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고 있었습니다.
저희 소대장 표현을 빌리자면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리고 있었죠.
모두들 연장 챙겨 연병장으로 나갔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은 '와~! 눈 온다~!'라고 좋아라 하기에 제설 작업 후 모아둔 눈에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눈이라는 것이 한번 오고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였고 우린 당연히 돌아가면 눈이 완전히 그칠때 까지 치우고 있었습니다.
대대 유류 보급이었던 제게 들어온지 4개월된 대대 식량 보급병이 왔습니다.
저희 담당이 대대 막사에서 대대장 관사까지의 길을 제설하는 것이었는데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대대장이 지나가는 길이다 보니 계속 치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식량 보급놈이 재게 유류고 열쇠를 잠시 달라고 했을때만 해도 그리 큰일이 발생할 줄 몰랐습니다.
교대로 눈을 치워야 했기에 유류고 키를 건내 주고서 대충 씻고 침낭에 몸을 넣는 순간 비상이 떨어집니다.
"화재 발생~! 화재 발생~! 대대 관사 진입로~! 화재 발생~! 화재 발생~! 이 상황은 훈련이 아니며 실제 상황이다~!"
뛰어 가보니 관사로 이어지는 길 약 100여미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화재 진압 시작되고나서 약 10여분간 뒷생각하지 않고 화재 진압만 했습니다.
상황 종료되고 식량 보급놈을 잡아다 진술을 받아 보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길에 불을 지르면 내려오는 눈도 녹고 제설작업도 하지 않아도 되니 더 편한 거 아닙니까?"
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렇지 그 진입로에 경유 두드럼에 휘발유 한깡을 부어 놓고 불 붙이 이 놈을.....
저는 때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창이고 육군교도소고 간에 때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너명이 저를 말리고 있었지만 눈이 뒤집혀 때리고만 있었습니다.
대대장 오고서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었고 저와 식량 보급놈은 이틀간 군장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부터 그 식량 보급놈에게는 유류고 열쇠를 절대 넘기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