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팀에서 곧바로 최하위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본 전주 KCC가 다시금 '명가 재건'에 나섰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정현과 함께 다시 날아오르겠다는 각오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 23일 "이정현이 KCC와 보수 총액 9억2000만원(연봉 8억2800만원·인센티브 9200만원)에 5년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KCC와 원주 동부 중 한 팀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예전 '은사' 이상범 감독이 부임한 동부 대신 KCC를 선택했다.
KCC가 이정현에게 제시한 이적 첫해 보수 총액 9억2000만원은 역대 최고액이다. 지난 2015-16시즌 문태영(서울 삼성)의 8억3000만원보다 9000만원이나 많다.
이정현과 함께 FA 최대어로 꼽혔던 오세근이 안양 KGC와 7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KCC가 이정현을 잡기 위한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KCC는 2016-17시즌을 앞두고 고양 오리온, KGC 등과 함게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시즌 초반부터 전태풍, 하승진에 안드레 에밋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결국 부산 KT에게까지 밀리면서 17승37패로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직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 최하위로 추락한 최초의 사례였다.
그러나 이정현을 잡은 KCC는 다시 한 번 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강한 전력을 보유하게 됐다. 전태풍과 하승진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이정현이 KGC에서 보였던 꾸준한 득점력을 이어간다면 또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김태환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전태풍, 하승진 등이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KCC의 핵심이고 리그에서 정상급 선수다. 이들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이정현의 기량을 감안하면 올 시즌보다는 훨씬 나은 전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광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전태풍-이정현-송교창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수 라인업이 위력적이다. 여기에 하승진은 골밑에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을 주는 선수다. KCC는 올 시즌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문제는 외국인선수다. KCC는 지난 2시즌동안 안드레 에밋과 함께 했다. 에밋은 2015-16시즌 평균 25.7득점(2위)로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2016-17시즌에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빠졌다.
KCC는 에밋의 재계약을 고려하고 있다. 단신 선수임에도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도 충분한 기량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에밋은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긴 선수다. 팀이 잘 나갈 때나, 그렇지 않을 때도 언제나 비슷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쳤다. 4명이 에밋만을 바라보고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였다.
더구나 이정현과 에밋은 동선이 상당히 겹친다. 외국인선수와 함께 국내 최고 슈팅가드 이정현의 능력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서는 둘의 공존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도 이를 우려했다. 김태환 위원은 "에밋의 '나홀로 플레이'는 모든 사람이 의문을 가지는 부분이다. 외인과의 조화를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하승진의 몸상태에 따라 에밋 대신 언더사이즈 빅맨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김동광 위원 역시 "농구는 결국 5명이 하는 운동이다. 에밋의 기량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혼자해서는 이길 수 없다"면서 "KCC가 에밋의 재계약을 고려한다면 팀 전술과 케미스트리 등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에밋보다 더 좋은 외인이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니다"라고 했다.
역대 최고액을 투자해 FA 최대어 이정현을 잡은 KCC. 지난 시즌의 최하위 굴욕을 씻기 위한 의지는 충만하지만, 그 의지를 현실화하기 위한 과제도 분명 존재한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5241349019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