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시스 이론…공중보건학에선 오류 드러나
세포 차원 효과 있을지 몰라도 ‘구경꾼 효과’ 등 부작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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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시스 가설은 일본의 저선량 피폭자들이 장수하거나,
자연방사선이 높은 중국 서부와 콜로라도 주민의 암 발생이
평균보다 약간 낮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나왔다.
1980년대 중반엔 노벨상을 받은 세포유전학자 셸던 월프가 ‘적응 반응’ 설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한 세포는 저선량과 고선량의 방사선을 차례로 쏘이고 다른 세포는 고선량만을 쏘였을 때,
앞의 세포가 훨씬 디엔에이 손상을 덜 입는다는 것이다.
이는 저선량 방사선이 세포의 디엔에이 복구 효소를 강화시켰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방사선 호메시스 연구는 1990년대 말 전성기를 맞는다.
하 교수는 미국 에너지부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1억 달러를 호메시스 연구비로 내놓은 것이
관련 연구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는 원자력발전을 추진하는 부서이다.
그런데 호메시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콜롬비아 대 홀 등은 1999년 세포에 알파선을 쏘이는 실험을 하다가 조사된 세포뿐 아니라
그 이웃에 있던 세포까지 손상을 입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싸움 구경하다 돌 맞는 데 비유해 ‘구경꾼 효과’라고 부른다.
▲'구경꾼 효과'를 보여주는 전자현미경 사진.
방사선에 쏘인 세포(아래 분홍색)에서 염색체가 손상돼 떨어져 나갔다.
방사선을 쏘이지 않은 세포(위 파란색)에서도 염색체 손상이 드러나 있다.
<사이언스> 2003.
이 현상은 방사선에 쏘인 세포에서 해로운 분자가 스며 나와 이웃 세포에도 해를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선량 방사선의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는 2006년 저선량 방사선의 건강 위험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
호메시스 이론을 지지하는 데이터가 있더라도 (아무리 작은 방사선도 해롭다)는
현재의 선형 모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저선량 방사선에 의한 발암확률 모식도.
100명 가운데 평생 암에 걸려 죽는 사람은 42명(검은 원)이다.
이 가운데 자연방사선에 추가로 100밀리시버트의 인공 방사선에 쏘이면 1명(별)이 암으로 사망한다.
일반인 권고기준인 연간 1밀리시버트라면 1만명당 1명이 사망한다.
자료=미국 과학아카데미 2006년 보고서
하 교수는 그 동안의 호메시스 연구의 한계로 ‘구경꾼 효과’ 이외에도
인체가 아닌 세포 차원의 연구가 대부분이어서 역학적 증거가 없다는 점,
태아나 유전질환자 등 방사선에 특히 민감한 개인에게는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실제 역학적 연구를 보면,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에서 암이 발생함을 뒷받침한다.
원폭 생존자의 65%가 100 m㏜ 이하의 방사선에 노출됐고 체르노빌 사고 때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의 방사선 오염지역에서의 평균 피폭량은 9 m㏜ 수준이었다.
또 1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서는 10~20 m㏜ 수준에서부터 암 발생이 증가한 사실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