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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27
게시물ID : soda_69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34
조회수 : 3403회
댓글수 : 77개
등록시간 : 2024/05/24 09: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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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어느새 금요일 입니다. ㅎㅎ 시간 참 빠르네요~

이번주 독자님들 댓글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주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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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투 과장은 아마도 호카게를 많이 인정하고 좋아했던것 같음.

그럴수밖에 없겠지... 두 사람이 한창 회사내 주가가 오르던 시기에 저 '상해'로 나아가

그렇게 수많은 장비를 함께 만들어 왔으니.. 그 과정에서 두 사람 다 큰 성장을 했을거임.


본인 역시도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렇기에 투투 과장의 눈에 본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일꺼임.

호카게와 그가 자리를 비운사이 그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사람인 이상 그럴 수 있다 생각은 하지만, 어쩌겠음. 


덤벼오면 받아줘야지^^.


이시기에 간단한(?) 문제가 하나 터졌는데.

공교롭게도 호카게와의 최후 닌자대전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했음.




***




비전K팀에는 J과장과 동기가 한명 있었음. 항상 투덜투덜 거리는 표정과 말투로

투덜이 과장이라고 부르겠음. 이 사람은 생각이 아주 단순한 사람이었음. 


그러다보니 한가지 좋은게 단순하다보니 단순한 일과 적성이 잘 맞았음.


보통은 현장에서 단순히 대기를 해야하는 일이 많은데, 보통 이런데서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보냄.

무언가 일을 하며 '배워나간다' 는 생각도 들지 않고, 기술적인 업무도 없음.

그저 단순히 몸빵을 해야하는 상황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 타향에서의 고독함, 외로움.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 다행히 프로그래머는 지속적으로 몰두해서 체크해야하는

코드가 있기에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음...


투덜이 과장은 이런데서 적성이 맞았음. 

응? 남아있으라고? 대기 하라고? 뭐~ 그럼 대기하지 뭐~


하면 끝임. ㅋㅋㅋ 약간 도게자 팀의 지박령 과장과 비슷한 과라고 할까?

성향이 비슷하니 행동도 비슷했음. 


고객사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 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짐.




***




투덜이: OOO대리님.


너도 '대리님' 이냐...꼬박꼬박 내 앞에서 렌야랑 이과장한테는 '팀장님' 하면서 말이야..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못함. 


그것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석' 될 지 이해를 '안'함.

못하는것과 안하는건 큰 차이가 있음.


웃기는건 그 행동을 지적하면 그건 또 인지를 한다는것. 그러나 인지를 한다해도 인정은 하지않음.

그것을 어리석은 자들의 '아집'이라고 함.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야 이정도 수준으로 사회를 나온건지...]


개인적으로 내게 팀장님 소리가 하기 싫은건 내가 뭐라 할 부분은 아님. 

근데 내 앞에서 보란듯이 타 파트장들에게 '팀장님' 이라고 호칭하는건 대놓고 

'저 좀 까주세요.' 가 됨.


그리고 이런 싸움에서 본인의 승률은 100%.

내가 굳이 뭐라하지 않는건 멍청한 사람들은 이렇게 까지 주도 면밀하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악의'를 느끼지 않았을 뿐이고, 회사도 내리막인데 굳이 우리 식구 기를 죽일 필요가 없기 때문임.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손가락만 딱! 튕겨도 이런 애들 조지는게 일도 아니라 '여유'가 있음.


하지만 '배려' 라는건 그것을 인지 가능한 '지능'의 사람에게 베풀어야 배려임.

이것이 본인이 정의하는 '사소한 불편함'을 감수해서는 안된다는 원리임.

그 불편함은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느끼지 않고 생각조차 '안'하기 때문임.


이 불편함을 쌓다가 어느순간 '폭발'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 이거임.

혼자 오버하며 화내는 상황이 된다는 것. 그때 당사자는 '조직'이라는 곳에서 소외됨을 느낌.


'조직'에 대한 애정이 일순간 날아가며 자기 발로 회사를 나감. 

결국 집에가서 자기가 잘못 살았다는 자기 탓을 함. 자존감을 잃어버림..


[이겨야 하는 싸움을 이길 수 없게 됨.]


나 처럼 워낙에 사람들을 뚜까패다 보면 이정도는 그냥 웃고 넘겨짐.

패려면 언제든 팰 수 있으니까. 멍청이들은 언제든 약점 잡아 조질 수 있음.

오늘은 이 멍청이가 자청해서 맞으러 온 날이었음.



나: 네?


투덜이: 지금 사천에서 연락이 왔는데, 프로그램이 문제 있데요.


나: 그래요? 어떤 특별한 상황이 있는지요?


투덜이: 프로그램 문제니까 저는 잘 모르죠.


나: .............@#$#!%#%....


다행히 본인은 현장 담당자들과 웨이신을 이용해 다이렉트로 소통이 가능한 중국어 보유자.


................

..............

............


나: 오랫만이야. 나 예전에 만났던 OO회사 프로그래머야.


연걸이형: 오~ 오랫만이야~


나: 들어보니까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연걸이형: 음...프로그램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마킹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어.


나: 마킹이?? 그럼 랜덤하게 빠지는거야 아니면 특정 위치에서 빠지는거야?


연걸이형: 그게 마킹이 워낙에 많다보니 아직까지는 특별하게 테스트를 하지않아 모르겠어.


나: 음.. 그렇구만.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생겼지?? 그 외에 문제는 더 없어?


연걸이형: 아마 몇일 전 부터야. 다른 증상으로는 장비를 세웠는데도 프로그램에서 불량점이 올라오고있어.


나: 음? 장비를 세우면 엔코더가 멈추기 때문에, 카메라 촬영이 안될텐데?? 검사가 될 수가 없을껄?


연걸이형: 모르겠어. 어쨌든 서버 프로그램의 Roll Map에 불량점들이 표시되고있어.


나: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없어?


연걸이형: 어. 일단 문제는 방금 2가지가 다야. 1. 마킹빠짐, 2. 장비를 세워도 검사를 멈추지 않는것.


나: 알았어. 그럼 우리가 조치를 하기 전에는 장비를 세울거면 프로그램을 종료해. 

잘못하면 쓸데없이 마킹 잉크가 낭비될 수 있어.


연걸이형: 맞아. 그래서 우리도 꺼뒀어.


나: 오케이. 다행이다. 너네가 장비를 잘 관리해줘서.


연걸이형: 아냐~ 그럼 좀 부탁할께^^




***




투덜이 과장을 찾아갔음. 

그는 대놓고 자기 노트북에 녹O로 핸펀 게임을 돌리고 있었음.(자동사냥 모니터링중)


나: 과장님.


투덜이: 네. 좀 알아 보셨어요?


나: 알아는 봤는데. 과장님께 왔다는 고객사 메일 좀 볼 수 있을까요?


투덜이: 네. 보세요~


항상 돌다리는 두드리고 건너는 법.


메일은 중문으로 되어있었고, 그 아래에 번역이 되어 있었음. 

회사에 전문적인 통/번역을 위해 조선족 아가씨 한 분이 다니고 있었는데

(일본에서 자란 조선족이라..3개국어 쌉가능.)

중국/일본 관련 메일은 대부분 이 아가씨를 통해 번역이 되었음. 


[귀엽고 젊은 아가씨인데 이름이 친절한 '금자' 였음...ㅋㅋㅋ]


나: 오. 금자씨가 번역을 잘 했네요.


투덜이: ..............


나: 근데 과장님. 저한테 프로그램 문제가 있다고만 말씀하셨는데. 이 메일 내용에서 어느 부분이

프로그램 문제라고 명시가 되어 있는지요?


투덜이: 마킹이 안된다 잖아요. 그리고 세워도 검사를 안 멈춘다 그러구요.


나: 그러니까요 ㅎㅎ. 그 문제가 프로그램의 문제라고 판단하신 근거요.


투덜이: ..........!$@#$!#%!# 그러니까...그게....음...음...뭐더라..;;;;


이때 미묘한 공기의 대화를 듣고있던 비전 K팀. 

침묵속......투투 과장이 팔짱을 낀채로 스윽- 다가와 듣기 시작했음.


본인은 이 투덜이 과장을 회사에 불필요한 인원중 하나로 생각을 하고 있었음.

톡 까놓고 싫어했음.


이 사람으로 인해, 호카게는 사천에서 직접 파라메터 세팅을 해야 했으니까.

무려 우리 장비의 PM이라는 자가...애초에 설비의 시스템이나 기구연동 같은 부분에 아예 생각이 없음.

호카게가 책임을 떠 안게 되었을 때도, 투덜이 과장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태도였음.


자기는 몰랐으니까. 호카게에게 업무 지원 요청을 했고. 자기 손을 떠났노라.

그게 잘못 됐으니, 자기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음. 모르는게 벼슬이라고...

30%만 같이 나눠서 책임져 줬어도 호카게가 나갔을까..?


신기한건 과거 사원, 주임, 대리 때는 투덜이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함. 

현장일도 잘 했고..(진짜일까?)


문제는 과장을 달고나니 사람이 퇴화를 거듭했음. 점점 과거에 잘 하던 일을 잊어갔음.

그리고 점점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여 업무를 처리했음. 


이 역시 지박령 과장과 너무나도 닮은 부분... '썩은 고인물'의 특징은 다시 말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우선하여 업무를 대함. 상세한 현장파악 없이...


나: 근거를 말씀해 보시래두요?


투투: OO씨. 어떤거 때문에 그러시죠?


나: 아~ 사천에서 장비에 문제가 있는데, 그거 때문에 얘기중이에요.


투투: 그럼 문제 점만 파악하면 되는데, 왜 추궁하는 식의 대화를 하고 있는거죠?

투덜이 과장이 나이도 많고, 회사도 오래 다니지 않았어요?

 

[아...니들 팀을 까려면 너부터 뚫어라..?]


나: 아~듣기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사천 장비 PM이신 분이 고객사 관련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영 아닌거 같아서요. 어느정도 장비를 이해하고 계신건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저보다 회사 오.래.다.닌. 분 께서 PM이라는 직책까지 맡으셨는데. 

단순히 서비스센터 전화응대 수준의 고객대응으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엔지니어가 말이죠.


투투: 업무 태도요? 그걸 왜 소프트웨어 사람이 와서 지적을 하죠?


나: 소프트웨어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팀.장.으로서 왔습니다만? 관리자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거 같습니다만?


투투: 그러면 같은 관리자인 부장님께 얘기를...


나: (바로 무시) 하하 부장님.


투투: ......(빠직)


하하: 어;; 왜....


나: 지금 사천에 고객사에서 장비에 문제를 좀 봐달라고 협조 요청이 왔어요. 투덜이 과장 담당 장비구요.


하하: 어...알고있어.


나: 근데 장비 관리자인 투덜이 과장이, 이것저것 대뜸 알아보지도 않고 프로그램 문제에요~ 하면서 

나머진 프로그래머가 알아서 고쳐놓으란 듯이 통보하고 가는 이 상황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 판단되서 

이렇게 왔습니다. 빡이 좀 치네요? ㅋㅋ


하하: 어...어..;;; 투덜아....? 그럼 안되지......


투덜이: 어...음..그게;;; 


투투: .....................


나: 고객이 문제가 있다고 하고, 증상을 보냈으면 엔지니어가 '진단'을 할 줄 알아야죠. 

그거 못하면 그게 담당이 맞아요?


하하: OO야........;;


나: 상식적으로 생각을 좀 합시다. 지금까지 잘 양산하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몇일전 부터 마킹이 빠진데요.

언제 우리가 새로 프로그램 업데이트 한적 있어요? 없죠? 그럼 상식적으로 프로그램이 알아서 변해요?? 

이 상황에서 기계가 고장이 나기 쉬워요 프로그램이 고장이 나기 쉬워요? 

프로그램이 고장이란 개념이 있나??


투투: ...................


나: 장비를 세웠는데. 검사를 멈추지 않는다? 장비가 섰다는건 엔코더가 멈춘건데. 

그럼? 엔코더 하나만 구성된 장비에요? 엔코더에 카운터 보드 물려있죠? 

우리 촬상 방식이 소프트웨어 트리거가 아니라 엔코더 펄스로 촬영하는 장비인데.

검사 데이터가 올라온다는건 검사를 했단 것이고! 검사를 했다는건 촬영을 했단건데!! 

거기까지 논리적 사고가 안되요?

만약에 엔코더나 카운터보드 쪽에 문제가 있어서 계속 쓰레기 펄스가 올라온다고 하면?

그 펄스 받아서 카메라는 촬영 들어가게 되겠죠? 그게 프로그램 문제입니까??


투투: 하드웨어 고장같은 경우 흔한 일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프로그램쪽 실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었고.

그러니 투덜이 과장도 그 쪽으로 판단하기 전에 프로그램쪽 확인을 먼저 한 거겠죠. 

그리고 펄스가 올라와서 강제 촬영이 된다면 

그 검사 데이터가 제어서버로 올라오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예외처리를 했어야죠?


나: 예외 처리를 했었다면 과연 현장 직원이 문제 상황을 인지 가능 할까요? 

예외처리라는 것도 너무 과하면 산으로 가요. 무지성으로 예외처리 다 때려박으면?

예전 중국 Roll 장비 하실 때, 다들 예외처리 때문에 고생 꽤나 하셨던거 같은데? 

나 정도 되는 짬빠 프로그래머가 과장님도 아는 예외처리를 몰라서 안했을까요? ㅋ



투투: #$!%#!$%.............그....그래도 비 프로그래머 입장에선 물어볼 수도 있는거 같은데요.


나: 물어본게 아니라 '그냥 프로그램 문제가 있다' 라고 결론지어 말했거든요?


투투: ................


나: 각자 자기 일에 최선을 다 하자구요. 동일 증상에 대해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쪽으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면 됩니다. 비전팀은 하드웨어 쪽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없는지 점검하면 되구요. 

각자 점검 리스트를 만들어서 회의실에서 미팅하며 종합해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겁니다. 

그게 내가 아는 엔지니어들의 상식적인 일이에요. 대뜸 한쪽에 몰아놓고 그동안 게임이나 돌리고 있다니?? 

그러다가 프로그램 문제 아니라고 하면?

그때 가서 자기 문제 파악하는거에요? 우리 회사가 감히 지금 고객사 그렇게 대응 할 깜량이 되요??


투덜이: 게임이야 프로그램 팀에 어떤 파트장님도 매일....


나: 그럼 그 새끼랑 일할 때 돌리시던가 ㅋ 왜 나랑 일하는데 그걸 들이밀어요? 

우리 나이에 그게 변명거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어이가 없네!?


여기서 언어의 마법. 인마핱 꿀팁.


[여기서 그 '새끼'는 투덜이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듣는입장에서는 자기가 욕먹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폭발할 명분이 없다. 지가 욕먹은게 아니니까. 이렇게 상대방 심리를 공격, 혼란을 준다.]


투투: ...................;;;


나: 하하 부장님. 팀원들 업무하는 방식 잘 관리하실 필요가 있는거 같습니다. 

만약에 우리 팀에 내 새끼가 이렇게 업무하면 비전팀이 나서기 전에 제 손에 죽어요. 저는 그렇게 관리합니다.


[너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내 손에 죽는다는 경고를 보낸다 ㅋㅋㅋ]


하하: ............;;;


투투: 하아...............


투덜이: #$!$#%@#...........



***




다음날 대책회의를 위해 미팅을 가졌음.


그러나 투덜이 과장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은 자기 팀의 위신을 위해

투투가 직접 나서게 되었으니...


회의실. 


참석자는 투투과장과, 비전 K팀 소속 영업차장, 본인.


차장: .......이러이러 해서, 어쨌든 저희는 가능한 빠르게 고객사 양산설비 정상화를 시켜놔야 합니다.


나: 네. 알겠습니다.


투투: 투덜이 과장이랑 이것 저것 알아봤는데요. 일단, 확실하지 않은 정황에 대해 무작정 프로그램 문제로

판단한 부분은 저희 측, 말실수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투덜이 과장 입장에서는 OO대리님이 장비를 잘 아시니까

그랬던 부분인거 같아요.


나: 네 그걸 짧게 말해 '짬' 시켰다고 하는겁니다^^. 어디서 일개 직원이 건방지게....


투투: ............(빠직) <- 여기 일개 직원 추가요^^


나: 우리는 일 못하는 사람, 기술력 없고 나태한 사람들 먹여 살리려고 회사 다니는거 아닙니다. 

다 같이 잘하고 같이 돈벌자고 있는게 회사 조직이에요.


투투: ..................


차장: 어쨌든....저희는 카운터보드의 결함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침 현장에 스페어 제품이 있어서, 제품 해체 밑 교환방법 간단하게 메뉴얼 작성해서 고객사에 송부할 생각입니다. 


나: 좋군요^^.


차장: 그리고...마킹기의 결함 쪽도 저희가 확인....


나: 잠시만요. 그 부분은 저도 도움을 좀 드릴 수 있을거 같습니다. 

아마 전사마킹(전체 마킹노즐 분사)을 해 보시는 방법도 있겠지만, 잉크의 낭비도 심하구요. 

제가 그간의 마킹로그를 쭉- 봤는데요. 로그상에는 빠짐이 전혀 없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마킹 노즐이 분사를 했다가 안했다가 하는 경우에요. 

그렇게 된다면 비전팀 입장에선 하드웨어 문제가 없는걸로 판단이 될 테고, 프로그램을 의심하게 되겠죠. 


투투: ...................


나: 같은 이유로 저는 프로그램 로그를 믿기 때문에 마킹기 결함을 계속 주장할 것이구요. 

결국 갑론을박 하느라 제일 중요한 대응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럴바엔 아싸리 제가 마킹 노즐분사 테스트 기능을 만들어서 하나씩 확인해 보는게

제일 빠른 방법일 수 있어요.


차장: 아.......


나: 비전팀 입장에서도 규칙성 없는 테스트 시나리오 아래, 문제 찾기에 너무 소모적인 일이 많을거에요. 

그리고 빠지는 파트가 가로축 1800mm 사이로 특정이 되더라구요. 

노즐 간격이 10mm니까 아마 180번 노즐 주변이겠네요. 

이 쪽을 집중적으로 확인해 보면 될거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차장: 그래 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나: 그런게 어딨어요? '우리' 일인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그렇게 우리의 계획이 고객사에 전해졌고, 원래라면 난리가 나야할 한국의 D사는 

본인의 투입 소식에 그저 '당신만 믿어요~' 모드로 바뀌었음. 


그리고 새로 만들 테스트 기능이 완성되면 우리 장비에도 혹시 넣어 주실 의향이.... 하는 태도...


테스트 기능은 간단했음. 마킹기에는 0~255까지 256개의 노즐 & port가 있음. 

port 0번에 I/O 비트를 살려주면 1번 노즐이 분사가 됨. 비트를 끄면 분사가 멈춤.

버튼을 256개 만들고.....각 버튼마다 port 0, 1, 2, 3, 4...... 이렇게 물려서 255번 port 까지 연동시키면 됨.

(쌩노가다.)


우리의 테스트는 주말에 진행하기로 함. 주말 멤버로는 


우리회사: 영업차장, 투투 과장, 본인, 투덜이 과장. (통역 없음)

고객사: 관리자, 담당자 2명.


고객사는 관리자 까지 와있는데, 우리 멤버는 비교적 빈약했음. 만약 대응이 미진하다면...

혹은 의사 소통에 문제라도 발생된다면...? 물론 나의 중국어를 믿지만....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나..

즉시 도움 요청을 했음.


나: 차장님. 아무래도 중국어 관련해서 도움을 좀 받아야 겠습니다.


영업차장: 네? 팀장님 중국어 엄청 잘하시 잖아요.


나: 엔지니어들 끼리라면 모를까. 상대는 관리자도 있담서요? 저는 격식 갖춘 중국어는 자신이 없어요.

물론 중국인들이 그런걸로 뭐라할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예의상.....


투투: 아니...중국어 되게 잘한다 잘한다 얘기 들리더니.....그정돈 아니였나봐요?


[얘는 왜 틈만나면 나를 못 깎아 내려 안달일까.....ㅋㅋ]


나: 아? ㅎㅎ 누가보면 과장님은 중국어 하시는줄? 예전에 상해에서 과장님 자기 입으로 중국어 좀 한다고

하셨던거 같은데? 거기 담당자가 과장님 뭐라고 지칭하는지 혹시 아세요!? 팡즈 알아요 팡즈(胖子)? ㅋㅋ 

궁금하면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저는 최소한 제 입으로 중국어 잘한다고 하고 다니진 않아요^^


투투: .......OO씨.(빠직)


나: (무시) 뭐 아무튼, 차장님~ 고객응대 파트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2파트 동석 주임한테 부탁을 해볼까 합니다.


차장: 네...;; ㅎㅎ 저희야 마다할 필요 없죠^^




***




그렇게 토요일, 동석이와 함께 사무실로 출근했음. 

회의실에 모니터를 띄우고 원격 현장대응.


카운터 보드의 교체는, 일단 시양산 후에 결과를 확인 가능했기에, 우선적으로 마킹기 테스트 부터 진행.


나: 지금 보내드린 프로그램으로 업데이트 부탁해.


연걸이형: 오케이.


그리고 마킹노즐 앞에 흰색 천을 가져다 댄 후, 버튼 하나씩 분사 시작.

결과는, 모든 노즐이 정상적으로 잉크를 분사했음.


사람들: ..............


투투 과장의 먹이를 바라보는 눈빛 감지.....ㅋㅋ


나: 음. 일단 1개씩 분사되는 경우는 문제가 없군요. 그럼 2개씩 분사 해 볼까요?


투투: OO씨. 혹시 마킹쪽 관련 알고리즘은 안보셨어요?


나: 제가 짰는데 안 봤을 리가요? 근데 지금 다시 볼 필욘 없죠^^


투투: 알고리즘의 문제 일 수 도 있잖아요?


나: 그랬다면 오래전 부터 빠짐이 발생했겠죠? 그 전엔 문제 없다가 몇일 전부터 알고리즘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투투: 그 전까진 담당자들이 잘 못알아 봤을 수도 있잖아요.


나: 그랬으면 한국의 D사도 빠지고 있겠죠? 


투투: ...............;;


나: 뭐 그정도로 엔지니어를 납득시키긴 어렵겠죠. 그.래.서! 제가 마킹 로그를 만들어 둔 겁니다.^^ 다 확인해 봤어요.


투투: 그 로그를 어떻게 확신하는데요?


나: 음....뭐랄까......이미 증명이 된 부분이라...여러사람 손을 거치게 된다면 

물론 100% 믿고 간다고 하면 안되겠지만.  일단 아직까진 제 관리하에 있었구요. 

알고리즘 문제는 1차적으로 제가 확인도 해 봤고, 보더라도 가장 후 순위가 되겠네요~


투투: 그 코드 제가 좀 봐도 될까요?


나: 지금 보신다고 해도 큰 도움은 안될것 같네요. 우선적으로 다음 테스트로 가보시죠! 

이웃 노즐끼리 동시분사로 가 보겠습니다.


사람들: 넵!


투투: ..............


투투야...니가 없는동안...회사는 많이 바뀌었단다. 너보단 내가 입김이 쌔 ㅋㅋㅋㅋ


그렇게 이웃한 노즐들의 동시 분사가 이루어졌음. 


180, 181번 동시 분사. 오케이 

182, 183번 동시 분사. 오케이

.......................

..................

...............


나: 음...여전히 문제는 없군요.


투투: 것봐요. 이정도 해서 안나오면 알고리즘 문제가 맞아요.


나: 과장님. 정확히 알고리즘을 아세요?


투투: 그러니까 제가 봐 보겠다는 거죠.


나: 동석아. 니 노트북으로 그쪽 파트 열어서 보여드려라.

 

[사실 이래서 동석이를 데려 온거다. 한창 일하는데 내 노트북 보여달라고 하면 성가시니까^^]


동석: 네 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코드를 보는 투투....

야...니가 봐서 찾아질. 알고리즘이면 그게 알고리즘이겠냐;;

여전히 전직 개발자 부심은 못버리는구나......;;


나: 그럼 이번엔 하나씩 건너 뛰어서 가봅시다. 


사람들: 넵


180, 182 동시 분사. 오케이

181, 183 동시 분사. 오케이

.........................

...................

.............


186, 188 동시 분사. NG


나: 오? 나왔다!


사람들: 오오오!!!!


186번 노즐이 분사를 하지 않았음. 이번에는 다시 단일 명령으로 186번 분사. 오케이.

다시 188번 노즐과 동시 분사. NG.


나: 이정도면 마킹기 문제인게 확실하게 된거죠?


차장님: 네^^. 고생하셨습니다 팀장님^^


동석: 에이....저는 할게 없었네요.....


나: 아니지. 니가 있고 없고가 내 업무적 환경에 영향이 컸지. 일 할때 심리도 은근 중요하다? 고마우니까 밥 사줄께. 


동석: 넵^^


나: 과장님? 기왕 코드 보셨으니 어느정도 이해하신건지 물어봐도 되요? 예전부터 궁금하더라고요.

어느정도 수준이 시길래 프로그래머들 코드를 자꾸 열어보시는지. ㅎㅎ 

설마 또 본인이 문제 찾아 주셨다 보고 하시는건 아니죠?


투투: ................;;;;


나: 솔직히 봐도 모르시죠?


투투: 끝났으면 마무리 하시죠.....


동석: 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작업은 잊혀지는듯 하였으나.....

이 사건은 투투 과장에게는 전직 개발자 자존심에 상당한 스크라치를 남기게 되었음.

와신상담하는 투투...?


이후 이 작업은 투투 과장의 상상대로 뒤죽박죽 엉킨 기억이 되어 향후 더럽게 꼬이게 되는데.....

훗날 아주 재밌는 사건이 되어 다시 회자되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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