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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에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사셨어요
게시물ID : humorstory_407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natic
추천 : 2
조회수 : 5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30 17:03:35

어느 산골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산에서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파는 나무꾼이었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나무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똥이 마려웠습니다.

 

할아버지는 도저히 상식 밖에 일이었지만, 근처 개울가로 가서 개울가에서 똥을 눴습니다.

 

그 시각 개울가의 먼 아랫편에선 할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었어요.

 

빨래를 하는 도중, 할머니는 왠지 모를 구수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개울가를 살펴보니 아니 왠일인지.

 

빗깔 좋게 잘 익은 된장이 한 덩이 떠내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맞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것은 할아버지 싼 똥이었죠.

 

할머니는 연로하셔서, 후각이 많이 무뎌지신 겁니다.

 

할머니는 그 된장을 건져서, 집으로 가지고 가셨습니다.

 

그날 저녁,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루에 걸터 앉아서 저녁을 들고 계셨어요.

 

시원하게 멱을 감은 뒤라, 할아버지는 상쾌했지만. 왠지 모를 구린내에 상시로 코를 킁킁 거리셨습니다.

 

조촐한 저녁상이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할아버지에겐 다시 없는 일상의 낙이었죠.

 

할아버지는 시원하게 식힌 큼직한 오이를 하나 들고, 된장을 듬뿍 찍어서 시원하게 한입 깨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입안에서 퍼지는 뭔가 오묘한 맛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임자, 이게 무슨 장이요?

 

된장이죠, 영감.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작년에 얼큰하게 술이 취한, 어떤 취객이 객기를 부려 집안의 모든 항아리를 깨뜨렸던 기억이 났거든요.

 

아마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집안에 항아리는 물론 고추장 간장 된장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디서 난게요? 할아버지는 불안해하며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그 어떤 취객이 할아버지 자신이었단 생각에, 얼마간 잠잠했던

 

할머니의 성화가 도질까 무서웠던 것이죠.

 

개울에서 빨래를 하는데, 위에서 떠내려 오더라구요.

 

할아버지는 그제서야 자신의 의문에 해결되는 듯한 묘한 해소감과 함께 무언가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젖가락을 들어

 

된장을 헤집어 보며 쇳소리처럼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임자, 이거 내 똥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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