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삼성과 1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마음을 굳혔어요. 프로잖아요. 제가 먼저 은퇴 의사를 밝혔죠.” 삼성 이시준(34, 180cm)이 코트와 작별을 고했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된 후 11년 만이다. 2017년 4월 30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현역선수로서 치른 마지막 무대가 됐다.
이시준은 이상민, 이정석, 강혁과 함께 삼성 가드 왕국의 한 축을 이뤘다. 특히 2011-2012시즌에는 이정석과 삼성의 앞선을 이끌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고, 특히 상대 선수 팔꿈치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상황에서도 팀 승리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떠나지 않으며 코트를 응시한 모습은 그의 악바리 근성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회자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3-2014시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11월 24일, 이시준은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발목 탈골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이후 그 다음 시즌에는 54경기 모두 나서 평균 6.2득점 1.8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재기하는 듯 했지만 또 다시 길은 내리막길 이었다. 지난 시즌 출전 시간은 7분 30초 남짓. 기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쉬움 그 자체였다.
2016-2017시즌을 끝으로 이시준은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됐지만, 결과는 재계약이 아닌 이별이 찾아왔다.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몸 상태를 묻는 말에 이시준은 이렇게 은퇴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삼성과 FA 협상을 시작할 때 재계약이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저도 FA시장에 나가면 안될 거라 생각하고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죠. 그랬더니 주변에서 많이 말리더라고요. 다른 팀이라도 갈 수 있을 거라면서요.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결과가 나왔는데…, 마음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삼성에서의 9시즌을 돌아보며 이시준은 2013-2014시즌 그 부상(발목탈골)을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부상을 많이 당했고, 부상을 달고 있었던 선수라고 기억하더라고요. 근데 그때 다친 것 말고는 경기 뛰는데 지장을 줄 만큼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어요”라고 말한 이시준. 이전까지 한 번도 수술대에 올랐던 적이 없었기에 정신적 충격,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오래갔다고 한다.
“심리치료도 받아보고, 시간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 전까지 큰 부상이 없었기 때문에 겁 없이 뛰어다니고 했는데,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 같아요. 지금 몸 상태는 좋아요. 다만 프로는 실력인데, 제가 부족했죠.”
이시준은 당분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코트를 떠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말이다. “아내랑 당분간은 좀 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기로 했어요. 최근에도 머리 식힐 겸 동생이 있는 제주도에서 지냈어요. 거기서 우연히 서귀포에 있는 대신중학교에서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생겼어요.”
주 2회, 2시간씩이다. 그는 힐링의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농구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한창 농구가 좋아서 할 때 마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연히 기회가 생겼네요(웃음).”
이시준은 자신의 희로애락을 함께해준 삼성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실 제가 스타플레이어도 아니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삼성에서 버텼는데, 많은 걸 베풀어주시고 오래 뛸 수 있게 해준 삼성 농구단에 감사드려요. 그리고 많지는 않았지만, 저를 응원해주신 팬분들이 있는데,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치게 돼서 솔직히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려요. 잘하는 선수도 아니었는데, 응원도 격려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 따뜻한 마음이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인터뷰가 끝난 후 이시준에게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바로 필자도 깜빡 놓친 삼성 동생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앞으로도 삼성 후배 선수들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6020722226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