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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까말까 고민하다 쓰는 총선 소회
게시물ID : sisa_7262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박재이
추천 : 43
조회수 : 1282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6/04/17 21:20:07
총선이 끝났네요. 

정치에 관해서는 참 관심이 많았는데...
지나면 지날 수록 '정알못'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요. 그래서 닥치고 있자 했는데...

총선 결과보고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그래서 글을 써 봅니다.


1.
저는 문재인이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도저히 이 당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셨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 시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처음 대통령 경선이 시작될 때, 노무현은 아주 작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한화갑이 경선 1등 먹고 그랬죠.
울산에서는 노무현이 1등 먹었지만, 뭐 노무현은 경상도 출신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광주에서 위대한 선택을 합니다.
경선 1위를 노무현이 차지하죠. 그때부터 노무현 바람이 붑니다. 
결국 이인제가 후보 사퇴하고, 노무현이 경선에서 후보로 당선됩니다.

근데요... 그 다음에 어떻게 됐냐면요...

같은 당에서 노무현을 열라 까는 거에요. 막 깠죠. 그래서 그때 시사 평론하고 토론 진행하던 유시민이 열받아서 나왔어요.
노무현이 고졸이라고 지금 무시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공부 좀 한 이 서울대 출신 유시민이가 가서 고개 숙이겠다.
이런 거였어요. 그 인터뷰가 있어요.

하여간 같은 당에서도 노무현 후보를 엄청 흔들었죠. 막 사퇴하라고 하고 재신임하라고 하고.
노무현은 그때 재신임 걸었죠. 그리고 재신임 되서 잠잠해 질줄 알았는데,
그래도 또 막 흔들기 했어요. 결국 정몽준하고 단일화하고 결국 대통령까지 되긴 했지만, 그 과정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요? 
탄핵 맞았죠. 탄핵 누가 했을까요? 그 당시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세력화 한 새천년 민주당의 조순형이 탄핵을 입에 올렸구요.
나중에 탄핵까지 갔죠? 탄핵 찬성 의원 중에서요 민주당이 51명이었습니다. 

덕분에 다음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대승하죠. 뭐 그래봐야 152석이구요.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민주당 9석이었습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은 또 잡탕이었어요. 민주당 출신들, 한나라당 출신들, 개혁당 출신들...
그러다보니 정신없죠. 또 열린우리당 안에서 노무현 대통령 비판하고, 개혁 법안들 지지부진하고... 흔들어 대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했죠. 참여정부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지만, 만약 제대로만 당의 지원을 받았으면, 더 잘했을 거에요.
4대 개혁법도 진짜 잘 처리 했겠죠.

어쨌든, 그래서 열린우리당 깨지고, 다시 이합집산을 거듭해서 결국 민주당됐죠. 도로민주당이라는 말 유행하기도 했어요. 


- 문재인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 후보 때, 난리도 아니었죠. 막 공격하고, 김두관도 나와서 막 공격하고... 당 내에서 말이에요.
그래도 문재인이 후보 됐잖아요. 
그리고 그 이후에 어땠어요? 당의 지원 잘 받았을까요? 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끝나고 나니 모든 결과를 문재인에게 덮어 씌우려는 세력도 있었어요. 


- 최근
최근은 더했죠. 이미 승리를 포기한 정당 처럼 보였죠. 이권싸움에만 급급한. 정권보다는 자기의 금배지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그런 모습이었잖아요.
뭐 이건 개인적인 느낌이라고 하죠. 하지만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보면... 결국 당 개혁 없이는 대권을 잡아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노무현급의 개인기로 대권을 잡았다 쳐도,
결국 당이 뒷받침을 제대로 못해주면 일이 어렵죠. 그러면 다시 정권은 넘어갈 겁니다. 그러면 다시 나가리 되는 거에요.
그리고 노무현급 개인기가 없으면, 대권을 잡을 수도 없죠. 
이대로라면 당의 정체성은 유시민이 말한 것처럼 행복한 2등 계속 하는거에요. 운 좋으면 여당, 운 나빠도 제 1야당.
우리 계파는 국회의원 유지하면서 니나노.

뭐 그런 당에서는 발전이고 미래고 없죠.


그래서 저는 문재인이 대권의 욕심을 떠나서 당개혁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는 당대표 경쟁에 나가고, 그 과정에서 친노 프레임과 문재인과 호남의 편가르기와 같은 공세를 당합니다. 
(이것이 이어져서 국민의당 사태가 됐죠. 난, 노무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탄핵을 주도 했던 말이죠.)
그럼에도 당대표가 됐죠, 

그리고 그가 한 일은 흔들리면서도 절대 당대표를 버리지 않았죠.(물론 하다가 지쳐서 버리고 싶어했지만...)
더불어 개혁에 드라이브를 겁니다. 혁신을 통해 결국 시스템 공천제도를 깔았죠. (계파 힘 약하게 하기. 당내 투쟁, 당내 흔들기 최소화 할 수 있게.)
이번 공천에서도 이 시스템 공천이 잘 굴러갔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김종인 공천... 하... 이 얘기는 차후에...)

그리고 인재 영입을 했죠. 계파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의 금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당을 위해서 일할 사람들 그리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전문가 집단을 넣었습니다. 이건 참 중요한게... 386운동권 잘 못 한거 없고 훌륭하고 위대합니다. 전 존경해요. 하지만 그런 정치 위주의 인물들이 보여준 모습이 분열이고 당내 갈등이고 계파 싸움이고 흔들기였어요. 개개인 말고, 뭉뚱그린 이미지가요. 노무현 시기를 통해 본거에요. 

일을 잘한다는 생각? 아니요, 일보다는 계속 이념이야기 하면서 계파 챙기는 모습이 더 많다고 느낀 겁니다. 그러니 정치인(비하해서 말하면 정치장사꾼)이 아니라 전문인인데 정치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문재인은 국정 운영을 한 입장이니 이런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았겠지요. 그래서 이를 준비합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율 향상을 만들어 냈던 인재 영입이 갑자기 이뤄진게 아니죠. 게임쇼에 가고, 횟집 여러번 찾아갔던 문재인이었습니다. 갑자기 한것이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고민한 결과에서 한 것임을 알 수 있죠.

이렇게 문재인은 당을 개혁해 나간겁니다. 

그런데 이때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 했습니다. 문재인이 강하게 칼을 휘두르지 않는 거에요. 안에서 막 딴지를 거는 데도. 문재인한테도 막 재신임 묻고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노무현이 떠오릅니다. 어쨌든, 그런데도 속 시원하게 칼을 안 휘둘러요. 노무현처럼 막 승부 걸어줬으면 좋겠는데. 왜 그랬을 까요?

첫 번째는... 그래서요? 그렇게 재신임 묻고 했는데도 결국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했죠? 그걸로는 안되요. 한계를 본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재신임 물었고, 재신임 됐는데도 또 흔들었어요. 그리고 대통령 되니까 흔들었죠? 그러다 나중엔 탄핵! 젠장. 시원시원하게 하면 탄핵 맞는 거에요. 이젠 탄핵 정국 경험이 있으니까 안할 것 같아요? 또 할 걸요? 종편으로 여론 조성 하면서! 한 번은 어려워도 두 번은 더 쉬울 겁니다. 그리고 탄핵의 시작은 민주당이었어요. 

두 번째로, 그래서 정말 칼춤을 춘다? 더 안되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죠? 근데 칼춤 추면? 당 깨겠죠. 열린우리당 깼잖아요. 안되요. 당 깨고 나서 결국 도로 민주당 됐죠? 그것도 안돼요. 

그러니 답답하게 보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요.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천천히 바꿔 나가는 거죠. 흔들기에 계속 버티면서 말이에요.

그러니까 문재인이 끝까지 안철수 안으려고 한거에요. 당 안깨지게 하면서도 당 체질 바꾸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니 끝까지 붙잡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죠. 덕분에 안철수의 진면목도 드러날 수 있었구요.

세 번째로 아예 나가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건 더더욱 안되죠. 나가면 속 시원하지만, 정당개혁도 대선도 끝입니다. 우리야 국회의원만 보니까, 심지어는 그 중에서도 유명한 의원만 보니까, 잘 모르겠지만, 정당의 힘은 사실 국회의원에만 있지 않아요. 시의원, 구의원, 보좌관, 당직자, 지역 풀뿌리 당원들까지를 포함해야 해요. 국민의당 보세요. 호남에서 어떻게 그렇게 당선이 많이 됐을까요? 이해찬은 어떻게 당의 힘 없이도 당선 됐을까요? 당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더 크게 있어요. 김종인 위원장이 호남에서 회복 오래 걸릴 거라고 했죠? 전 이말 백번 공감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게, 더불어 민주당의 보이지 않던 호남의 힘을 끌고간 국민의 당의 저력이거든요. 이걸 다시 복구 해야 해요. 시간 좀 걸릴 겁니다. 

만약 문재인이 당을 나가면, 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거에요. 문재인이 나간다고 이 당의 힘이 전부 문재인을 쫓아 나간다? 전혀요. 문재인이 한 20년씩 그 자리에서 터 닦았으면 그 지역은 따라오겠죠. 이해찬처럼 가서 아예 지역 만들고 밑바닥 촘촘하게 닦아 놨으면, 또 그 지역만은 따라가겠죠. 하지만 대권 생각하고, 정당 생각하면 안되죠. 그냥 교체될 뿐입니다. 최악의 선택이에요.

그러니까 문재인은 그런 길을 걸은 겁니다.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칼춤도 못 추고, 계속 끌어 안아야 하고, 시간을 걸어야 하는.

어쨌든 성공했지요. 더불어 민주당이 가장 빛난 던 순간은, 혁신위가 무사히 끝나고, 시스템 공천이 이뤄지고 그리고 인재영입으로 지지율이 치솟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10만 당원이 추가됐죠. 이렇게 정당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렇게 총선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문재인이 이정도 까지라도 당을 개혁해낸 것이 정말 무척이나 대단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는 대선보다도 총선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결국 이 것을 해냈습니다. 총선 승리는 이를 바탕으로 해서 이뤄질 수 있었던 일입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희망도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참... 대단한 것을 이루었습니다.


Ps) 원래는... 이후 총선 이야기도 쓰고 싶었는데...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여기서 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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