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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 현역때 겪었던 일들 -1-
게시물ID : panic_727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dEyes
추천 : 7
조회수 : 10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7 15:37:49
루리웹 괴담게에 올렸던 경험담 썰 이쪽에도 올려볼까 해서 왔네요.
 
재미없음 주의..
 
 
 
실업급여 받아먹으면서 집에서 쉬고있는 터라 군대에서 겪었던 몇가지 일들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별로 글솜씨가 없다보니 아마..도 장문이 될거같네요 허허;;
 
이등병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왠지 껄끄럽던 모병장과 불침번을 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4월군번이었고 비내리던 여름 밤이었으니 이등병이 맞을거에요.)
 
요즘도 그러려나 모르겠지만 서열표라고,
 
각 소대별로 해서 중대 인원 전원의 이름과 몇년 몇월 군번인지를 외우게 했었는데요,
 
주간근무인 위병이나 대공근무를 설때, 혹은 야간동초 근무를 나갈때면 언제나 고참들이 그걸로 애들을 갈구고,
 
트집잡아서 근처군번 혹은 맞선임을 괴롭혀서 내리갈굼을 받게끔 해서 이름을 잘 못외우던 전 아주 질색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불침번이게 뭐 있겠습니까,
 
환자체크및 실내외 온도측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근무교대 할 인원 깨워주기.
 
마지막 깨워주기가 가장 힘든게 남의 내무실 가서 ㅁㅁ일병님 위병근무 시간입니다.
 
ㅁㅁ상병님 ㅁㅁ근무 시간입니다. ㅁㅁ병장님 ㅁㅁ시간입니다. 계급순으로 깨워줘야하고,
 
행여나 누구 깨우다가 실수로 해당 내무실 왕고가 잠에서 깬다거나..(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다시 각설하고,
 
그래도 불침번이 좋았던건 제가 살던 중대 건물이 나름 전투부대라고 신막사를 지어줘서 2층으로 되어있는데,
 
짬 딸리는 이등병 일병이 보통 1층 (행정반이 있어서..)
 
고참은 2층으로 올라가서 근무를 서는데, 보통 고참은 도로 내무실 가서 자기 바쁘기 때문에,
 
서열이라거나 기타 수칙등등으로 갈구는 일이 없었거든요.
 
아무튼 저는 여느때처럼 1층을 한바퀴 돌고 행정반 근처로 돌아와 출입문 안쪽에 서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600대는 언제 깨질까..라는 쓸데없는 망상이나 하고 난 고참되면 같이 근무도 잘 서주고 할테다.
 
아 친구들, 가족들 보고싶다..등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죠.
 
아직 근무교대 할 사람들 깨우려면 시간도 한참 남았고, 너댓걸음쯤 떨어진 행정반에선
 
당직사관이 당직부사관네 내무실에서 수거해온 티비를 보는 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오고 있는데,
 
문 밖에서 찰팍찰팍 소리가 납니다.
 
이시간에 뭐지 하고 출입문 밖을 내다보니 초록 반팔 활동복 입은 사람 한명, 주황 반팔 활동복 입은 사람 한명 이렇게 둘이서
 
전투모 쓰고 머리 가리면서 꽤 많이 내리던 빗속을 뚫고 본청에서 저희 건물로 오는 내리막을 뛰어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본청은 구막사라서 간혹가다 근무 빡세게 한 본청 아저씨들이 저희 중대 와서 샤워하고 가는 일도 있고 했기에,
 
그러려니 하고 이제 막 제가 서있는 출입문으로 오르는 계단 오르는 사람들한테 양 손바닥 펴서 워워 잠시만요 잠시만요 하고
 
쭈그려 앉아서 아래쪽 문 잠금장치를 풀고 위쪽 잠금장치를 풀려 일어섰는데 눈앞에 아무도 없더군요..;;
 
분명히 발소리도 듣고 그사람들 뛰어오는거 보고 문 열테니 잠깐 기다리라고까지 손짓했는데...
 
이양반들이 누굴 호구로 보나 하고 열던 문 마저 열고 계단 옆 화단쪽 두리번두리번 하는데 아예 흔적도 없이 두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왠지 기분탓인가 비오는 여름밤 특유의 후덥지근함보다는 늦가을 비바람 부는날처럼 쎄한 느낌드 들고..
 
헛걸봤나 싶기엔 너무 생생하게 본 거라 이래저래 찜찜하지만, 기왕 문이나 연거 실외온도 한번 보자 하고
 
건물 외벽에 있는 온도계 확인하고 들어와서 도로 문 잠그고 불침번 인수인계표에 실외온도 기입해놓고 있는 찰나에
 
행정반 바로 옆쪽, 그러니까 제가 문쪽을 바라보고 그 등 뒤에 있는 카드식 공중전화기가 혼자
 
삐삐삐삐삐삐삐삐!!!!!!!!!
 
하고 울려퍼지기 시작하는데 와..
 
방금 이상한걸 본데다 등뒤에서 가만히 있어야 할 공중전화기는 왜 혼자 울고 지랄이신지...
 
가끔 부모님께, 혹은 친구들에게 전화걸어 안부 물어보곤 하던 그 전화기가 그날따라 왜..악마새끼같아보던지..
 
하필이면 그것도 내가 근무서고 있을 이 타이밍에...
 
거짓말 안보태고 그 소리 확인하려고 세걸음 걸어가는데 2~3분은 걸린거같았습니다.
 
차마 뒤를 못돌아보겠어서 머뭇머뭇..
 
왠지 좀전의 그 초록,주황 활동복 입은 사람(?)이 그쪽에 있을것만 같고...
 
간신히 뒤로 돌아 아무도 없는거 확인하고 공중전화기에 가니 그 금액 표시되는 액정에
 
88888 다섯개가 찍혀있었구요,
 
수화기를 들었다 놓으면 조용해지겠구나 싶어 덜덜 떨면서 손 들어올려서 간신히 수화기에 손 대니까
 
누가 보고있다가 소리 꺼버린것마냥 거짓말처럼 소리가 뚝 멈췄고, 그제서야 다시 행정반에서 나지막하게 티비 소리가 흘러나왔구요..
 
티비소리는 밖으로 새어나오는데 왜 이 전화기소리는 아무도 못듣고 안나왔을까?
 
지금이라도 행정반 가서 뭔가 좀 이상하다고 말해야 하려나
 
이등병이 근무서기 싫다고 뺑이치는것같아 보여서 앞으로 말리면 어떡하지?
 
그냥 있기엔 우수수 돋아나서 가라앉을 생각을 안하는 소름이며 그 귓가에 찌르듯 박혀오던 삐삨 소리며..
 
무슨 정신에 어떻게 누굴 깨워 근무교대를 시켰는지도 모르겠네요.
 
교대하고 올라오던 같은 내무실 정상병님께 혹시 위병 서시면서 중대건물쪽 보신적 있으시냐 물어봤더니
 
마침 중대건물 보이는쪽 위병이라 중간에 제가 뜬금없이 문열고 나와서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리더니
 
화단 내려와서 뭘 찾는것같다가 온도체크하고 들어가던것밖에 못보셨다네요.
 
그 두명은 뭐였는지..애초에 비오는날에 샤워를 하겠다고 한참을 남의중대건물까지 뛰어내려온것도 그렇고,
 
타이밍좋게 자기 혼자 울린 공중전화에, 그 소리가 계속 났는데도 나와보지 않은 행정반 내 계원이며 당직 사,부사관 등등...
 
여담이지만 나중에 짬 좀 차고 나서부터도 행여 불침번 걸리게 되면 1층엔 잘 안있으려고 했었구요.
 
으 쓰면서도 그때 그 어두운 건물 안에 삐삐소리는 울려퍼지고 근처의 행정반 불빛은 보이지만 왠지 나혼자 있는것만 같았던,
 
그때 무서웠던 생각이 들어 내내 소름이 오소소 돋네요..
 
나머지는 생각나고, 정리 되는대로 올리겠습니다.

 
길게 쓸줄만 알았지 재밌게 쓰는법을 몰라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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