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국의 공주 아나스타샤를 사칭한 사기꾼 얘기를 봐서 생각난 번외 이야기
마지막 황태자에 얽힌 스토리임
아나스타샤 공주의 동생이자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알렉세이
이 사진에서 오른쪽 꼬마임
황태자는 어머니를 통해 외할머니 빅토리아 여왕이 갖고 있던 혈우병 유전자를 물려받았어.
(상처가 났을 때 피가 잘 멈추지 않는 유전병. 고로 작은 상처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병. 현대에도 치료가 거의 불가능)
황제와 황후는 유일한 아들이자 황태자가 이런 병을 갖고 태어났으니 얼마나 노심초사 했겠어
그러다 사이비 수도승에게 홀랑 넘어가게 되.
바로 그레고리 라스푸틴.
뭐 러시아의 최순실인지 한국의 라스푸틴인지 모르겠지만 혈우병을 고쳐준다고 했고 실제로 효과를 보았기에 황후는 그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였어
그렇게 러시아 제국의 비선 실세가 되고, 러시아 제국이 망하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되지
어쨌든 러시아 제국은 망했고 일가는 총살되서 몰래 매장되었지
이후에 황족을 사칭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아나스타샤를 사칭했던 애나 앤더슨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황태자 알렉세이를 사칭하는 자도 많았어.. 최소 4명?
그런데 그중엔 가장 미스테리한 사람이 있었어
바실리 필라토프란 사람이었어.
구두장인을 하다가 교사 자격증을 따서 교사가 되었던 그는 다른 사칭 사기꾼들하곤 달랐어.
왜냐하면 자신이 사실은 알렉세이 황태자라고 말한 것이 임종하면서 유언으로 남긴 이야기였거든
다른 사기꾼들은 황족을 사칭해서 재산을 가로채거나 하는 목적이 있었겠지만
이 사람은 죽기 직전에야 이야기 했기 때문에 자신이 쓸 돈이 목적은 아니었던거지
어쨌든 이 이야기는 알려졌고 드디어 검증을 받게되었어.
필라토프 본인의 말에 의하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고 어느 노동자의 선의로 그의 양자가 되어 신분을 세탁했다고 했어.
10대 때부터 구두장인으로 일을 하다가 나중에 교사가 되었다고 했지.
그리고 그의 주변인물과 그의 과거 조사 결과
필라토프는 황태자처럼 "혈우병"이 있었어
필라토프는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영어를 할 수 있었어
필라토프는 러시아 제국의 역사, 문화, 문학, 시, 궁정 예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
필라토프는 생전에 오르간, 피아노, 하프시코드, 아코디온에 능숙했고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쇼팽같은 고전음악도 곧잘 연주했었어.
소련 시대의 가난한 교사가 나중에 따로 공부했다기엔 그는 너무나도 많은것을 알고 있었고 귀족 자제가 받는 교육을 받은 듯 했어.
아나스타샤 공주를 사칭했던 애나 앤더슨이 프랑스어는 커녕 심지어 러시아어도 못했던 것과는 대비되었지.
(러시아 제국에선 귀족 이상은 주로 프랑스어로 대화하였음)
그리고 필라토프의 아들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비교 사진이야
왼쪽이 필라토프의 아들, 오른쪽이 황제야.
닮았지?
해부학적 조사도 진행했어.
골격에 있어 로마노프 황실 친척들과 유사하다는 판정을 받아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DNA 조사
필라토프의 후손과 로마노프 황가의 후손간의 DNA를 조사했어.
수많은 사칭 사기꾼을 버로우 시키고 저 유명한 아나스타샤 사칭자 애너 앤더슨도 확인 사살한 그 DNA 검사법으로 말이지.
여담으로 DNA 검사법은 나폴레옹 3세가 실제로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는 1g도 혈연 관계가 없는 인물이란것도 밝혀냈었지
어쨌든 이번엔 정말 사기꾼임을 입증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검사를 했고 그 결과는...
"일치"
즉 필라토프가 로마노프 황실과 혈족 관계라는게 증명되었지
생판 남인 다른 사기꾼들과 다르게 진짜 혈연 관계 였던거야...
진짜 황태자구나 라고 사람들은 인정했고 그렇게 이야기가 정리되나 싶었지만..
결국 진짜 알렉세이 황태자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필라토프도 황태자 사칭이었던 것이 드러났어
그러나 그는 황태자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러시아 황제의 친척임엔 틀림없었어
공산혁명의 와중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신분세탁을 했다는 부분은 아마 사실이었을 것 같아.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언어, 교양, 악기 등등) 실제 부유한 집에서 귀족 자제들이 받는 교육을 받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으니까.
다만 실제로 누구 였을까.. 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황제 동생의 후손이다.. 황제의 숨겨둔 아들이다..
여러 이설이 많지만 명확한 것은 없어.
확실한 건 황실의 일원이 신분을 숨기고 혁명의 소용돌이를 거쳐 소련에서 구두장인으로 일하다가 교사가 되어 조용히 살다가 죽었다는 것이지.
그의 목적은 명확하지 않아.
왜 평생 숨기고 살다가 유언을 하면서 그제서야 황태자라고 사칭했을까.
진짜 황제의 서자였을까? 그래서 죽은 이후라도 황태자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PS. 라스푸틴의 거시기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서비스로..
오랜 시간이 흘러 피가 빠지고 쪼그라 들어 원래 사이즈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