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로 보상 선수와 샐러리캡 때문이다.
KCC가 지난 24일 이정현(전 KGC 인삼공사)을 FA 영입했다. 그러나 후폭풍이 적지 않을 듯하다. 바로 이정현의 보상 선수와 샐러리캡 문제 때문이다. KCC의 지난 시즌 샐러리캡 소진율은 97.2%에 달했다. 이정현에게 9억 2천만원을 투자한 KCC로선 샐러리캡 여유분을 만들어야 한다. 올 시즌 부상으로 뛰지 못한 전태풍, 하승진, 김민구 등은 삭감이 예상되지만 향후 보상 선수 혹은 트레이드를 통한 대어급 전력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보호 선수로 누구를 택할 것인지도 문제다. KCC는 FA로 영입한 이정현을 포함해 4명을 보호 선수로 묶을 수 있다. 지난 시즌 '소년 가장' 역할을 수행했던 21살의 송교창은 보호선수에 들어갈 것처럼 보인다.
나머지 두 자리가 문제다. 현재는 하승진(32)이 유력하다.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 정상급 센터인 하승진을 빼기엔 쉽지 않다.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알짜 포워드 송창용(30), 폭발적인 득점력을 지닌 전태풍(37), 스팟 슈터로 가치가 있는 김지후(25) 등이 경합할 예정이다. 김민구(26), 이현민(34), 신명호(34) 등 가드 자원도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KCC는 보상 선수 이후에도 트레이드를 통해 샐러리캡 여유분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현을 잡았지만 타 포지션에 있어 전력 이탈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력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KCC에겐 이번 가을에 열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두 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KCC는 16%의 지명권 하나와 삼성에 김태술을 보내며 받은 1.5% 지명권이 존재한다. (삼성에서 받은 지명권의 경우 1~4순위에 뽑히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9순위로 배치된다.) 해당 드래프트에는 작년에 비해 풍족한 가드 자원이 나온다. 또한 센터, 포워드에도 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는 평가다.
● 가드진 이탈? 허훈과 김낙현이 있다!
KCC가 몇 순위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드래프트에는 허훈(연세대)과 김낙현(고려대)이라는 걸출한 가드가 나온다. 만약 전태풍, 이현민, 김민구 중 이적이 생긴다면 두 선수 중 하나만 데려와도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
허훈은 허재 국가대표팀 감독의 아들로 드리블, 볼 핸들링, 패스, 슛 모두 대학 리그 정상급 기량을 갖추었다. 과거에는 본인이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팀을 살리는 플레이도 늘어나고 있다. 프로 아마 최강전에서 보여줬던 활약과 성인 국가대표팀 차출 경력 등을 고려하면 즉시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김낙현 역시 터프한 수비와 스피드, 득점력이 장기인 선수다. 다소 리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과거 '이종현 낙수효과'를 받았던 고려대 가드들과 달리 스스로가 고려대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려대 가드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이다.
만에 하나 순위가 뒤로 밀려 허훈과 김낙현을 지명하지 못하더라도 이진욱(건국대), 이우정(중앙대), 전태영(단국대) 등이 있다. 이진욱은 패스 능력과 외곽포를 동시에 갖춘 가드. 다만 턴오버가 많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우정은 고교 시절 허훈의 라이벌로 대학에 들어와서는 기량이 다소 정체되었다. 그럼에도 가능성의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태영은 대학 농구 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형 가드이다.
팀의 외곽을 담당하는 김지후가 빠진다면 정해원(조선대)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해원은 약팀 조선대의 에이스로 슛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단순히 많이 던지는 선수가 아닌 잘 던지는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엔 가장 많은 3점 슛을 성공시켰고, 올해엔 상대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30% 중후반을 상회하는 외곽포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 8순위까지 뽑히지 않는다면 삼성의 지명권을 통해 뽑는 방안도 있다.
● 포워드, 센터진? 김국찬, 김진용, 하도현이 대안
포워드, 센터진 백업에 이탈이 생길 경우 김국찬(중앙대, 193cm), 김진용(연세대, 200cm), 하도현(단국대, 198cm) 등을 지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송교창과 비슷한 장신 스몰포워드인 안영준(연세대, 195cm)보다는 세 선수가 KCC의 부족한 2%를 채워줄 수 있다.
김국찬의 경우 저학년 때부터 중앙대의 에이스를 수행한 스몰 포워드 자원이다. 리바운드 가담도 수준급이고 키에 비해 탄력도 좋다. 외곽슛 성공률도 40% 안팎에 달해 슈팅 가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2대2 플레이나 슛에 기복이 있다는 것이 지적되지만 로터리픽이 유력한 자원이다.
김진용, 하도현도 이번 드래프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 해도 빅맨이 없는 편이지만 내년 드래프트 15학번의 경우 박준영(고려대), 서현석(건국대)말고는 빅맨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기에 두 선수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
하도현은 대학 농구 리그에서 리바운드왕, 득점왕을 거쳤다. 빅맨치고는 볼 핸들링이나 드리블, 스피드가 좋다는 평이다. 과거 김상규(전자랜드, 단국대 출신)처럼 약팀 에이스 고유의 스탯 몰아주기가 아니냐고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국대가 대학 리그의 강팀으로 분류되는 지금도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프로에 와서는 슛 거리와 웨이트를 늘려야한다는 과제가 있다. 연세대의 김진용은 골밑 플레이에 약점이 있지만 슈팅 범위가 넓어 '스트레치형 4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두 선수의 경우 운이 좋을 경우 1라운드 후반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 이들이 미리 지명되더라도 3점포를 갖춘 윤성원(한양대,195cm), 수비형 빅맨인 홍순규(단국대,198cm)도 백업 보강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KCC의 경우 지난 해 드래프트에서 포워드로 최승욱(190cm), 센터로 한준영(201cm)을 뽑았기에 이번 1라운드 지명권 두 장을 통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노려볼 수 있다. 이정현의 5년 계약과 함께 송교창도 버티고 있기에 어쩌면 이번 지명권에서의 선택에 따라 차후 '젊은 KCC'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과연 KCC가 이정현이라는 대어를 잡은 가운데 보상 선수, 샐러리캡 문제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