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녀석은 뭐가 그렇게 기쁘고 좋은지,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짐을 싸들고 그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물론 동기에겐 이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함구 했습니다. 얘기해 봐야 먹히지도 않았을 거에요.
동기 녀석이 들어온 날은 공교롭게도 제가 또 일직을 서던 날이에요.
" 야 내가 짐도 옮겨주고 해야 하는대, 차 내주까? 짐 많냐 ? "
" 아냐 짐 몇개 없어, 글고 내가 통신애들 한테 옴겨 놓으라고 했어 걱정마 "
" 너 혼자 있음 심심할텐데 괜찬겠냐? 거기 머 할것두 엄구 걱정이네 "
" 뭐 책보구 TV 보구 함 대지머 신경꺼라 괜찮으니까 ㅎㅎㅎ "
암튼 동기가 들어와 살면 저도 이젠 머 안 무섭겠지 하며 기분 좋아 하고 있었는대, 그날 저녁 점호를 할때쯤 되서
동기 한테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 야 "
" 어 왜 ? "
" 나 짐 뺏다 "
" 먼소리야 ? ? ? "
" 나 니네 집에 못살겠다 "
" ..... ? 왜? 왜 못살아 ? ? "
" 그냥 나 너랑 못사니까 그런줄 알아라 짐도 다 뺏다 미안하다 "
" 야 너 오늘 짐 옮겼는대 이 저녁에 짐을 뺏다고 ? 머가 그렇게 급해 "
" 그게.... 음 ..... 야 씨발 나 니네 집 무서워서 못살겠어 암튼 뺏다 미안해 "
그리곤 전화를 바로 끊어 버리는 겁니다.
흠 답답한 노릇 입니다. 좋다고 말 나오기 무섭게 짐 옮기고 기뻐하던 녀석이 불과 몇시간 만에 짐을 빼버리고 못살겠다니
이해 할수 없는 상황입니다. 뭐가 무서운지 다시 전화해도 그냥 그렇게만 알아라고만 할뿐 더이상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 하게 한마디 던집니다.
" 너 그집에서 살지 마라 !! "
웃기지도 않은 소리 입니다. 돈 아껴 보려구 보증금에 1년치 월세를 선불로 지급했는대, 몇개월 돼지도 않았는대 나올수는 없었습니다.
맨날 똥폼만 잡고, 강단 있는척 하는 녀석인대 뭔가 있긴 있는건지. 저도 점점 불길한 예감이 커집니다.
아무리 사정해도 동기녀석은 안살겠다고 하고, 별수 없이 다른 방법을 강구 했는대 그게 개를 한마리 키우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강아지를 한마리 대리고 왔습니다.
후배 부사관이 키우던 녀석인대, 마르티즈 계열쯤 될까요, 이 녀석을 대리고 오니 마음이 든든하고, 혼자 있을때 보단 훨씬 괜찮아 질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무서워 집니다.
얘가 밤만 되면 잘 걷지를 못하고, 방에 오줌 지리며 끙끙 거리고 이불 속으로만 들어가려고 합니다.
근대 웃긴것이 누가 자기 엉덩이 부분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엉덩이를 바닥에 바짝 깔고, 제대로 전진을 못합니다.
들어서 다시 놔도 자동으로 엉덩이 부분이 바닥에 쫘악 깔려서 기어서 오는대 영 이상한게 낮에는 이상이 없는대 꼭 밤에만 이러니까 ㅠ.ㅠ
뭔가에 놀라도 되게 놀란것 처럼 그러는대, 개까지 이러니 점점더 무서워 지기만 합니다.
도저히 불안해서 집에 들어 가는 날보다, 부대에서 내무반 생활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던 차에, 너무도 반가운 일이 생겼습니다.
후배 부사관 두명이서 저랑 같이 살겠다고 합니다. 그것두 지들 여자 친구 두명이랑 총 다섯명이 이집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한명만 더 있어도, 난 무섭지 않겠는대, 4명이 더 들어 온다니 월세도 내지 말고 살라고 했습니다.
두 녀석도 동기 처럼 뭐가 그리 급한지 그날로 바로 짐을 옮기고, 여자 친구 두명도 대리고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이사 하는날 저는 또 일직 이었습니다. 하지만 동기 때와 같은 불상사는 없었어요.
이들과 같이 일주일 정도 살았나요, 일직을 서고 있는대 역시 점호 시간쯤 후배 녀석한테 행정반으로 전화가 옵니다.
" 선임하사님 "
" 어 왜 ? "
" 저희 짐 뺏습니다 "
" .............. ? ? 왜 ?? "
" 그게 그냥 사정이 있어서 저희 그냥 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 흠........ 이밤에 짐을 뺄정도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냐? 무슨 일인대 ? "
" 그게... 말씀 드리기가 쫌 ...... "
" 괜찮아 자식아 말해바 왜 무슨 일인대 ? "
" 그게 여자친구들이 나가자고 해서.. "
" 왜? 여자 친구들이 귀신 이라도 봤다냐 ? "
" 헉 그걸 어떻게 아셧습니까? "
" ............... "
" 제가 웃으실꺼 같아서 말씀 안드리려고 했는대, 저두 오늘 일직 입니다. 근대 여자 친구가 전화해서 혜정이(가명) 기절했다고 빨리 오라는 겁니다.
" 그래서 급히 갔는대, 울고 불고 난리를 치잖습니까,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선임하사님 방에서 귀신을 봤답니다 "
저두 이순간에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물어 봅니다.
" 야 그 귀신 머리가 길고 흰옷입은 여자냐? "
" ????? ?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 "
내용인즉, 방청소 하던 여자애들이 자기들 방만 청소하기 머해서 제 방도 청소해 주려고 했는대, 방문이 열려 있는 틈으로 제가 본것과
같은 상태로 여자가 오디오 불빛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젠 머 생각이고 뭐고가 없이 방을 빼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주인을 찾아가서 보증금 하고 방값좀 빼달라고 했는대, 안됀다더군요.
뭐 좀 사정을 하고 해도 안돼고 그냥 빼기로 하고 짐을 뺏습니다. 그렇게 그집을 나왔는대, 부대주변 사장님들 한테 알아보니
그집이 왜 그렇게 싸게 세를 줬겠냐고 합니다. 그 집에 젊은 여자 혼자 살았답니다. 근데 미쳤다고 하네요. 아우 제길 자살을 했답니다.
안타깝지만 ㅠ.ㅠ 제가 살기 전에 서울에서 사업하시던 분이 주말마다 닭 키우고 하면서 먼저 살았답니다.
경치도 좋구 머리도 식힐겸 주말마다 왔는대, 그분도 무서워서 몇주 못하고 나갔다더군요.
제대를 하고 그 집에 있을때 놀러 왔던 친구들중 한명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며칠 지나서 아침에 깨서 씯고 나왔는대, 친구가 자고 있다가 일어나서 밑도끝도 없이 저한테,
" 야 내가 너 군생활 할때 놀러 갔다가 그냥 왔자나 "
" 그랬지 그때 너 왜 그냥 갔냐? 며칠 놀다 간다면서 "
" 그게 그날 우리 술먹고 잠이 들었자나? "
" 어 "
" 자다가 중간에 이상해서 내가 깻어, 근대 창문에 어떤 머리긴 여자가 걸터 앉아서 우릴 멍하니 내려다 보구 있자나,
" 너무 놀라서 너한테 얘기도 못해주고 부리나케 온거야 "
" ..................... "
이 얘기를 내가 물어본 것두 아니고, 자다가 일어나서 몇년전 얘기를 왜 이친구는 했을까요?
그리고 이놈은 참 나쁜놈 입니다. 그게 정말 귀신이면 나만 죽으라고 그런건지........... ㅡ,.ㅡ?
9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군에서 겪은 두번의 미스테리가 있는대 그중 한개였어요.
지도로 검색해 보면 그집 아직도 있답니다. 역시 덩그러니 혼자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