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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러분들께
게시물ID : sewol_9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캐진
추천 : 13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18 08:12:24
 
먼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전하며, 희생되신 분들 명복을 빕니다..
 
 
세월호에 계신, 계셨던 분들께 말씀 전하기 전에 저의 일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예전 여름 휴가 때 가족과 해수욕장으로 놀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보트를 탄 후 저의 장난으로 인해 실수로 제가 물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수영도 어느정도 할 줄 아는 저였기에 '나는 물에 빠져도 살아나올 수 있다' 라는 어리석음 때문에 일어난 일이였죠.
물론 보트를 타고 노는 곳이라서 비교적 얕은 곳이였고, 어른들의 골반 쯤 되는 곳에서 놀다가 일이 벌어진거죠.
저는 키가 작습니다. 키가 작은 만큼 물은 제 명치 쪽에 오는 정도 였어요.
 
그 때 잠깐 물에 빠졌을 때 겉으로 본 잔잔했던 바다는 다가 아니였어요.
물 속도 잔잔 할 줄만 알았던 바다는 제 다리를 계속 끌어가려고 했어요.
다행히도 평소에 장난끼가 심하고 조심성이 없던 저라서 아빠가 로프 같은 것을 달아주셨어요.
분명히 저에게 의지할 로프도 있었고, 물도 비교적 얕았지만 너무 무서웠습니다.
점점 무서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거꾸로 물에 쳐박힌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어요. 단지 '어-? 어어..' 이 생각 뿐이였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바다에 쳐박히려할 때 순간적으로 '죽을것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 때 제가 쎄지 않은 조류에 다리가 미끌려 자꾸 얼굴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려하고 잔잔한 파도 때문에 자꾸 물을 먹었어요.
진짜 너무 후회가 되더라구요...
 
별 거 아닌 일이였지만.. 만약 그 때 아빠가 설치해주신 로프가 없었다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면.. 난 아마 순식간에 흘러내려갔을거에요.
물론 인명피해가 잦은 곳이기도 하고 저처럼 장난도 치는 분들이 많기에 구조대분들이 몇몇 바다에 떠 있었지만 무섭더라구요.
 
솔직히 정말 그 몇분도 채 되지않는 순간에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던 저인데....
지금 세월호에 계신 분들이나.. 계셨던 분들이나.. 얼마나 무섭겠어요..
제발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기기를 바랄뿐입니다.
 
저는 세월호에 가족도,지인도 없습니다.
 
처음에 부모님께서 배가 넘어져서 인명피해가 많다더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땐 솔직히 큰 일이 아닌 줄 알았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저녁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봤는데 아니 이게 무슨...
보고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코 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차올랐어요.
 
관계자가 아닌 나도 이렇게 티비 너머로 보면서 마음이 아픈데 유족분들과 그 관계자 분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 지 ... 감히 생각도 못하겠습니다.
제발...꼭 제발.... 무사히 나오셔서 시간이 지난 후에 '와..그 때 진짜 장난아니였어. 너무 무섭더라' 라는 농담섞인 말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주셨으면 해요..
 
 
그 누가 그랬죠. 기적이 정말 신기한 건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요. 아까 어떤 분이 자신의 평생 기적을 가져가서라도 세월호 탑승자분들께 그 기적이 일어났음 좋겠다고 하셨죠.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제가 평생 살면서 일어날 기적이 한 번이든 열 번이든 모두 드릴게요. 다 가져가세요. 하나도 남기지 마시고 다 가져가세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 마음이 저릿저릿해요.
 
그리고....
단원고등학교 2학년들아 꼭 살아라.
이 언니가.. 이 누나가 매일 매일 기도할게.
어른들이 미안해. 지켜 볼 수밖에 없는 내가 미안해.
어서 나와서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있었던 일 다 말씀드리고 울어버려.
 
난 믿는다.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 그렇게 약하지 않을거라고.
 
이 미운 하늘과 바다 앞에서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고 믿어.
아침에 학교 가기 귀찮다고.. 졸리다며 투정 부릴 시간 많이 남았잖아 그치?
친구들이랑 수업 시간 몰래 과자도 먹고. 아프다고 꾀병부리면서 조퇴 하고 집에서 컴퓨터도 하고.
수업시간 몰래 썸남.썸녀에게 두근 거리면서 카톡도 해야 하잖아.
공부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얻어서 좋은 대학도 가야하고.. 그치?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지도 몰랐던 나지만.. 난 외동이라서 동생이라곤 강아지 한 마리 뿐이지만..
너희 모두가 내 친동생같다. 희망을 가져라. 너희는 생각보다 강하다. 꼭 꼭 다시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가족들 품에 안기길 바랄게.
 
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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