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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31
게시물ID : soda_69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18
조회수 : 9088회
댓글수 : 73개
등록시간 : 2024/05/28 15: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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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내일 급하게 오전부터 서울에 올라가야해서 아무래도 제시간에 업로드를 못할듯 싶습니다.

가능한 시간을 엄수 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네요. 죄송합니다.

 

------------------------------------------------------------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그곳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4공단으로 향하고 싶었음. 

예전 회사 앞에 차를 대놓고 담배를 피며 차 창문으로 회사를 바라봤음. 

담너머로 흡연장이 있는데 혹시나 아는 얼굴들이 있을까 싶어 바라봤지만 낯선 얼굴들 뿐.


건물들은 변한게 없으나 사람들은 변했음. 참 이상한 기분.

내것인듯 하면서 아닌느낌. 


결국은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곳은 낯설은 땅. 

그 망할 PM놈이라도 보인다면 정말 반가울거 같은데..ㅋ


하긴, 냥이 형네 멤버를 들었을 때, 꾀돌이 대리를 영입해 갔다면 

사실 이 회사 제조팀의 전부를 가져간것과 진배없음. 


미련없이 TXE 회사를 지나 아X텍을 거쳐 직X 공단로를 역으로 올라갔음. 

이곳은 대학교 선배의 차를 얻어타고 매일 우리가 출근하던 직O 공단 길..

S사 공장과 커다란 O마트가 보이는..


과거의 회사 출근길을 역으로 거슬러 오르며 묘한 기분을 느낌.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분. 2014년도에 퇴사해서 현재 2021년 아닌가.  

7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음.



***



냥이 형네 사무실에 도착했음. 디스플레이 단지인데, 

영세한 작은 업체들이 두루두루 모여쓰는 건물. 


형에게 전화를 하고 사무실로 올라갔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냥이 형이 반갑게 맞이 해주었음.


냥이 형: 왔냐!!


사무실 크기는 생각보다 컷음. 지금 회사의 1개 층의 절반정도 크기랄까? 

딱 소프트웨어 사무실 규모였음.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 비해서는 많이 영세함을 느낄 수 있었음.

뭔가 다운 그레이드 되는 기분을 느끼며....

 

아마도 텅 빈 사무실에 냥이 형과 경리 2명 밖에 보이지 않는데서 오는 허전함..

이게 회...회사가 맞...겠지..?

 

나: 형님. 근데 사무실에 직원이....

 

냥이 형: 다 일하러 나갔지~ 여기봐.

 

곳곳에 쌓여있는 무진복 세트, 안전화 세트, 엑스반도, 안전모...

그렇지. 아웃소싱 업체니까, 직원들은 다들 현장에서 열심히 셋업하고 있겠구나..

그럼에도 지금의 회사와 같은 북적이는 사무실의 느낌이 없다는게 조금 섭섭했음.

 

갑자기 아침마다 출근하며 바라보던 벚꽃길...

미어터지는 지하철...그 충만하던 일상의 한 부분과 이별 할 마음이 드니

이 감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 모를 정도임...

 

인생이란 원래 차려진 밥상을 얻어 먹을때는 군소리를 못하는 법임. 

지금처럼 밥상이 별로라도, 함께 밥상을 차리다보면 나중에는 이 밥상 나도 차렸다고

큰소리 칠 수 있는게 아닐까..? 다른건 몰라도 프로그램 반찬은 내가 잘 차릴 자신이 있었음.

 

물론 걱정되는 마음이 없진 않았음. 

잘 만들어진 배에서 일반 선원으로 열심히 일했고, 업무적응도 끝나서 

대장선원 노릇을 하던 나임.

 

만화 원피스에 나오듯이...

이제 이 작은 '고잉메리호'에 항해사로 들어가 보고자 알아보러 온거임.

이 배를 '싸우전드 써니 호'로 만드는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안에는 경리로 보이는 이모님 두분이 계셨는데, 서로 배꼽인사를 했음.


냥이 형: 차장님! 이 친구가 제가 말했던 그 친구에요! 4년을 쫓아다닌!! ㅋㅋㅋ


나: 아…안녕하세요..ㅎㅎ 


차장님: 안녕하세요. 어떻게..차라도 한잔…?


나: 아..아녜요!! 괜찮습니다!!


냥이 형: 냉장고 열어서 암거나 먹고싶은거 먹어!!


냉장고를 열어봤음. 무슨 편의점 음료매대 마냥 음료수가 꽉 채워져 있었음.


나: 헐….


냥이 형: 원래 좋소 기업이라는게 찌질하게 종이컵, 믹스커피 이딴게 되게 서럽잖아! 

나는 그딴거 없다. 왠만한 중소기업보다 빠방하게 먹을거 채워놓고 먹을거야!!


나: 아니…이건..좀 심한데요;;ㅋㅋ 우리 회사 휴게실 냉장고도..크기만 컷지..안은 텅 비었는데…ㅋㅋㅋ


냥이 형: 우리 저 지옥같은 OO테크 사람들 아니냐? 우리만큼 힘들어본 사람들이 있냐고 ㅋ 

우리 모토는 이거다. 똑같이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 만큼은 부자 회사로 살자고!! ㅋㅋ


나: 하긴..장비업계인데 몸이 안힘들순 없죠..ㅋ 

마음이 안힘들면 버틸만 하지 이 업계. ㅋㅋ 좋은 방향입니다.


냥이 형: 자 그럼 가자. 일단 우리가 현장에서 무슨일 하는지 보여줄께. 

차장님 준비되신 출입증 주세요.


차장 님: 네. 여기있습니다.


나: 왠 출입증?


냥이 형: 라인 들어갈꺼야. ㅋ


나: !?!?


그렇게 갑작스레 냥이 형의 차를 타고 공장으로 향했음. 평X에 있었는데..

아O디 최신형 차를 타고 쌩쌩 달려 공장으로 빛 처럼 쏘아나갔음. 

140Km를 밟으며 열심히 한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며 정신없이 운전하는 냥이형.


눈은 정면을 향했으나 오타하나 없이 잘도 문자를 썼음.


나: 여전하시네요. 그 멀티플레이;;


냥이 형: 단 1분도 낭비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 연락도 해야하고, 사장님들 인사도 해야되고, 

은행이랑 연락도 하고..#@$#$%!^$#..


나: 에고 바쁘다 바뻐. 우리 사장님도 형 처럼 바쁘진 않을텐데...후우...


냥이 형: 그거 아냐? 형 요새 O 대학교 최OOO자 수업도 들으러 다녀! 이거 끝나면 다른 대학교 수업도 들으러 갈꺼야.


나: 와~ 거기선 뭐 공부 하시는데요?


냥이 형: 공부는 O미 ㅋㅋ 인맥이야 임마. 인맥 만들러 다니는거야!!


나: ?


냥이 형: 거기 같이 수업듣는 형님들이 누군지 아냐? OO은행 본사 전무, 육군 O사단 사단장, OO증권 부사장....$#%$!##


나: 와! 우리나라 대가리란 대가리는 다 모아놨네요?


냥이 형: 너 O법원장 만나본적 있냐? 이OO 의원 만나봤어? 거기 인맥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이는 사람들 다 연결되있어! 


나: 뭔가 비현실 적인데요.....;; ㅋㅋ


냥이 형: OO야.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게 더 많다. 돈을 버는건 말이야, 다른 세상인거야. 

'정보'야 정보. 그러니 잠시라도 내가 쉴 수 있겠냐!?


나: ................;;


여긴 '기수' 도 있어서, 이전 기수에 수업 들었던 대한민국 '큰손' 들과 다 함께 골프대회도 하러 간다고....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 건가 싶음. 이러니 부자들이 돈을 못 벌수가 없겠지...



그렇게 평O의 커다란 공단으로 들어갔음. 

입구에서 출입증을 보이고,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이며 자연스레? 

냥이 형네 직원 신분이 되어 공장으로 들어갔음. 


[이거 걸리면 X 될텐데ㅡㅡ;]


냥이 형: 일단 박 이사 나오라고 했으니 만나서 가자고.


나: 아…네.


두근두근…씨크하고 칼날같은 콧대의 시크남 박 주임..변 한게 없을까..?


그렇게 10분정도 있으니 냥이 형이 소리를 쳤음.


냥이 형: OO아!! 여기!!


박 이사: 어!!


나: ??


[어디…? 박 주임님이…??]


내 눈앞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는데..아무리봐도 그 사람이 아니었음.


눈처럼 하얗던 피부는 그대로 였으나, 

날카롭게 뻗어있던 눈매는 약간 처졌으며, 눈에 잔 주름이 져있었음. 


그 얼굴에 그간의 고생이 묻어나 있었음.

예전의 그 잘생긴 인물이 흔적으로나마 조금 남아있는 완연한 아저씨였음. 

하지만 그 주름속에 따뜻함이 묻어나고 있으니..


단단하게 운동으로 단련됬던 체구는 약간 몰랑몰랑 살이 좀 붙은 기분이었음. 

여전히 큰 키는 그대로였지만 과거 천마혈검대 같은 검은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음. 


[사람이 웃는상이 되었음]


맹세코 이 사람이 웃는걸 7년만에 처음 보았음. 이 남자가 웃는걸 보다니....허 참....ㅋ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세월이 훅~ 하고 느껴짐.


박 이사: OO야!!! 냥이 한테 온다고 말은 들었다!! 진~~~짜 오랜……


나: …………


박 이사: …………;;;


정적이 5초간 이어졌음.


박 이사: 너…OO 맞냐…?

 

순간적으로 입이 삐죽 삐죽 하는 박이사...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음.] 

 

이런 사람이었던가..?


나: 네^^ 형님. 7년만입니다. 건강 하셨죠?


감정표현 한번 없던 사람이 세월을 탔는지 얼굴에 감정이 너무 쉽게 드러났음. 

회한에 젖은 박 이사. 우리는 아마도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거임.


그 킹카 같던 박 주임의 변화를 한눈에 느끼며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 거라는걸 느꼈으니까. 


나 역시 힘들게 힘들게 지금까지 왔음. 

서로 세월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얼굴을 보니 약간 서글픈 감정이 들었음.


박 이사: 시간이 많이…진짜 많이…지나긴 했나보다….너.. 

그 예쁘장 하던 얼굴이…아저씨가 다 됐네.. 머리는…어휴...반 백발이 다 됐어….

프로그램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된다더니..고생 많았나보다.


나: ㅎㅎ 그때는 머리 빨이랑 BB크림의 효과죠 ㅋㅋ. 잠을 늦게 자서 그런걸까요..ㅎ 

이제 염색을 안하면 안될거 같아요.ㅋ


냥이 형: 나도 솔직히 깜놀 했다니까? 애가 1년마다 늙어 ㅋㅋ 머리도 점점 하얘지더니 ㅋㅋ 

이래 가지고 과거에 중국 여자들 후리던 OO가 맞나 싶다 ㅋㅋ

 

나: 후린적 없거든요 ㅡㅡ;ㅋㅋㅋ


박 이사: 소악마는 후렸지 ㅋㅋ


나: 형님이야 말로, 그 연예인 같이 날카롭던 포스는 어디가고, 어디서 안성기 배우라도 데려온줄..

그 차도남이 이렇게 웃는 상이 되있다니..ㅋ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인상이 변한 그를 보았을 때, 무언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음. 

그에게서 넘쳐나게 흘러나오는 사람에 대한 ‘여유’. 그리고 ‘느슨함’. 


칼날 같던 사람이 반짝 반짝 빛나는 바닷가의 조약돌로 변해 있었음. 

이런 느낌의 사람들과 현장일을 하면 

단 한번도 부딛히는 일이 없을거라 확신이 들었음.


박 이사와 냥이 형을 대동하고 현장 라인으로 들어갔음. 

그곳에는 아주 익숙한 장비들이 길게 라인으로 세워져 있었음. 


나: 이거..본딩기 아니에요?


박 이사: 비슷하지?ㅋ 이건 2차전지 라인이야.


나: 와…딱 봐도 모터 축도 장난없게 많아 보이는데. 이걸 다 셋업 하시는거에요??


박 이사: 아니. 우린 이제 조립안해. 우리는 비전업무만 진행해. 현장 PM만 맡아서 하는거지.

어떻게 보면 하는 업무가, 과거에 니가 하던 업무로 바꼈다고 보면 되겠다^^


나: 오…..그러면 ㅋㅋ 100을 하던 사람들이 10도 안하게 된거 아닙니까? 많이 편하겠는데요? ㅋㅋ


박 이사: ….ㅎㅎ 확실히 몸은 편하지..근데 일이라는게 참 신기하게, 편해지는 만큼 다른 쪽이 불편해 지더라 이거야.


나: ??


박 이사: 우리가 니 일을 해보니까…마음이 너무 힘들어…ㅋㅋ 

비전이라는게 항상 셋업 당시에는 최 후순위 아니냐. 

근데 검수에서는 가장 빡세게 검증을 받고 책임 져야하는 파트니까..


나: ㅎㅎ 저보다는 나으시죠. 어차피 기구 조립쪽 부터 설계, 전장까지 뭣하면 다 직접 해 버릴 능력들 되시잖아요 ㅋ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못하는 입장이었고. ㅎ


냥이 형: 얘네들이 다 해버리면 수지가 안맞지! 진짜 응급상황 아니면 하면 안되는거지!!


박 이사: 우리도 이 일을 하면서 느꼈지. 니가 어땠는지… 근데 아무도 너처럼 해 볼려고 해도 안되더라고..

그때는 너 고작 27살 사회초년 신입아녔냐..ㅋ 우리는 이 나이가 됐는데도 너 처럼은 못하겠더라.


냥이 형: 그니깐!! 저 새끼 27살에 이미 만렙찍고 시작한거라니깐? 

사람들 움직이게 만드는게 아주 타고났어!! 

그러니까 그 많은 중국인들이 따라 다녔던거지!!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7년간 모니터링 하면서 어떻게든 빼올라고 한거지!!


나: 하하하;;;


박 이사: 어때? 우리 일하는 비전 장비 한번 볼래? 구경시켜줄께^^


나: 네~ 궁금하네요. 저희도 비전 프로그램을 했지만, 기구적인 기술 한계 때문에 

이 쪽으로는 쳐다도 못보던 분야니까요. ㅎㅎ 새로운 분야라 무척 궁금합니다.




***




박 이사: 이게 지금 우리가 셋업중인 업체 프로그램이야. 

이쪽이랑 이쪽에 ROI를 설정해서 라인을 따고, 얼라인을 진행하는거지.


나: 오…..


그때 갑자기 장비가 말을 걸었음. 


??: 이사님 오셨습니까?


나: 에고 놀래라! ㅋ


장비 속에 직원이 한명 들어가 있었음.


박 이사: 어^^. 괜찮아 신경쓰지 말고 하던거 해.


??: 넹~


나: 어후. ㅋㅋ 장비에 사람들어가 있는거 진짜 오랫만에 보네요 ㅋㅋ


박 이사: 어. 지금 조명 세팅중이야. 보니까 라인을 따려는데 전체적으로 조명이 좀 미세하게 밝지가 않더라고.


나: 이 화면인가 보네요..?


마우스로 화면에 보이는 픽셀값들의 밝기를 쭈욱 확인해 보았음.


나: 음? 이만하면 잘 맞춘거 같은데? 어느 한 부분이 특별하게 튀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면 잘 맞춘건데?


박 이사: 어??


나: 이정도 나오게 하면 우리 회사에서는 A급으로 쳐주는 세팅인데 말이에요 ㅋ


박 이사: 그래?? 이걸로 라인을 딸 수 있다고??


나: 안따지는게 더 신기한데? 한번 검사 눌러 보세요. 어떻게 되나 보게.


박 이사: 자. 이거 누르면 검사거든?


화면에 얼토당토 않은 붉은선이 대각선으로 쭈욱- 그어졌음.


[헛웃음이 나왔음.]


나: ㅋㅋㅋ 이거 누가 짠거에요? ㅋㅋ


박 이사: 고객사가 짠거지…


나: 이거 완전…. ㅋㅋ 누가 라인 피팅을 이딴식으로 하나? ㅋㅋ 

이러니 조명 밝기 고르게 맞춘다고 세팅하는 사람이나 갈아넣는거지 ㅋㅋㅋ


냥이 형: 그래?? 이거 너는 이대로 검사 할 수 있어?


나: 보세요. TH 값들이 급격하게 튀는것도 아니고, 약간 애매한 파트가 하나 있긴 하지만. 

나머지 영역들이 이렇게나 선명한데. 라인을 못 따다뇨. 

제대로된 피팅 알고리즘을 돌리는데 이게 이렇게 될리가 없죠. 

이거는 백퍼! 그냥 엣지 픽셀들 평균냈거나, 시작점 끝점 두개 그냥 연결한거에요.

이거 개발 한 사람도 완전 웃기네 ㅋㅋㅋ 모를거라고 생각한건가!?


박 이사: ..…;;;;;;;;


냥이 형: OO야. 오늘 바로 입사할래?




***




잊고 있었음. 경기도는 하드웨어. 

즉 기구적인 기술이 부족해서 프로그램적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음. 


이곳 지방은 기구세팅 장인들이 하도 많아서 

왠만한건 다 기구로 땜질 해주기 때문에 프로그램들이 허접해짐.


지역간의 특성을 잊고 살았음.


그날 저녁 냥이 형 회사의 임원들과 따로 저녁 자리를 가졌음. 

반드시 봐야할 인물이 하나 있기 때문임. 

꾀돌이 대리 OO이형. 


그가 현재 어떤 사람이 되어있는지를 본다면 냥이 형네 회사와 

나의 상성을 계산 가능했음.




***




저녁 불O동의 한 오징어 횟집.


전 꾀돌이 대리 김OO 이사를 재회하게 되었음.

놀라서 한참을 바라보던 김 이사.....


[내가 그정도로 변했나...;;;]


김 이사: 와~니 얼마만이고? ㅎㅎ 잘 나간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나: 잘지내셨죠? ㅎㅎ 잘나간다니 무슨….ㅎㅎㅎ


김 이사: 와......세월 많이 탔네 ㅎㅎ 기지배가 아저씨가 됐네? ㅋㅋ


나: 그러는 이사님은 안경끼신거 말고는 하나도 안변하셨네요. 와아….


김 이사: 나이가 드니까 눈부터 침침해지드라 ㅎㅎ이거 돋보기 안경이다;;


냥이 형: 이사님. OO 영입하는데 제일 걸림돌이 이사님 같습니다. ㅎㅎ


김 이사: 왜? 우리 나쁘게 헤어진것도 없는데;; OO니 나갈때 우리랑 다 풀었다 아이가?


나: ??


김 이사: 니 회사 관두기 전에 커피 사들고 우리 제조 사무실에 안왔드나.


나: 아…!!


김 이사: 우리가 서로 물고 뜯던 사이긴 했어도 나갈 때, 

커피 사들고 인사하러 오는거 보고 우리도 좀 기분이 그랬었다. 

니 성격이 대쪽 같은게 있긴 했어도. 그래도 같이 일하는 형님들 생각은 했구나 하면서 ㅎㅎ


나: 뭐..ㅎ 막상 나갈라니까 미운정도 정이라고 그런게 있더라고요^^;


김 이사: 우리는 니 인사에 다들 미운감정 다 털었는데. 니는 여테 기억하고 있었드나? ㅎㅎ


나: 그랬던 일을 까먹은거죠..생각해보니 제가 커피를 사들고 갔었네요…ㅎㅎ


김 이사: 니 몇년전에 상해 OO에 있었제?


나: !?


김 이사: 김OO 이사님이(PM) 얘기하시데. 니 아무래도 거기서 일했던거 같다꼬 ㅎㅎ


아…다 알고 모른척 하고 있었구나;;


박 이사: 그랬지^^. 다들 요놈이 프로그램 배우겠다고 뛰쳐 나가더니 

거기서 크고 있었네 하면서 보고있었지. 

다들 니 성격이면 뭐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겠다고 말은 했었지..ㅎ


나: 와아…저만 다들 모를꺼라 생각했었네요;; ㅋㅋㅋ


김 이사: 압흔검사기 세팅 속도가 그정도 되는 인원이 몇명 있다 생각하노 ㅎㅎ 니 아니면 누구겠노 ㅎㅎ


냥이 형: 압흔 장인이었지…ㅎ


김 이사: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다 싶드라. OO 회사면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회산데. 

거기서 위로 다 재끼고 몇년만에 팀장까지 찍고 올라갔네. 당연한가? ㅋㅋ


냥이 형: 거기서도 예전처럼 다 깨부수고 올라갔데요 ㅎㅎ 승질 여전할껄?


박 이사: 이제는 좀 유해 졌어? ㅋㅋ 우리까지 다 깨부수진 않겠지? ㅋㅋ


나: 형님들^^ 7년입니다. 보니까 그 칼같이 딱딱하시던 분들이 이렇게 ‘여유’ 가 생기셨는데, 

저라고 안그렇겠습니까. ㅎ 그래도 한 분야에 수준이 오르고 ‘기술’에 자신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런... 마음의 여유가 나오더라고요.


김 이사: 맞지. 이제 우리도 다 고인물들 아이가. 기술이 없을때야 절대 양보 못했지, 

지금이야 다 안다 아이가. 만사 라는게 꼭 한가지 방향으로만 해결 가능한게 아니니까^^


냥이 형: 이야…이렇게 들으니까 진짜 장비쟁이들만 모아놓은거 같네^^ 역시 내가 사람들을 잘 봤어!!


김 이사: 이래 다시 볼 줄은 몰랐다. 그라문 OO야. 확실하게 할건 하자.


나: ??


김 이사: 우리도 여유가 생기고 밑에서 일하다가 위로 올라가 보니까 보이는게 있드라. 

젊을 때 우리 제조팀은 ‘내가 낸데!’ 하는 생각들이 있었더라고. 니는 27살때도 그런게 없었던거 같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 니 마인드가 너무 앞서가서 우리랑 안맞았던거 같다 싶드라. 


나: ………


김 이사: 부족하겠지만, 니가 이해를 해도. 

우리는 우리 살기 바빴던 시절이라 주변 살필 눈도 없었고, 니를 이해 할 그릇이 못됐던거 같다. 미안타.

아마 김OO 이사(PM)도 니 보면 반가워 할끼라.


나: 에이..저도 똑같지요. 다들 젊은 나이에 그것도 한참 손 많이 타는 애기들 놔두고 

해외에서 기러기 생활해야되는 형님들 생각 못했죠. 저는 이제 애기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는데..얼마나 막막하던지…

젊은 나이에 가장으로써 얼마나 마음고생 하셨을지 이제서야 알거 같습니다.


냥이 형: 좋아 좋아. 아주 좋은 흐름이야!!


김 이사: 대표님. 거 자꾸 옆에서 과하게 오바하지 말고.ㅋ


냥이 형: 에이~ 형님. 이만 하면 제 꿈이 이뤄지기 일보직전 아닙니까! OO야. 

니가 마지막에 쏜 커피값에 1000배 이상 쳐줄테니까 같이 하자.


김 이사: 차도 줍니까 ㅋㅋ 그냥 모셔올 인력은 아닌거 같은데?


냥이 형: 그래. 너도 오면 임원급이야. 우리 OO테크 멤버 아니냐! 차도 주고 법카도 줄께. 하고싶은거 다해!!


나: 형님 예나 지금이나 좀 오바를 좀;;ㅋㅋㅋㅋ


냥이 형: 오바라니!? 우리 임원들 내가 다 차 한대 씩 마련해 줬다? 아X디, BMX!! 아녜요?


박 이사: 맞지. ㅎㅎㅎ


김 이사: OO 차 뽑아주면 이 부장이 배 좀 아프겠는데? ㅋㅋ


나: ….차는 나중에…제가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된다면..그때 받겠습니다…ㅎㅎ


냥이 형: 이사님들 들으셨죠? 저 지금 우리 대화 다 핸드폰으로 녹취 떠놨습니다. 

쟤 오기로 한거에요? 다들 들으셨죠?


나: 헛;;;


이사 들: 어. 다 들었다. 남자가 말을 뱉었으면 게임 끝난거지^^


나: 아..저…#@#@!#!$$!%;;


김 이사: OO니. 술은 좀 늘었나?


나: 아뇨ㅡㅡㅋ


박 이사: 여전하네. ㅋㅋ 그럼 너는 밥만 먹어 ㅋㅋㅋ




***




가슴에 상흔 처럼 남았던 옛 인연들과 정말 허심탄회하고 즐겁게 밥을 먹었음. 

그렇게 다시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머리가 참 복잡했음.


완전히 말려든 느낌. 너무 감정에 동화가 되었나..

해서는 안될 말을 한거 같았음. 


어쨌든 이직을 한다는건 중대한 일 아닌가. 

반면 두렵거나 걱정 되는건 왜일까...


그런게 없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쌓아올린 기술 아닌가.

두려워하지 말자..

 

그럼에도 그 외적으로 다른 감정이 가슴을 불편하게 만들었음.

지금 마음이 못내 불편한 것은, 중대한 일을 아내와 상의하지 않은것도 아니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미안한것도 아니었음. 


오직 지금의 회사에 대한 죄스러움 이었음. 

나를 6년간 먹여주고 키워주었던..내 청춘의 전성기를 품어준.. 

감사로는 표현할 수도 없는 회사 아닌가..


그래도 내 양심에 조금 덜 미안한 이유로는..

보통 이직을 한다면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이직을 한다는것. 


내 입장은 조금 달랐음. 더 좋은 회사로 가는건 아니었으니까. 

(물론..연봉은 높이 받을거 같음. 돈이 최고야!?)


상장 회사와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 회사가 어찌 같을 수가 있는가. 

이건 고생 길이 훤한 길이었음. 1차적으로 이런 업체는 '영업' 부터가 문제임.

 

업무는 한정되어있고, 많은 회사들이 있음. 

이것만 뚫리면, 숨통이 트이는데...이 역할을 냥이 형님이 잘 할 수 있을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음. 그저 서로 믿고, 각자의 '몫'을 해 보이는 수 밖에..!!


사람으로 따진다면 내가 관찰하고 능력을 파악했던 

내 ‘검증’ 을 통과한 사람들 이었음.


당장에 지금 회사가 어떠했던가. 

20년간 쌓아온 그 모든것이 ‘사람’으로 인해 지금은 뿌리부터 흔들리지 않았나. 

아니..이젠 그  마지막 뿌리도 없어졌다 봐도 무방한 상황.


당장에 D사같은 줄을 잡은것도 아니고 자본이나 규모가 없다 하더라도, 

냥이 형의 회사에는 사람들을 통한 ‘미래’가 보였음.


내 나이가 40이 넘기전에…남자라면 한번은 힘든길로 걸어갈 ‘모험’은 해도 될거 같았음. 

잘 되면 대박인거고, 안된다면..그래도 크게 잃을건 없음. 

가진 ‘기술’을 가지고 그 때는 비교적 안정적인 곳으로 스며들면 되니까..


적어도 내가 인정하는 사람들이 어벤저스처럼 모인 

이 회사에 투신해 볼 가치가 있을거 같았음. 

이걸 계산하며 망설이다 '시기'를 놓치면 왠지 나이가 들어 두고두고 후회할것 같은 예감이 들었음. 


그리고 묘하게….머리속에 맴도는 단어 하나가 있었음. 


[슬텍]


왜 지금 시점에 이 단어가 자꾸 머리속에 차오르는지…


뭔가 사람들의 관계와, 그들의 능력들을 베이스로 머리속에서 가지를 치고 그들의 현 상황과

시운 이라는 타이밍들이 복잡하게 얽혀 무언가가 떠오르는 기분.




***




빈 집에 도착하여, 담배를 한대 피며 마음을 굳혔음.


과거 무당이 봐주었다던 내 팔자..


남들이면 평생에 겪을까 말까 한 시련을 19세 까지 다 경험 할 것이라고.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조폭 건달이 될 것이고, 이겨 낸다면 잘 살아 갈 수 있을거라는…


나는 현재 조폭이나 건달이 되진 않았음. 

나름 잘 이겨내고 이 자리에 와있다고 생각했음. 

그래..이미 시련이라는 시련은 다 겪었기에. 


지금의 내 선택이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나는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내 가슴에 강한 자부심으로 살아있음.

그리고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미친듯이 프로그램 공부를 한게 아닌가..!!

한번 해보자!!!


[투쟁의 역사]


35세. 다시한번 새로운 길을 향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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