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농구협회가 안드레이 블라치(31·신장 플라잉 타이거스)를 대체할 귀화선수로 그렉 스미스(26·블랙워터)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지난 2014년 스페인 농구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NBA출신 블라치를 귀화시켰다. 그의 활약으로 필리핀은 세계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필리핀은 2015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중국과 결승전에 만나 2위를 하는 등 블라치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국제농구연맹(FIBA)이 오는 11월부터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하며 문제가 생겼다. 대부분의 NBA 선수들이 시즌 중 대표팀 합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국프로농구(CBA)서 뛰는 블라치도 시즌 중 국가대표 차출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필리핀은 대체선수 영입에 나선 것.
단테 그린 등 여러 선수들이 거론됐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그렉 스미스다. 208cm/113kg의 센터인 그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NBA에서 활약했지만 뚜렷한 성적은 못 냈다. D리그, 터키 등을 전전한 그는 올 시즌 필리핀 프로리그 블랙워터에서 뛰고 있다. 그는 최근 필리핀리그서 한 경기 21점, 22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골밑을 평정하며 귀화선수 물망에 올랐다.
스미스는 “FIBA무대에 서보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정말 흥분될 것이다. 필리핀리그에서도 계속 뛰고 싶다”며 필리핀 이중국적을 희망했다. 필리핀은 오는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개최되는 2017 FIBA 아시아컵전까지 귀화절차를 마무리해 스미스를 데려갈 공산이 크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은 법무부장관까지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라 상대적으로 귀화절차가 간편하다. 워낙 농구가 인기가 많다보니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도 미국출신 선수에게 거액을 주고 대표팀에 영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성적만 좋으면 다 좋다는 분위기다. 심지어 필리핀은 LA 레이커스에서 뛰는 미국시민권자 조던 클락슨을 국내선수신분으로 뛰도록 FIBA에 압력을 행사할 정도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귀화선수 영입이 쉽지 않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귀화의사를 전달했지만, KBL에서 오래 뛰려는 목적이 강하다. 그가 대표팀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는 아니다. 라틀리프의 신분과 소유권, 연봉을 두고 KBL 10개 구단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역시 라틀리프가 대표팀에서 뛰더라도 정해진 경기출전수당 외 웃돈을 줄 여력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