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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다…….“
요즘 그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 이였다.
뭐 물론 진짜 죽고 싶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저 죽을 만큼 따분하다…….‘ 라는 말의 줄임말이랄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이렇게 크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할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의욕이라고는 한 톨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 원인이 있다면 찾아서 고치기는 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이게 그의 자조 어린 생각이었다.
귀신처럼 스르륵 일어나서, 습관처럼 밥이라도 한술 뜬 뒤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아니, 사실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는 한 단란한 가정의 장남으로써 미래에 집안의 생계를 책임질 의무가 있었고, 아버님의 은퇴 뒤에는 부모님을 봉양하며, 자랑스러운 아들로써 지낼 의무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너는 지금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고 누군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왠지 그런 건, 남의 일 같았다.
마치 지금의 자신은 자신 같지 않은, 올바른 자신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은 자신 같았다.
그렇다면 올바른 자신이란 무엇이기에?
아마도 무언가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하고 주위의 우러름을 받는 그것?
그게 다인가?
아니 모르겠다. 그건, 그건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그런 목표 같아. 좀 더 나다운 모습을 찾을 수는 없을까. 이 꺼진 의욕에 불을 당겨줄 그럴 만한…….
그 생각이 들자마자 그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그에게 세상을 보는 창 이였다.
뭐 그렇다고 인터넷에 묘사되는 방구석 폐인처럼 친구가 아예 없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끔 술 마시고 밥 먹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그를 인터넷이라는 창구 또한 사용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였다. 매초 매분 매 시간 새로운 기사와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는 아무생각 없이 그 정보들을 삼켰다.
그거라도하지 않으면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몇 가지 사이트를 둘러보고 나면 다시 한 번 지루함이 몰려왔다. 눈도 피로해졌다.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던 그는 안개가 낀 듯한 흐릿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탈피하고 싶었다. 올바른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싶었다.
제발 그러고 싶었다.
아...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이렇게 막장까지는 아니었는데…….
사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뭐 ‘실행이 답이다.’ 이런 책들, 그 수많은 자기개발서들, 나 자신을 채찍질 하는것 같은, 그 유격조교와도 같은 책들은 다른 독자들의 엉덩이는 걷어 차 줬을지는 몰라도 그의 의욕을 걷어차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 다른 사람들이라......
문득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혹시....?’
다시 안경을 쓴 그는 메모장을 켰다.
나만, 나만 이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누군가는 이러한 지옥에서 탈피하지 않았을까.
끊임없는 나태와 무의욕의 바다에서 탈출해서 자신의 길을 찾지는 않았을까.
일말의 희망이라도 갈구하며 그는 미친 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살고 싶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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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슬럼프 탈출법은 과연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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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