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작업으로 워크래프트 소설을 번역해서 블로그에 연재 중인데요,
다른분들께도 보여드리면서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고 응원도 얻고자 글 올립니다.
어제 워크래프트 게시판에 올린 '프롤로그'의 뒤로 이어지는 '챕터1'입니다.
하나
짐승들조차 추워할 오늘 같은 밤에 듀로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멍하니 자신의 늑대 동료 샤프투쓰에게 손을 뻗어 하얀 귀 뒷부분을 긁었다. 그 짐승은 고마운 듯 그르렁거리며 가까이 기댔다. 늑대와 오크 족장은 고요하게 내리는 하얀 눈, 거친 원형으로 깎인 듀로탄의 동굴 입구를 함께 바라보았다.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인 듀로탄은 한때 따스한 날씨의 입맞춤으로 알려져 있었다. 햇빛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던 그가 이제는 쇳조각 위에 반짝거리는 햇살과 튀기는 붉은 인간 피에 맞서 작은 두 눈을 찌푸리고 있다. 예전에 그는 자신의 부족민뿐 아니라 동족 모두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그들은 인간을 집어삼키기 위해 산비탈 너머로 물밀듯 쇄도하는 초록빛 죽음의 물결이었다. 그들은 모닥불 앞에 다 같이 모여 맘껏 먹고 마시며, 깊고 땅이 울리듯 웃었고 꺼져가는 모닥불 옆에서 아이들이 졸고 있는 동안 피와 정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들의 좁은 머리는 살육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제 서리늑대 부족으로 구성된 몇 안되는 이 오크들은 이 낯선 세상, 매서운 추위의 알터랙 산맥으로 추방되어 쓸쓸히 떨고 있다. 이곳에서 그들의 유일한 친구는 거대한 흰 늑대뿐이었다. 이 늑대들은 이전에 듀로탄의 오크들이 탔던 칠흑같이 검은 늑대와는 너무도 달랐지만 털 색깔이야 어떻든 늑대는 늑대였고, 드렉타의 힘과 결합된 완고한 인내심이 그 짐승을 그들의 편으로 만들었다. 이제 오크와 늑대는 함께 사냥했고 끝없는 눈보라가 치는 밤 동안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동굴의 심장부로부터 들려오는 부드럽고 코를 킁킁 거리게 하는 소리가 듀로탄을 뒤돌게 했다. 걱정과 분노로 지내 온 수년간, 끊임없이 계속되는 긴장감 탓에 굳어진 그의 냉철한 안색이 그 소음을 듣고 이내 부드러워졌다. 이번 주기의 예정된 작명일 이전까지 아직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그의 어린 아들이 젖을 먹으며 울고 있었다.
내리는 눈을 계속 지켜보도록 샤프투쓰를 놔둔 채, 듀로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안쪽의 방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드라카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한 쪽 가슴을 드러낸 상태였고, 지금 막 젖 먹던 아이를 떼어낸 상태였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건 이 때문이었다. 듀로탄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라카는 검지를 뻗었다. 아이의 작은 머리를 가슴팍으로 다시 가져와 대기 전에 그녀는 날카롭게 다듬어진 검은 손톱으로 자신의 젖꼭지를 깊숙이 찔렀다. 그녀의 아름답고 강인한 턱의 얼굴에는 순간의 찌푸림도 없었다. 이제 아이는 모유뿐 아니라 어머니의 피까지 마시게 되었다. 이것은 갓 태어난 어린 전사, 서리늑대 부족의 미래의 족장인 듀로탄의 아들에게 적합한 음식이었다.
듀로탄의 가슴은 용맹함과 기민함에서 그와 동등한 한 명의 전사인 그의 단짝과 그들이 낳은 사랑스럽고 완벽한 아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찼다.
아들에게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도 그는 어깨에 걸친 담요처럼 축 늘어졌다. 그는 자리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라카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고,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이내 가늘어졌다. 그녀는 듀로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일이 옳다는 것을 자신의 가슴속에서부터 알고 있었지만 듀로탄은 아내에게 자신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차마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말해야만 했다.
"이제 우린 아이를 가졌소," 듀로탄이 말했고 깊은 목소리가 그의 넓은 가슴을 울렸다.
"그래요," 드라카가 대답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긍심이 있었다. "전장에서 명예롭게 전사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리늑대 부족을 이끌 잘 생기고 씩씩한 아들이죠. 아직 수년 후의 일이지만요,"
"나는 이 아이의 장래에 대한 책임이 있소," 듀로탄이 말을 이었다.
이제 드라카의 관심은 오로지 그를 향해 있었다. 듀로탄은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머릿속에 그녀의 모습을 새기려 애썼다. 모닥불이 그녀의 강인한 근육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어금니를 어슴푸레 빛내며 드라카의 초록 피부에 반사되었다. 그녀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저 그가 말을 계속하길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굴단에게 반대하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들이 자신을 성장시켜 줄 친구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듀로탄이 말을 이어갔다. "만약 내가 굴단을 거역하지 않았다면, 당신과 내가 호드의 존경받는 일원으로 남아 있었을 텐데."
드라카가 자신의 짝에게 화가 난 듯 큰 턱을 열어 송곳니를 드러내어 보이며 쉿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랬다면 당신은 내가 곁에 있는 배우자가 될 수 없었겠죠."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란 아이는 가슴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엄마의 얼굴을 올려봤다. 하얀 모유와 붉은 피가 벌써 봉긋하게 튀어나온 볼 아래로 흘렀다. "서리늑대 부족의 듀로탄은 인간들이 그러하듯 가만히 앉아, 자신의 동족이 양처럼 죽음을 향해 끌려가는 모습을 순순히 보고 있을 오크가 아니죠. 내 반 쪽이여, 당신이 배운 대로 말해야 해요. 당신은 여태껏 그렇게 해왔고 여전히 족장이니까요."
드라카의 진심 어린 충고에 듀로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굴단에게 동족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자신의 힘을 기르기 위한 수단 외에는 아무것도 아님을 알아야 해..."
그는 그림자 의회와 굴단의 이중성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을 집어삼킨 충격과 공포 - 그리고 분노- 를 떠올리며 침묵에 잠겼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그들 모두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설득하려 노력했다. 그들은 마치 장기판의 말처럼, 듀로탄은 전혀 멸종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종족인 드레나이를 죽이는 데에 이용되었다. 그리고 다시 - 오크들이 아닌 그림자 의회의 결정에 따라 - 어둠의 차원문을 통해 죄 없는 세상으로 건너갔다. 이 모두가 결국 굴단, 굴단 개인의 힘을 위해서였다. 얼마나 많은 오크들이 너무도 공허한 것을 위해 싸우고, 쓰러졌다는 말인가?
그는 배우자에게 자신의 결정에 대해 표현할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내 뜻을 밝혔고 우리는 추방당했소. 나를 따른 모든 이도 마찬가지였지. 이는 크나큰 불명예요."
"굴단의 불명예일 뿐이죠," 드라카가 사납게 말했다. 아이는 잠깐 무서워하다가 이내 다시 젖을 먹었다. "당신의 부족민들은 살아있어요 그리고 자유롭죠. 이곳이 비록 혹독한 땅이지만 우리의 동료가 된 서리 늑대들을 찾았고요. 이토록 깊은 겨울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고기도 충분히 있어요. 우리는 전통의 방식대로 힘닿는 데까지 살아남을 거예요. 그리고 모닥불 곁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의 유산의 일부분이 되겠죠."
"그들은 더 보상받아 마땅하오," 듀로탄이 말했다. 그는 날카로운 손톱의 손가락으로 그의 젖 먹는 아들을 가리켰다. "이 아이는 더 보상받아 마땅하오. 여전히 망상에 빠져있는 우리 형제들도 더 보상받을 자격이 있소.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그걸 줄 것이오."
듀로탄은 일어나 몸을 최대한 곧게 폈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아내와 아이에게 드리웠다. 드라카의 기운 없는 표정은 그가 하려고 하는 말을 그녀가 이미 눈치채고 있음을 말했지만, 말할 필요가 있었다. 이게 그들을 견고하고 실존하게 ... 그들이 부서지지 않을 맹세를 하게 했다.
"여전히 나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들이 몇 있다. 나는 되돌아가 몇 안되는 그 족장들을 찾을 것이다. 나는 진실된 내 이야기로 그들을 설득할 것이고, 족장들은 부족민을 규합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쉽게 소비되는 굴단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를 섬길 뿐인 전투에서 죽는 것을 생각지 않을 것이다.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인 나 듀로탄이 맹세한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혀 자신의 입을 거의 불가능하리만치 크게 벌리며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우렁차고 깊고 분노에 찬 외침을 울부짖었다. 아이는 겁에 질려 울기 시작했고 드라카 조차 움찔했다. 이것은 맹세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는 소리마저 죽어버리는 이 밤의 폭설 속이라도 부족민 모두에게 이 외침이 들릴 것을 알고 있었다. 순식간에 부족민들이 맹세 외침의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며 그의 동굴 주변으로 모였다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외침을 울부짖었다.
"내 반 쪽이여, 당신은 혼자 가지 않을 겁니다." 귀를 찢는 듀로탄의 맹세 외침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드라카가 말했다. "우리가 당신과 함께 할 겁니다."
"그건 금지하오."
그리고 그러지 말았어야 할 듀로탄 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갑작스럽게 드라카가 펄쩍 뛰었다. 그녀가 꽉 쥔 두 주먹을 뻗어 사납게 휘두르는 통에 울고 있던 아이는 그녀의 무릎에서 굴러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몸을 관통한 고통스러운 일격에 듀로탄은 눈을 깜빡였고 붉은 피가 그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동굴 안을 휘저었고 손톱으로 그의 볼을 할퀴었다.
"나는 랴키쉬의 아들인 켈카의 딸, 드라카다. 누구도 내가 내 짝을 따르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게 듀로탄 자신일지라도! 난 당신과 함께 간다. 당신 옆에 서서, 필요하다면 죽음도 불사할 것이다. 하아!" 그녀는 그를 향해 성난 소리를 내뱉었다.
듀로탄이 얼굴의 침과 피를 닦아내는 동안, 그의 가슴은 이 여성에 대한 사랑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가 그녀를 자신의 짝으로 선택한 것, 그리고 그녀가 그의 아들의 어머니가 된 것이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모든 오크 역사를 통틀어 이보다 운 좋은 사내가 있었을까? 그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굴단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오그림 둠해머와 그의 부족이 추방당할 것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위대한 대족장은 듀로탄과 그의 가족을 자신의 야전 숙영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둠해머는 늑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늑대 역시 그를 똑같은 눈빛으로 마주 봤다. 둠해머의 숙소로 사용하는 거친 천막은 더 적은 오크들로 비워졌고, 듀로탄과 드라카 그리고 아직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그들의 아이가 안 쪽으로 안내되었다.
밤이 둠해머에게는 꽤나 쌀쌀했다 그리고 그는 영광스러운 손님들이 자신의 거의 모든 옷가지를 벗어 재끼며 열기에 대해 투덜대는 동안 씁쓸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따뜻한 날씨"가 익숙하지 않을 서리늑대는 혼자 사색에 잠겼다.
바깥에선 그의 개인 경비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출입문으로 이용하는 덮개는 여전히 열려있었고 둠해머는 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활활 타는 불꽃에 거대한 초록빛 손을 뻗고 있는 그들을 지켜봤다. 밤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작은 별빛만 겨우 보였다. 듀로탄은 그의 은밀한 방문에 알맞은 밤을 골랐다. 이 밤에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의 작은 무리가 발견되고 또 그들의 신원이 밝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네와 부족을 위험에 빠트려 미안하네." 듀로탄의 첫 마디였다.
둠해머가 손사래를 쳤다. "만약 죽음이 우릴 향해 다가온다면, 우리의 행동이 명예롭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는 그들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갖 잡은 사냥감의 피가 뚝뚝 흐르는 엉덩이 살을 두 손으로 직접 건넸다. 고기에는 여전히 온기가 있었다. 듀로탄은 그의 호의에 고개를 끄덕였고 신선한 살코기를 덥석 물어 크게 한 점 뜯어냈다. 드라카도 함께 했고 곧 피 묻은 손가락을 아이에게 뻗었다. 아이는 그 달콤한 액체를 열심히 빨아댔다.
"잘 생기고 튼튼한 아이로군," 둠해머가 말했다.
듀로탄이 고갤 끄덕였다. "내 부족의 적합한 지도자가 될 걸세. 하지만 내 아들의 칭찬이나 듣자고 이 먼 길을 온 것은 아니네."
"수년 전에 자네가 비밀스러운 말을 한 적이 있었지," 둠해머가 말했다.
"나는 내 부족을 지키고 싶었네 그리고 굴단이 추방을 명하기 전까진 내 의심이 옳다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었지," 듀로탄이 대답했다. "그의 재빠른 처벌이 내가 알고 있던 게 사실이라고 증명하고 있네. 내 오랜 친구여, 잘 듣게 그리고 나서 스스로 판단해야만 할걸세."
듀로탄은 모닥불 바로 근처에 앉아 있는 경비들조차 대화를 엿듣지 못하도록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는 둠해머에게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말했다. 악마 군주와의 거래, 굴단의 힘의 불쾌한 천성, 그림자 의회에 의한 부족들의 배반, 그리고 악마 군대의 미끼로 던져진 오크들의 갑작스럽고 명예롭지 못한 종말. 둠해머는 애써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넓은 가슴속의 심장이 마치 인간의 살을 마주한 그의 유명한 전투망치처럼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정녕 이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이건 마치 전장에 떠도는 허황된 설화처럼 들렸다. 악마, 어둠의 계약 ... 하지만 듀로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가장 현명하고 용맹하며 고결한 족장 중 한 명인 듀로탄에게서. 만약 다른 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그는 거짓말이나 허튼소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듀로탄은 그들에게 확실을 주는 자신의 말 때문에 추방되었다. 게다가 둠해머는 그의 삶에서 예나 지금이나 다른 족장의 말을 신뢰해 왔다.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듀로탄이 말한 건 사실이었다. 오랜 친구가 말을 끝내자, 둠해머는 고기로 손을 뻗어 다시 한 입 베어 물고 그것을 천천히 씹으며 자신의 들은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마침내 그가 고기를 삼켰고, 말했다.
"오랜 친구여, 자네를 믿네. 그리고 내 종족을 향한 굴단의 계획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을 자네에게 확언하겠네. 우린 자네와 함께 어둠에 맞설 거야."
듀로탄이 분명하게 움직여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둠해머는 그 손을 꽉 잡았다.
"자네가 있는 것이 영광이긴 하나, 이곳에 오래 머물러선 안되네," 둠해머가 일어서며 말했다. "내 경비 중 하나가 자네들을 안전한 곳까지 안내할 걸세. 멀지 않은 곳에 냇가가 있고 이맘때엔 숲 속에 사냥감도 충분하니 굶을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자네를 대신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네 그리고 적절한 때가 되면 우리가 함께 그 엄청난 배신자 굴단을 처단할 때 자네와 나는 서로의 옆에 나란히 서있을 것이야."
주둔지에서 수 마일 벗어나 울창한 숲 속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동안, 경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비가 그들을 데려다 준 공터는 두말할 것 없이 고립되고 푸른 곳이었다. 듀로탄은 졸졸 흐르는 물 소리를 들을 있었다. 그는 드라카를 향해 돌아섰다.
"내 오랜 친구는 믿을 수 있소," 그는 말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
그리고 이내 듀로탄이 멈췄다. 그는 근처의 냇가를 첨벙거리며 건너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무거운 발에 밟혀 부러진 나뭇가지 소리였다....
그는 전투 외침을 울부짖었고 자신의 도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낏자루를 채 쥐기도 전에 암살자가 그를 덮쳤다. 희미하게 드라카의 분노에 찬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지만 그녀를 돕기 위해 돌아설 여유가 없었다. 시야의 가장자리에선 뾰족니가 불청객을 땅바닥에 내리꽂으며 그 위로 덮치고 있었다.
그들은 오크식 명예를 위해 너무도 당연한 사냥에서의 긍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은밀하게 다가왔다. 이들은 낮은 자들 중 가장 낮은 발 밑의 벌레, 암살자였다. 이 벌레들이 사방에 득실거렸다는 점만 제외하고, 믿을 수 없이 고요한 가운데 그들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무기는 한 가지 뚜렷한 목적을 말하고 있었다.
도끼가 듀로탄의 넓적다리에 깊게 박혔고 그는 쓰러졌다. 그가 몸을 비틀고 자신을 죽이려는 자의 목을 조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의 맨손을 뻗는 동안 뜨거운 피가 그의 발을 타고 흘렀다. 그는 무시무시하도록 선함이나 정직한 오크의 분노가 없는, 실제로는 전혀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을 올려보았다. 그의 적이 다시 도끼를 치켜들었다. 듀로탄의 두 손이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서 그 오크의 목을 꽉 쥐었다. 그 벌레는 손에 쥔 도끼를 떨어뜨리고 자신의 목을 감싼 듀로탄의 두껍고 강한 손가락을 비집어 열려고 하며 이제야 표정이 나타났다.
짧고 날카로운 고함이 울렸고 이내 조용해졌다. 샤프투쓰가 쓰러졌다. 듀로탄은 확인하기 위해 볼 필요가 없었다. 그의 귀에는 자신을 살해하려는 오크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렸다. 그리고 이내 온몸이 떨리는 공포를 전달하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젖먹이 아들의 겁에 질린 비명이었다.
내 아들은 죽일 수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듀로탄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고 다리의 잘린 동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에도 불구하고 함성과 함께 위쪽으로 재빠르게 밀려들었고 그의 거대한 몸집 아래에 적을 위치시켰다. 이제 그 암살자는 진정한 공포에 발버둥 쳤다. 듀로탄이 양손으로 강하게 내리눌렀고 손바닥 아래의 목에서 툭 하고 만족스러운 느낌을 느꼈다.
"안돼!" 그 목소리는 변절한 경비병, 그들을 배신한 그 오크의 것이었다. 목소리는 크고 겁에 질려 있었다. "안됩니다. 저는 당신 편입니다. 목표는 저들입니다 -"
듀로탄이 이윽고 고개를 들었고 거대한 암살자가 거의 자신보다도 큰 칼을 정확한 호 모양으로 부드럽게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둠해머의 개인 경비병에겐 기회조차 없었다. 그 칼은 배신자의 목을 깨끗하게 두 동강 냈고 잘린 머리는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듀로탄은 죽은 경비병의 얼굴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충격과 경악을 보았다.
그가 자신의 짝을 지키기 위해 돌아섰지만, 너무 늦었다. 아직 몸이라 부를 순 있지만 거의 조각조각 난 드라카의 사지가 사방에 피를 뿌리며 초원에 널브러지는 모습을 보며, 듀로탄은 극심한 비탄과 분노에 차 울부짖었다. 살인자가 그녀에게 다가갔고, 이제 그의 관심사를 듀로탄에게로 돌렸다.
공정한 전투였다면, 듀로탄은 그들 중 어떤 세 명과도 능히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극심하게 부상당했고 무기도 없었기에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깊은 본능을 거스르는 대신 작은 보따리, 그의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어깨에서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를 멍하니 응시했다. 과출혈로 반사 신경이 느려졌고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왼팔이 오른팔과 마찬가지로 욱신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벌레는 그가 자신의 아들을 한 번 더 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부상당한 발은 더 이상 체중을 견딜 수 없었다. 듀로탄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얼굴은 아들의 그것과 불과 한 뼘 앞에 있었다. 용감한 전사의 심장이 아기의 얼굴에 비친 공포로 가득 찬 표정 앞에 무너졌다.
"아이를 ... 데려가라," 말할 수 있다는 것조차 신기한 그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암살자는 듀로탄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가까이로 허리를 굽혔다. 그가 듀로탄의 눈에 침을 뱉었다. 잠시 후, 듀로탄은 그가 아비의 눈 바로 앞에서 아기를 찌를 수도 있다는 것에 두려웠다.
"아이는 산 짐승들을 위해 남겨둘 거다," 암살자가 조롱했다. "어쩌면 짐승들이 네 아들을 물어뜯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곧이어 그들은 가능한 한 고요하게 사라졌다. 듀로탄은 몸에서 나온 피가 강물로 흐르는 동안 멍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눈을 깜빡였다. 다시 움직여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흐릿해져가는 시야로 아들을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들의 작은 가슴은 울음소리로 들썩였고, 동그랗게 말아 쥔 작은 주먹을 정신없이 흔들어댔다.
내 사랑 ... 드라카 ... 내 어린 아들 ... 정말 미안하오. 내가 이 일을 자초했소 ....
그의 시야가 가장자리부터 점점 흐려졌다. 아들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서서히 생기가 빠져나가는 동안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 듀로탄을 그나마 편하게 해주는 것은 자신의 아들이 굶주린 들짐승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기 전에 죽을 것이라는 추측뿐이었다.
"맙소사, 이게 무슨 소리야!" 스물두 살의 타미스 폭스톤이 숲을 가로질러 울리는 소음에 코 끝을 찡그렸다.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중위님. 저 정도 소리라면 쫓을 가치가 있는 어떤 사냥감도 겁을 집어먹었을 겁니다."
에이들러스 블랙무어 중위가 그의 하인을 향해 거만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가르쳐 준 것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 거냐, 타미스?" 그가 느린 말투로 물었다. " " 그는 등 뒤편의 말안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시원하고 부드러운 병이 느껴졌다.
"사냥용 물 잔을 드릴까요?" 비록 블랙무어의 면박을 받긴 했어도 타미스는 그에게 맞게 잘 훈련되어 있었다. 그는 안장에 달려있는 용머리 모양의 꾸러미에서 작은 물 잔을 꺼내 건넸다. 사냥용 물 잔은 앉을 자리가 여의치 않은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고안된 것이었다. 블랙무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다소 많이 왔군." 한 손에 든 물 잔의 마개를 이빨로 열고는 물 잔의 주둥이를 입술 쪽으로 들어 올렸다.
아, 달콤한 술이었다. 술이 부드럽게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속으로 타들어가듯 흘렀다. 블랙무어가 입을 훔치며 병을 다시 막아 안장 가방 속에 도로 넣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타미스를 무시하고 빠르게 우려하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자신의 주인이 술을 얼마나 먹을지 다룰 수 있는 시종이 있을까?
에이들러스 블랙무어는 전장에서 오크들을 썰어버린 거의 믿기 힘든 능력 덕분에 단기간에 진급했다. 그의 상관들은 이런 빠른 진급이 기술과 용기 탓이라 생각했다. 블랙무어는 자신의 용맹함이 갖가지 술에서 온다고 말했지만, 그 안에 요점은 없었다.
또한 그의 명성은 연애사에도 상처를 주지 않았다. 잘생긴 외모 또한 그러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의 그는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강청색의 눈과 말끔하게 손질된 염소 수염을 가진 완벽한 영웅적 군인이었다. 종종 어떤 여인이 하나 혹은 두 개의 타박상과 함께 그의 침대를 떠나더라도 그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침실로 들어올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귀를 찢는 소음이 그를 거스르게 하기 시작했다. "떠나가지 않는군," 블랙무어가 으르렁거렸다.
"상처 입은 짐승일 겁니다.. 기지도 못 하겠지요." 타미스가 말했다.
"그럼 놈을 찾아 우리의 고통에서 꺼내주자꾸나," 블랙무어가 답했다. 그는 이름만큼이나 검고 윤기나는 거세마 나이트송을 필요 이상으로 과한 힘으로 걷어찼고, 공포스러운 소음이 들리는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나이트송이 갑자기 멈춰 섰고 평소 뛰어난 기수인 블랙무어가 그 짐승의 머리 위로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는 나이트송에게 욕을 하며 목을 두들겨 팼다. 무엇이 나이트송이 그리 황급히 멈춰 서게 했는지 확인하며 그는 침묵에 빠졌다.
"맙소사," 옆에서 작은 잿빛 나귀를 타고 따라오던 타미스가 말했다. "엉망진창이군요."
세 오크와 거대한 흰 늑대 한 마리가 팔다리를 쭉 편 채 숲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블랙무어는 그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피는 응고되었지만 부패의 악취는 아직 나지 않았다. 두 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 늑대가 성별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망할 오크들. 그 짐승들이 좀 더 자주 서로 다퉜다면 그를 비롯한 인간들이 많은 문제에서 해방되었을 것이다.
뭔가가 꿈틀댔고 블랙무어는 그토록 사납게 울어대던게 놈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가 이제껏 본 것들 중 가장 흉측한 것 ... 짐승들 사이에 배내옷으로 감싸진 채 있는 오크 아기였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그가 말에서 내려 그것에게 다가갔다.
"조심하십시오, 중장님!" 타미스가 날카롭게 외쳤다. "물 겁니다!"
"새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블랙무어가 말했다. 그는 부츠 끝으로 그것을 살짝 찔러봤다. 푸른색과 흰색의 옷가지 속에서 엉망진창이 된 흉물스러운 작은 녹색 얼굴이 드러났고 계속해서 울어댔다.
이미 벌꿀 술 한 병을 통째로 비웠을 뿐만 아니라 두 병 째였지만, 블랙무어의 정신을 여전히 날카로웠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타미스의 불길한 경고는 무시한 채, 블랙무어는 허리를 굽혀 푸른색과 흰색의 옷가지로 그 작은 괴물을 포근하게 감싸며 안아 들었다. 아기는 거의 즉시 울음을 멈췄고 회청 빛의 눈동자로 그의 눈을 응시했다.
"재미있군," 블랙무어가 말했다. "놈들의 새끼도 어렸을 땐 우리처럼 푸른 눈을 가지고 있어." 머지않아 그 눈동자는 돼지 새끼처럼 변해 검은색 또는 붉은색이 되어 모든 인간을 흉악한 증오의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그때까지는 ...
수년간, 블랙무어는 동등한 출신이나 계급의 다른 이들과 비교해 절반만이라도 잘 인정받기 위해 두 배는 열심히 일했다. 아버지의 반역에 대한 치욕을 지닌 채 일했고, 권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회의적으로 여겼고, 비록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반역자의 피"는 그의 주변 사람들이 종종 중얼거리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젠가 그런 살을 에는 듯한 비난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타미스," 그는 믿을 수 없이 푸른 아기 오크의 눈을 골똘히 바라보며 신중하게 말했다. "네가 현명한 사람을 섬기는 영광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물론이죠, 중장님," 그가 생각한 그대로 타미스가 말했다. "바로 지금 그게 왜 틀림없는 사실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블랙무어는 여전히 말위에 앉아 있는 시종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그건 에이들러스 블랙무어 중위님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그를 유명하고, 부유하고,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