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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겨울왕국 팬픽) 크리스토프의 청혼
게시물ID : readers_11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엘사덕후
추천 : 1
조회수 : 16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08 21:09:38
「FROZEN FAN FICTION」

단편
'어느 멋진 날'

안나 x 크리스토프


"네가 18년을 갇혀 살아 이렇게 한풀이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공주로서의 품위를 좀 지켜야 하지 않겠니?"


언니가 성을 뛰쳐나가며 꽁꽁 얼어붙었던 아렌델에 다시 봄을 찾아준지 어느덧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난 후,

툭하면 성문 밖을 나가 크리스토프와 아렌델 안팎을 쏘다니다 어느 날은 늦은 밤까지 오늘이 100년에 한 번 밖에 안 떨어진다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이라는 왕립 천문학자의 말을 듣고 크리스토프와 함께 왕궁 뒷산 에 갔다온 후 아침이 되서야 돌아온 날 언니가 나에게 건넨 말이다. 


언니의 식사를 담당하는 궁중 시녀에게 뒷 얘기를 들은 바로는, 낮에 몰래 외출을 나갔던 공주가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왕궁이 그만 발칵 뒤집혔다는 것이다. 


지난 번 나를 잃을 뻔 했던 언니는 또 한 번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을 잃기가 끔찍했는지 그 날 예정되어있던 중요한 국무회의도 미루고 잠도 못자며 내내 집무실안을 서성거렸다 한다. 


안나가 돌아왔다는 보고를 하러 경비병이 집무실 문고리를 잡으려 할 때, 문고리에 서리가 가득 껴 곧 부서지기 일보직전 이었다하니 아마 그 때 집무실 안은 크리스토프의 얼음용 톱날마냥 뾰족뾰족한 고드름이 가득했을 것이다.


만약 크리스토프와 함께 오붓하게 오랫동안 그림 속에서만 보아왔던 찬란한 별똥별이라는 것을 보고 왔다면 언니에게 덜 미안했겠지만 별똥별은 커녕 우리의 코가 당근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던 스벤의 콧등처럼 빨갛게 물들때까지 꼬박 검푸른 하늘만 보며 밤을 새야 했던 탓에 언니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언니에게 더 미안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날 밤 일이었다.


언니가 겨울을 모두 풀었다고 해도 아직 초봄의 새벽은 쌀쌀하기 그지없었고 내가 별똥별을 보러가자 우겨놓고 눈 잘못 깜빡하면 사라지는, 언제 반짝일지 모르는 빛을 기다리느라 오들오들 떠는 내게 크리스토프는 기어이 괜찮다해도 자신의 두툼한 순록털로 만든 겉옷을 내 어깨에 살포시 걸쳐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보였다.


"평생 얼음만 만지면서 살아왔는데 추위쯤이야."라며.

"으음~?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으악!"

얼음장 같은 손을 주머니에서 빼어 크리스토프의 불그스름한 뺨에 살포시 갖다대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크리스토프.


"거봐요, 내가 미안해요. 괜한 허세 부리지 말고 이제 궁으로 돌아가요. 늦게 가면 언니가 화낸단 말이에요. 이렇게!"

손가락으로 양쪽 눈 끝을 찢어 화난 언니의 표정을 만들자 크리스토프가 입을 가리고 풋 웃었다.

'끄응'

"잠깐,안나."

추위에 굳은 몸을 겨우 일으키고 깔고 앉은 담요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어낼 무렵 별안간 내 손에 느껴지는 거친 손마디.

"어..별똥별이 떨어지면 꼭 하고싶은 말이 있었는데..이런 말을 여기서 하기 참 그렇기도 하고..안 하자니 또 언제 이런 날이 올 지 모르고.."

동그랗게 뜬 내 두 눈 안에 그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가득 찼다. 

"으...그게.."

크리스토프의 입꼬리가 자꾸 왔다갔다하는 걸 보니 얼마나 중요한 말인가 궁금해질 찰나에 퍼뜩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서..설마..!'

'올 게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감정을 추스렸다.

'언니가 이번에도 뭐라 하면 어쩌지? 아니야, 크리스토프는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잖아! 언니도 분명 허락해 줄거야..크리스토프도 내 진정한 사랑인걸.' 

별에 별 생각을 하며 입가에 간신히 옅은 미소를 띄우는 것으로 크리스토프에게 화답을 했다.


그리고 크리스토프는 드디어 그 비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나..이런 말 하기 정말 수백 번을 고민했는데..
일개 얼음장수가 한 나라의 공주에게..음.."

크리스토프는 끝끝내 '그 단어'를 말하지 못했다.


그 순간 짜증이 확 났던 탓일까. 크리스토프의 어깨를 확 붙잡아버리고 내 얼굴을 그의 얼굴 앞에 초밀착시켰다.


"결혼해요!!!"

"으..응..?"

"미친 소리 하나 할게요!! 결혼 하자구요!"

크리스토프는 벙쪄서 아무 말도 못하다 정확히 3초 뒤 배시시 웃었다.


참,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순간 크리스토프의 등 뒤로 희미한 빛 한 줄기가 지나간 듯 했다. 그게 별똥별이었다면, 프로포즈로서는 최악이야, 정말이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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