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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생기는 이유
게시물ID : lovestory_65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싸좋쿠나
추천 : 0
조회수 : 4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29 01:56:16
돌이켜 보면 옛날의 저는 참 찌질했습니다. 100kg가 넘어가는 비대한 몸에 머리는 짦은머리 아니면 긴머리... 안여돼의 표본이었습니다. 꼴에 여자친구는 있었으면 좋겠는지라 아무 의미 없는 행동에 혼자 망상의 나래를 펴거나 뜬금없이 어떤 여자가 고백해오지 않을까 하는 미친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여자 앞에선 말도 제대로 못꺼내는 주변머리에 학교 끝나기 무섭게 자취방에 처박혀 게임이나 하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저에게 여자친구가 생길리가 없었죠.

그런데도 '요즘 여자들은 그저 잘생긴놈 아니면 돈많은 놈이나 쫓지 된장녀 ㅉㅉ' 해대며 남의 탓이나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샤워를 하다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습니다. 이게 20대 청년의 몸인지 애가진 임산부인지 모를 몸뚱아리에 얼굴 표정은 말 그대로 사는 낙이라고는 전무해뵈는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망가졌던 걸까, 혼자서 엉엉 울다가 나를 좀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살부터 빼자 

정말 무식하게 내달렸습니다. 비대한 몸은 땀을 비오듯 쏟아냈죠 한겨울에도 운동끝나고 나서 옷을 짜면 땀이 주르륵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한달, 두달... 비오면 비맞으면서 뛰고 눈오면 패딩잠바 입고 뛰고  그렇게 일년쯤 지나니까 많이 건강해 졌더군요. 100kg가 넘던 몸은 70kg대가 되었고 근육질의 몸까지는 아니지만 튀어나오다 못해 흘러내리던 배가 들어가고 살에 파묻혀있던 목이 드러났습니다. 혈관을 못찾아 링겔도 제대로 못맞았는데 헌혈도 하고 말이죠... 몸이 그렇게 변하니까 행동도 변하더군요. 

항상 쭈그리고 있던 어깨가 펴졌고 혹시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까 땅바닥만 쳐다봤는데 고개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서도 제대로 말을 못해 고문관 새끼 소리 듣고 다녔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 말문이 트이더군요. 막 넉살좋게 먼저 말을 꺼내 붙일 정도는 아니라도 다른 사람하고 대화를 해야 할때면 머리속이 하얘지는 일은 없어졌죠. 

맞는 옷을 찾기 어려워 항상 추리닝 차림이었는데... 옷가게에서 옷도 사봤습니다. 더 큰 사이즈 없냐는 말을 안해도 된다는게 너무 좋았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이젠 좀 사람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제 자신이 변하고 나니 과거의 내가 얼마나 찌질했던지, 절로 이불팡팡 하게 되더군요. 문제는 얼굴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어디 하나 내세울 만한 장점하나 없는데 어떤 미친여자가 저를 좋아해주겠습니까. 

완얼... 저는 저 완얼이란 말을 안믿는 쪽입니다. 뭐 제가 잘생긴 얼굴이 아니란 것도 있겠지만 완얼이란 결국 나는 얼굴 외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일종의 자기변명에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외려 연애를 시작하는데 필요한건 얼굴보단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태도라고 봅니다. 운동이든 외국어든 유머감각이든 하다못해 게임실력이든 뭐가됐든 자기가 이건 정말 잘한다, 자신있다고 할 수 있는 것 하나쯤은 갖고 있을때 나오는 자신감, 거기서 우러나오는 태도 말이죠. 

운동선수들의 부인이 미녀들인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게 운동선수들의 자신감, 특유의 승부근성은 정말 대단합니다. 얼핏 보면 오만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그런 근성에 여자들이 반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겠죠. 일례로 추성훈의 경우 톱스타 반열에 올랐을때 야노시호를 만나 결혼을 한게 아니라 K-1에 진출했다가 징계를 받아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야노 시호와 교제를 시작 했다고 합니다. 앞날이 불투명하고 수명도 짧은 격투기 선수와 톱모델의 교제,.. 이른바 완얼론 같은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 아니겠습니까.(무엇보다 완얼이면 제가 생겼을리가 없습니다)      

안생겨요... 완얼... 같은 말을 하기 전에 과연 내가 정말 당당히 내세울만한 '칼'이 있는가 한번 자기 자신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내가 이것 하나는 딸리지 않는다고 할만한 것 하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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