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도 누가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입니다. 부디 군게에서 일고 있는 논란들을 민주당 지지자 분들이라면 결코 가벼이 생각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메갈이 디시의 모 갤러리에서 어떤 식으로 생겨났고, 어떤 이들 주축으로 시작되었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글들은 저도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와는 별개로 인터넷 매체 상에서 메갈 관련 키워드가 폭증하고, 국내 출판시장에는 페미니즘 서적 출판이 붐을 이루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당시 저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왜 하필 지금?’ 입니다.
그때 이미 유럽(특히 영국)과 미국에서는 메갈과 비슷한 색채를 띄던 페미니즘 활동에 대한 지지는 소강상태를 지나 같은 여성들에게서조차 외면받는 것이 어느 정도 확인 가능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영향은 시간이 흐른 뒤 힐러리 vs 트럼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흔히들 백인 남성들의 분노가 가져다준 승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힐러리는 젊은 여성유권자들의 지지조차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힐러리가 비호감이라서 외면받았다고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이면에는 기존 페미니즘 활동들이 더이상 평범한 여성들 개인의 이익을 상승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한 데에 있습니다.
여성권익이 지금까지 상승한 것은 순수하게 여성들만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가령, 여성 권리에 대한 법제화나 기구 개설을 진행하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사회 구성원 절반은 필연적 남성으로 그들과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여 년간의 여성인권신장은 다른 말로 하면 100여 년 동안의 사회 구성원 간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레디컬 페미니스트들과 여성 우월주의자들 덕에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반감을 가진 남성들이 생겨나고, 페미니즘 활동이 더 과격해질수록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진 남성들의 암묵적 결집만을 강화하는 결과만 가져왔습니다. 여성권익 상승의 지지자들이자 합의의 파트너였던 남성들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실제 이들을 저항과 반대세력으로 변모시켜버린 것입니다.
이런 중하층 백인 남성들의 인식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냉대로 나타나게 되고, 금융위기 후 세계적 추세인 저성장과 고용 창출력 저하 및 양극화 가속 등과 같은 암울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이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이익은커녕 손실만을 안겨 준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중하층 젊은 백인 여성들이 기존 페미니즘과 선을 긋기 시작한 것입니다.
386세대와는 다르게 지금 20,30대 한국 남성은 대다수가 군 복무 중이거나 이를 마친 상태입니다. 징집률 87%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정신 나간 남성 징집률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메갈이 초기에 ‘김치녀’로 대표되던 자국 이성 혐오에 맞서는 미러링이라며 한남충, 실좆 등의 단어를 대량 유포할 때 그런 신조어들을 나름 납득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무임승차하지 마라” 와 같은 키워드나 병역의무에 대한 극단적인 비하 발언을 계속해서 노출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 정치적 음모론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링위에서 한 판 붙길 원하며 입은 온갖 욕을 상대에게 내뱉고 있지만, 손은 상대에게 바닥에 떨어진 징박힌 글러브를 끼고 때리라고 손짓하는 파이터의 모습과 흡사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 무임승차라는 단어는 메갈이 같은 여성에게 유포하던 키워드였지만, 지금은 오유 군게에서 그대로 ‘안보 무임승차 그만하라 ‘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굳이 병역문제를 들고 나와 자국 이성 혐오 발언에 척을 지고 배척하던 남성들까지 죄다 등을 돌리게 만들고 이들을 결집하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갈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접하는 젊은 여성들의 의식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젊은 남성들 의식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미국 백인 남성에게 일어났던 의식변화와 비슷한 일이 지금 군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더구나 미국 백인 남성들과는 다르게 이들 대다수가 병역의무를 져왔다는 공통된 특성 때문에 그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궂은일은 남자가 해야지”와 같은 마초즘은 메갈덕분에 매우 빠르게 해체되고 있습니다. 메갈에 노출된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제 흑기사는 멋진게 아니라 그 구린내 때문에 코를 막아야 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위대한 게츠비’는 더 이상 위대하지 않고 그저 호갱이라고 비웃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더 나아가 정말로 여혐이 된 이들도 보일 지경입니다.
예전에 성재기란 사람이 등장하였을 시, 그가 일베와 결탁했기에 오유에서 배척받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남자가 지질하게”라며 그를 비웃는 남성들이 더 많았습니다. 성재기 이후에 제2의.. 제3이 나왔어도 별 차이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하지 못한 남성 의식 변화를 메갈이 짧은 시간 매우 효과적으로 이루어 냈습니다. 남성만 짊어졌던 의무들을 바닥에 내칠 수 있는 명분을 메갈이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메갈이 마치 다크나이트처럼 묘사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베트카에서 내려 장갑을 벗고 제 앞에서 그 손을 보여주며 자신이 다크나이트였음을 증명한다고 해도 저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넷이란 공간을 혐오의 각축장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지금 오유 내부의 몇몇 남성들의 생각이 변해왔습니다. 시게에 몇몇 분들이 이들을 갑자기 유입된 분탕 종자 취급을 한다거나, 무조건 문재인이니깐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보이는데 그러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 겁니다. 이들을 설득하고 싶다면, 차라리 이들을 이해하고 대선 이후 민주당 내부의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방안을 꼭 함께 논의 하겠다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 더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군게에서 일고 있는 이슈는 저도 코앞에 다가온 대선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제 주변만 해도 메갈을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메갈이 이들에게까지 알려진다면 지금 여기서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이 그곳에서도 일어날 테고, 묵인하는 행태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의 민주당의 모습, 문재인이니깐,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는 대선 이후 총선에서 타격이 클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의 사례와 국내의 정의당에서 이미 오픈 베타를 체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시사게에 적었다가 군게 이야기는 군게에 적으라고 해서 옮깁니다;아무튼, 주제넘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