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때 였나.. 3학년? 4학년? 인천 연수동이 부흥기를 맞고 있을 때 였다. 우리집은 운좋게도 주공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임대식 이지만 나중엔 우리집이되는 그런 시스템 이었다.
복도식 구조의 방2개 화장실 하나 부모님과 나 3식구가 살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해 인지 모르겠지만 한참 더운 여름.. 학교 공부에 그다지 관심 없던 나는 학교를 다녀온 후 복도에서 축구공을 밟고 올라서 집으로 돌아오는 친구들이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릴때 학교가 끝나면 숙제 하기 전에 노는 친구들과 같이 놀고 그 친구들이 숙제하러 들어가면 숙제 마치고 놀러나온 친구들과 또 같이 놀았다.
하루종일 그냥 놀았다.
그렇게 축구공을 밟고 팽이돌리고 공차고 자전거를 같이 탈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야채트럭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다. 요즘이야 야채트럭이 뭔지 모를 것 이다. 20년 전만 해도 두부파는 아줌마 야쿠르트파는 아줌마 야채파는 트럭 이런게 있었다. 심지어 태극기 파는 리어카도 있었다. 그분들은 국경일이 대목.
야채트럭이 들어오고 동네 아줌마들이 야채트럭으로 모여들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빨리 나가야 신선한 야채를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인지 야채트럭 아저씨가 들어오자마자 3개 아파트 동의 주부들이 모여들었다. 그 장면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뭐하러 나가신지 모르지만 집에 안계신 엄마가 나가실리가 없다.
잠시 눈을 돌리고 딴 생각을 했었나. 트럭엔 두명의 아줌마만 남아있다.
두명의 아줌마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끊임도 없다.
그 옆에 어느 남자아이.. 나보다 어려보이지만 인사성도 밝다. 받아주지도 않는 인사를 스무번 서른번도 하고 있다. 그것도 고개를 숙여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