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저는 빌라 1층에서
아부지, 어무이, 여동생과 오순도순
살고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었던 날은 동생이 친구집에서 하룻밤
자고온다고 나가서 집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간 때로 기억되는데, 동생방
이 베란다와 연결되어있고 제 방보다 훨씬 더
넓어서 저는 좋다하고 그 방에 이불을 폈습니다.
(좁은 방을 선호해서 큰방을 동생을 주고 작은
방에서 지냈는데 여름에는 너무 답답
하더라구요^^)
암튼 바깥창문은 1층이다보니 아무리 더워도
항상 닫아놓던 때라 닫혀있었고, 베란다와 연결
되는 안쪽문만 활짝 열어놓고 단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매우 기분좋게 열심히 자는데
순간 섬뜻한 기분에 흠칫해서 눈이 확
떠지는겁니다-
스르르르르르-
조심스럽게 너무도 천천히 바깥창문이
열리는 소리가...ㅜ
평소에 깜빡하고 열쇠 안 챙겨갔다가 집에 오면
쪼끄만한 저조차도 손쉽게 뒷창문을 열고
들어가곤 했었기 때문에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는거라고 머리 속에서 알람이 울리고,
(저는 경찰아저씨한테 많이 혼났습니다.)
어차피 닫는 창문인데 왜 안 잠궜을까하는 후회도
짧게 들고...ㅜ
제 인생에서 가장 빠른 두뇌회전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생각나는건
어떻해 이제 난 죽었다 죽었다 어떻게....
왜 저 그...앞에서 차가 튀어나오면 피해야
되는데 못피하고 몸이 굳어버리는-
또는 강도가 칼 들이밀면 몸이 굳어버리는-
그것과 같이 저는 손가락하나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움직이면 저게 내가 깬줄 알고 확 달려들까봐요
ㅜㅜ
하필 또 그쪽으로 머리를 놓고 잤었기 때문에
전혀 움직임이 파악되지도 않았습니다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어
눈물이 나려는데-
우당탕탕!!
도둑인지 아니면 강도신지 모를
그분께서 창문 다 열고 넘어오다가
바로 밑에 세워져있던 건조대를
쓰러트린겁니다-
그 왜 어떤 계기가 생기면요
예를들어서 바늘로 손가락을 따면
언친게 낫고 피가 통하듯이,
고요한 밤에 들렸던 그 우당탕 소리에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게 된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정신없이 베란다 반대방향
끝에 있던 스위치를 향해 냅다 달렸고,
불이 켜지면서,
누구야!!!!!
....
뒤돌아봤는데 휙 도망가더라구요ㅜ
아마 그분...
건조대 넘어가는 소리에 1차
제가 벌떡 일어서서 뛰어가는 모습에서 2차
누구야 하는 비명에 3차로
깜짝 놀랐을 것이지만,
전 어린 마음에 그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건조대 넘어가는 소리에 깨셔서
그제서야 나와보시더라구요-
니가 넘어트렸냐시면서 ^^;;
자초지종 설명드리고 칭찬받고 다시 자려는데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도둑 도망가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하고,
천둥번개도 요란하고...
문 다 잠궈놓고, 안마기를 무기로 맡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ㅜ
그날 이후로 동네 모든 1층에 밤벙용 창살이
설치되었고 지나다니시는 아주머니들 마다
도둑잡은? 영웅으로 불러주셨습니다^^
그러나 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가 뒤에서 저를 건드리면
깜짝 깜짝 놀라는 습관? 버릇?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그나저나 전 그날일이 다행이면서도
무척 신기하더군요-
1. 그날 동생이 안 놀러나갔으면 동생부터해서
온가족이 큰 사고를 겪을뻔했네요-
2. 그날 제가 동생방에 이불 피고 잘 생각
안했으면 부모님과 제가 봉변을 당할뻔 했어요ㅜ
3. 또 이 건조대란 놈이 원래는 방이 넓어서
방안에 있었던 놈인데 빨래도 안널어놨는데
어무이가 귀찮으셨는지 안접고 그 스페셜한
자리에 그대로 펼쳐두신것이지요
4. 건조대가 넘어졌더라도 상대가 어린애라는건
넘어오면서 다봤을텐데도 그대로 다시 도망가신
그분께 그냥 가주셔서 어쨌든 고맙습니다...ㅜ
결국 도둑 잡았다는 소식은 듣지못했지만,
아마 그 다음부터 그분...
1층 털기는 쉽지않았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