋ


램쥐의 경우는 미주알 고주알 지가 뭘했는지, 퇴근후에 재테크로 뭘 알아보고 있는지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음. 그게 무슨 의미냐? 이 친구에게는 그런 간섭이라는 자체가 애초에 '시나리오'에 없다는것.

상사가 내 퇴근후의 생활에 토를 달 것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세상이라는...


젊은 애들이 화끈하고 기상천외하며, 쿨한 부분도 있었음.

나는 소싯적 비싸서 감히 못사먹어 보던 것들을 지금 애들은 망설임 없이 사먹는것...

램쥐는 특히나 주말이면 자신만의 식도락 여행을 다녔음. 


솔직히 열대어를 공부하고 물고기 양식에 투자 하는 부분은....ㅋㅋ 

나로서는 기상천외 하기도 하고 뭐지 싶기도 했음. 그 시간에 직무공부 하라고!!


그게 내 눈에는 막연해 보이는 행위일지 모르겠지만..... 

램쥐의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골고루 무언가를 시도 하면서도, 자기 보상은 확실하게 해주는...

세대가 다르니 이해할 수 없고, 많이 달랐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보였음. 


저 막연해 보이는 행위는 사회 초년생들의 '막막함' 같다. 시대가 변하니 그 막막함의 표현이

저렇게 드러나는게 아닐까. 우리 때 보다는 조금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세대차이에 대한 답은 하나였음. 시대가 변해도 그것을 '관통'하는....강호의 도리는 

바뀌지 않을테니 그저 아이들을 믿는것 뿐.


위에서는 그저 부하 직원이 다른 길로 새지않게 지켜봐주고 믿어주면 되는거임.

그걸 알게 해준게 동석이였음. 


램쥐는 지금도 예전 팀장인 나에게 자주 전화오고 만나고 싶어 하지만..

사실 나는 램쥐가 생각하는 만큼 대화가 잘 통하는 쿨하고 멋진 선임자가 아님. 

노련하게 아닌척 들어주는 거지...


이 모든건 동석이를 갈구고 욕하며 시행착오를 한 덕분에 알게 된거라는 거임.

그럼에도 삐뚤어지지 않고 인연으로 남아준 동석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음.


동석: 어...그..그럼 회사 망하는거야?


램쥐: 아뇨아뇨 ㅋㅋ 그건아니지만...보통 상폐 될 각이 나온 회사가 살아남기는 좀 어렵긴....;;


나: 램쥐야. 망해가는 회사에 뽑아서 정말 미안하다. 이 새끼야 ㅋㅋㅋㅋ


램쥐: 아녜요 팀장님!! ㅋㅋ


나: 소프트 내 밑으로 잘 들어라.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니들이 고생하고 공부해서 익힌 모든걸 쏟아내라. 

공부가 부족한 사람은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해라. 어차피 망해 없어질 회사라면.. 

너희들이라도 다른데 날아가서 살아야 하지 않겠냐!? 그때 다른 둥지에 가서도 절대 꿀리지 않도록!! 우리 OO회사 출신들이 절대 ㅈ밥들이

아니라는걸 보여주자고. 너희 자신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120% 열심히 해서 최대한 많은 경험치를 쌓자!! 돈 말고 경험치!!


코알라: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나: 램쥐도. 형이 아는거 최대한 많이 알려줄테니까 밤에 잠도 자지말고 공부해라. 

그게 너한테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역할같다.


램쥐: 네.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창희: 뭐야 ㅋㅋ 회사 망한것 처럼 ㅋㅋㅋ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거 아녜요?


나: 항상 배수의 진을 치는게....지나고나면 손해는 안보더라구요 ㅋㅋ



[말해주고싶다....내 플랫폼이....개봉되는 날...우리 다 같이 날아오를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모두의 사기를 올려주고 싶다...!!]



그러나 아직 확실해진건 아무것도 없었음. 

괜히 입 가볍게 희망 같은거 불어 넣어줬다가 햄릿이 통수라도 친다면!?


나 하나 체면 떨어지는건 상관없으나 우리 개발자들의 사기가 바닥을 칠 테니까. 

차라리 밑에서 부터 기어오르는 절박함을 심어주는게 오히려 낫다..!





***





1월에는 회사에 좋은 소식(?)도 있었으니....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며 K 이사가 말했음.


K이사: OO야. 투투과장 알지?


나: 당연하죠! 잘 지내고 계신데요?


K이사: 지금 우리가 투투 과장을 만나고 있어..


나: ..........?


K이사: 투투 과장이 재입사를 하면....어떨거 같냐....?


[솔직히 말해서. 그분이 좀 오바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나: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봐온 비전팀 중에 

제일 자기 '직업'에 자부심이 있었고. 그만큼 열심히 일하셨던 분이거든요. 물론 일도 잘하고

세심하게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관리할 줄 아는 사람 같아요. PM을 줘야 한다면 그만한 사람도 없어요.


[당신이 책임 떠넘겨서 삶아 먹지만 않았다면......]


K이사: 그랬지...투투는 확실히 일을 잘 했지...투투가 돌아오면...

지금 우리 회사 분위기도 다시 상승세를 타지 않을까?


[니네 '팀' 이겠지..비전 1팀장 때문에 배가 아팠구만?

뭐...좋다...어쨌든 잘 나가는 팀이 더 생기는건 좋은일이야...]


나: 아마도 업무과정 중에 사소한 실수로 이리저리 욕먹는 상황은 확실히 방지되겠죠? 

고객사 한테도 좀 더 신뢰감 있는 모습도 보이구요.


K이사: 좋아. 사실 나도 너랑 비슷한 생각이야. 니 의견이 듣고싶었어^^


나: 네. 이번에 다시 돌아온다면....지난날에 보상은 어느정도 해주세요...ㅎ 그렇게 가실분은 아녔어요..


K이사: 그래야지....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투투 과장이 '흑화' 했다는걸.....




***



투투 과장의 복귀 소식은 비전 K팀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음.

그가 복귀했을 때, 간만에 침체된 분위기를 잊고 그들끼리 크게 회식을 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 과거 상해에서 보여주었던 '엔지니어' 의 표본 같은 그의 소식에 내 일 처럼 기뻐했음.


어쨌든 인재는 많을수록 좋지 않은가!?

그러나 다시 대면했던 투투 과장은 무언가 달랐음.



나: 과장님!! 재입사 축하 드립니다! 이제 우리회사도 살겠구나!! 안심이 됩니다! ㅋㅋ

아마 제가 과장님 입사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 중 베스트 3위안엔 들껄요? ㅋ


투투: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근데.....그쪽 팀은 누가 팀장이에요?


나: 네?


투투: 호카게님 안계시면 OO씨 위에는 누가 있는지 궁금해서요.


나: 제가 팀장 입니다만..?


투투: 아 진짜요? 대리인데...팀장...? 내가 없는동안 많은게 바꼈나 보네요 ㅎ


나: 하하...........^^;;


일단 팀장이 되었다는 말에 '축하' 메세지가 없다는 걸 보았을 때. 

그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드는 거임.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이라는 말속에는 반대로 말해 

내가 있었다면 너 따위가 팀장이 되게 만들진 않았을 거라는 '적의' 가 묻어나 있었음.


시작부터 그는 내게 그의 색깔을 완전노출 해 버린것.

사람이 좀 많이 변했네...? 멍청해서 자기 심리 들키는건 똑같....



***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건 K이사도 마찬가지 였을거임. 

투투 과장은 형식적인 인사를 K이사에게 건냈을 뿐.. 더이상 K이사를 따라다니지 않았음. 


[구워 삶아졌던 사냥개는 더이상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지 않는 법.]


비흡연자인 투투 과장이었지만 과거엔 K 이사가 담배를 피러가면 같이 따라나가

옆에서 농담도 하고 같이 대화를 많이 했음. 


이제 그런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음. 

대신 투투 과장은 햄릿 이사 옆을 따라다녔음.


[투투야...너 그 줄....썩은 동아줄이야....]


햄릿과 밥먹고, 햄릿과 커피 마시며 과거 포청천 팀장이 그랬듯...

업무보다는 미팅하고 임원진들과 커피먹는데 하루 일과 대부분을 흘려 보냈음.


K 이사의 경우 과거에 자기 지은 죄가 있다보니 그런 투투 과장의 업무태도에 따로 뭐라하진 못했음.

투투 과장은 잡을 '줄' 을 햄릿으로 바꾼거였음.


자칭 전직 개발자였던 투투 과장은 햄릿 이사의 귀를 간지럽히기에 충분한 언변을 가지고 있었음.

햄릿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듣기엔 생소한..알수없는 소프트웨어적 용어가 나올 때 마다 배꼽에 손을 얹고

투투 과장의 말을 경청하고는 했음.



창희: OO씨.. 투투 과장 말이에요.. 소프트웨어 팀에 오고싶은 걸까요...?


나: 나도 한번씩 착각하곤해요 ㅋㅋ 저분은 자기 이사 놔두고 왜 햄릿한테 붙어있데요? ㅋㅋㅋ


창희: 한번 배신 당했으니, 선을 그었나보네요. ㅎㅎ


램쥐: 저는 저 분 맘에 안들어요. 한번씩 저한테 와서 프로그램 공부는 어떻게 하는거다 막 참견하시는데..

들어보면 다 뜬구름 잡는소리에;; 딱 봐도 겉만 알지 속은 전혀 모르는 분인데.


[젊은 애들은 눈치도 빠르다..아니면 투투가 속빈 강정이거나...]


나: 아...예전에 여의도 쪽에서 웹개발 깔짝 하셨던 분이라 그럴꺼야. 과도 컴공 나와서 ㅋㅋㅋ


램쥐: 극혐입니다. 잘 모르면서 해봤다고 아는척 하는 인간들.


나: 그래도 비전팀 업무로는 내가 본 사람중에 제일 일 잘해. 적당한 오지랖은 받아주면서 살살 구슬리며 일하면

도움 받을 곳이 많은 사람이야^^


램쥐: 오오...그거 '조련' 인가요?


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삼국지의 조조나, 주유 같이 팔방미인인 사람은 없어. 

대부분은 무관도 문관도 아닌 애매한 사람들..가끔 특출난 사람들은 뜯어보면 여포 아니면 장비야.

걔네들 '무력' 말고 뭐가 있냐? 좋은 관리자는 걔네들 잘 구슬려서 전장에 내 보내는거야.


램쥐: 저는 관리자가 아닌데요....


나: 사람을 구슬리고 원하는걸 얻어내는 훈련을 지금부터 하는거야. 

그런 '내공'이 관리자되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냐? 니들도 명심해. 그때가서 하면 늦어.


창희: '대화'를 잘 하는것도 방법이죠^^


코알라: 그냥 마이웨이가 편합니다 팀장님.....


동석: ...........


램쥐: 명심하겠습니다!!


나: .................





***





햄릿이사의 호출로 이사실로 들어갔음.



햄릿: OO야. 개발중인 프로그램은 어느정도 진행됐어?


나: 네. 이제 마무리 됐습니다.


햄릿: 그래? 그럼 날 잡아서 나한테 발표한번 해 볼래?


나: 음...네. 그럼 이사님도 준비 되신건지요?


햄릿: 뭐?


나: 제 연봉.


햄릿: ...............;;


나: 왜요? ㅋㅋ 당연한거 아니에요?


햄릿: 지금 위에 설득중이야.


나: 네. 잘 설득해 보세요. 설득할 건덕지가 얼마나 많아요? ㅋㅋ


햄릿: 문제는 회사가 2년째 적자라는 상황이지..


나: 그렇다고 올해 전 인원 연봉동결은 아닐텐데요? 

저 투투 과장도 예전에 받던 연봉에 훨씬 많이 얹어받고 왔을텐데?


햄릿: !? 너 설마 액수도 아냐?


나: 뭐~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6천 넘은건 알죠. 제가 요구드린건 6400인데. 

제가 업무적으로 투투 과장한테 절대 안밀리는건 우리회사 사람들 다 알테고. 투투도 되는걸 제가 안되진 않겠죠?


햄릿: 도대체 관리팀 누구야...;; 누가 회사 기밀을 자꾸 너한테 흘리는거야;;


나: 그냥 관리팀 다 짜르세요. 그러면 저도 모를지도? 뭐 그래봤자 다시 재 포섭들어가겠지만...ㅋㅋㅋ


햄릿: 아무튼 노력중이니까...너무 대놓고 돈얘긴 하지말자;; 그건 그렇고...


나: ?


햄릿: 너 프로그램 발표할 때. 투투 과장도 같이 들었으면 하는데. 괜찮지? 내가 프로그램을 잘 모르잖아?


나: 그럼 창희를 데려 가면 되죠.


햄릿: 창희는 니 사람이잖아.


[여기에 니 사람. 내 사람이 어딨어!? 투투는 니 사람인거 인정한거네!?

여전히 우린 '믿음' 같은게 없구나 ㅋㅋㅋ]


햄릿의 태도는 한가지를 알게 해주었음. 그는 내 연봉을 올려주기 싫은것.

창희가 내 사람이고..나한테 유리한(?) 말을 해 주는 부분이 '거부감' 이 있으니 '자기 사람'과 자신이 납득 가능한

객관적 상황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의도.



이새끼 봐라....




 ***



대회의실.


좀 어이가 없는 멤버였지만 투투 과장을 대동한 햄릿 이사 앞에서 프로그램을 시연해 보았음.


햄릿: 오..UI가 제법...


투투: 요즘 저 정도 UI는 다들 하죠~


나: 그럼 저 정도 UI도 못하는 회사는 우리회사 밖에 없나보네요? ㅋㅋ


투투: 뭐 따로 시간을 투자 한다면 할 수 있겠죠? 대리님처럼.


나: 그럼 우리회사 프로그래머들은 20년간 시간이 없었나보네요? ㅋㅋ 

그딴건 다 개소리에요. 제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바쁜 프로그래먼데 

제가 언제 시간이 없어서 뭘 못했다 말한적 있던가요 이사님? 


인정하기 싫은 마음은 알겠지만 투투야. '팩트'는 어떻게 억지를 부려도 변하지 않는거란다..

제일 바쁜내가 UI를 꾸몄다는건 팩트거든.


햄릿: 뭐...그건 그렇지..


투투: .................


나: 그리고 고작 UI 좀 예쁘다고 보여드리는게 아닌거니까요 ㅎㅎ 

결국 프로그램이란 코드의 내실이 얼마나 단단한가 거든요.


투투: 그렇긴 하죠.


나: 일단 제가 Roll to roll이라는 장비를 인터미디어트 수준 때 부터 지금까지 진행을 해봤지 않습니까? 

그때를 기억하면서 손이 제일 많이 가지만 관리가 어려워 실수가 많았던 파트들이 몇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롤맵 관련한 부분이죠. 이게 컨트롤 디자인부터해서 구현 코드가 너무 중구남방으로 흩어져있어요.

실제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하나의 롤맵 컨트롤일 뿐이지만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아주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코드의 개념이 된거죠.


투투: ..................


햄릿: ................


나: 아마 현장에서 코드 실무를 뛰어본 분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겁니다. 

이게 왜 ㅈ같냐면 고객사는 자기 눈에 단순 컨트롤 하나일 뿐이니까. 간단한 표시 변경이나

좌표 스케일 변경 같은걸 아주 가볍게~ 요청을 하는거죠. 실제 요청사항은 말그대로 무척 '간단' 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간단한 수정을 해주려는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환장하게 되는거죠. 

봐야하고 수정할 코드가 엄청나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UI 디자인 코드와 프로그램 비지니스 로직들이 한데 섞여 있어요. 

UI를 수정했더니 전반적인 로직이 돌아버리는 겁니다. 


햄릿: .................


투투: .................


나: 우리가 사무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하고, 체크하는 범위는 한정적이에요. 당장 PLC 시스템이 우리 노트북에 돌아가지 않죠. 

실제 Roll이 돌아가며 읽어들이는 카운터보드 역시 사무실에서는 테스트 불가 합니다. 

이 시스템들은 개별 Thread로 실제 동작에서 코드 자원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런 파트들이 본사 사무실에서는 확인불가 하구요.

한마디로 자동차 운전면허 딸 때 '장내 기능교육' 하는것과 '도로주행'의 차이라고 볼 수 있죠. 실제 현장은 도로주행인거에요.

신호등도 여러개 봐야하고, 옆차선의 차량이나 앞차가 갑자기 밟는 급브레이크 등 

고려 사항이 장내 기능교육이랑 완전히 다르단거죠. 이해 가십니까?


햄릿: 음..대략적으로는..그러니까 너네가 자체 시뮬레이션 돌리는건 기능교육이고, 현장 업무는 도로주행이란 거잖아?


투투: ........음. 그렇죠. 잘 설명하시네요. 이해 됩니다.


나: 저나 창희대리 같은 고인물들이야 도로주행을 해봤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하면서도 도로주행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현장감각으로.

근데 일반적인 직원들은 이게 어려워요. 결국 고객사한테 간단한 요청을 받았고, 

그 앞에서 자신있게 코드 구현하고, 자기 노트북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기능 체크를 해 봅니다. 

그리고 장비를 세워요. 다들 아시죠? D사에서 돌아가는 장비를 세우는게 어떤 의미인지?


투투: 뭐...장비를 세운 시점부터 비용손실이 카운팅되는거죠. ㅋ


나: 맞아요. 그렇게 세운 장비에 자신있게 자기 코드를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다시 장비 가동을 했는데. 

하자마자 프로그램이 돌.아.버.리.는거죠^^ 이런 상황 투투 과장님은 많이 겪어보셨죠?


투투: .......과거 링컨과장이 그런 사고를 많이 쳤죠. 카푸어 대리도..


나: 그렇죠.  고객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습니다. 진짜 그냥 간단한 UI 표시변경 요청한거 뿐인데 

전혀 관련없는 다른 파트들이 안돌아가는거죠. 

근데 더 당황스러운건 프로그래머 자신인거죠. 안될리가 없는 코드가 안돌아가니까요. 멘붕에 빠집니다. 

당황하는 와중에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이렇게도 수정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그럼 어떻게 되던가요?


투투: 손댈 때 마다 픽픽 뒤지겠죠 프로그램이..


나: 현장에서 ‘담’이 큰 사람들이나 저런 상황에서 허허~하고 웃고 넘기지 일반 프로그래머들은 현장에서 벌벌 떨면서 일합니다. 

결국 고객사한테 갈굼먹고, 그게 트라우마로 남죠. 다시는 현장에 안가려고 합니다. 

아니면 D사에서 퇴출되거나. 늘 그래왔죠. 그게 우리 회사의 악순환 고리 아닙니까?


햄릿: 맞지…그렇다는건 지금까지 프로그램 하던 애들이 실력이 형편없었던게 아니라는 것도 되나…?


나: 뭐..좀 센스있게 미리 준비못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그렇다고 못쓸 인원들은 아니었죠. 평타는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걸 잘 해왔던 콩과장이나, 호카게. 같은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기도 했구요.


투투: ……음…그렇죠…콩과장..호카게..다 잘하셨던 분들이죠..


나: 요약하자면 제 코드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이후 평타 정도 칠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점점 시니어로 올라올 수 있도록 설계한 코드입니다. 

그 첫째로 이 롤맵을 완전한 하나의 컨트롤로 구성 시켰어요. 

따로 클래스를 만들고, 그 클래스를 Static 컨트롤에 ‘상속’ 만 시키면 자동으로 컨트롤이 롤맵으로 변합니다.


햄릿: …………..


나: 엄청나게 방대히 흩어진 코드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이 정리된 코드는 

이후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손댈 필요없게 완성도있게 구성했습니다. 

애초에 고려 사항에서 없어진 코드들이니 코드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죠. 

비지니스 로직과 완전히 분리되었기에 서로 영향도 없습니다. 

그게 없어짐으로 해서 코드의 ‘가독성’이 살아납니다. 

고객사가 요청한 ‘간단’한 기능의 눈높이가 우리 회사 개발자들의 눈높이와 같아지는거죠.


투투: 저 UI에 있는 롤맵이 그렇게 구성되었다는 말씀이군요?


나: 맞습니다.^^ 보기엔 이전과 같겠지만 그 ‘위력’에 있어서는 감히 비교불가하죠.


투투: 멋지군요….이사님..이건 확실히 OO대리 말이 일리가 있는거 같아요. 

현장에서 늘 발생하고 힘들어하던게 바로 저런거 거든요.


나: 이정도는 제 프로그램의 빙산의 일각 입니다. 이제는 ‘설계’에 대해 말씀드리죠.


…………………

……………

………



나: 이상입니다. 


햄릿: ……….투투야..무슨 말인지 알아 듣겠니?


투투: 뭐..음…어느정도는..? 어쨌든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확실한건 OO대리 말에 일리가 있어요. 

저 말대로만 이뤄진다면 D사 현장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상당히 편하게 적응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햄릿: 그렇군…..


투투: 그럼 OO대리님. 이건 언제 적용이 될 수 있을까요?


나: 그건 이사님이랑 시기를 조율 할 예정입니다.


투투: 그렇군요.


햄릿: ....................




***



회의가 끝나고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는데 투투 과장이 찾아왔음.


투투: OO씨.


나: 네. 과장님.


투투: 그 프로그램. OO씨 혼자 만들었어요?


나: 넵.


투투: ㅋㅋㅋ 호카게님이 남겨 주신건 아니구요?


나: 갑자기 왠 호카게님이요?


투투: 예전에 얼핏 들었어요. 호카게님이 중국 Roll to roll 하실때 회사 Roll 장비 완전히 리펙토링 하시던거.


나: 그 리펙토링 해서 나간게 과장님이 중국서 PM할 때 보시던 그 프로그램이였죠. ㅎㅎ(실패했던..)


투투: .............;


나: 저는 그 리펙토링 반대했던 사람이구요. 그런식으로 해선 안되는 거였어요. 리펙토링이 아니에요 그건.


투투: 뭐 그렇다고 칩시다. 어쨌든 호카게님이 실패라는 경험을 남겨주신게 지금 개발하신 코드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 아녀. 1도 그런 생각 없습니다. 있다고 한다면 과거 티리엘 이라는 과장님을 보고 배운게 큰 영향을 줬던거 같아요.


투투: 아...잘하는척 하는 분이 계셨다고 듣긴 했는데.ㅋ 어쨌든 OO씨 혼자서 이걸 한건 아닌거군요?


[이새끼가...?]


나: 그쵸. 제 수준에 언감생신 어떻게 지금에 왔겠어요. 다 선배님들 가르침 아래 큰거죠. ㅎ


투투: 그랬다면 그 선배님들 쳐내기보다는 잘 모셨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나: 아.....ㅎㅎ 투투 과장님께는 겸손을 떨면 안되겠네요....ㅋㅋ 못알아 들으시는거 같아서.....ㅎㅎ


투투: ?


나: 그냥 툭 까놓고 말할께요. 저한테 '선배' 혹은 '스승님' 소리 들을 수 있던 상급자는 

'티리엘과장' 외 연구소장님, 사장님, 무쌍대리 뿐이에요.

그분들은 최소한 저한테 가르침을 줘 본적이 있던 분들이라. 근데 나머지는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 입니다. 

저한테 선임자로서 이끌어주신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호카게님은....조금 예외로....그저 꽤나 마음에 들었던 인정하는 상급자 정도?


투투: ...............


나: 제가 쳐냈다고 하시니 좀 듣기 그런데. 과장님. ㅎㅎ 

약육강식 사회에서 스스로 약해져서 밀려난걸 쳐냈다고 표현하면 안될거 같네요. 그리고 밀어낸건 제가 아니라

비전팀에서 밀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닌가요?


투투: ..........흠....뭐. 각자의 생각은 다른거니까요. 알겠습니다. 프로그램 개발 잘 해보세요~


나: 과장님도 기왕지사 재 입사 하셨으니 예전처럼 열심히 일 하세요^^


투투: ............(빠직)


나: ...............(빠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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