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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안치한 추모공원에 다녀오다
게시물ID : freeboard_7653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건내꺼야
추천 : 1
조회수 : 2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29 16:43:36
아버지가 안치된 추모공원 납골당에 갔다왔다.
제사상에 가져간 음식을 놓고 초에 불을 붙이고 향을 피웠다. 아버지께 작은 아들 왔노라고 절하고, 
생전 좋아하시던 햄버거와 바나나우유를 까서 상에 놓았다. 
외할머니는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셨고 어머니는 촛불 조용히 잘탄다고 우리 온거 좋아하나보다 하셨다. 

납골당에 올때마다 그 특유의 한기와, 그리고 그 한기를 상쇄하고도 남는 무수히 많은 꽃다발을 본다. 
대답없는 답장을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가 편지를 수북히 쌓아두고 간 흔적도 보인다. 
메모장에는 안부인사와 사랑한다는 말이 그득하다. 
더는 전할 길이 없어도 전하고 싶은 말과 전해받을 길 없는 말들이 무수하게 흩날린다. 
그런데도 방문객들의 표정은 밝다.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아들딸,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누군가의 친구 애인 동생 형 오빠 누나 언니.. 
납골당 층층이 들어선 고인들의 납골함에는 가족들이 넣어준 부장품과 꽃장식이 가득하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그곳에 가득 담겨있는 것이리라. 

납골함 앞에서 주저앉아 아무말이 없는 노부부를 보았다. 울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낮은 칸 납골함 앞 유리에 손을 대고 있었다. 아마 먼저 간 아들이 거기 있나보다. 
계속 보고있기가 먹먹해서 아버지에게 우리 간다고 친구분들하고 잘 계시라고 인사하고 나왔다.
침묵하는 슬픔은 짝을 견줄수 없을만큼 슬프다.

상실이라는 것은 어느 곳에서든 지울 수 없다. 온갖 희노애락을 느끼는 와중에도 그 경중이 달라질 뿐. 

아버지 제사상을 정리하고 지방을 태웠다. 
향까지 향로안에 파묻고 나올때쯤 향 연기가 입구쪽으로 같이 가려는거 같아 씁쓸했다.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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