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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팬픽류 최강.txt (A closed door)
게시물ID : animation_1981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엘사덕후
추천 : 0
조회수 : 699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2/20 00:52:28
아렌델의 공주, 안나 아렌델이 죽었다. 여왕이 정식으로 즉위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들 진심으로 슬퍼했다. 궁전 안의 시녀, 하인들은 물론이고 아렌델의 국민이라면 모두들 아름다운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환하 게 웃던 공주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슬퍼했다. 성대하게 진행된 장례식에서 크리스토프는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울라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얼굴이 녹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게 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다.

여왕은 울지 않았다. 쏟아지는 울음 속에서 그녀는 그저 너무나도 침착한 모습으로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장례식의 마지막에 이르러 여왕이 손수 관의 뚜껑을 닫을 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 새라 머리를 조아리는 모두를 가르고 조용히 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모습은 그 여느 때보다 아름답고, 여왕다웠다. 엘사는 말없이 자신의 동생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동생은 평소 본인이 좋아 하던 수수한 들꽃더미에 묻혀, 차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낯설었다. 웃지 않고, 말없이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자신의 동생은 놀라울 정도로 말이 많은 아가씨였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서 단 한 번도 입을 다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언제나, 봄 날의 햇살같은 미소를 머금고, 조그마한 벌새같은 목소리로 항상, 언제나,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지 않았던가.

-엘사, 서류만 보려니까 힘들지? 바깥에는 벌써 꽃이 폈어. 내가 언니를 위해 꺾어왔지. 엘사는 그 꽃이 아직까지도 자신의 집무실 책상 위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길고 하얀 손 끝이 안나의 이마를 스쳐, 콧잔등을 타고 내려갔다. -어째서? 엘사는 생각했다. 동생 항상 따뜻한 온기를 품고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싸늘한 냉기 뿐이었다. 손을 거두었다. 관의 뚜껑을 덮었다. 병사들이 무리를 가르며 관을 옮기자, 그것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또 한차례의 울음이 터져갔다. 소리없는 눈물을 몇 방울 흘렸을 뿐인 크리스토프도 결국 한계에 다다랐는지 오열하며 관을 끌어앉았다. 모두들 안나의 죽 음을 슬퍼했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엘사가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xml:namespace prefix = o /><?xml:namespace prefix = o /><?xml:namespace prefix = o /

-어째서? 엘사는 아무도 없는 궁전 안의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이토록 크고 넓은 공간에 지금 있는 것 뿐이라곤 더없는 적막감과 공허함 뿐이었다. 이 년 전 아렌델의 겨울이 지나간 후 단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는 손님 들이었다. 걸음을 멈추었다. 계단의 중턱에 서서 바라보는 궁전 안의 모습은 색달랐다. -엘사! 문득 자신을 불러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대체 언제 올라간 것인지, 안나는 계단 위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 고 있었다. -엘사, 이 귀찮은 계단을 단번에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어! 그렇게 말하며 치마를 걷어올리는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기겁하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계단 난간 위에 다리를 올리려는 그녀의 행동을 보며 엘사는 어렵지 않게 동생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잘못해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되는 마음에 단숨에 계단 끝에 도착한 엘사는 황급히 안나의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엘 사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엘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신이 방금 뭘 본 것인지, 자신이 방금 뭘 하려던 것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았지만, 엘사는 자신의 의식의 틈 속에 단 한가 지 분명한 사실이 스며들어오고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이제 왈가닥 동생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제 그 동생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갑작스레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쥐고 터뜨리려는 것만 같은 압박감이 가슴을 짓뭉개왔다. -어째서? 엘사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거친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어째서 내 옆에 내 사랑스 런 동생이 없는거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동생은 너무나도 착한 아이였고, 자신을 결코 홀로 남겨두지 않았다. 무려 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문을 닫고 북쪽산으로 도망친 자신을 끈질기게 끌고 와준 동생이 아니던 가. 성문을 연 지 이제 겨우 이 년 밖에 되지 않았고, 안나는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십 년 넘게 홀로 남겨져 왔던 안나가 겨우 이 년 어치의 행복만을 누린 채 모든 걸 그만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안나…?"

엘사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심한 떨림을 머금고 있었다. -안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엘사는 다시 한 번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전보다는 조금 큰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엘사의 얼굴이 미 소라는 형태에 가깝게 일그러졌다. 그래, 무리도 아니지. 엘사는 휘청이는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대답하지 않았던 문 너머의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제발 그만두길 바라면서도, 끊어지질 않길 바래 왔던 그 문 너머의 목소리를. 자신은 그 수 천 번의 부름을 무시해왔던 못난 언니였다. 근데 이제 겨우 안나가 단 한 번의 부름을 무시했다고 서운해하면 안 될 일이었다.

엘사는 계속해서 복도를 걸어갔다. 저 그림은 안나가 특별히 아꼈던 것이라는게 생각났다. 이 조각상은 몇 달 전 안나가 혼자 연극놀이를 하다가 깨먹는 바람에 새로 사온 것이라는 사실도 생각났다. 이토록 넓은 궁전에, 안 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문득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느 방 문 앞에서였다. 똑, 똑. 조그맣지만 분명한 노크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안나. 나야, 엘사."

엘사가 말했다. 적막. 그리고 침묵. 그녀로선 낯선 감각이었다. 순간 그녀는 여태까지 자신이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적은 의외로 없음을 깨달았다. 오랜 기간동안 고독 속에서 살아오긴 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스 스로가 지레 겁을 먹고 타인을 필사적으로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막상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길을 거부당한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엘사가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똑, 똑. 그리고 되돌아 오는 건 또 다시 더 없는 적막일 뿐이었다.

"안나."

그녀가 말했다. 옅은 숨결에 실린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언제나 이랬니…? 언제나 열리지 않는 내 방 문을 두드렸을 때, 너도 이런 기분이었니…?"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한 번 흘러내린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와 그녀의 얼굴을 축축하게 적셔가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좀 더 일찍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미안해…."

마침내 엘사는 무너졌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현실을 깨달아버린 그녀는 무너졌다. -안나는,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은 이제 죽고 없다. 무서울 정도로 담담한 사실이 그녀를 사정없이 짓눌러왔다. -어째서? 태어나 처음으로 오열하며 엘사는 생각했다. -어째서 난 그녀가 항상 내 곁에 있어줄거라고 생각했던거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이 문 너머엔 더 이상 아무도 없을거라는 현실이 지독히도 두려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밝게 빛나던 세상은 이제 없다. 엘사는 자신의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던 빛은 모두 다 자신의 동생에게서 온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항상, 언제나, 봄 날의 햇살같은 미소를 머금고, 조그마한 벌새같은 목 소리로 항상 언제나,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자신의 사랑스런 동생은 이제 없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 안나…!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그녀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신이 있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동생에게 전해주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또 다시 아렌델에 겨울이 찾아올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아렌델에 겨울을 불러온 것도, 다시 여름을 불러온 이도 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엘사는 그 말이 틀렸음을 알고 있었다. 여름을 불러온 것은 자신이 아닌 안나였다. 오로지 그녀만이 아렌델에, 이 궁전에 다시 여름을 불러올 수 있었다.

"날 혼자 남겨두지마…."

-난 이렇게나 약한데. 닫힌 적이 없던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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