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를 위반한 군용차량에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뒤 1년이 지났지만, 국방부의 과태료 납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수행차량을 포함한 모든 관용차량이 교통법규 위반시 과태료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방부는 군용차량을 예외로 봐달라고 주장하고 있다.7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7월까지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약 8600만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현행 법상 주정차 위반시에는 4만원, 속도나 신호위반 시에는 7만~1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9월 경찰은 교통전산시스템에 군 당국에 과태료 고지서 발송 기능을 추가했고, 군용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시에는 국방부에 과태료 납부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는 지난 7월 미납 현황을 국방부에 통보한 상태다. 이에 국방부는 군용차량이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는지 여부를 지난 8월 법무부에 자문의뢰했다. 경찰이 정한 과태료 부과대상은 국방부다. 하지만 국방부는 운전병과 국민정서를 문제삼고 있다.
의뢰서에는 “의무복무 중인 아들(운전병)이 교통위반 과태료를 내야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한민국 부모는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정서상 운전병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제함됨을 고려할 때, 국민의 세금으로 과태료 납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점이 발생한다”는 입장이 담겼다.
현재 국방부나 각 군 예산에는 과태료에 대한 별도의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의뢰서를 통해 “일부 부대에서는 간부들이 각출해 과태료를 납부하거나 지휘관 활동비 등을 이용해 납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 측의 주장은 뚜렷하다. 도로교통법상 모든 차량은 교통법규 위반시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995년 선고된 대법원 판례(94도 1519)에서는 원동기를 사용해서 운전되는 차를 모두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하고 있다. 군용차의 도로교통법 적용 여부를 물었던 당시 재판에서 군용차량 상당수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법무부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의를 마쳐둔 상황”이라면서 “모든 관용 차량들이 교통법규 위반시 과태료를 납부한다”고 강조했다.
군용차량은 매년 1000여건 씩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그 사유는 대부분이 속도위반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위반 군용차량 적발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누계가 7965건에 달했는데, 속도위반이 5689건(71.4%)으로 가장 많았다. 또 신호위반(1976건, 24.8%), 고속도로 지정차로 위반(218건, 2.7%)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