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보완이 시급하다.
KBL과 10개 구단은 지난해 10월 20일 이사회를 통해 2016-2017시즌 직후부터 2개월간 단체훈련을 금지하기로 했다. 각 구단들의 시즌 종료 시점부터 정확히 60일이다. 어기는 팀은 KBL로부터 페널티를 받는다. 재활이 필요한 선수들만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단들이 드디어 단체훈련의 양보다는 품질, 휴식과 개인훈련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지나친 단체훈련에 의한 조직력 중시 풍토는 개개인의 창의성 발휘를 저해, 한국농구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한국농구의 성장을 위해 시즌 직후 단체훈련 금지기간 설정(비활동기간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2016-2017 정규시즌은 3월 26일에 끝났다. 즉,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SK, LG, kt, KCC는 5월 25일까지 단체훈련을 할 수 없다. 5월 2일까지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KGC와 삼성은 7월 1일까지 단체훈련을 할 수 없다. 규정상 그렇다.
문제가 발생했다. 시즌 후 FA를 통해 몇몇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6월 1일부터 트레이드 시장이 열리면 팀을 옮기는 선수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구단과 구단 소속 선수의 훈련시작시점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이정현은 KGC 소속으로 5월 2일까지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다. 그런데 FA를 통해 KCC로 옮겼다.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지 못한 KCC는 5월 29일부터 단체훈련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정현은 29일부터 KCC 단체훈련에 참가해야 할까.
이정현이 29일부터 KCC 단체훈련에 참가할 경우 60일 단체훈련금지의 명분이 사라진다. 이 규정은 팀에 적용되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을 위한 규정이다. 최대한 휴식을 보장하고, 개인에게 맞는 시즌 준비를 유도하는 게 근본적인 취지다.
규정에 따르면 이정현은 7월 1일까지는 단체훈련을 하면 안 된다. 그러나 KCC는 이정현을 6월 중순부터 단체훈련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결국 이정현은 비활동기간 60일을 적용 받을 수 없게 됐다. KCC 조진호 사무국장은 "추승균 감독이 정현이에게 다른 선수들보다 좀 더 휴식시간을 주기로 했다"라고 털어놨다.
KCC 탓으로 돌릴 수 없다. 29일 단체훈련을 시작하면, 몸을 만들고 조직력을 만들어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정현은 6월 1일부터 KCC 소속이다. 기존 KCC 선수들보다 시즌을 늦게 마쳤지만, KCC 일원으로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단체훈련 합류가 너무 늦어지면 KCC, 이정현 모두 손해다. 이 부분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KCC로선 임의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KGC와 이민재는 반대의 상황이다. 이민재는 지난 시즌 kt 소속으로 3월 26일까지 시즌을 치렀다. 5월 27일부터 단체훈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FA를 통해 KGC로 옮겼다. KGC는 6월 14일부터 단체훈련을 시작한다. (KGC는 7월 1일까지 단체훈련을 할 수 없다. 그러나 KBL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7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FIBA 아시아 클럽챔피언스컵 동아시아 예선을 치러야 한다. 최소한의 훈련시간을 보장 받았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민재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휴식일을 갖는다. KGC 김성기 사무국장은 "이민재에겐 6월 초부터 재활 선수들과 같은 케이스로 훈련에 참가시키려고 한다"라고 했다. 단체훈련 스타트가 늦어진 만큼 좀 더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이걸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또 있다. 올해부터 FIBA 월드컵 홈&어웨이 예선제도가 도입됐다. 앞으로 비 시즌, 시즌을 가리지 않고 일년 내내 수시로 국제대회가 열린다. 옛 아시아선수권대회와 같은 아시아컵도 예선과 본선에 따로 참가해야 한다.
당장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7월 15일부터 23일까지 대만 뉴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참가한다. 8월 레바논 베이루트 FIBA 아시아컵 준비를 위해서다. 6월 2~7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아시아컵 동아시아 예선의 경우 사실상 1.5진으로 나선다.
그러나 윌리엄존스컵부터는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던 KGC, 삼성 소속 선수들, 기초군사훈련을 소화한 상무 선수들까지 모두 소집된다. 6월 중순부터 훈련에 돌입한다고 보면 된다. 즉, KGC와 삼성 소속 대표팀 선수들은 사실상 60일 단체훈련 금지 규정을 적용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정현도 KCC에서 단체훈련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대표팀에 소집될 가능성이 크다.
아쉬운 건 KBL과 구단들의 대처다. 작년 10월 말에 이사회에서 통과된 안건이었다. 하지만, 시즌 종료 때까지 세부 규정을 수립하지 못했다. KBL은 아직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 사무국장 회의에서 뒤늦게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반드시 세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KGC는 국제대회 참가로 어쩔 수 없이 이사회에서 예외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예외가 쌓이면 규정의 의미는 퇴색된다. 국제대회 참가에 따른 세부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이번 비 시즌에는 10개 구단 모든 선수에게 60일 단체훈련 금지가 정확히 적용될 수 없게 됐다. 하루 빨리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KBO리그처럼 시즌 종료일과 무관하게 특정기간을 단체훈련 금지기간으로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KBL 관계자는 "곧바로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 내부적으로도 의견을 모아야 하고, 구단들과도 협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526055003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