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 이 드라마의 흐름이 나정X쓰레기라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리 말씀드려요. 피해가실 분들은 미리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 편의를 위해 반말을 사용한 점 죄송합니다...^_T
한 번쯤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에피소드가 드디어 나왔다. 많은 응사 드라마 팬들이 멘붕 상태인 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이 제작진들이 끌어가는 <응답하라1994> 자체에 큰 애정을 느끼면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짜증보다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게 하지 않는 제작진들의 스킬에 감탄하고 봤달까.
(엘리베이터에서 나정 칠봉과 마주치는 쓰레기를 보고, 어찌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직 칠봉X나정을 놓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쳤다.
이 제작진들의 완벽주의와 결벽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싶어서!!ㅎㅎ
(이 드라마의 유행어처럼, 정말 정신병자들이다...ㅇㅇ)
내가 응답하라1994에 이와 같은 에피소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이것 때문이었다.
"서로여야만 하는 이유"
그래. 바로 이거.
뭔 소리야?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나정이와 쓰레기가 서로여야만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 만으로도 차고 넘쳤으니까.
- 함께 격지 않은 사람은 결코 공유할 수 없는 '잃음'에 대한 이해도(태훈)
- 그로 인한 유사 가족 관계
- 달라서, 오히려 서로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성격 등등
나정이와 쓰레기는 남이 ‘이해’ 할 순 있어도 절대 ‘공유’ 할 순 없는 아픔을 함께하고 있기에 서로여야하고.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들까지 걸린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여야 하고.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서로여야 한다. 맞다. 사실 나정X쓰레기 관계의 특수성은 이제 말하기도 입 아픈 상태지.
하지만 저 수 많은, 그리고 거대한 특수성들로 인해 살짝 가려져있는 결정적인 빈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여야만 하는 이유.
다른 이유들이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끔 끈끈한 인과관계와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어져있는데 반해
'남녀 관계'로서의 나정이와 쓰레기의 특수성은 아직 미약한 상태였다.
그래서 계속 알게 모르게 논란이 있었던 거겠지.
나정이와 쓰레기는 서로가 너무나 소중한 남매로도 괜찮지 않을까?
나정이와 쓰레기의 관계가 꼭 '남자'와 '여자'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아주 실낱같은 빈틈을 후비고 세어져나오는 의문.
제작진은 앞으로 남은 회차 동안, 그 의문에 대답을 하려는 거다.
그야말로 완벽한, 그리하여 완전한 나정이와 쓰레기 커플을 위해-
사실 (개인적으론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지만) 굳이 이 주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우리나라 드라마의 80% 이상이 우연과 필연에 기대어 전개되니까. 다른 드라마들 같으면 위에서 언급한 '서로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만 있어도 '이건 운명이야! 그러니까 얘들은 평생 사랑해야해!' 하고 외치며 전개 됐을 거거든. 그에 비하면 나정이와 쓰레기의 관계는 이미 너무도 필연적인 관계지.
그래서 안 짚고 넘어가도 그만이지만, 만약 짚고 넘어간다면 도대체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정말 기가 차게도. 무엇보다 허무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물꼬를 틀었다.
그 어떤 타입의 개입도 용납치 않은체. 오로지 두 사람만의 문제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로 말이다.
정말 지독한 결벽증이다. 정신병자들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누구도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채, '완벽한 운명'의 끝을 보러 끝까지 가보잔다.
그리고 다음 화 소제목으로 묻는다.
"운명을 믿으십니까?"
그래, 믿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겠다는 말이지.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여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될 나정과 쓰레기는 비로소 정말 완전해질 것이다.
이 쯤 되면 제작진의 나정X쓰레기 관계에 대한 집착이 무서울 정도..ㅋㅋ
또한 나정인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나정X쓰레기 관계의 무게는 쓰레기만의 것이었지. 자신의 사랑이 중요했을 뿐, 쓰레기처럼 그 관계가 짊어진 양측 가족과 주변인들의 무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헤어짐으로 인해서, 그리하여 흩어졌던 주변인들로 인해서, 자신과 쓰레기의 관계가 얼마만큼의 책임감과 무게를 가지는지. 쓰레기는 왜 그토록 고민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겠지.
그 무게를 쓰레기와 같이 나눠 짊어짐으로써 쓰레기의 울렁거리는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더욱 견고해 질 것이다. 우리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음으로 인해서. 보통은 결혼해서 맞닥들이는 '현실' 앞에 깨닫게 될 것을 나정인 미리 깨닫게 될 테니, '특별하지 않아도' 서로여야 하는 이유를 남은 회차에서 깨닫게 될 테니. 결혼 후의 두 사람은 아마도 큰 위기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현실 속의 판타지다.
그러니 판타지 속에 있었던 두 사람의 견고한 사랑이 '현실'앞에 허무하게 깨졌다고 미리 상처 입지 말았으면 좋겠다. 단언컨데, 현실을 덧붙여 이 제작진은 더 한 판타지를 만들어낼 테니까-
+1)
아마도, 칠봉이의 역할은 조력자가 맞을 것 같다.
이 '조력자'를 '도구'와 동일시 해서 나정X쓰레기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며 굉장히 기분나빠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칠봉이가 조력자가 된 다면 그것은 나정X쓰레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칠봉이가 아니어도 나정이와 쓰레기는 어찌됐건 다시 만나게 됐을테니까. 제작진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제 손으로 무너뜨릴 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칠봉이가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철저히 칠봉이 자신을 위한 것이 될 거다. 하숙집 패밀리 안으로 다시 들어오기 위한 발판. 말이지. 2013년. 모두가 모여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타당한 이유로 말이지.
제작진의 몫이니 앞으로의 내용까지 지례짐작할 생각은 없지만,
"넌 외롭지 않아?" 빙그레가 물었을 때 칠봉의 표정이 아직도 아리게 가슴에 남는다. 그 결핍을 채우는 과정 또한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짝사랑 캐릭터는 늘 나의 최애다ㅠㅠ 칠봉아 누나가 애낀다ㅠㅠ)
+2)
그리고 두 사람을 다시 잇는 진짜 결정적인 역할은 아무래도 성동일이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 또한 제작진들의 몫이고^^
+3)
쓰레기와 나정이가 서로 연락을 못한 건 당연하다.
현실에 치여 서로에게 소홀해졌지만,
둘은 아직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직 사랑하고 있기에, 이 애매한 관계조차 깨질까 두려운 거다.
내 마음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연락했다가 괜히 완전한 끝을 볼까 두려웠을테니까-
펌:http://job.dcinside.com/board/view/?id=reply1994&no=311413&page=2&exception_mode=recomm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