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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인가?
게시물ID : databox_744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술을먹자
추천 : 0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02 07:36:10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인가?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여 무시하며 살지 마십시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하여

우리를 복되게도 하고 깊은 불행 속으로 빠뜨리기도 합니다.


울산에서 방어진 쪽으로 가다보면

현대조선소 조금 못 미쳐에 남목이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이 동네에 당집이 있었는데,

아파트 단지 이면도로를 만들면서 당집을 철거하여 버렸습니다.


그런데 동장이 당집을 철거한 지 꼭 석달되는 날 죽어버렸습니다.

후임 동장도 석달 만에 죽었습니다.

또 그 다음에 간 동장도 석달 만에 죽었습니다.

당집을 철거한 다음 동장 세 명이 차례로 세상을 하직한 것입니다.


그것도 꼭 세 달의 간격을 두고….


네 번째로 남목 동장으로 가게 된 사람의 부인은 불자였는데,

크게 근심하여 나에게 상담을 하였습니다.

“스님, 울산시청에 근무하던 제 남편이 남목 동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스님, 불한해 죽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가급적이면 동네 노인들과 상의하여

호젓한 자리에다 당집을 새로 짓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뒷날의 이야기이고,


남편께서는 당장 출근을 해야 할 형편이니,

반야심경 3편씩을 외우게 하십시오.

그리고 보살님은 남편을 대신하여 기도를 하십시오.

하루 두 시간 내지 세 시간씩 집에서 백일 동안 기도를 하십시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당집을 철거하거나 불도저 등으로 산을 마구잡이로 밀어

화를 당하였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영(靈)의 세계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 에게 직접 닦치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개 넘겨 버리고,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무시해 버립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그 세계나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님니다.

그 존재의 생존 양식이 우리와 달라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을 뿐입니다.


체체적으로 우리가 지내는 제사를 통해 이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제사를 지내면 죽은 조상이 옵니까?

소위 말해 귀신이 제사음식을 먹습니까?


경주 남산의 동북쪽 기슭에 보리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이 보리사에서 40대의 보살이 아버지의 49재를 지냈습니다.

그녀는 49일 동안 아버지를 위하여

경전도 많이 읽고 염불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한가지 일에 정성을 모아 몰두하면 식(識)이 맑아지듯이,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천도한 그녀도

어느 때 보다 마음이 맑았습니다.

드디어 49일이 되어 막재를 지내는 날,


그녀가 법당에 앉아 있는데,

아버지가 법당으로 들어오시드니

영단 쪽으로 가는 모습이 선연히 보이는 것이였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아이구, 아버지께서 어디에 앉으실까?”

위패를 비롯하여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영단 위에

아버지가 앉을 만한 공간이 없음을 느끼고 그렇게 소리친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예상 밖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영단에 모시는 위패는 보통 종이로 연꽃을 만들어 그 위에 세웁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바로 그 연꽃 위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로 앉는 것이였습니다.

가족들이 바치는 잔을 매우 기쁘게 받으시고 ,

차려 놓은 음식을 매우 흡족해하면서 맛있게 드시는 것이였습니다.


얼마 후 그녀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스님, 그날 이후 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이 죽어 초상을 치고 49재를 지내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남들이 하는 것처럼 피상적으로 하였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저쪽 세계가 참으로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그 좁은 연꽃 위에 편안히 앉으시고,

가족들이 올리는 전과 차린 음식을 그렇게 흐믓하게 드실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세상을 눈꺼풀에 덮여 있는

이 눈으로만 쳐다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음은 제사음식 장만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현실적인 이익을 소중히 여기는

현대인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돈에 힘까지 들여 푸짐하게 차려 놓은 음식 가운데

밥 한톨 드신 흔적이라도 있고,

술 한 모금 마신 표라도 있으면 보람이라도 있을텐데,

다녀 가신 것조차 느낄 수 없으니,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힘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음식을 드시는 분이 우리와 같은 육신을 지니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생존 양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먹어도 그 음식이 줄어들지 않는 것일 뿐,

실제로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곧, 그분들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육신의 세계가 아니라

영적인 법신(法身)의 세계에 살고,


인간이 볼 수 없는 법신의 몸으로 와서 드시는 것이기 때문에

오신 것을 느낄 수도 없고,

먹은 흔적조차 없는 것일 뿐,

실지로는 오시고 또 먹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불자들이 보리사에서 49재를 올린 경주 보살처럼,

영가가 직접 와서 좌정을 하고 음식을 드시는 것을 체험하였다면,

그야말로 제사음식을 만드는 일에 정성을 다할 것이고,

위패를 모시는 정도가 아니라 조상들이 와서 앉을 수 있는

자리까지도 제사상 앞에 따로 마련할 것입니다.


간절히 당부하건데,

우리의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고 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반쪽의 세계를 무시하며 살지를 마십시오,

‘죽으면 그만이요,

이 세상 외의 다른 세상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지 마십시오.


보이는 반쪽 세상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반쪽 세상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 반쪽 세계가 언제나 평소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불자의 살림살이 중에서 우룡 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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